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의 정중동 행보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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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주자로 선출된 이명박 후보가 차근차근 당을 장악해 나가는 동시에 대통령 후보로서 입지를 확고하게 굳히고 있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9~10월에 걸쳐 미국, 러시아 등 주변국 방문일정을 정해놓고 외교적 역량을 쌓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9월 말부터는 선대위를 본격 가동하며 범여권 주자와의 경쟁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으로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로 인해 이 후보가 본선에서 과연 승리할 수 있을지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인사들이 있다. 주로 박 전대표 진영에서 활동했던 관계자들 입을 통해 퍼지고 있는 얘기들이다.
박 전대표측은 이른바 ‘훗날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가 본선에서 범여권의 파상적인 공세를 이겨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가정 하에 모종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박 전대표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서 이 후보를 돕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전면에 나서 선거를 진두지휘하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자신을 도와준 캠프 핵심 인사들일 선대위 구성에 참여시키는 선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있을 개연성이 높다.
이 후보와 과련 10월 위기설 등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주자의 입지를 그대로 가지고 가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물론, 이러한 우려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이 후보의 전략적 움직임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외부 유력 인사들을 잇따라 접촉하며 영입작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당을 이 후보체제로 전환시키고 있다. 범여권의 네거티브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각 사안별 대응팀도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박 전대표는 겉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향후 이 후보가 위기관리를 어떻게 해나갈 지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특별취재팀>


“한나라당 경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나라당 내부 관계자가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꺼낸 발언이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패한 박근혜측 고위 관계자가 아니어서 ‘말’에 실리는 무게감은 다소 떨어진다 해도 의미심장한 주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8월 19일 실시된 한나라당 경선 결과 박근혜 전대표는 이명박 후보에게 1.5% 차이라는 박빙의 격차로 대선주자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서울과 호남을 제외한 전지역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하고서도 여론조사에 밀려 ‘고배’를 마신 것이다.


박근혜,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세 확보













박 전대표 진영 한 관계자는 “불과 2~3일만 더 있었더라도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는데”라며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후보가 과연 본선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박 전대표 캠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지금의 패배를 현실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당사자인 박 전대표는 정작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여러 가지 셈법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캠프 고문을 맡았던 서청원 전대표는 공식석상에서 “선거에서는 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까지 인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묘한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 진영의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강한 비난을 퍼부었다.
지난 8월 27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도 논란이 일고 있다. 2000여명이 넘는 캠프 관계자와 지지자들이 모여 ‘눈물의 해단식’이 아닌 출정식과 흡사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결연한 눈빛으로 패배의 아쉬움을 삭히지 못했다. 박 전대표측 주변에선 “아직 게임이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될 정도였다.
정치권에 주요 인사들은 대체적으로 박 전대표가 이 후보를 도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적정한 거리감을 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두 주자간에 쌓인 감정적인 앙금이 채 가시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한나라당이 집권하기까지 남아 있는 4개월을 이 후보가 버텨낼 수 있을 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 박 전대표는 이 후보가 도덕성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본선에서 범여권의 파상적인 공격을 막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로 인해 박 대표가 대승적 차원에서 이 후보를 지지하기는 하겠지만, 불투명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박 전대표는 당내 경선과정에서 이 후보와 관련된 각종 검증사안을 직접 스크린해 봄으로써 그의 취약점에 대해 누구보다 상세하게 알고 있는 인사다.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올 때마다 이 후보의 결함을 꼬집는데 주력한 것도 네거티브라기보다는 이 후보로는 본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그 때마다 이 후보 또한 박 전대표와 최태민 목사의 관계 등을 거론하며 ‘맞불’을 놓곤 했다. 양자가 회복 불가능한 상황까지 감정의 골이 깊이 패인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전대표가 경선 패배를 깨끗하게 승복한 점에 있어서도 색다른 해석이 나온다. 경선 패배를 완벽하게 인정함으로써 패자로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향후 박 전대표가 정치를 해나가는 데 있어서 그 모습을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본선 과정에서 이 후보가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게 될 경우, 박 전대표가 그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해 놓은 것이다.













깨끗한 승복 뒤에 숨은 노림수


박 전대표의 한 측근은 “경선에서 깨끗하게 승복하고 물러난 박 후보에 대해 당원들은 물론이고 일반 여론도 크게 감동을 받은 것 같다”면서 “언제라도 박 전대표는 국민의 부름을 받을 수 있는 후보임이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훗날’을 기약하고 있는 박 전대표 진영의 움직임이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후보진영이 이러한 움직임에 ‘위기감’을 느끼면서 당을 후보중심으로 급속하게 재편할 태세다. 또, 기존 지지층을 하나로 결집하기 위해 탕평인사 등이 실시될 예정이다.
이 후보진영이 경선 승리 이후 내부 알력싸움 직전까지 갔다가도 원상보귀한 것은 이러한 우려감이 반영된 결과다. 먼저 경쟁자를 포용하며 당을 추스른 이후에 자체 경쟁력을 높여 나가자는 기류가 확산된 것. 이 후보 당선의 일등공신인 이재오 최고위원에 대한 내부 불협화음도 이 후보의 지지발언으로 일단락됐다
이 후보와 경쟁적 관계에 있는 내부 인사들이 ‘2선 후퇴’ 등을 거론하며 이 최고위원을 압박했지만, 현실적으로 당을 추스르는 일이 더 급선무라고 판단한 듯하다. 이 최고위원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쪽에서도 이러한 부분에 전적으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반이재오 성향이 강한 한 인사는 “이재오 최고위원이 여러 구설수에 휘말리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은 굳이 우리가 말을 하지 안아도 이명박 후보가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박근혜 진영 일부 인사들과 범여권의 공세가 워낙 강하다는 측면에서 우리도 이 최고와 같은 화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진영이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 후보와 관련, 10월 위기설이 심상치 않게 퍼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범여권이 대선주자를 결정하고 이 후보 관련 검찰 수사 등이 정리되는 시점이 오는 10월이다. 이 시기가 되면 이 후보가 ‘공동의 적’이 되어 파상적인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게 위기설의 주요 골자다. 최악의 상황은 한나라당 대선주자로서 낙마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이 후보 진영은 이에 따라 본선까지 안착하고 대선을 승리하기 위한 전략모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 후보측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캠프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언론과의 접촉을 늘리는 한편, 전략적 대응능력을 키워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이런 맥락에서 새로운 ‘책사’로 윤여준 전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의 최측근 인사가 최근들어 윤 전장관에 잇따라 접촉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측근 인사는 “윤여준 장관 같은 분이 향후 선거를 준비하는데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접촉을 하고 있다”면서 “윤 장관을 어떻게 모셔야 할지를 두고 내부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여준 전장관 등 ‘책사’ 영입 나서


이 후보 진영은 이밖에도 대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를 통해 당의 체질을 변화시키고 취약점을 보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선대위 구성과 한나라당의 체질변화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된다면 박 전대표의 ‘야심’은 급격하게 위축될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와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를 설정해 놓고 있는 박 전대표측은 언제라도 빈틈을 비집고 들어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아직까지 한나라당의 대선경쟁은 끝나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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