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지의 선거여론조사 ‘한편의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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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대 LA한인회장 선거를 앞두고 한 주간지가 여론조사를 실시해 보도한 내용이 타운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선거여론조사의 배경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타운에서는 이를 두고 모 후보가 자금을 대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결과를 얻게 했다는 루머도 나돌고 있다. 지난 6일자로 창간한 주간지 ‘우리신문’은 “LA한국인 의식구조 조사”를 보도했는데 그 내용을 전해들은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뚱했다고 본보에 독자들의 제보가 있었다. 문제의 주간지는 두번에 걸처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LA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한인은 강준민 목사’라고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에 기독교계에서까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왔다. 교계에서 잘 알려진 한 기독교회 장로(55)는 ‘강준민 목사가 한인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보도 내용에 신빙성을 전혀 둘 수 없다”면서 “조사를 어떤 식으로 했는지 무척 의문이 간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주간지는14일자에서는 ‘한인회장 후보 지지도’ 조사를 보도하면서 ‘남문기, 김기현, 김남권, 스칼렛 엄’순으로 인기순위를 보도했다. ‘한인회장 후보 지지도’ 조사는 애초 계획에 없다가 갑자기 취급한 것으로 알려져 특정후보를 놓고 그 배경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한인회장 선거특별취재반


















문제의 주간지는 이번 여론조사를 한국에 있는 한국갤럽에 의뢰하였는데 조사를 위해 수집한 자료들이 제한적이고 불충분한 자료를 사용했으며, 전화문의 조사방법도  LA코리아타운의 특성이나 환경을 모르는 한국에 있는 조사원들이 한국에 앉아 인터뷰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LA 코리아타운에서 직접 전화조사를 해도 아직도 객관성이 떨어지는데 멀리 한국에서 전화로 했다는 것은 ‘코끼리 만지기’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또 이 주간지는 “4000통 전화를 해 3000여명이 전화를 받았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끝까지 조사에 응한  표본 501명을 추려 내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인만을 위한 전화번호부가 없어 해당 주간지를 발행하는 회사가 제작한 업소록을 대안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구색을 맞추기에 객관성을 결여한 자료와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일어난 일이다. 당시 3대 방송사가 약 50억 원의 거액과 수천명의 인원을 동원해 실시한 16대 총선 여론조사는 제1당조차 맞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방송사 여론조사만 믿었던 중앙일간지들은  모두 오보를 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의 신문·방송·통신들도 맥없이 같은 오보를 내고 말았다. 당시 여론조사가 참담하게 실패하자 로이터 등 외신들은 이를 두고 ‘한 편의 코미디’ ‘세계 선거여론조사사상 최악의 우둔한 결과’라고 비난했다. 결국 조사원 3,500명의 노력과 16억원의 막대한 조사경비는 방송전파와 함께 공중으로 날아가버린 셈이었다. 이번에 문제의 주간지가 선거여론조사를 하면서 조사의 생명인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을 크게 생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실시한 것은 “한 건 하겠다”라는 옐로저널리즘의 행태라고 볼 수 있다. 선거 때 여론조사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언론사는 물론이고 일반인들은 현재 어느 후보가 앞서고 있으며, 과연 최종적으로 어느 후보가 승리할 것인지에 많은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이러한 궁금증을 여론조사보다 더 정확하게 풀어줄 수 있는 다른 대안이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에 언론이 여론조사에 매달린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거에서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의 후보선정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왜냐면 여론조사의 정보를 통해 좀더 유식한 유권자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경우, 다수의 후보들이 난립할 때 그중에서 경쟁력 있는 소수의 후보들을 압축해주는 여과기능도 수행한다. 다시 말해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에게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와 가능성이 없는 후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유권자들의 후보선택을 도와주기도 한다.
이런면에서 이번에 주간지 ‘우리신문’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점은 평가 받을 만 하다.  그리고 이런 조사를 통해서 LA한인동포들의 다양한 의식구조와 수준을 알아 본 것도 한인사회 의식 구조의 한 단면을 알아볼 수 있다는 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이번 조사에서 성별, 연령, 소득수준, 직업별, 형태, 교육수준, 이민세대 등등 다양한 분포로 수집한 것을 구체적으로 게재했다는 것은 앞으로 다른 언론사 들이나 조사기관들이 본 받을 만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확도와 객관성 그리고 타당성을 놓고 볼 때 이번 조사가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 그 신뢰성에 금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선거여론조사에서 이 주간지가  얼마만한 관심을 갖고 무엇을 어떻게 보도했는지가 문제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조사의 공정성이 크게 의심되는 여론조사를 인용보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설사 조사를 실시한 기관이나 후보자의 이름을 기사에서 밝혔다고 하더라도 자칫 독자들의 판단에 혼동을 줄 위험성이 높았다. 이번의 여론조사가 후보자들의 지지도 등에만 초점을 맞추었고, 후보들의 정책문제나 한인회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시 말해 정책이나 이슈 중심의 여론조사보다는 ‘현재 어느 후보가 얼마나 앞서 있고, 후보들간의 격차는 어느 정도인가’에만 초점을 두었다. 이러한 경마식 저널리즘은 특정후보 띄우기나, 마치 흥미있는 게임이나 오락으로 인식시켜 준다는 점에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여론조사의 정확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 역시 큰 문제다. 여론조사가 정확하지 못한 데는 여러 원인들이 작용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선정된 표본의 대표성이 없다든지, 자료수집 방법이 잘못되고 조사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거나, 아니면 설문 및 응답 항목이 잘못됐다든지, 또는 조사원의 실수나 의도적인 조작에 의해 오류가 발생함으로써 조사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번조사에서 선정된 표본의 대표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그 주간지도 밝혔듯이 “여론조사에서 표본 추출은 전화번호부를 통한 무작위 추출이 가장 신뢰성이 높으나….하나의 고민은 LA에 한국인만을 위한 전화부가 없어 대안으로 ‘코리안 예로페이지’를 선책했다”고 하여 우선 가장 핵심적인 자료가 되는 표본 추출에서 실패했다. 만약 준비를 철저히 했다면 한인전화번호는 얼마던지 수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체국의 ‘화이트 페이지’, 시중에 나와있는 한인업소록, 여러교회의 명부 등등을 수집해 짚코드별로 분류해 표본추출에 어느 정도는 근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준비과정을 생략했다. 미국 현지 사정을 전혀 고려치 않았던가, 시간에 쫓겼던가, 예산상이나 인력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번 한국의 총선선거결과 예측의 부정확성 문제는 무응답률이 너무 높다는 데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대표 표본을 확보하고 조사가 성실하게 진행됐다고 하더라도 지지후보에 대한 물음에 40~50%의 무응답률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지도 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같은 시점에 실시한 언론사 여론조사가 제각기 다른 결과를 나타내는 것도 바로 무응답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번 주간지 조사에서도 4000통을 전화해 3000여명이 받았으나, 약 17%만이 답변하고 80% 이상은 아예 인터뷰 자체를 거절했다고 한다. 따라서 기독교 신자들도 잘모르는 ‘강준민 목사’가 ‘한인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등장하게 되는 해프닝 결과가 나오게 된다. 한 통계관련 인사는 “전화를 받는 사람들이 주로 코리아타운 지역에 많을 경우 그 지역의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받는 경우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오류를 지적했다.
이번의 선거여론조사는 모든 응답자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투표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응답자의 투표참여 여부를 정확히 예측하는 방법으로  4가지 유권자 유형 중 ‘가'(지지후보를 결정한 투표의향자)와 ‘나 ‘(투표의사를 갖고 있는 미결정자)를 제외한 ‘다'(지지후보를 결정했지만 투표의사가 없는 사람)와 ‘라'(지지후보도 결정하지 못하고 투표의사도 없는 사람)를 걸러냈다면 지지도 예측은 훨씬 정확해졌을 것이다.
미국의 조사기관은 응답자가 투표에 참가할  것인지, 과거의 투표성향, 인구통계 학적 속성 등의 변수들을 종합하여 하나의 ‘투표 가능성’지수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여론조사회사들은 판별분석을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마구 사용하고 있다. 판별분석이 무응답률을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임에는 틀림없지만 40~50%에 이르는 무응답률을 보인 조사를 근거로 무응답자의 지지후보를 끌어낸다는 것은 대단히 무리다.
예를 들어 전화조사의 경우 표본으로 선정된 응답자 접촉 실패(통화중, 부재중, 응답 거절, 자동응답기 작동, 중도 탈락 등)가 많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언제, 어떻게 재접촉 시도를 해야 할지 나름대로의 조사원칙과 절차기준을 마련하여 이에 철저히 따라야 한다. 미국 갤럽은 최소한 두 번 재시도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거의 재접촉 시도를 하지 않는 대신 성과 연령을 기준으로 사전에 할당된 사람의 머릿수만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조사에서 김남권 후보는 1차조사에서 ‘LA한인사회를 이끌고 나갈 지도자’ 항목에서 3위였고, 남문기 후보는 7위였다. 스칼렛 엄 후보는 8위였고, 김기현  후보는 순위 밖이었다. 그런데 2차조사(4월10일과 11일)에서 갑자기 남문기후보가 1위고 김기현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2위로 올라섰다. 당시는 후보자 토론회전이었다. 1차 조사 후 무슨 작용이 일어났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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