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온 전두환 전대통령 잠적, 도착 후 종적 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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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LA국제공항 ‘톰 블래들리 터미널’ 입국장에 나갔던 이 모 회장은 아시아나 항공 도착 여행객들이 다 나오기 까지 아무리 기달려도 전 전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그는 한국의 모처로부터 전 전대통령이 아시아나 항공기에 탑승했다는 연락을 받고 불야불야 공항으로 달려갔으나 만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 시간 이미 전 전대통령 일행은 미연방경호원들의 안내로 보안구역에서 최병효 LA총영사와 아시아나 미주 본부장 등으로부터 간단한 인사만 받은 뒤 특별인사 출구를 통해 공항을 빠져 나갔다.
미 연방경호대는 한국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로 특별 보안 속에 전 전대통령의 일행을 일반 도착 승객과 구분해 별도의 입국수속을 치루도록 조치했다. 한편 LA총영사관측은  전 전대통령이 LA에 도착했다는 사실 자체도 알리는 것을 극력 꺼려 했다. 모 영사는 “그 분이 공항에 도착했으나   우리는 남쪽으로 갔다는 것 밖에는 모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영사는 “우리도 신문을 보고 알았다”며 오히려 취재진에게 “대통령의 동향을 알려 달라”는 제스추어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히 최병효 총영사는 공항에 나가 전 전대통령을 만났다. 이런 경우 공관의 어떤 예우 규정이 있기에 영접을 나간 것인지 아리송하다. 한국정부로부터 연락을 받아서 나간 것인지 또는 ‘전직 대통령이 LA에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고 나간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LA 총영사관은 방문 사실을 모처로부터 미리 통보 받을 때 비밀을 지켜달라는 당부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기에 공관측은 언론기관이나 어느 누구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밝힐 수가 없었다.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경우 총영사관이 “예우규정”을 어떻게 설명할지 제대로 대답하는 영사가 없었다. 지난번 야당의원인 홍준표 국회 상임위원장이 왔을 때 “예우규정에 따른 통보가 없어 공항 영접도 할 수 없었다”고 핑게를 댔는데, 이번 전 전대통령은 어떤 예우규정을 받았기에 총영사가 직접 공항에 나갔는지 불분명하다.













 
“이해할 수 없는 행보”


미국에 온 전 전대통령의 잠적이 길어지자 동포사회는 “도대체 전직 대통령이 무엇이 두려워 비밀 행보를 하는지 의문이다”는 반응이다. 한 동포는 “안전상 일부 보안은 필요하겠지만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동포사회에 자신의 행적을 전혀 나타내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면서 “공인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 대학생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면서 “일부러 과시해 나타내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렇다고 비밀행각을 벌이는 것도 수상하다”고 꼬집었다.
지난 해말 용궁식당에서 송년회를 가진 대구공고 출신들도 전 전대통령이 LA에 도착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여러 곳으로 수소문 했으나 전 전대통령의 거처를 알 수가 없어 답답해 하고 있다. 대구공고는 바로 전 전대통령의 모교이다. 이들 대구공고 출신들은 언론사 취재진들로부터 ‘전 대통령의 동정을 알려달라’는 요청에 “우리도 모르고 있어 답답한 실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 전대통령의 LA도착 보도는 지난 12일자 중앙일보 미주판에 짤막한 기사로 처음으로 보도됐다. 비록 짤막한 기사지만 파장은 컸다. 주인공이 ‘전두환 전대통령’이기 때문이었다. 국내에서는 그의 비자금을 추적하느라 사법기관들이 주시를 하는 판에 2007년 새해 벽두에 느닷없이 LA공항에 도착했다는 보도는 이곳 동포들에게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취재진들도 땀만 흘려


이 기사가 중앙일보에만 보도되자 경쟁지인 한국일보 편집국에서는 야단이 났다. “왜 이 기사가 빠졌는가”로 취재부서 간부들이 호되게 당했다. 당연히 취재부서 간부들은 총영사관을 의심했다. 이 같은 정보를 총영사관이 중앙일보에만 흘리고 한국일보에는 주지 않은 것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총영사관측이 일부러 한국일보만 빼놓고 중앙일보에만 준 것이 아니라는 심증이 굳어져 갔다.
총영사관의 윤희상 공보관 혼자만 답답해 했다.  공관의 홍보 담당자이지만 이런 경우 전 전대통령의 미국방문을 공식적으로 알릴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최 총영사나 정보 관계 담당자들은 전 전대통령의 동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나 입을 꾹 다물고 있다. 한편 한인 언론사 취재진들은 과거 5공 시절 고위 인사들이나 이들과 친한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전 전대통령의 동정을 캐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다.
전 전대통령은 이번 LA방문에 부인 이순자 여사를 비롯해 사돈인 대한제분 이희상 회장 부부와 함께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비서와 경호 수행원들도 딸려 있다. 미국에 있는 친인척들을 만나는 등 극히 개인적인 목적의 방문이라고 알려졌지만 도착 10여일이 지나도록 친인척이나 가까운 지인들과도 만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동부에 있는 아들 재용씨 부부가 샌디에고로 와서 부모를 만나 함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샌디에고에는 3남 전재만씨 부부가 살고 있다.
LA 한인사회의 원로로 전두환 전대통령과 무척이나 가까운 사이인 이모 회장도 ‘도착한다’ 연락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이 회장은 다른 지인들을 통해 전두환 전대통령 부부가 샌디에고에 거주하고 있는 차남 재용씨 부부와 막내 전재만씨 부부를 만났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전 전대통령 내외가 약 한 달 정도 머물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전 전대통령의 미국 행보는 사돈인 이희상 대한제분 회장 내외와 함께 샌디에고에 거주하고 있는 차남과 막내 아들을 만난 것 외에는 완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상태다.
이렇게 되자 전 전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두고 비자금 은닉설과 신병치료설 등이 흘러 나왔다. 비자금 은닉설은 사돈인 이희상 대한제분 회장이 동행했다는 데서 출발한다. 아들 전재만씨 부부가 결혼할 당시 이희상 회장 명의로 160억원 규모의 채권이 나타났는 데  당시 검찰은 이 중 114억 원의 실제 소유주가 전 전대통령이라고 주장하며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대한제분 이희상 회장의 전두환 전대통령 비자금 관련설이 나돌았기 때문에 이번에 미국 방문을 동행한 것에 대해서도 비자금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전 전대통령은 지난 1997년 4월 법원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추징금 2204억원이 확정되었으나 현재까지 314억원을 추징당했을 뿐 아직껏 1891억원을 내지 않고 버티고 있다. 전씨는 2003년 당시 법원에서 “가진 돈이 29여만원밖에 없다”고 답변했었다. 그 후 전 전대통령의 아들들의 계좌에서 불분명한 거액이 발견되는 등으로 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최근 밝혀진 차남 재용씨와 손자들 계좌에 입금된 비자금 의혹 뭉칫돈의 규모는 41억원 상당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검찰은 조만간 재용씨를 불러 자금 출처를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박성재)는 지난해 11월 “재정경제부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전씨 차남 재용씨와 재용씨의 두 아들 계좌로 41억원 상당의 현금이 유입된 사실을 지난 10월 통보했다”며 “이 돈은 재용씨가 증권금융채권을 현금으로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로 전 전대통령이 신병을 핑게로 외국여행에 나선 것이 아닌가로 보는 측도 있다.
그리고 신병 치료설은 전 전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군 출신 인사가 전한 내용으로 샌디에고 지역에는  미해군 병원과 생화학 암 치료 전문센터 등이 있어 혹시나 국내에서는 밝히기 어려운 신병 진찰이 아닌가로 보여 진 것이다. 이는 애초 2주 정도 체류가 한 달 정도 장기적으로 머물 것으로 알려진 만큼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그 만큼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선 “일해공원” 논란


한편 전 전대통령이 미국에서 잠적하고 있는 사이에 한국에서는 전 전대통령의 고향인 합천에서 전 전대통령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 명칭 때문에 이를 지지하는 시위와, 반대하는 천막농성이 벌어져 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전 전 대통령 자택 근처의 한 공원에서 ‘전두환 공원 추진 규탄대회’가 약 1시간 여동안 새천년생명의숲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와 전두환 공원 반대 경남대책위원회의 주관 아래 진행됐다. 새천년생명의숲지키기 합천운동본부 강선희 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6월 항쟁 20주년을 기념해 심 군수는 우리에게 선물을 줬다. 우리가 일상에 젖어 제대로 살지 않으니까 정신 차리라고 20년 전의 전두환 대통령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며 성토했다.
한편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전사모.회장 이승연)’은 지난 12일 경남 합천군 종각 옆 공터에서 ‘새천년 생명의 숲’의 명칭을 ‘일해공원’으로 선정한 합천군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사모 회원들은 ‘합천군민의 일해공원 결정을 적극 지지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합천군민들에게 지지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집회를 계획했다”며 ‘일해공원’ 명칭 추진을 지속해 줄 것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공원 명칭을 결정한 것은 합천군민들의 뜻인데 일부 네티즌이나 단체에서 명칭을 두고 반발이 심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대로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회원들의 의지를 담아 집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마산과 대구, 서울 등지에서 몰려온 전사모 회원 80여명이 참가했다.
반면, 이날 오전 합천군청 입구에서는 ‘새천년생명의 숲 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 회원들이 ‘일해공원’ 명칭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합천군민들이 참여하지 않은 설문조사는 부당하다”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딴 일해공원으로 명칭이 결정될 경우 합천군민들이 욕먹는다”며 명칭 철회를 요구했다.윤재호 집행위원장은 “심의조 군수가  (철회)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집을 직접 방문해서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합천군은 최근 황강변에 조성된 ‘새천년 생명의 숲 공원’의 새 명칭을 정하기 위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일해 공원’과 ‘황강 공원’, ‘군민 공원’, ‘죽죽 공원’ 등 4가지 안을 놓고 설문조사를 실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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