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은 구도와 전력이 위력 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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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승패는 어디에서 날까. 걸출한 장수가 있든지 아니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진용을 단단히 갖추든지 해야 한다. 초한지를 보면 항우와 유방은 천하를 놓고 4년에 걸친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항우는 40여 차례 전투에서 연전연승을 거두며 유방을 궁지로 몰았다. 그러나 마지막 전투에서 일격을 당한 항우는 무너지고 말았다. ‘산을 뽑을 만한 힘(力拔山)’을 가졌지만 구도와 전략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지금 걸출한 장수가 버티고 있는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에 한참을 앞서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오로지 ‘빅3’가 있을 뿐 한나라당은 없다. 의원들은 어느 주자 뒤에 줄을 설지 계산하기에 급급하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치열한 내전 중이다. 궁지에 내몰린 자신들의 처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눈 여겨 볼 대목이다. ‘너를 알고 나를 아는 것’이 승리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황태순·정치평론가>


 





























‘대통합’의 가닥을 잡은 여권
“국민은 지금 우리당에 절망하고 있다.” 김근태-정동영의 신당창당합의문 첫 구절이다. 지난 연말 28일 아침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전격적으로 만났다. 27일 오후 의원워크숍에서 결론 냈던 ‘대통합추진’을 추인하기 위해서다. 두 사람은 내친김에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쐐기를 박았다. “(신당은) 어느 누구의 영향권에서도 벗어나 자율적, 독립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대통령의 개입 여지를 미연에 차단한 것이다.   
지난 연말 27일 오후 2시. 국회본청 246호실에서 열린우리당 의원 워크숍이 열렸다. 자리를 잡은 의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굳어있었다. 회의장 안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사수파와 통합신당파 모두에게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었다. 5시간 넘게 진행된 워크숍에서는 31명의 의원들이 나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의외로 싱겁게 결론이 났다. 2월 14일 전당대회에서 민주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의 대통합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장수들이 영 시원치 않으니 필승의 구도를 만들어서 일전을 겨뤄보겠다는 심산이다.
“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의 대통합에 대한 공통의 목표를 재확인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이날 워크숍 결과를 브리핑한 우상호 대변인의 말이다. 지난 해 11월 7일 김한길 원내대표의 “열린우리당은 정치실험을 마감해야 할 때”라는 발언으로 촉발된 통합신당파와 당사수파 간의 두 달 가까운 투쟁에 첫 매듭을 지은 것이다. 그 동안 노무현 대통령과 당사수파는, 통합신당추진을 ‘도로민주당’으로 회귀하여 지역주의에 기대려는 ‘필패의 구도’라며 맹렬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통합신당파들도 당사수파들이 결국 ‘영남신당’을 만들겠다는 또 다른 지역주의에 불과하다며 맞받아쳐왔다.
그러나 27일 의원 워크숍을 통해 여권은 ‘대(大)통합을 통한 정권재창출’의  가닥을 잡았다. 자신들을 ‘평화개혁세력+미래세력’으로, 한나라당은 그에 반대되는 세력으로 규정한 대결구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열린우리당+민주당+고건 전 총리’의 소(小)통합에 반대해온 노무현 대통령과 당사수파에게도 한걸음 물러설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다. 당장 당사수파들도 대통합의 명분에 수긍하고 있다. 그러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당사수파들은 여전히 김근태, 정동영 등 기존의 대주주들이 기득권을 버려야 ‘미래세력’으로의 외연을 넓힐 수 있다면서 통합신당파를 압박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전략통인 민병두 의원은 2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그는 “지역주의 극복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다. 그것은 ‘노무현의 담론’이었고 국민들은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면서 2007년 대선은 지역주의 극복을 넘어 민주개혁평화세력을 복원하고, 여기에 미래세력을 더해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박원순 변호사, 강금실 전 장관이 ‘미래세력’이라고 거명했다. 노 대통령의 직계인 이화영 의원도 “대통합을 하려면 가장 중요한 전제는, 우리당의 대선후보들이 기득권을 과감하게 포기해서 외부 유력인사들의 참여길을 터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여권이 본격적으로 대선구도를 그려가자 가장 어정쩡해진 주자는 다름 아닌 고건 전 총리이다. 지난 달 21일 노무현 대통령은 고 전 총리를 향해 “고건 총리 기용은 실패한 인사”라면서 직격탄을 퍼부었다. 고 전 총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즉각 “자기부정이요, 자가당착”이라며 각을 세웠다. 노 대통령과 고 전 총리가 거칠게 기 싸움을 벌인 것이다. 9.8%. 지난 달 26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긴급여론조사 결과 나타난 고건 전 총리의 지지율이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기 싸움에서 완패한 것이다. 특히 열린우리당 지지자들과 전남·광주지역에서 고 전 총리의 주가는 폭락했다. 1년 가까이 장외를 맴돌면서 기회를 노려온 고 전 총리의 장내진입이 좌절될 수도 있다.














 ▲ 지난 28일 긴급회동을 가진 열린우리당 김근태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악수한 후 신당창당에 대한 합의문을 발
표했다.

4월 대전 보궐선거는 ‘태풍의 눈’
역대 대선에서는 충청도의 민심을 잡은 후보가 승리해왔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충청의 맹주인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DJP연대를 성사시킴으로써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충청도로의 수도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어 충남 예산 출신의 이회창 후보를 꺾었다. 영남과 호남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충청도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려 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지난 달 26일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가 오는 4월 25일에 있을 대전 서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했다. 심 대표는 “이번 보궐선거는 대선과 연결된 보궐선거”라면서, 보궐선거승리를 통해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심 대표의 뜻대로 될지 의문이다.
4월이면 한나라당의 당내경선을 한두 달 앞둔 시점이다. 한나라당의 ‘빅3’가 총출동하여 보궐선거에 관여할 것이다.
특히 지난 해 5월 지방선거에서 면도칼 테러를 당하고도 마지막 순간 대전유세에 참여하여 판세를 뒤집었던 ‘마이더스의 손’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가 주목된다.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에 비해 당 장악력은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밀리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여론조사에서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로까지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밀리고 있는 박 전 대표로서는 이번 4월 보궐선거에서 바람을 일으켜 당내 경선까지 밀고 가려 할 것이다. 
여권은 전략적 선택을 할 공산이 크다. 대통합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여권으로서는 국회의원 한사람을 더 배출하느냐 마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 당내 유력후보인 염홍철 전 대전시장을 주저앉히고 심대평 대표를 측면 지원하는 그림도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 대 반(反) 한나라당’의 구도가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거기에 충남 공주 출신의 정운찬 전 총장을 지원군의 얼굴로 내세워 바람을 일으키는 전략을 쓸 수 있다. 아직은 국민적 지명도가 떨어지는 정 전 총장을 이명박-박근혜-손학규 ‘빅3’와 맞붙임으로써 지명도도 높이고, 충청지역과의 연대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당은 없고 이회창 후보만 있었던 것이 패배의 원인이었다”고 2002년 대선패배의 원인을 진단한 적이 있다. 지금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어떤 치열함도 발견하기 쉽지 않다. 모두가 ‘빅3’만을 쳐다본 채 ‘대세론’에 사로잡혀 있다. 당과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모두가 여권에 비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빅3’도 개별플레이를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세 사람 모두 특강, 지지자들 모임에 참석하기, 전통적 지지지역을 찾아 자기 담을 튼튼히 쌓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빅3’중 가장 뒤처져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지난 27일 손 전 지사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되도록 2007년 3월까지 체결해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민감한 문제에 부닥쳐 이슈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또 그는 “한나라당이 지역적 한계와 이념적 한계를 뛰어넘을 때 비로소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나라를 맡아달라고 부탁할 것”이라고 했다. 대세론에 안주하려는 당을 향해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지난 달 29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대선주자 4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김형오 원내대표와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최고위원단, 그리고 전재희 정책위원장과 황우려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사실상 대선체제의 킥오프를 하는 자리이다. “대선체제에 들어서면 후보 중심이 아니라 당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에 부응하려는 첫 자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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