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광고·준비부족이 빚은 야구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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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야구의 대축제인 ‘2005 한미 야구선수권 대회’가 졸속행사로 끝나 주최 측과 대한야구협회(이내흔 회장), LA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LA 현지 조직위원회와 대한야구협회의 의사 전달과정상의 문제점과 조직위원회 내부에서의 갈등으로 예산집행이 늦어지는 등 또 한번의 졸속 행사로 많은 한인 동포들을 부끄럽게 한 대회였다.

 또한 본국 집행위의 안일함과 무모함이 졸속행사를 부추기는 꼴이 되어 버렸다. “예산 집행 연기로 자칫 무산되었을 뻔했다”는 관계자의 말이 결코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 행사였다. 이번에도 역시 한인 행사들의 고질병인 과대 광고와 준비부족으로 인한 졸속 진행, 주최 측 현지 언론의 과장보도들이 3박자로 어우러진 파행 행사였다. 5년 만에 부활하는 한미 국가대표팀 야구 대항전이 알고 보니 미국 국가 대표가 아닌 ‘조기 야구회’ 수준의 급조된 주니어 칼리지 선수들로 구성된 팀과의 부끄러운 시합으로 드러난 것이다.

강신호<취재부 기자> [email protected]


 당초 행사의 취지는 말 그대로 한국 야구 100주년과 미국 이민 102주년을 기념해 한-미간 우호를 증진하고 스포츠를 통해 우의를 다지는 데 그 의의가 있었다. 게다가 5년 만에 다시 열리는 한미 국가 대표대항전으로서 명실공히 수준 높은 경기가 예상되었다. 이를 보여주듯 한국에선 상무에서 군 복무중인 프로 선수를 위주로 선발하고 미국에서는 미국 대학대표들이 출전해 우열을 다투는 자리로 한국 대표들의 열세가 예상되었었다. 미국대표의 경우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텍사스, 하와이 등 4개 주의 대학 선수들이 선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섭외에 난항을 겪은 LA 조직위 측은 ‘조기 야구회’ 정도의 실력을 지닌 미국 대표팀(?)과 프로선수들도 끼어 있는 한국대표와의 이번 경기는 애초부터 상대가 되질 않았다.  선수들의 코치를 맡은 김충남 감독은 “역대 전적에서 열세를 보여 열흘 동안의 합숙훈련을 통해 준비를 해 왔다”고 전하면서 “상대팀의 전력이 열세였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결과는 예상과는 달리 7대1, 13대1, 6대0 등 한국팀이 3전 전승을 거두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3전 전승에 관계자들도 다소 놀라는 분위기.


처음부터 준비소홀
예산집행 등 늦어져


아울러 LA 다저스 구장에 이어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애너하임 구장에서의 경기는 예산 부족과 준비소홀로 회의를 거쳐 자체 적으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행사의 무성의함을 조직위 스스로가 인정한 꼴이 되어 버려 관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와 같이 행사가 졸속으로 끝나게 된 배경에는 원래 이 행사의 공동 준비를 맡았던 LA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A 씨와 한국에서 피혁사업을 하는 조직위원장 B 씨간의 불협화음으로 불거진 것으로 나타났다. 행사 준비 초반에는 미국 현지에선 사업체를 운영하는 A 씨가 주도했으며, 행사 주관자인 대한야구협회는 A 씨와 B 씨의 얼굴마담 노릇을 하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는 정식 국가 대표 대항전이 아닌 상업성 짙은 이벤트로 치러졌고, 이 과정에서 연예인을 앞세운 대회 입장권은 특별석과 일반석이 각각 50달러와 15달러에 팔렸으나 국가대표간 경기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협회 한 관계자는 “한국야구 100주년을 맞아 협회에서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던 차에 경비를 대겠다는 귀가 솔깃한 제안이 들어왔다”면서 “솔직히 대회를 잘만 치르면 손 안 대고 코 푼다고 생각했다”며 대회를 강행한 이유를 밝혔다. 대회의 부실한 계획과 파행적 운영은 대한 야구협회 및 협회 최상위층에 제대로 보고도 되지 않았고, 돌출된 여러 문제점들도 철저히 함구되었다. 언론에서는 연일 하일성 前 KBS야구 해설위원을 중심으로 한 중계방송도 예상했었으나 조직위 측의 예산 문제로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 이번대회에 출전한 상무와 한국대학 대표선수들. 

연예인야구단
“노 개런티”로 참가


이에 대해 이번 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B씨는 “A 씨가 현지 LA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였고 한 달 전 최종 답사를 왔을 때도 구장사용과 관련 계약이 성립되어 있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A 씨와의 공조는 사실상 깨졌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재정 및 예산을 책임졌던 A씨와 B씨 등이 대회가 적자로 치러질 것을 예상, 자금 지원을 차일피일 미루는데도 사태파악은 커녕 진상을 감추고 사태를 무마하기에 급급했다. 협회는 국가대표팀 보다 3일 늦게 도착한 연예인 야구단 때문에 대회 스케줄이 변경되고 차질을 빚자 연예인들의 잘못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데 급급했다. 이 과정에서 연예인들과 현지 관계자, 취재진들 간에 말싸움이 오갔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협회 직원들은 대회가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건 축소에만 급급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 이번 행사에는 정준하, 유재석 등이 소속된 연예인 야구단 ‘한(限)’ 팀이 할리우드 연예인 야구팀과의 친선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초 거론됐던 할리우드 스타들은 출전하지 않아 본국 연예인들이 당혹스러워 했다는 후문. 특히 이 대회를 한국 야구 100주년을 기념한 국가 대항전의 성격으로 보고 연예인들의 참여를 독려 했던 연예인팀의 주장 정준하 씨는 무척 당황했다고 전했다.

 원래 미국 연예인 대표 야구단에는 미키 루크, 브루스 윌리스, 브래드 피트 등이 소속돼 있었고, 이들은 당초 경기에 참여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정작 친선경기 당일 김한석, 이광기 등 ‘한’ 소속 선수들은 당초 거론됐던 할리우드 스타들이 단 한명도 출연하지 않자 당황했다. 경기에 참석했던 한 연예인은 “할리우드 야구팀에선 메이저리그 출신이라는 노년의 야구 선수들과 얼굴을 전혀 알지 못하는 무명 배우로 보이는 선수들만이 참여했다”고 밝혀다.


공동주최 언론사
당초 준비한 중계방송도 불발


 대한야구협회(KBA)가 승인한, 현지 대회 조직위원회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 미숙한 진행을 보였다. 케이블ㆍ위성 스포츠 전문 채널인 KBS SKY스포츠는 지난 5일 한국 야구 100주년을 기념해 펼쳐지는 한미야구 선수권대회와 한미 연예인 친선 야구대회를 방송할 예정이었다. 이에 하일성 야구해설위원과 중계를 위한 스태프가 미국 행에 올랐으나 결국 중계 방송은 불발됐다. KBS SKY 측은 “현지 조직위원회에서 당초 약속했던 위성 송출 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중계가 불발됐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5년 만에 행사를 급조한 탓인지 집행위원들과 행사 조직위는 그날 한국 연예인들을 찾은 교민들에게 수준 낮은 서비스를 보여 보는 이들을 실망스럽게 했다. 조직위원장이자 행사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B 씨는 “준비 과정에서 현지 LA 지부와 매끄럽지 못한 행사준비로 다소 운영에 차질이 있었음을 인정한다”면서 “5년 만에 마련한 행사인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행사가 열릴 수 있도록 잘 지켜 봐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애너하임 구장에서의 경기는 구장 사용료와 입장객 동원 등에 있어 타산이 맞질 않았다. 구장 관계자들과 회의를 한끝에 경기를 취소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됐다. 이 부문에 대해선 한인 동포 여러분께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내년 행사의 개최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내년이 돼봐야 알겠지만 현재 가능하면 개최하는 쪽으로 보고있다”면서 “10월 중순쯤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해 정기적으로 매년 개최할 뜻임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행사의 졸속개최를 두고 외부에서는 한 행사를 놓고 주도권을 쥐려는 야구인들끼리의 집안 문제로 비춰지고 있어 이번행사의 총책이었던 대한 야구협회와 LA 조직위의 비난을 면키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준비과정에서 너무 많은 허점을 노출했으며 당초 예상했던 8차전에서 3차전으로 일정이 대폭 축소되는 등 국가 대항전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열린다는 기대가 무색할 정도의 졸속 행사로 한인 교민들은 물론 후원 업체들에 실망감을 주었다. 또한 갑작스런 경기로 인해 LA 다저스 스타디움의 매점 직원들이 평소보다 수준 낮은 서비스를 보여주는 등 관객들의 불평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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