‘011’로 시작되는 휴대폰은 일단 도청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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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 건 前 국정원장

현재 한국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X-파일’ 사건에서 초점이 되고 있는 휴대폰 도청여부에 대해 (011)로 시작되는 휴대폰이 모두 도청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심증을 얻어가고 있다.

본보는 지난해 미국에 망명중인 김기삼 씨의 증언을 토대로 국정원의 도청의혹을 집중 보도했는데 최근 국정원의 도청 수사발표와 거의 일치해 주목이 되고 있다. 당시 본보 442호와 443호에서 국정원의 8국인 과학 보안국에서 도청과 감청을 실시해왔다고 보도했는데 이번 국정원장의 수사보고서에서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성 진<취재부 기자> [email protected]


도청문건은 국정원 8국(과학보안국)에서 작성했으며, 이를 위해 국정원은 도감청 장비구입위해 천문학적 예산을 지출했다고 김기삼 씨는 폭로했다. 그의 폭로에 따르면 (011)로 시작되는 휴대폰은 모두 도청될 수 있다는 것이다. DJ정권은 간첩은 잡지않고 간첩잡는데 사용된 국정원 예산을 정치사찰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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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의 도청 문건과 관련하여, DJ정권의 신건 前 원장은 모든 것을 알고도 오리발을 내미는 등 이루 셀 수도 없을 만큼 여러 번 거짓말을 했다. 그의 거짓말은 이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 당시 민주당 대변인과 청와대 비서실장마저도 신건 前국정원장과 함께 거짓말 행렬에 동참했다.

    지난 2003년에 논란이 되었던 도청문건은 국정원에서 작성한 자료가 맞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문건은 국정원 내에서 “메모보고”라고 불리는 것이다. 한 때는 “물가정보”라고 불린 적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국정원내에서는 “메모”라고 부르고 있다.

    이 메모 보고서는 국정원 내에서 가장 민감한 보고서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국정원내에서도 이 보고서를 실제로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 90년대 중반, 국정원의 국내정보 부서인 대공 정책실에서 부서장의 보좌원으로 재직했던 김기삼 씨는 이 보고서를 직접 담당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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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 보고서는 국정원내 과학 보안국(8국)에서 생산한다. 과학보안국은 국내 통화와 국제 통화를 도·감청하는 부서이다. 업무의 성격상 국정원 내에서도 “음지중의 음지”라고 여겨지는 부서이다. 국정원 직원들조차 과학 보안국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국정원의 진정한 힘의 원천이 과학 보안국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부서는 3교대로 운영되었는데 그 후 4교대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24시간 내내 대한민국의 모든 유무선 통신을 무차별 도·감청 해왔다.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지는 감청도 없지 않겠지만, 대부분은 불법으로 도청이 이루어졌다. 도·감청의 분야에는 제한이 없었다. 주로 정치적인 내용이 주종을 이루지만, 사회 전반의 모든 영역에 걸쳐 도·감청이 이루어졌다. 예를 들면, 김 씨가 대공 정책실에 근무하던 당시, 대구대학교의 학내문제와 관련 재단 측과 反 재단측이 오랫동안 분쟁이 야기됐었다. 그런데 재단측의 모 인사가 외국에서 국내로 전화하는 내용이 오랫동안 이 보고서에 실렸다.

    물론 무선전화도 도·감청이 가능했다. 한국통신의 011- 전화는 오래 전부터 도청된다는 것은 국정원 내에서는 상식이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국정원 직원들은 011-에 가입하기를 꺼려해 왔다. 김씨가 국정원을 퇴사하기 전인 지난 1999년도에, 그는 기조실에 근무하는 친구로부터,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무선전화 감청장비를 구입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따라서 김씨는 모든 무선 전화의 도·감청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같은 도.감청 보고서의 형식은 지난해 한나라당이 언론에 공개한 그대로이다. 통화자들의 대화를 그대로 녹취한 것이 아니라, 통화 내용을 개조식으로 다시 정리한 것이다. 평가나 해석은 달지 않고 가능하면 원 통화자의 발언내용을 그대로 살리는 방식을 써왔다고 한다.

    과학보안국은 도청한 자료를 내용에 따라 분류하여 온라인으로 각 부서에 배포해왔다. 이 보고서는 배포선에 따라, 각 부서의 부서장 실에 특정되어 있는 컴퓨터 단말기에 자동적으로 뜨게 되어 있다. 물론 인쇄는 안되고 도청한 자료 중에서 극히 민감하고 중요한 것은 메모형태로 작성하여 인편으로 차장실에 배포됐다. 이 메모는 B5보다 적은 조악한 용지에 거칠게 인쇄됐는데 이 또한 유출에 대비한 것이다. 보고서 량이 많지 않는 해외 부서의 경우 보좌원이 아침마다 중요한 내용을 추려 필사 하여 부서장에게 보고해왔다고 한다.

    보고서 량이 많은 대공정책실의 경우, 이 보고서를 필사 하는 직원이 따로 정해져 있다. 필사를 전담하는 이 직원을 흔히 메모보좌관이라고 부른다. 메모보좌관은 정보를 취사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대개 서기관(4급) 고참이 담당해왔다. 그러나 지난 김대중 정권 초기에는 정치과 출신 6급 직원이 한동안 그 일을 맡기도 하였다. 메모보좌관은 대개 아침, 오후, 그리고 퇴근 전 등 하루에 세 차례 정도 보고하는데 한 번에 보고하는 분량은 10여 페이지에 달한다.
    메모 보좌관이 필사한 메모는 부서장이 먼저 읽고, 부서장이 다 읽고 나면, 통상 부속실의 보좌원이 부서 내에 유통시킨다.

















     

     보좌관은 먼저 부서장들에게 이 보고서를 일일이 전달하여 회람 시킨다. 부서장의 특별한 지시 사항이 있을 경우, 관련 담당 과장에게 전하기도 한다. 이 경우, 담당과장이 직접 부속실에 와서, 부서장의 지시 사항을 확인하고, 메모를 다시 메모해 가야 한다. 메모보고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복사하거나 찢어갈 수 없다. 이 원칙은 아주 엄격하게 지켜진다. 이 또한 외부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유통을 마친 메모보고서는 보좌원이 책임지고 파기한다.

    이 모두가 민감한 자료이기 때문에 따로 관리대장도 없다. 지난해 한나라당이 폭로한 도청자료는 파기되어야 할 것이 파기되지 않고 바깥으로 나온 것을 다시 워드로 찍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씨는 이 같은 유출이 생산 부서인 과학 보안국에서 유출된 것이 아니라 대공 정책실에서 유출된 듯 하다고 여기고 있다.

    이렇듯이, 메모보고서는 내용이나 형식뿐만 아니라 생산목적이나 활용방법 등에 있어서도 일반 정보 보고서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이는 대통령이나 원장 등 상부에 보고할 목적으로 작성되는 보고서가 아니다. 오히려 정보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한 원재료가 되는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이 메모보고서의 내용을, 분석 부서에서는 정보 보고서의 생산에 참고하고, 수집 부서에서는 추가 첩보 수집에 활용한다.

    김씨는 도.감청이 불법이던 아니던, 오히려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면에는 현재 한국 내에서 암약하고 있는 수백에서 수천에 이르는 남파간첩과, 수만 명으로 추정되는 김정일의 추종자들을 척결하기 위해서는, 도·감청보다 더한 불법적인 방어활동도 당연히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불법적인 도·감청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도 이해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바로 그것이 국정원의 존재 이유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도·감청이 국가안위를 위한 방첩용이 아니라 정권 유지면에서 자행됐기에 김씨는 폭로에 나섰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가 안보가 아니라 정권 안보를 위해 불법적인 도·감청이 이루어 지고 있다는 데 문제이다. 간첩을 잡아야 하는 국정원이 간첩 잡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정치사찰이나 하고 있으니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이다. 도청과 관련한 지난해 검찰의 조사는 분명히 본말이 전도됐다. 조사하여야 할 국정원의 도청문제는 건드리지도 못하면서, 도청문제를 조사한 자체 감찰보고서의 유출을 문제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검찰이 국정원을 조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총선전에 신건 前국정원장이 “휴대폰 도청사건”과 관련해 미연방검찰의 비밀조사대상이 됐다는 보도가 본보를 포함해 일부 한국언론에 보도가 되고 또 AP통신도 이를 보도하는 바람에 양국 정부가 상당한 신경을 보였다. 당시 워싱턴 정가의 한 소식통은 “전 국가정보수장을 조사하는 이례적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양국 정부가 미묘한 입장에 놓여졌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그 사건에 대해 “휴대폰 도청사건 이외에 한국정부가 관심 갖는 사항은 신 전원장이 DJ 정권시절 권노갑씨 등과 연결된 해외비자금 문제로 ‘진승현 게이트’ 등 많은 비리에 대한 정보들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 前원장은 DJ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정원 2차장을 지낸 다음 정권 말기인 2001년 3월에 국정원장에 임명됐으며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3년 4월까지 국정원장으로 지낸 인물이다.
    신 前원장은 ‘도청사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인물이다. 이외에도 DJ 말기 갖가지 ‘게이트’에 연루된 사건들에서 아직도 밝혀지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노무현 정권은 그를 통해 정치판을 흔들어 놓을 재료를 찾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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