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엄마」 즐기고 「기러기 아빠」 속탄다

이 뉴스를 공유하기















 

‘기러기 엄마’의 탈선이 늘어나 조기교육의 폐단이 엉뚱한 방향으로 번지고 있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기러기 엄마’는 ‘기러기 아빠’에 대한 상대적 의미로 미국 등 해외로 조기유학을 나선 자녀들을 돌보기 위해 부부가 떨어져 생활하면서 생겨난 신조어다.

1990년대부터 불어닥친 조기교육은 나름대로 긍정적면도 있으나, 또 다른 면의 폐단은 학생들의 탈선이나 가정경제의 파탄 등이 주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해외에 나와 있는 ‘기러기 엄마’들의 탈선이 속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 홀로 지내는 ‘기러기 아빠’들 역시 남몰래 불륜생활로 이어져 조기교육 가정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자녀들의 조기교육 때문에 부부가 3-4년을 떨어져 생활하면서 야기되는 조기교육의 폐단은 가정의 파탄으로 이어져 이래저래 조기교육의 원래 목적도 파탄이 나고 있다.

제임스 최<취재부 기자> [email protected]


지난 달 초, 본 기자는 오렌지카운티 어바인 시에서 목회활동을 하는 K 교역자로부터 “최근 어린 자녀의 조기교육을 돌보기 위해 장기 체류하는 젊은 주부들의 이중생활이 여러 건 알려져 고민이다”라는 제보를 받았다. 이 교역자는 “다른 교회 목회자들도 이런 형태의 사례를 알고 있다”면서 “조기교육이 가정을 망가뜨리는 이유가 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렌지카운티에서 부동산 세일즈 우먼인 30대 후반의 C씨는 “30-40대 부부들이 조기교육 자녀 때문에 여러 해를 떨어져 살게 되면 자연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면서 “어떻게 그들이 성적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녀는 지난해 여름 2주 동안 부동산 중개 관계로 서울에 나가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의 고등학교 친구들인 젊은 엄마들이 스스럼없이 그들의 “보이 프렌드”에 대해서 떠들고 있었으며 그들 중에는 2-3명의 보이 프렌드를 두고 있는 친구도 있었다는 것이다.

더 놀란 것은 이들 친구들의 ‘보이 프렌드’ 관계를 그들의 남편도 알고 있다는 것. 친구들은 오히려 C씨에게 “미국에는 다인종이 살고 있다니 한번 ‘원정게임’도 나서겠다”고 농담까지 했다고 한다. C씨는 미국에 돌아와 동료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이곳에서도 그런 풍조가 있다”면서 “골프용 보이프렌드”에서 “나이트용 보이프렌드”까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C씨도 “처음에는 무척 놀랐으나,이제는 생활의 한 단면을 보는 기분이다”고 말하면서 최근 친구로 지내는 ‘기러기 엄마’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희숙(37, 가명) 씨는 지난 2001년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데리고 조기교육을 위해 미국에 왔다. 남편은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의 부장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어 밸리 지역에 40만 달러 콘도를 장만해 주었다. 콘도를 장만하게 된 것은 투자목적과 생활 목적이었다. 매 6개월에 한번씩 넉넉한 생활비도 송금이 되고 있다.

2년 전 이씨는 여고동창회에 참석했다가, 뒷풀이를 하자며 동창 따라 나이트 클럽에서 부킹을 통해 만난 남성을 ‘보이 프렌드’로 두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매너 있는 자세 때문에 호감을 갖게 되어 자연히 전화번호를 교환하게 되었다. 1주일에 두서너 번씩 전화를 하면서 대화가 길어지게 됐으며 서로의 신상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미국에 처음 와서 지내면서 부부관계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어쩌다 TV 영화를 보면서 야릇한 상상도 가져 보았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 비디오를 보면서 중년남성과 젊은 여성간의 애정관계를 볼 때면 “혹시 남편도….”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부킹 남자와의 전화 대화가 많아 지면서 자연히 이씨는 어떤 날 그 남자와 사랑의 행위를 하게 되는 꿈도 꾸게 됐다. 그 남자와 데이트를 3개월 정도 했을 때 딸 아이가 2일 동안 교회 수양회를 가게 되었다. 교회의 전도사들과 자원 봉사자들이 학생들을 보호하기 때문에 이씨는 자유로운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씨가 먼저 그 남자에게 전화로 허스트 캐슬을 가자고 했다. 주말인 토요일 아침 이씨는 김밥을 준비하고 남자를 기다렸다. 왼편으로 시원한 바다가 보이는 캘리포니아의 101 프리웨이를 달리며 그녀는 운전하는 그 남자의 입에 김밥을 넣어 주었다. 허스트 캐슬을 관광하고 내려 오는 길에 바라다 본 석양 노을이 그녀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일게 했다. 바닷가 근처 레스토랑에서 포도주와 함께 스테이크가 기분을 흡족케 했다. 부부처럼 자연스럽게 호텔 방으로 들어섰다. 

이 같은 이야기를 해주는 C씨는 “아주 자연히 그들은 ‘보이 프렌드’와 ‘걸 프렌드’가 됐다”면서 “그 친구는 ‘여자가 홀로 지내는 것은 힘들다’고 말하는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러기 엄마’가 탈선하는 또 다른 경우도 있다. 지난 번 LA 지역을 포함한 수사당국의 한인 성매매 조직 적발과 마사지 팔러와 에스코트 서비스 그리고 지압소 등에서 적발된 풍기문란 행위로 체포된 한인 여성들 중에도 30대 ‘기러기 엄마’도 포함되어 눈길을 끈적이 있다. 코리아 타운에서 개인택시를 하는 L씨는 “노래방 도우미와 지압소에 나가는 여성들 중에는 ‘기러기 엄마’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면서 “서너 명의 여성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어 보면 ‘기러기 엄마’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타운 내 노래방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K씨에 따르면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 때문에 나오는 젊은 주부들 중 ‘기러기 엄마’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97년 IMF가 터지면서 한국에서도 유흥가에 나온 주부들이 대거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1월 한국 법원에서 ‘기러기 가족’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유학 중인 자녀와 함께 해외에 살면서 외도한 아내와 생활비만 보내주고 재결합 의사를 적극 밝히지 않은 남편에게 가정파탄의 책임이 동등하게 인정된다며 이혼과 함께 재산을 절반씩 나눠가지라는 판결이 나왔다. 회사원 A씨는 1994년 음악에 소질이 있는 두 자녀를 외국으로 유학 보낼 당시 아내를 함께 보내 뒷바라지를 하도록 했다.

A씨는 가족이 머물 현지 아파트를 아내 명의로 구입해주고 학비와 생활비 명목으로 2억 4천여 만원을 송금했다. 이후 직장을 그만 둔 A씨는 다른 회사에 임원으로 취업하면서 5천만원을 투자했다가 회사 부도로 투자금 전액을 날리는 등 악전고투하던 사이에 자녀들이 현지에 적응하는 대로 귀국할 예정이던 아내는 계속 외국에 머물렀다.

아내는 남편이 사업에 계속 실패하고 유학비 등을 제때 보내주지 못하자 일시 귀국해 남편에게 외국에 함께 나갈 것을 권유했으나 A씨는 회사와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아내는 남편이 전재산을 잃을 것을 우려해 이 재산을 자기 명의로 이전했으나 해외 생활은 어렵기만 했다. 아내는 자식들과 함께 현금카드로 1천 700여 만원을 빌려 사용할 정도로 곤궁한 삶을 살다가 주소를 친정으로 옮기는 등 이혼 의향을 내비쳤음에도 A씨는 안부 e-메일만 보내는 등 적극적인 재결합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년 뒤 A씨는 아내가 다른 남성과 동거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혼과 함께 재산 분할 청구 소송을 냈고, 아내도 위자료를 요구하며 맞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재판장 이강원 부장판사)는 “자녀 유학으로 떨어져있으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서로 혼인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파탄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동등한 책임이 인정되므로 두 사람은 이혼하고 재산은 절반씩 나눠 갖도록 하라”고 판시했다고 밝혔다. 

기러기 가족은 90년대부터 시작된 조기유학 열풍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부산물이자 대안이다. 한국적 교육 현실에 답답함을 느껴 처음에는 자녀들만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으로 유학 보냈던 부모들은 부적응·탈선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엄마를 아이들과 함께 지내도록 차츰 방법을 바꿔 나갔다. 가족의 주요 수입원인 아빠의 경우 한국에 남아 생활비와 학비를 계속 조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모 모두 아이들을 따라가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 현지에 직업이 없으면 비자 획득이 쉽지 않다는 점도 기러기 가족의 양산을 부추겼다.

기러기 가족이라는 생활 형태는 과연 합리적인 선택일까? 사람들이 통상적인 관념에서 벗어난 기형의 가족 형태를 감수하고 기대하는 효과만큼 치러야 하는 비용 역시 적지 않은 건 아닐까? 전문가들은 이러한 신종 이산가족이 그 기대 효과만큼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러기 가족의 가장 큰 목표는 자녀들의 보장된 미래다.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좀더 나은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장래에 안정되고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길 바란다. 특히 국가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영어에 능통한 글로벌 인재에 대한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영어권에서의 교육 기회는 큰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자녀들의 유학을 위해 홀로 남는 기러기 아빠로 인해 가정파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 기러기 아빠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외로움에 따른 정신적인 문제와 가장 기본적인 조직인 가정의 붕괴라는 악영향도 뒤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음 호에 계속>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