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법 모르고 담배 피우다 ‘낭패 골초’부지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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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 관광차 미국에 온 C모씨(45)는 친구에게 별난 경험담을 전했다. 시애틀의 한 호텔에서 하루 밤을 묵었는데 나중에 크레딧 카드 처리로 날라온 숙박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랬다. 하루 밤 숙박료가 130 달러였는데 380 달러가 찍혀 있었다. 호텔측에 문의하자 “귀하는 룸에서 금연법을 어겼다”면서 “처음 고객이기에 이번만은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수화기를 놓았다는 것. 멋 모르고 미국 땅을 여행하는 골초들은 미리미리 각 주의 금연 규정을 알아야 한다.
미국에 사는 한인 애연가들도 역시 외국에 나가기 전 각국의 금연 규정을 알 필요가 있다. 헌팅턴 비치 거주 L모씨(62)는 3개월 전 홍콩을 여행 중에 공원에서 무심코 담배를 피웠는데 경찰이 다가와 “당장 담뱃불을 꺼라” 고 호통을 치는 바람에 놀랐다고 한다. 홍콩이 LA보다도 금연 규정이 더 까다로운 것을 몰랐다는 40년 흡연자인 L씨는 “이 참에 금연을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LA에서는 물론 외국에 여행하더라도 공공장소에서 담배 한대 피웠다가 경범죄로 처벌되면서 벌금까지 물게 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보여 주의가 요망된다.                                                                        성진 <취재부기자>


애연가들은 앞으로 LA의 부촌인 비버리 힐즈에서도 외면을 당하게 된다.
베버리 힐즈 시의회는 지난 19일 회의에서 ‘오는 10월 1일부터 식당과 카페에서 흡연을 완전 금지’ 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따라서 여자 친구 샤핑을 기다리기 위해 노천 카페에서 담배를 피며 기다리는 여유는 더 이상 즐길 수 없게 된다. 식당이나 페티오에서 와인과 함께 흡연을 즐기는 시간도 이번 가을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이 같은 시당국의 조치에 대해 일반에게 잘 알려진 베벌리 힐즈의 라 시에네가 식당가들을 포함해 카페 등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못 오게 하는 조치로 지역 경제에 피해가 올 것”이라면 강력하게 항의를 하고 있다. 또한 쇼핑가로 유명한 로데오 드라이브 지역의 상가들은 물론 ‘커피 빈’ 등 카페 주인들이 울상이다. 이들은 “여기를 찾아오는 외국 손님들은 주로 한국 등 아시아인들과 유럽인들이다” 라면서 “이들 외국인들은 대부분 애연가이며 골초들이 많다”고 말하고 있다.
시당국의 금연법 때문에 지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04년 통계에 따르면 비버리 힐즈를 관광한 여행객은 500만명이 넘었는데 이 중39%가 외국 관광객이고 이들이 뿌리고 가는 액수만도 10억 달러 정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의원들은 요지부동이다. “돈도 중요하지만 건강과는 비교가 될 수 없다”며 고수할 방침이다.  


‘아파트에서 금연’
캘리포니아주는 다른 어느 주보다도 금연 캠페인이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 주는 곳이다. 지난 1990년부터 샌 루이스 오비스포시에서 시작된 금연법은 이제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 전체로 볼 때는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금연이지만 도시별로 금연법이 별도로 강화되어 조례가 실시되고 있다.
LA지역에서 금연법이 가장 강력하다는 밸리 지역의 칼라바사스 시는 최근 또다시 금연법을 한층 강화시키는 논의를 지금 벌이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새로운 금연법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통과될 경우, 아파트내에서도 일체 금연이 실시된다. 그렇게 될 경우, 여자친구 만나러 가서 아파트 내 풀장 근처에서 여자친구를 기다리면서 담배 한 대 물었다가는 경범죄 딱지와 함께 1,000 달러 벌금을 물게 될지도 모른다.   
현재 칼라바사스 시 지역에서는 일체의 옥외 공공장소에서는 금연이 실시되고 있다. 흡연을 하려면 건물에서 20 피트를 떨어진 곳에서 피워야 하며, 비흡연자들이 다니는 통로가 있다면 그 곳에서 20피트를 떨어진 곳에서 피워야 한다. 칼라바사스 시가 현재 실시하고 있는 금연법은 한마디로 시 전체가 금연구역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 해 3월부터 발효된 칼라바사스 시 조례 제정 이유가 “금연 구역을 일일이 검사할 수 없기에 아예 시 전체로 했다”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개인 주택 등 사적 공간에서의 흡연은 허용된다. 시 지역내 호텔은 객실의 최고 20%까지 흡연실로 할 수 있다. 쇼핑센터 주차장에 설치된 흡연실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다. 공원 등 야외에서 흡연을 할 수 있는 장소는 그 자리에 비흡연자가 없고, 비흡연자가 오지 않는다는 충분한 이유가 증명될 때는 야외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허용된다.
그러나 사실상 보도와 차도, 버스정거장, 공원, 식당이나 술집의 옥외 좌석, 아파트 발코니 등 사실상 거의 모든 옥외 장소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됐다. 칼라바사스 금연법 시조례는 ‘비흡연자가 흡연에 동의하면 그 앞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종전의 규정까지 아예 삭제해버렸다.













“담배불 1,000 벌금”
이 시에서 금연법 규정을 어기고 담배를 피울 경우 시당국에 고발될 수 있고, 최고 1000달러의 벌금이나 최고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 흡연으로 입은 고통에 대해 담배 한 개비당 250달러의 배상이 청구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변호사 비용과 재판 비용까지 모두 담배를 피운 사람이 부담해야 한다. 공공의 건강과 안전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흡연자의 처벌을 요구할 수도 있다. 배리 그로브먼 칼라바사스 시장은 지난해 1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우리는 처벌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가장 덜 파괴적인 방법으로 금연을 시행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밸리 지역에서 학군 좋기로 유명하고, 부촌인 칼라바사스가 이처럼 금연법을 강화시키는 것은  “깨끗한 공기의 칼라바사스, 흡연으로부터 자유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칼라바사스가 금연법을 강화시키면 자연히 다른 도시들도 이를 따라갈 공산이 크다. 또한 다른 주에도 파급될 것이다.
칼라바사스에서 금연법을 주도하는 그룹은  단순히 간접흡연만을 없애려는 게 아니라 흡연 그 자체를 없애려는 것이다. 시조례가 흡연자들의 건강을 금연의 이유로 내세운 것이 그 증거이다. 입증해준다. 금연법 지지자들은 어른들이 흡연을 결코 어린이들에게 보여주어서는 안 되는 부끄러운 죄악으로 말하고 있다.


하와이는 ‘금연 관광지’
미국은 2005년 현재 2,103개 시와 5,700개 자치 단체가 실내 금연법을 실시해 전체 인구의 39%가 금연법 지역에서 살고있다. 지난해 실내 금연법을 제정한 주는 워싱턴, 버몬트, 로드 아일랜드, 몬태나, 노스 다코타, 조지아주 등 6개 주로, 특히 워싱턴주의 경우는 모든 공공시설과 작업장의 실내는 물론, 건물의 문밖 25피트 이내에서의 흡연시 형사상 처벌 대상이 된다.
뉴욕주 등 8개주가 작업장 금연을, 캘리포니아주 등 12개주가 음식점 금연을, 매사추세츠주 등 8개주가 술집에서의 금연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미니애폴리스, 루이빌, 인디애너폴리스에 이어 시카고가 동참해 지난해 동안에만 모두 159개 도시가 금연법을 통과시켰다. 워싱턴 D.C.의 경우 시의회가 지난 해 4월부터 모든 식당에 금연을 의무화했으며 술집과 나이트 클럽 등은 지난 1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세계적 관광지인 하와이주도 지난 2005년부터 금연법을 강화해 공항, 레스토랑, 쇼핑몰, 바는 물론 심지어 금연시설 출입문과 창문 6m 이내에서 흡연을 불법으로 만들었는데 지난해 또 다시 강화 시켜 업계로부터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하와이는 미국 51개 주 중에서 가장 엄격한 금연법 을 시행하고 있다.
하와이주는 깨끗한 자연 보호라는 기치아래10여년 전부터 섬 별로 문에서 6m이내의 카페와 술집 등 소규모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불허해 왔지만, 지금은 그 제한이 전체 공공장소로 확대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하와이 호텔들은 객실 중 20%만을 흡연실로 운영하고, 와이키키 해변가의 100여 기념품 가게들과 카페에서도 금연표지판을 세웠다. 호놀룰루 국제공항도 공항 내 흡연구역을 아예 폐쇄했다. 금연법은 처음 어길 경우 100달러, 두 번째는 200달러의 벌금을 내야하고 이후에는 건 당 500달러를 지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다 재판 비용 50달러도 추가 지불해야 한다.
이 같은 방침에 특히 흡연을 많이 하는 일본인들과 한국인 여행객을 상대하는 관광업소들은 울상이다. 하지만 하와이주 정부는 “미국의 13개 주에서 이미 포괄적인 금연법이 시행되고 있고, 신선한 바다와 자연환경을 위해 금연법은 불가피하다. 관광객들도 곧 익숙해질 것으로 본다”며 금연법을 강행할 방침이다.













부탄은 담배 추방
최근 나라별로 금연법이 강력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외국 여행을 떠나는 애연가들은 미리 해당국가의 금연법을 알지 못하면 낭패를 당할 경우가 생긴다. 아일랜드 같은 나라에서는 담배 한 모금 빨았다가 4,000 달러 벌금을 물게 되기 때문이다.
“쇼핑의 천국”이라는 홍콩은 한마디로 ‘금연도시’이다. 지난 1월 1일부터 실내는 물론 공공 옥외장소에서 전면금연이다. 공원도 해변, 스포츠 구장 등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노래방ㆍ사우나 등 6개 유형 업소에 대해서만 2년 동안 유예기간을 적용하고 있다.  만약 금연법을 어기면 벌금 약 600 달러를 물어야 한다. 이를 어기는 업주는 최고 2년 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도 있다. 내년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도 홍콩과 마찬가지로 공공장소 흡연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흡연에 대해서 비교적 관대했던 유럽도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2월부터 모든 공공 장소에서 흡연을 금지시켰다. 더 나아가 내년부터는 식당, 카페, 나이트클럽 등에서도 금연을 실시할 방침이다. 영국도 펍과 클럽, 독일은 공공건물과 레스토랑, 병원, 대중교통 시설에서 흡연을 금지할 예정이다.
세계에서 금연규정이 가장 엄한 나라는 아일랜드이다. 이 나라는 지난 2004년부터 술집을 비롯한 모든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완전 금지하는 세계에서 가장 단호한 금연법을 실시 중이다. 만약 고객이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도록 허용하는 업소들에게는 거액의 벌금이 부과되고 있어 애주가인 아일랜드인들이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던 장소인 술집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한다.
만약 금연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면 벌금 3000유로(약 4000달러)가 적용된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호주는 금연법이 시행된 이후 흡연율이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레스토랑과 술집은 물론 자연 보존을 이유로 일부 해변까지 금연지역으로 지정돼 있으니 호주를 여행하는 한인들은 주의해야 한다. 인도 뉴델리 최고법원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4월부터 운전석 흡연 금지령을 내렸다. 부탄은 아예 담배 판매를 전면 금지한 최초 국가다. 모든 상점과 호텔, 술집에서 담배를 판매할 수 없다. 어기면 벌금, 영업정지 등 처벌이 가해진다. 이는 외국인에게도 적용되며 담배를 가지고 들어 갈 수는 있지만 세금을 물어야 한다.
이같은 강력한 금연규정은 간접흡연의 위험을 강조하는 보고서들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가 나온 후 실시된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아일랜드 성인의 대부분과 흡연자의 30%가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조치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미국 내에서 유타주 다음으로 성인 금연율이 가장 높은 캘리포니아주도 성공적인 금연 캠페인에 불구하고 올해에 벌써 43,000여명이 흡연 관련 질병으로 사망했다. 흡연으로 연간 160억 달러가 소비되는데 흡연자 1명당 연 3,331 달러를 소비했다고 한다. 담배를 끊으면 자신도 살고 사랑하는 자녀들도 건강을 도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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