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설문조사·반기업 정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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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반기업 정서 실체파악 설문조사(2005년 7월)를 한 결과, 기업에 대한 반감이 재벌과 재벌총수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법원은 최대의 회계부정을 저지른 엔론사 케네스 레이 회장에게 징역 45년을 선고했다. 한국 사회는 이와 다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는 유사한 죄를 짓고도 재벌 총수 일가에 유독 약한 법원의 판결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 일반의 시각이다.


재벌 총수들은 경영 비리를 저지르고도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경영 일선에 나선다. 설령 죄를 짓고 감옥에 간다고 해도 실형을 제대로 사는 경우는 없다. 사면이나 보석 등으로 사회에 나와 활동하기 일쑤이다. 선진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행태이다. 이를 놓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다고 외국 언론들이 비아냥대고 있다.
우리 국민들도 재벌들의 이런 행태에 대해 심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반기업 정서에 관한 설문조사 한 결과, 기업에 대한 반감이 재벌과 재벌총수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주된 이유로 분식회계와 편법상속 등 비도덕적 경영, 정경유착, 오너나 대주주의 독점,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가 꼽혔다.
분식 회계를 일으킨 기업은 두산그룹(박용성 회장), 한화그룹(김승연 회장), SK그룹(최태원 회장), 현대그룹(현정은회장), 전 대우그룹(김우중 회장) 등이다. 
두산그룹의 분식회계는 2005년 ‘형제의 난’이 시발점이 됐다. 형제간에 무차별 폭로로 천문학적 규모의 분식회계, 횡령, 비자금 조성 등 온갖 반시장적 범죄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결국 박 씨 형제들은 경영일선에서 전격 퇴진했으며 재판 결과 유죄가 선고됐다. 2년 뒤, 박용성 회장은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의 명분으로 사면됐다.












 



박 회장은 사면받자마자 경영에 복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외국기업의 한 CEO는 “미국 법원은 최대의 회계부정을 저지른 엔론의 케네스 레이 회장에게 징역 45년을 선고했다. 두산의 회계부정도 이에 못지않다”면서 “법과 원칙을 저버린 채 재벌에 편향된 모습을 보인다면 편법 상속과 부당 내부거래 등 재벌 기업들의 불법적 행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 2003년 SK네트웍스(구 SK글로벌)의 1조 5587억 원에 달하는 분식 회계가 검찰에 적발됐다. 이로 인해 소액주주들만 막대한 손해를 봤다.
SK는 채권단과 SK네트웍스 워크아웃 돌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계열사 주식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고, 워커힐 지분을 비롯한 사재 출연을 약속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4월 11일 자신이 보유한 워커힐 주식을 당초 SK네트웍스와 채권단 사이에 채결된 경영정상화약정서상의 사재 출연 취지에 맞게 무상으로 출연키로 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위원장 김진방)은 “오랫동안 거론돼 온 SKC&C와 관련된 문제점을 해소하지 않고는 지주회사 전환은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오너의 지배력만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그룹도 지난 2002년 10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한화, 한화석유화학, 한화유통 등은 1999년 말과 2000년 말에 집중적으로 계열사 주식을 매입해 재무제표상의 수익을 가공한 혐의이다.
재벌기업들이 분식회계를 할 수 있는 것은 회계법인의 독과점 현상 심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회계법인의 ‘빅4’로 불리는 삼일ㆍ안진ㆍ한영ㆍ삼정 등 4개사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감사업무의 67%를 맡고 있기 때문.
이에 대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회계감사 업무가 4개 법인에 의해 독점되다보니 분식회계 등 회계 부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경쟁력 저하, 감사의 질 추락 등으로 금융시장의 안정성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분식회계, 편법 경영승계, 독과점 등 재벌형 범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번 KDI 설문조사 결과에 반영된 국민의 생각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김모(회사원)씨는 “반 기업 정서를 친 기업 정서로 돌려놓아야 한다. 기업이 신뢰를 쌓으면 그 기업의 CEO는 저절로 국민의 존경을 받을 것”이라며 “미국을 흔든 엔론 사건, 일본을 혼돈으로 몰았던 유키지루시 사건을 교훈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호 기자







재벌의 KDI조사


“반기업 정서는 재벌이 부도덕 경영탓”


우리 국민의 ‘반기업 정서’의 실체는 기업 자체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재벌 및 재벌 총수에 대한 반감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재벌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분식회계와 편법상속 등 부도덕한 경영 행태가 꼽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29일 국내 반기업 정서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국민 1024명과 경제·사회학 교수 및 연구원 213명, 기업인 200명, 공무원 300명 등 총 2611명을 대상으로 2005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호감’, ‘반감’, ‘보통’으로 나눠 질문한 기업 자체 호감도에서는 노조 간부들만 반감(65.0%)이 높았을 뿐 일반국민은 37.8%, 경제전문가·공무원·국회의원·기자들은 60% 이상이 호감을 보였다. 특히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이나 중소기업인, 전문경영인에 대해선 모든 집단이 강한 호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재벌 총수 및 부자에 대해선 모든 집단의 조사대상자들이 반감을 드러냈다. 특히 기업인 자신들도 91.5%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반기업 정서의 대상은 ‘재벌’이라고 응답했다. 일반인들은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심각한 경제력 집중보다는 비도덕적인 경영에 대한 반감이 훨씬 높았다. 59.3%(중복응답)가 분식회계와 편법 상속 등 비도덕적인 경영 때문에 재벌을 싫어한다고 답했다. 다음은 ‘정경유착’(29.7%),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24.7%), ‘부당한 노동자 대우’(23.6%), ‘총수 일가의 독단’(20.3%) 순이었다. ‘독과점 또는 문어발 확장’을 꼽은 이는 17.0%, ‘환경오염, 부동산 투기’는 13.7%에 불과했으며 ‘소극적 사회공헌’을 꼽은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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