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다운 기자가 없다”

이 뉴스를 공유하기















사명감 결여… 광고주 눈치보기… 타 언론사 딴지 걸기


이리 걸리고… 저리 걸리고 “쓸만한 기사가 없다”
대형 광고주 비리기사 못써 … 기자들 자괴감·의욕상실


LA한인언론들의 가장 취약점은 언론의 기본적인 사명에 대한 무감각이다. 미주의 한인언론들은 자신들의 존재이유에 대해 확고한 사명감이 없다. 5년 이상된 기자들에게 기자 생활에 대해 물어보면 “하다보니…” 또는 “할 것이 없어서”라고 대답을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지금 일간지들의 편집국장이나 고위 간부들이 초년병 일선 기자들에게 큰 소리를 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만약 큰소리로 야단칠 경우, 다음 날 그 기자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 질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기자가 퇴사를 하는 경우, 힘들어지는 것은 고위 간부들 몫이다. 이런 점은 비단 편집국의 풍경만은 아니다. 언론사의 광고국이나 다른 부서들도 비슷한 양상이다. 요즈음 언론사들은 언론 본래의 기능보다는 수익성 사업에 언론을 이용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언론사라는 간판만 달아 놓고 돈 버는 비즈니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언론사인지 연예흥행회사인지 분간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런 분위기에서 기자생활을 하는 일선 기자들 중에는 자괴감을 느낄 때가 많은 것이다. 그래서 초년병 일선 기자들은 좋은 직장이 나타나면 미련없이 신문사를 떠난다. 중견기자들도 떠나고 싶지만 모험을 하기가 두렵기 때문에 하루이틀 그대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LA 한인언론은 과거 군사독재시절 국내의 언론들이 입다물고 있을때 민주화 운동소식을 모국에 전해주는 통로 역할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동포언론의 금기사항이 모국의 인터넷에 가끔 뜨게 됐다. 그만큼 이곳 동포언론들이 옛날처럼 쓸 것을 못 쓰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리차드 윤<취재부기자> [email protected]

지금의 LA한인언론, 특히 일간지들이나 TV, 라디오방송들은 광고주의 눈치를 더없이 보는 언론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선기자들도 저절로 물이 들어 경영진의 눈치를 보아 광고주(특히 대형광고주)들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는 아예 쓰려고 하지 않는 풍토가 되어 버렸다. 간혹 멋모르는 초년병 기자가 사회정의 차원에서 한줄의 기사를 썼으나, 다음 날 아침 신문에 자신이 입력한 기사가 날라가 버린 사실을 아는 경우가 많다. 또는 신문사 차원에서 아예 기사화를 봉쇄하는 경우도 있다. 그 좋은 예가 ‘백세주 시위 사건’이다.

지난달 19일 LA 총영사관 앞에서 약80명의 동포들이 피켓을 들고 백세주 불매운동 가두시위를 벌였다. 같은 날 백세주의 서울본사 측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시위사건은 일부 일간지에는 전혀 보도가 되지 않았다. 보통 총영사관 앞에서 10여명이 시위를 해도 기사화가 되었는데 10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시위를 하였는데도 문제의 일간지는 이를 무시했다. 이를 두고 타운에서는 “백세주 USA 측이 광고주로서의 높은 지위를 악용, 기사보도에 대해 압력을 가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 같은 소문은 거의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백세주 시위사건’은 한마디로 본국기업의 횡포에 대한 미주동포 비즈니스의 항거였다. 그런데도 일부 LA 한인언론들은 거액의 광고료를 내는 본국 기업에게 아첨하기 위해 문제의 시위관계를 기사화하지 않았던 것이다. LA동포 업체인 KM Merchant Inc (대표 이건만) 사는 지난 18년 동안 LA지역 요식업소들에 한국의 진로 소주 및 백세주 공급을 최소한의 마진으로 업소에 혜택을 제공하는 영업 정책으로 정평이 나있는 순수 동포기업이다. 또한 KM사는 여러 가지로 동포사회의 발전을 위한 후원을 아끼지 않는 업체이기도 하다.

또한 KM Merchant사는 1999년 미국 주정부 상대로 로비를 하여 소주를 Beer &Wine으로 분류되도록 하여 많은 한인업소가 그 혜택을 보고 있다. 특히 KM Merchant사는 지난 7년 동안 본국 국순당 제조의 백세주를 미국 시장에 진출시키는 개척자의 역할을 하여 이제는 누구나 백세주를 애용할 정도로 성장시켰다. 그러자 국순당 측은 그동안 미국시장 개척을 하여 온 KM Merchant사를 제치고 자신들이 직접 미국지사를 설치 운영하려고 일방적인 계약파기로 KM사는 영업권을 상실하여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되었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라는 말처럼 본국 기업의 횡포가 자행된 것이다. 이를 전해들은 코리아타운의 업소들이 같은 동포업체인 KM Merchant사를 지지하기위한 시위가 바로 ‘백세주 시위사건’이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한인언론의 일차적인 목적 중의 하나는 동포사회의 권익옹호를 대변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의 일간지는 본국기업으로부터의 광고료를 먼저 생각하여 동포사회의 사건을 도외시 하여 언론의 본분을 망각했다. 동포들의 알권리를 막아버린 것이다. 물론 신문들이 코리아타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 보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사건이 났다고 해서 모두 신문에 실린다고 볼 수도 없다. 그 사건이 신문에 보도될 만한 가치가 있어야 기사화되는 것이다. 그러면 ‘백세주 시위사건’이 과연 보도될 만한 가치가 없는 사건이었던가.


자사에 손해 끼치는 기사 ‘사전봉쇄’… 언론 본분 망각


자신들에게 손해가 날 기사는 아예 잘라 버리고, 대신 자신들이 벌리는 사업 선전은 자신들이 발행하는 신문지면을 아낌없이 사용한다. 지난 수년간에 걸쳐 일부 한인 언론들은 신문에 공을 들이는 것 보다 연예사업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신문 뿐만 아니라 TV나 라디오도 비슷한 양상이다.

한 일간지는 할리우드 볼 축제를 비롯해 각종 연예행사 사업을 2개월에 한 건씩 치루어 연예회사인지 광고신문사인지를 분간하기가 힘들 정도다. 이런 행사들은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입장권도 최고 60-80 달러 선까지 치솟고 있다. 이들 언론사들은 이런 입장권들을 판매하기 위해 언론사라는 ‘보이지 않는 힘’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행위에 대해 한 은행간부는 “솔직히 말해서 강매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예행사가 치루어진 다음날 신문지면에는 온통 그 행사에 관한 기사나 화보로 지면이 채워지곤 한다. 그래서 타운의 약삭빠른 단체장들은 이런 날에 자신들이 관여하는 단체의 행사를 연기하곤 한다. 소위 빛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행여 기사가 보도된다 하더라도 우표딱지 정도로 들어 가기 때문에 신문사의 생리를 잘 아는 타운 단체장들은 아예 행사 전에 신문사에 평소 알고 지내는 기자에게 사전 협의를 할 정도다.


경쟁사 딴지 걸기 심각수준 
특정 언론사 후원사업 방해까지


한인언론사들은 가끔 경쟁사의 기사에 대해서 딴지를 걸기도 한다. 지난달 한 일간지가 ‘도산 우체국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에 대하여 경쟁관계의 다른 일간지는 도산우체국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싣고서 ‘도산 우체국은 영원할 것’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이정도는 그래도 심한 것이 아니다. 최근 X-파일이 폭로되면서 H일보는 유독 홍석현 전주 미대사와 삼성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유독 많이, 그리고 가능한한 크게 보이도록 게재해오고 있다. 경쟁사인 J일보를 깎아내리기 위한 방편이었다. 지금은 J일보가 뭇매를 맞는 형편이지만 언제간 복수의 칼날을 들이대기 위해 암암리에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이것이 이곳 언론의 생리다. 물론 본국의 언론도 다르지 않다.

이곳 언론사들의 병폐 중의 하나는 상대편 언론사가 벌이는 행사가 비록 커뮤니티면에서 중요한 행사라도 이를 무시하는 경향이 많다. 편집국에서 한 간부가 상대편 언론사의 행사인 줄 모르고 일선기자에게 행사 취재지시를 내렸다가 “그 행사 경쟁사 후원사업인데요”라는 말에 취재지시를 거두어 드렸다는 이야기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 같은 병폐들은 모두가 언론사의 사명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바탕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매일 1백페이지 이상 발행되는 신문에 기자들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도 기인된다고 볼 수 있다. 기자들이 공부할 시간은커녕, 자신들에게 할당된 지면을 메꾸기에 식사도 걸러야 하고, 휴가도 제대로 갈 수가 없다. 그러니 기사는 심층적이지 못하고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신문을 펼쳐들면 오류가 없는 날이 없다. 그러나 정정기사를 보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무엇이 틀렸는지도 모를 정도로 신문이 매일 발간되고 있다. 이는 TV나 라디오도 다를 것이 없다.


<다음 호에 계속>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