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교육재단 분쟁사태… 일단락은 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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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교육재단 이사장 직에서 물러난
백기덕 씨.
 
ⓒ2005 Sundayjournalusa

무려 1년여 동안 분쟁을 벌여 온 한미교육재단과 LA교육원간의 힘겨루기 싸움이 커뮤니티의 악화된 여론에 의해 일단 종식됐다.

일단락된 분쟁의 결과로 나타난 현실은 백기덕 재단이사장의 퇴진과 LA 총영사관의 소송 취하였다. 1년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한국정부 교육부가 임명한 조영근 신임 이사장과 제5기 신임 이사회가 정관에 따라 활동하게 된다는 것이고 기존 제4기 재단 이사회는 대폭 물갈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위해 지난 1년 동안 양측이 피나는 싸움을 벌여 왔다는 것은 아직도 한국정부의 대교민정책은 권위주의를 벗어나지 못했고, 동포사회의 교육 부문 자치능력은 한계에 다달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이 결과는 “상처뿐인 영광”도 아니고 LA 한인 동포사회의 무능력을 다시 한번 보여 주었다는 창피한 현실로 남겨지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1년 전으로 퇴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퇴보했다는 것 이외에도 후유증이란 부산물이 뒤따르게 됐다.


이번 분쟁의 근원은 해외 이민사회의 정체성 교육행정을 펴나가는데 한국정부 당국과 현지 동포사회 체제가 매우 미숙했다는 점이다. 총영사관이나 한국정부 교육부측은 교육재단 분쟁을 해결하면서 동포사회 이곳 저곳에 산발적으로 “도와달라”고 부탁해 혼선을 야기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정부에 ‘한 건 해보이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커뮤니티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입지를 과시했다. 총영사관이나 한국정부의 교육부는 자신들의 임무가 어디까지인지를 확실히 구분하지 못했다.

특히 교육부가 신임 이사장과 이사들을 선정, 임명하는 과정도 순수하지 못했고, 동포사회의 분위기나 여론 향배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은 교육부가 내세운 이사장과 이사들에 대해 “말 잘 듣는 사람”으로 입방아를 찍고 있다. 신임 이사회 명단이 발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자신이 그 위치에 설수 있는 가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감투욕’에 덥석 받는 풍토에서 한국정부는 계속 동포사회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요리해 갈 것이다.

이번 분쟁 수습과정에서 우리 동포사회가 분쟁을 타결하려는 의지와 방법에 있어 집단이기주의와 개인영웅 심리와 상호 이해관계에 너무 집착했다는 지적이 대두되어 왔다. 재단측은 동포사회에 대하여 ‘정부가 동포사회를 무시한다’는 주제만으로 호소를 했는데 이 같은 호소는 당위성이 없이는 통하지 않는다. 또 ‘정부가 어떻게 동포사회를 대상으로 소송을 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지만 이것도 옳은 방법이 아니다. 정부도 필요시 얼마든지 소송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정부는 동포를 대상으로 소송해서는 안된다라는 논리는 이제는 통하는 세상이 아니다. 소송이란 법으로 처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과연 그 소송이 최후의 방법이었나를 신중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에 양측간의 게임에서 패자는 우선 재단측에 돌아간다. 그러나 승자는 없는 게임이었다. 다만 총영사관과 교육부가 일단 이겼다고 볼 수 있다. 총영사관과 교육부가 이긴 것은 슬기와 지혜가 있어서가 아니라 현실적인 구도상 백기덕 전이사장팀으로 구성됐던 재단측이 장기전으로 버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대항할 수 있겠지만 현정관이 있는한 재단측이 법적으로 승리한다는 보장은 희박했다. 재단측이 패한 가장 큰 원인은 애초 한팀으로 뭉쳤던 이사들이 갈수록 균열을 보였다는 것이다. 싸움에서 일차적인 관건은 단결이다. 단결이 안되면 그 싸움은 이길 수 없다.

자신들만의 입지를 생각할 때, 이미 그 이사회는 선장 없는 난파선이 되기에 서로가 먼저 튀어나가려고 아우성을 칠 것이기 때문이다. 왜 이사회가 균열이 됐는가. 백기덕 이사장이 막판에 악수를 두었기때문이다. 교육재단의 주인이 동포사회라는 점을 정확히 동포사회에 인식시켜 주지 못했다. 지난 수년 동안 교육재단이 동포사회와 함께 운영했다면 이번 사태를 두고 백기덕 이사장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이지 않아도 동포사회가 나와서 대신 싸워 주었을 것이다.

최근에 들어 교육재단 뿐만 아니라 대형교회들이나 사회단체들 내부의 갈등이 여지없이 표출되고 있으며 여기에 보수와 진보계층에서도 이념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1세 주도의 이민사회에서 2세로 전환되어 가는 과정에서의 필수적인 사회변화의 소용돌이로 분석하는 학자들의 견해도 있다. 문제는 이 소용돌이에서 내일을 볼 수 있는 비전과 가치관이 뚜렸하다면 그 소용돌이는 내일을 여는 큰 물줄기로 변할 것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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