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나에게 X-파일 盜聽 테이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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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초 유력일간지 검찰 출입 후배기자와 저녁 식사 자리에서 코미디극에서나 볼법한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국정원 직원이 기자와 만나 필자에 대해 이야기하며, 필자가 언제 출국해서 언제 입국한 것까지 소상하게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 이유는 최근 다시 화제가 된 MBC이상호 기자의 X-파일과 관련한 테이프(유실된 2개의 테이프 포함)를 필자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 때문이란다. 더불어 후배기자는 필자에게 ‘6월7일 입국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며 ‘최근에 어떤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조차 알고 있더라’고 말했다. 필자가 언제 입국했으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후배기자의 말을 듣고 그 말이 사실임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는 ‘처음에는 국정원에서 무엇 때문에 선배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는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X-파일 도청 테이프를 가지고 있다는 국정원 정보 때문인 것이 확실하다’고 전했다.
후배기자 또한 필자가 도청테이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하면서 한국의 정보기관이나 언론계에서 조차 필자가 문제의 도청 테이프를 보관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는 증권가 유인물에서 조차 필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에서 필자의
동향을 감시한다는 소리를 들은 필자의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전화를 하거나 누구를 만나도 마치 국정원 요원이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국정원이 필자를 주목하는 것은 지난 10일 X-파일 보도와 관련, 법원으로부터 무죄선고를 받은 MBC 이상호 기자와의 친분관계 때문이리라. 필자는 평소부터 이상호기자의 기개와 투철한 기자정신을 높이 평가해온 일종의 팬이었다. 그의 인간적인 매력 때문에 필자가 무척 아끼는 선·후배 사이가 됐다. 이 기자는 LA에 올 적마다 필자와 함께 생활하다시피 했으며 문제의 X-파일 음성분석을 확인하러 2004년 1월 초 LA를 방문했을 당시도 필자와 함께 있었다. 당시 필자는 이상호 기자가 무슨 이유로 LA에 온 것은 어느 정도 짐작으로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았다.
이 기자는 문제의 도청테이프에 관한 음성분석 작업을 완료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필자와 술잔을 기울이면서 ‘형님, 당분간 연락을 못 드릴 것 같습니다’라며 비장한 인사말을 남기고 떠났다. 이 기자는 후일의 사태에 대해 예감하고 있었던 같았다. 이런 정보가 아마도 국정원 측으로 흘러 들어간 것 같고 국정원은 필자가 마치 문제의 도청 테이프를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잘못 판단한 모양이다. 수개월 후 드디어 이상호 기자의 X-파일 보도가 터져 나오면서 필자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상호 기자가 폭로한 문제의 도청테이프와 공운영씨가 보유하고 있던 도청테이프 중 유실된 2개의 테이프를 필자가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돌기 시작했다. 사실이 아니기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는 없다’고 말하는 것도 유치하기 짝이 없었기에 침묵했다. 한국에 체류하고 있으면서도 필자는 의도적으로 이상호 기자와 접촉을 가급적 피했다.
그러나 이제 법원은 이상호 기자의 손을 들어 주었고 더 이상 그를 피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필자도 문제의 도청테이프를 단 한 개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이상호 기자에 대한 무죄판결은 아직까지 대한민국 사법부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고 평가한다. 이 판결은 향후 언론보도에 있어 더욱 신중을 기하라는 의미인 동시에 공공의 이익이 법보다 우선한다는 판결이다. 그 동안 밀실 속에서 거래되었던 정경유착의 고리를 철저하게 차단하라는 시대적 사명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도청 테이프를 단 한 개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재차 강조한다. 이제 국정원은 필자에 대한 감시나 동태파악을 즉각 중단하고 더이상 불필요한 소모전을 끝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국에서>


연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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