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간첩단 사건 ‘베일 속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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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는 가운데 터져나온 간첩단 사건이 한국사회에 일파만파 충격을 주고 있다. 다시 말해 이번 사태는 드러나지 않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차기 대선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뇌관을 장착하고 있는 상태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간첩단사건과 관련된 광범위한 정보수집에 착수했으며 국정원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와 관련, 국정원 내 보수세력들이 김승규원장을 중심으로 야당에 주요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친북세력에 대해 일대 반격에 들어갔다는 전언도 있다. 본지는 재미동포 마이클 장을 정점으로 한‘간첩단 사건’의 숨은 내막을 추적 보도한다. 


연훈(발행인)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


‘386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북한 정보원 접촉사건을 수사 중인 국가정보원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송찬엽)는 북한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장민호(미국명 마이클 장)씨 등 운동권 출신 인사들을 통해 내년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공안당국은 특히 북한 대외연락부가 장민호씨 등에게 “야당 유력 대선주자의 동향을 파악하라”는 ‘지령’을 내린 단서를 잡고 구체적인 확인 작업에 돌입했다. 지령의 내용과 분량이 예상외로 많아 분석 작업이 완료될 경우 ‘매머드급’ 파장이 불거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당국이 지령을 분석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철저하게 은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일심회 조직원들은 지령과 보고문을 주고받을 때 철저하게 은어를 썼다. 이메일 등으로 교신할 때 당국의 감청·검열을 피하고 혹시 발각되더라도 내용을 비밀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과연, 이번 사건이 정치권에 ‘매카시 열풍’을 만들어낼지, 아니면 역풍으로 바뀌어 ‘신공안정국’을 만든 세력이 ‘화’를 입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국가정보원이 입수한 일심회 보고문건에 따르면 이들은 민주노동당을 ‘민회사’, 열린우리당은 ‘우회사’, 한나라당은 ‘나회사’로 각각 표기했다. 조직원 장민호씨와 손정목씨, 이진강씨 등이 직접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회사원으로 재직 중이라는 점 때문에 ‘회사’라는 이름을 쓰면 외부의 의심을 덜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서로를 부를 때도 ‘최사장’(최기영 민노당 사무부총장) ‘장사장’(장민호씨) 등의 호칭을 사용했다.


지령 문건은 ‘은어’로 작성
특히 이들은 북한 조선노동당을 ‘우리당’으로 불렀다. ‘우리당’은 열린우리당의 약칭으로 사용되는 용어다. 이밖에도 좌파세력은 ‘좌회사’, 통일전선체는 ‘통회사’ 등으로 지칭했다.
민노당 창당과정에 참여하면서 입수한 민노당 내부자료와 인적사항 등을 북한에 제공한 혐의로 2003년 구속기소됐던 강태운 전 민노당 고문도 ‘회사’(북한), ‘지사’(민노당), ‘계열사’(민노총), ‘개발공사’(전국연합), ‘지점’(한총련) 등의 은어를 사용한 바 있다.
이쯤되면, 10여년간 사실상 ‘고정간첩’으로 암약해 온 장민호씨를 통해 북한의 지령이 거미줄처럼 각계로 퍼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김승규 국정원장이 사표를 제출하자, 일각에선 386세력의 압력설을 제기했다. 간첩 사건의 파문이 확대일로는 걷게 된 원인 중 하나다.
이와 관련, 국정원 한 관계자는 “장기간 이번 사건을 추적하고 준비해 온 것으로 안다”면서 “내부에선 시기적으로 지금이 간첩 사건을 호픈할 적기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부 언론에서 국정원장의 사퇴 이유과 관련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는 것에 대해 “국정원은 이번 사건의 배후에 대해 특정지은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에 포진해 있는 386세력과 국정원의 ‘신경전’을 염두해 둔 발언이다.
이른바 ‘간첩단 사건’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핵심 인물은 바로 장민호씨다.
미국 시민권자인 장 씨는 1981년 성균관대 국문과에 입학했다. 1년 뒤 휴학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클 장이라는 이름으로 군에 입대하기도 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장민호씨는 미국에서 친북인사 김모씨에게 포섭된 뒤 89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모르스 통신교육 등을 받았다. 방북 직후 미군에 입대한 장민호씨는 주한미군으로 한국에 파견된 뒤 서울 용산과 대전 미군기지에서 물류시스템을 담당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군 관련 정보에 해박한 지식을 갖추었을 것으로 보인다.
군대를 제대한 93년 그는 두 번째로 방북해 북한 조선노동당에 가입하고 충성서약을 했다고 한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에 있는 정보통신부 산하 민간 기관에 부장급으로 현지 채용되기도 했다. 정부 관련 기관에서 공인된 자격을 부여 받았기 때문에 활동이 더 자유로울 수 있었다.
99년 귀국한 그는 ‘벤처붐’을 타고 서울 강남에 3D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인 ‘나래디지털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으며 한때 게임 전문 위성방송까지 운영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경인방송 매각 과정에도 장민호씨가 개입한 흔적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받았다. 사업가로 변신했던 그는 2003년 자금난으로 인해 사업을 접어야 했다. 최근까지는 지상파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업체인 K사 사장을 지냈다.
공안당국은 장씨가 89~99년 최소한 세 차례 이상 방북해 간첩교육을 받고 미군 복무 기간을 포함해 10여 년간 고정간첩으로 활동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장민호씨는 특히 국내에서 활동하면서 일심회 조직원을 물색, 지하조직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대상자를 찾는 데는 ‘탐색→제안→포섭’이라는 세 단계를 거쳤다. 학연, 지연을 활용하는 한편, 사업상 관계자들을 이용해 접근한 뒤 반미(反美) 활동,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 등을 1~2년에 걸쳐 검증했다.
장민호씨가 고정간첩으로 활동했다는 또 다른 증거는 바로 그가 북한으로부터 ‘조국통일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장민호씨는 ‘일심회’를 통해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초 수상했다는 게 국정원측의 설명이다. 국정원은 장민호씨의 집에서 압수한 휴대용 컴퓨터 저장장치(USB) 메모리와 e-메일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1982년 미국으로 건너간 장민호씨는 북한을 방문해 조선노동당 가입과 “지하당을 구축하라”는 지령을 받고 99년 귀국, 일심회를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과 검찰은 일심회 조직원들이 개별적으로 각종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일심회 조직 확대를 시도한 정황을 포착, 이들과 접촉한 인사들을 추적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정당 관계자 K씨와 학생운동권 출신 시민단체 관계자 K씨 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중 한 명이 북한 공작원들의 중국 베이징(北京) 소재 비밀아지트인 ‘동욱화원’을 방문한 단서를 잡고 확인 중이다.


일심회 조직 확대 시도 정황 포착












조국통일상은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민족의 자주권과 자주적 평화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위업에 공헌한 애국인사”에게 수여한다며 90년 제정했다. 당 간부, 밀입북자, 대남공작 종사자 등이 수여 대상이다. 북한의 김용순(사망) 전 조평통 위원장, 밀입북(89년)했던 문익환 목사, 임수경씨, 이인모씨 등이 이 상을 받았으며, 북송된 비전향 장기수들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 베이징 아지트 또한 주목받고 있다. 이곳은 북한 대외연락부가 남측인사들과의 접선용도로 관리해온 장소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은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혐의로 체포된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 최기영(40)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사기록에 공작원 접촉 장소를 지목함으로써 알려지기 시작했다.
북한 공작원들이 국내 인사를 접선하는 데 활용한 비밀 아지트라고 국정원이 파악하고 있는 이곳은 중국 베이징의 ○○동에 위치한 ‘동욱화원’이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고정간첩이자 이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장민호씨가 ‘일심회’라는 비밀조직의 조직원으로 포섭한 국내 인사들은 각각 다른 시점에 한 명씩 이곳을 찾아 북한 공작원들과 접촉했다.
장민호씨의 회사 직원으로 일하다 현재 홈쇼핑 회사에 다니는 이진강씨는 2003년 4월에, 최 사무부총장은 작년 8월에, 이정훈 전 민노당 중앙위원은 올해 3월에 출국해 ‘동욱화원’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동북화원에서 접촉했다는 북측 공작원은 북한 대외연락부 유기순 부부장과 김정용 과장 등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동욱화원을 남한 인사들의 고정적인 접선 장소로 관리하고 있는 대외연락부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산하 4개 대남 공작 부서 중 하나로 1947년 조선노동당 5과로 창설돼 사회문화부 등으로 개명됐다가 확대 개편된 부서이다.
공작원 교육 및 남파, 포섭, 한국 내 고정간첩 관리 및 지하당 구축 등이 주된 임무인 대외연락부는 남한 출신으로 당 중앙위 정치국 후보위원까지 올랐다가 은퇴한 거물 여간첩 정경희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1995년 충남 부여에서 체포된 무장간첩 김동식과 15대 대선 직전 체포된 부부간첩 최정남ㆍ강연정 등이 모두 대외연락부 소속이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장민호씨 등 관련자들이 공안당국의 ‘기획수사’라고 반발한 것과 관련, 김승규 국정원장이 “이번 사건은 간첩단 사건이 확실하다”고 언급한 데 이어 지난 10월 30일 공안당국 관계자들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공안당국이 그간 확보한 물증을 토대로 북측이 장민호씨를 통해 내린 지령의 실체를 상당히 포착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다른 사안에 함구하면서도 “장민호씨가 지령을 받은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까지 수사한 바에 의하면 그 정도는 맞다”고 확인했다.
정치적으로는 이미 장민호씨가 올해 초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보고한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 관련 동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차기 대선과 관련된 주요 인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31일 서울시장 선거 때 민노당이라도 열린우리당에 표를 몰아줘 한나라당 당선을 막는 방안이 지령 내용에 포함된 만큼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등의 각종 선거에도 개입하려 한 정황이 나올 수도 있다.
또 시민단체를 반미투쟁에 끌어들이는 방안 등이 지령 내용에 포함됐고, 지난해 중국 선양에서 5개 사회·시민단체와 북한 공작원 접촉을 장민호씨가 주선한 부분에 대한 수사도 이뤄지고 있어 북측이 시민단체를 배후에서 조종해 반미시위 등을 주도했다는 세간의 ‘설’이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시민단체 연루설 ‘진실’ 밝혀질까
하지만 장민호씨가 북측 지령을 받았더라도 그것이 역동적인 한국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북측에 유리한 정국으로 실현됐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공안당국이 장민호씨 등의 간첩 혐의를 뒷받침할 물증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정치권이나 국민으로부터 ‘공안정국’을 조장했다는 비난과 함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북한은 고정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장민호씨 사건과 관련, “미국과 친미보수 세력의 날조·모략”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는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조선 공안당국이 반공화국(반북) 대결소동이 극도에 이르고 있는 때에 우리와 연결시켜 그 무슨 ‘간첩단사건’ 소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간첩단 사건문제로 사의 표명을 한 김승규 국정원장과 관련, 몇가지 주목할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번 사건이 크게 불거진 데에는 국정원 간부들의 파워게임 때문이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시기 조절을 주장한 국정원 내 온건파와 강경 대응을 굽히지 않은 김승규 원장 사이에 심각한 알력이 있었고, 결과는 영장 청구로 나타났다. 이후 김승규원장의 행보는 거침이 없는 상태이다. 마치 뭔가 큰 밑그림을 그린 뒤 이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검사 출신으로 보수적 인사인 김원장이 최근 북핵 사태를 지켜보며 반미 친북 성향의 여권 386권력실세들을 일거에 붕괴시킬 일련의 작전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후임 국정원장이 이번 간첩단사건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봉합하려할 경우, 핵폭탄급 자료를 하나씩 터뜨릴 소지도 있다. 그 핵폭탄은 여권의 K, Y의원 등과 외교안보라인의 전현직 각료 등도 이번 사건에 관련돼 있다는 것으로, 상황 전개에 따라 충격적인 사태로 발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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