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가족’이 코리아타운을 살린다

이 뉴스를 공유하기





일명 “기러기 가족”이 LA를 포함한 남가주 일대에 약 1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주에 약 20만명까지 거주하는 것으로 일부 학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이들 ‘기러기 가족’들은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만 매년 1만명 정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다른 동포사회 구성원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특히 북미주의 ‘기러기 가족’들이 주택 구입 등을 포함, 해외생활에서 지출되는 금액만도 현재 연간 70억 달러에 이르고, 남가주 지역에 지출되는 돈만도 연간 30억 달러로 추산될 정도이다. 이들 때문에 특히 코리아타운의 은행이나 부동산업종과 유학원, 과외학교 등등이 돈벌이를 하고 있으며 식당 등을 포함한 타업소들의 매상도 높여 주고 있다. 이제 ‘기러기 가족’은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수의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보도할 정도로 세계화가 되어가고 있다. 한국인의 ‘기러기 가족’은 미국 뿐만 아니라 캐나다, 영국, 호주, 중국, 일본 등등에 광범위하게 퍼져 가고 있다. 물론 미국 LA 등지에 가장 많은 ‘기러기 가족’이 살고 있다.


성진 취재부기자


















코리아타운의 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K씨(24)는 중학교 때 캐나다로 조기유학한 “기러기 세대”이다. 캐나다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후 한국에 돌아 갔었으나 영어만 제대로 할 뿐 한국학생들과 경쟁해 취업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그는 옛날 생활이 편한 캐나다로 돌아갔었지만 이미 그곳에서도 살아 가기가 힘들었다. 어찌어찌해 소문을 듣고 LA로 온 그는 한인타운에서도 제대로 일을 잡을 수가 없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조기유학 비용을 지원해 주며 아들의 성공을 바랐던 아버지와는 연락을 끊은 지도 오래된다.
위의 이야기는 ‘기러기 가족’의 슬픈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기러기 가족’들은 오늘도 LA 국제공항 터미널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LA와 오렌지카운티 지역에서도 학군이 좋은 밸리, 웨스트우드, 플러튼, 어바인 등지에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외업소에서 ‘기러기 가족’ 학생들이 상당수 볼 수 있다. 한 과외업소 관계자는 “최근 이들 ‘기러기 가족’ 학생들이 주요 수입원이 될 정도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남가주 지역의 웬만큼 큰 교회의 구역장들은 ‘기러기 가족’에 대한 사목을 따로 설정할 정도로 우리주변에는 ‘기러기 가족’들이 많다. 그들에 대한 슬픈 이야기도 너무도 많다. 
<´우리 아들이 “아빠”라고 말하는 그날까지´ – “오는 7월말이면 엄마와 형과 니가 미국으로 떠난지 만 6년이 되는구나. 너의 자폐에 의한 언어장애로 말을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들은 지가 벌써 12년이 다 되었구나. 아빠와 엄마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너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곤 6년전 메디컬센터가 있는 시카고로 떠났지”>(자폐를 앓고 있는 아들의 치료를 위해 뉴욕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떠나보낸 김모씨의 사연)


<´생각할수록 미안한 것 뿐인데´-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이곳에 있을 때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었다는 것과 그런 문제로 많이 힘들었었다는 사실조차 헤아리지 못 했었다는 게 엄마의 마음을 매우 아프게 했단다”>(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아들을 시애틀에 보낸 박모씨의 사연)


이들 사연들은 지난해 5월 ‘가족의 달’을 맞이해 아시아나 항공사가 ‘기러기 가족사랑’ 이벤트에 접수된 370여통의 편지 중에서 뽑힌 5편 중의 2편이다. 다른 3편은 영국, 중국 등으로 자녀들을 보낸 ‘기러기 아빠’들의 사연이었다. 이제 ‘기러기 가족’이란 말은 전혀 생소한 단어가 아닌 보편적인 단어가 되어 버렸다.















아시아나항공측은 최종 선정된 다섯명에게 이들 가족이 거주하는 도시와 가장 가까운 아시아나항공 취항지 왕복항공권을 제공했으며, 게시판에 사연을 보낸 사람 중 20명에게 국제전화 5만원(약50 달러) 무료 통화권을, 사연을 접수한 모든 고객에게는 국제전화 2천원(약 2달러) 무료 통화권을 증정했다고 한다.
이벤트를 진행한 아시아나항공 인터넷 세일즈팀 이강숙 과장은 “가족의 달을 맞이해 실시한 이 행사가 가족간의 사랑을 더욱 깊게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라며 “교육현실 및 사회적인 문제로 인해 해외로 가족을 떠나 보내야 하는 사연들도 있어서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기러기 아빠’들에 관한 기사를 보도했다.
<어느 서울 양재동의 한 갈비집. 거나하게 취기가 오른 중년 남성 십여명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무용담’ 같은 얘기들을 털어놓았다. 혼자 남은 외로움을 어떻게 견뎌냈는지부터 끼니 때울 땐 이런 방법이 좋다는 둥, 요즘 과일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둥, 화제가 끊이질 않았다. 어떤 이는 자주 전화하지 않는 아내와 아이들이 야속하다고 하고, 어떤 이는 욕실 전구를 갈지 못해 끙끙대던 아내 생각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했다. 모두 공감가는 얘기에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대부분이 40대의 중년인 이들은 뉴질랜드로 처자식을 떠나보내고 때 아닌 홀아비 생활을 하고 있는 ‘기러기아빠들의 만남(www.nzgaza.com)’ 모임 회원들.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느냐는 말이 빠지지 않았지만, 결국 자식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희생을 하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다음 만남을 약속했다.>
이같은 ‘기러기아빠들의 만남’은 서울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자녀들의 조기교육으로 야기된 ‘기러기 가족’은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계속 양산되고 있다. 부부간의 장기간 생이별으로 각기 불륜의 관계로까지 번져 가정이 깨지기도 한다. TV 드라마에서까지 등장하고 있을 정도이다.
‘기러기 가족’이란 엄마와 자녀는 유학을 위해 외국에서 생활하고, 아빠는 한국에 남아 혼자 벌며 학비와 생활비를 조달하는 신종 이산가족을 이르는 말이다. 현재 한국 사회가 낳은 기러기 가족 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그러나 최근 해외 유학·연수 송금액수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고 엄마의 동행이 불가피한 초등학생의 유학이 급증하고 있다는 데서 그 증가세의 가파름을 짐작할 수 있다. 유홍준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00년 초등학생 자퇴자 수가 1만5천여명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매년 적어도 1만∼2만 가구의 기러기 가족이 양산된다고 관측했다. 수년 전 SBS 시사프로그램 ‘뉴스추적’에서는 한국사회가 이미 5만명 이상의 기러기 아빠를 양산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낸 적이 있다.
이같은 통계를 비추어 볼 때 초등학생 자퇴자 15,000여명과 중고등학생 들을 합친다면 지난 2000년 이후 6년 동안 적어도 15만여명 정도가 미국 등 해외로 나간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도 최근 미국 내 한국의 조기 유학생이 2000년 4400명에서 2002년 1만명으로 늘었다는 보도는 ‘기러기 가족’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고 지난해 1월 남경희 서울교대 교육학 교수가 발표하기도 했다.














‘기러기 가족’이 증가하는 이유로서 한국의 교육제도에서 빚어진 과도한 입시 경쟁에서 벗어나고, 외국에서의 학력취득을 부모들의 바램에서 찾을 수도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개별 가족에 따라 차이가 나긴 하지만, 엄마와 두 자녀를 기준으로 할 때 미국의 경우 평균 1년에 7천만원, 캐나다의 경우 5∼6천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02년 1월부터 7월까지 해외 유학·연수 송금액은 7억7천7백만 달러로 전년도 총 금액인 6억9천8백만 달러를 앞질렀다. 특히 7월 송금액은 1억4천1백60만 달러를 넘어 월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기러기 엄마 생활을 하고 있는 한 40대 여성은 “아이들을 공립학교에 입학시킬 수 있다면 한국에서 과외시키는 것보다 훨씬 돈이 적게 든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치러야 하는 비용도 적지 않다. 우선 운이 좋은 경우를 제외한다면 두 집 살림을 꾸려나가는 데 따른 재정 부담이 크다. 여기서 운이 좋은 경우란 현지에 연고가 있어 정착 비용이 많이 들지 않거나, 미시민권을 가지고 있어 아이들을 공립학교에 보낼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재벌급 기업이나 사업을 크게 하는 가장을 둔 ‘기러기 가족’들은 미국생활이 문제가 없으나중산층이나 샐러리맨 가장의 경우 남자의 기본 생활비를 제한 월급의 대부분을 송금해도 현지에서의 학비·체제비로 빠듯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경우 남편은 본업 외에 가외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부인은 미국에서 식당 주방일 등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도 한다. 일부 젊은 주부는 노래방이나 룸살롱 또는 에스코트 비즈니스에 나서기도 한다.


(다음호에 계속)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