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콩’은 어떻게 만들어 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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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3부작으로 전세계적인 흥행 신화를 기록하며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쥔 세계적인 감독 피터 잭슨. 호기심 많은 어린시절 피터 잭슨은 우연히 1930년대에 제작된 <킹콩>이라는 흑백영화를 TV에서 보게 된다. <킹콩>을 처음 보던 날을 그는 이렇게 회상한다. “그 작품은 저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 날부터 전 <킹콩>을 제 손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어린 소년이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피터 잭슨 감독은 <반지의 제왕>을 찍으면서 영화는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만큼 환상적이어야 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체득했다. 감독은 <킹콩>의 배경을 1930년대로 잡았고, 영화 속 배경도 실제 1930년대처럼 보이도록 현실감 있게 재현했다. 뉴욕 도심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더욱 현실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었고, 킹콩이 존재하는 해골섬에서 일어나는 탐험은 환상적이면서 동시에 거대한 스케일이 돋보이도록 연출했다. 감독이 말하는 <킹콩>은 거대한 야수 킹콩의 감정을 함께 느끼면서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감동을 받는 러브 스토리이다. 감독은 이러한 판타지적 요소들을 영화 속에서 드라마틱하고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킹콩>의 히로인 나오미 왓츠


<킹콩>의 제작진은 앤 대로우 역을 연기할 배우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이 배역은 고혹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강인한 용기와 생존 본능을 지닌 동시에 내면에 담긴 우울함과 절박함까지 표현해야 하는 다면적인 캐릭터였기 때문에 깊이 있는 연기력의 소유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제작진들을 <21그램> 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도 노미네이트된 실력파 연기자 나오미 왓츠를 떠올렸다.
피터 잭슨의 열렬한 캐스팅 제의를 받은 나오미 왓츠는 흔쾌히 앤 대로우 역을 수락했다. “<킹콩>은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작품들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이면서도 각각의 등장인물에게는 굉장한 깊이가 있었습니다. 물론 거대한 스케일이 돋보이지만 내면에는 휴머니즘이 녹아있는 작품입니다. 저는 <킹콩>에서 뛰고, 구르고, 다른 배우들과 함께 부대끼는 역동적인 모습과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모두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킹콩>에는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액션과 스릴, 그리고 재미와 따뜻한 인간미가 녹아있습니다. 더 이상의 작품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가장 만족스러운 영화입니다.”


세계 최고의 제작진과 최첨단 기술력으로


영화 <킹콩>을 제작하면서 피터 잭슨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관건이자 어려운 난관은 영화의 주인공인 무시무시한 야수 킹콩을 스크린 위에 어떻게 창조해 낼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감독은 ‘킹콩’이 키 25 피트(약 7.6미터)에 몸무게 8천 파운드(약 6천 3백 킬로그램)의 거대한 고릴라로 창조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감독은 킹콩이 인간처럼 의인화 되는 것도, 비인간적인 괴물로 그려지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거대한 동물로서의 순수한 본질을 표현하면서 인간과 교감하는 존재로 창조하려고 했다.












실제보다 한층 더 실감나는 킹콩을 만들어내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과 모션 캡쳐(motion capture)를 결합시킨 기술로 <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만들어냈던 웨타 디지털(Weta Digital)의 특수효과 팀은 더욱 발전된 신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우들이 더욱 실감나는 감정 연기를 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킹콩의 습성을 그대로 이해하고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피터 잭슨은 골룸을 연기한 앤디 서키스야말로 킹콩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확신했고, 그를 다시 <킹콩>에 전격 캐스팅하게 된 것이다.
그를 캐스팅함으로써 피터 잭슨 감독의 그의 시각효과 팀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창조된 캐릭터가 아닌 창조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배우를 얻게 되었을 뿐 아니라, 주인공 나오미 왓츠는 앤디 서키스와 함께 연기하면서 킹콩의 감정과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앤디 서키스는 킹콩의 몸짓과 울음소리 등 모든 것을 고릴라들의 습성대로 행동하고 표현해야만 했다. 따라서 고릴라의 습성을 이해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었다. 결국 그는 <킹콩>의 크랭크 인에 앞서 천연의 야생 고릴라를 관찰하기 위해 권위 있는 영장류 동물학자와 함께 르완다까지 날아갔고, 고릴라의 습성과 행동 양식뿐 아니라 심지어 17가지에 달하는 고릴라의 발성법까지 통달하는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이러한 앤디 서키스의 연기는 모션 캡쳐 기술을 통해 킹콩의 몸짓으로 변화되었다.
<반지의 제왕>의 그래픽 기술을 담당한 세계적인 컴퓨터 그래픽 회사 웨타 디지털의 특수효과 팀은 모션 캡쳐를 통해 골룸을 완벽하게 창조해냈지만 똑같은 기술로 킹콩을 창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킹콩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었다.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겉모습을 표현해야 함은 물론이고, 고릴라라는 동물의 얼굴에 인간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정까지 심어 넣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골룸의 얼굴 표정은 앤디 서키스의 표정을 토대로 인간의 감정 반응을 모델로 했던 반면, 킹콩은 고릴라의 얼굴 구조를 통해 감정을 표현해야만 했다. 따라서 앤디 서키스의 얼굴 표정을 모션 캡쳐로 따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옮기는 작업만으로는 현실감 있는 고릴라를 표현해낼 수 없었던 것.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웨타 디지털의 전문가들은 킹콩의 얼굴과 눈을 통해 수많은 감정들을 표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냈다.
특수효과 팀은 고릴라의 근육들이 어떠한 유기적 관계를 갖고 움직이는지 관찰했고, 근육과 근육을 오가는 감정의 움직임을 그래픽에 대입했다. 이를 통해 고릴라의 근육과 골격 구조를 만들어 놓은 뒤 인간의 표정과 눈빛을 고릴라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옮길 수 있는 혁신적인 신기술을 개발해낸 것이다. 이 기술은 골룸에 사용된 방법보다 한 단계 진보한 하이 테크놀로지이며, 영화 역사상 <킹콩>에서 최초로 시도된 것이었다. 이로써 앤디 서키스가 느끼는 감정을 주인공 킹콩의 감정으로 표현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창조된 환상적인 미지의 세계 해골섬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3부작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특수효과가 사용된 <킹콩>. 영화 역사상 최고의 특수효과가 사용된 <킹콩>의 거대하고 환상적인 스케일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450명 이상의 특수효과 팀이 2,500개가 넘는 작업물을 만들어내는 대장정이 필요했던 것. 특수효과 팀은 실사와 디지털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 우선 아크릴, 오일, 파스텔, 흑연 등으로 배경을 그리는 초기 디지털 작업을 시작했다. 디자이너들은 폭풍우 치는 하늘 등 특수효과가 필요한 영화 속 배경을 두꺼운 종이에 그려냈고 이는 디지털 작업을 통해 완성되었다. 수백만 년 동안 진화의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 해골섬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서 현실감을 최대한 강조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했다.












이 모든 작업을 실제 정글을 배경으로 진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에 피터 잭슨 감독은 해골섬을 완벽하게 축소한 모형 수십 개를 하나 하나 제작하는 방식을 택했다. 원작에 등장했던 공룡들의 모습을 살려내기 위해 특수효과 팀은 수많은 공룡들을 디자인했고, 등에 거대하고 날카로운 날이 솟아있으며 악어가죽보다도 더 거친 피부를 표현해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브론토 사우르스와 티라노 사우르스는 실제 모습에 특수효과 팀의 상상력이 가미된 것이며, 하늘을 나는 도마뱀은 100퍼센트 상상력에 의해서 창조된 미지의 생물이다.
그 어떤 생명체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킹콩을 디자인 하는 일이었다. 실제 고릴라의 모습을 바탕으로 하면서 다른 고릴라와는 확연히 구별되도록 디자인했다. 일단 디자인이 완성되자 조각가들은 킹콩의 입체적인 피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킹콩의 미니어쳐를 특수효과 팀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스캔받았다. 그 다음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킹콩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들어 주는 애니메이팅 단계를 거쳤다.
킹콩 얼굴의 새로운 움직임과 표정을 연출하는 것은 컴퓨터 그래픽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특수효과 팀은 미니어쳐에 몸과 얼굴 근육조직을 입히고 털로 뒤덮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렇게 창조된 킹콩은 싸우고 떨어지고 뛰는 등의 앤디 서키스의 동작 연기를 통해 완벽하게 태어날 수 있었다. 디지털 캐릭터의 움직임이 인간의 행동으로 구체화되지 않는 한 관객들이 그것을 실제 생명체로 느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거대한 세트에서 뉴욕 재현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배경인 1930년대 뉴욕을 재현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였다. 피터 잭슨 감독은 이를 위해 당시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사진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1930년대에 지어진 건물 중 지금까지 현존하는 건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사진자료를 근거로 당시의 뉴욕 거리를 재현한 것. 하지만 완벽한 뉴욕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필요했고, 시각효과 팀은 도시를 만들어내는 로봇이라는 의미를 지닌 시티 봇(City Bot)이란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그 당시 거리의 작은 조형물 하나까지도 재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어, 이 시스템이 도시의 입체적인 구조를 만들면 디자이너들이 1930년대의 지역사진을 참조해 도시의 전체적인 외양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위한 이미지 사진은 뉴질랜드 미라마르에 위치한 스톤가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원래는 페인트 회사였던 이 장소는 제작진들에 의해 <킹콩>의 세트장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세트 벽면은 청색과 초록색의 블루 스크린으로 제작되어,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 촬영을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외에도, 킹콩이 뉴욕에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1929년에 지어져 2,350개의 관람석을 보유한 오클랜드의 유서 깊은 시민극장에서 촬영되었는데, 1,000여명의 지역 엑스트라들이 동원된 이 장면을 촬영한 이후, 이 극장은 연일 매진사례가 이어질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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