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인질사태 충격외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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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탈레반 테러집단에 억류됐던 한국 여성 인질들이 강간을 당했다는 미 ABC-TV의 보도가 일파만파로 번져나가고 있다. 한국 여성 인질들에 대한 강간 보도는 지난달 18일 아프간 현지 지방 언론에서 처음 보도한 적이 있었으나 미국의 3대 TV 방송 중 하나인 ABC가 보도해 이 문제가 다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 인질 전원이 석방되어 한국에 돌아오면서 외신들은 한결같이 한국정부가 국제 테러집단과 공식적인 협상을 벌려 국제적으로 외교적 실책을 저질렀다고 비난하는 한편, 한국정부가 테러집단과의 비밀거래로 금전거래 등 이면협상 의혹까지 받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어 또 다른 파장이 일고 있다.
또한 외신들은 한국정부가 국민들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다른 나라 정부들이 보여준 것과 비교해 볼 때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Time은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미숙한 외교행태로 테러집단에게 양보까지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외신들이나 외국 정부의 성명서 등을 종합해 분석해 볼 때 이번 한국정부는 테러집단인 탈레반과의 협상은 인질석방을 제외하고는 얻은 것이 없는 일방적 패배로 나타났다. 청와대 백종천 안보실장, 김만복 국정원장까지 현지에서 활동했으나 아마추어 수준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 한국 현정권의 미숙한 외교역량을 세상에 과시한 것밖에는 안됐다는 것이다.


                                                                                      제임스 최 <취재부기자> 













ABC-TV는 1일 ‘굿모닝 아메리카’라는 아침뉴스에서 “한국정부는 일차로 풀려난 여성 2명의 인질들로부터 인질들이 강간을 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협상을 서둘러 몸값을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협상에 관여한 아프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탈레반은 인질 한 명 당 5만 달러로 약 95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이 방송은 “지난달 13일 풀려난 2명의 여성 인질들로부터 탈레반들에게 수차례 강간을 당했다는 보도를 접한 후, 협상을 긴급히 서둘렀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 방송은 아프간의 가즈니주 미라주딘 파탄 주지사의 말을 인용, “다수의 탈레반 지도자들이 여성 인질을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벌였다. 그들을 (인질들을)함부로 다뤘다”고 전했다. 이날 ABC방송은 아프간 카불의 현지 특파원의 보도로 밝혔는데, 아프간 가즈니의 미라주딘 파탄 주지사의 말을 인용해 “우리는 수명의 탈레반 지휘부 전사들이 여성들을 성폭행했다는 보고를 접수했다”면서 “이들 탈레반들이 여성 인질들을 수차례 추행했다”고 밝혔다.
한국 여성인질들에 대한 강간 보도는 이미 지난달 18일 현지 언론인 ‘아프간 로드’의 나심 훼크라트(Nasim Fekrat) 기자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아프간 로드’는 한국인을 납치한 탈레반 지휘부는 여성 인질 4명을 강간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외신들은 이 보도를 타전하지 않았다.
또 이 언론은 “여성 인질들에 대한 강간사건에서 탈레반의 두 그룹이 여성 인질들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움을 벌였다”고 전했다. 이 언론은 가즈니의 파탄 주지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는데 나중 ABC방송도 파탄 주지사의 말을 인용해 ‘여성 인질들이 강간당했다’고 밝혔다. 
‘아프간 로드’는 “탈레반들은 여성인질들에 대한 강간사실을 전면 부인했다”면서 “탈레반의 대변인격인 유세프 아마디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반이슬람 행위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 샘 안양병원 측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됐다가 풀려난 여성들이 성폭력을 당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입원한 석방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샘안양병원의 차승규 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일부 언론이 관련 사실을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차 원장은 “피랍자들 가운데 몇몇 남성들은 탈레반으로부터 구타를 당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특별한 외상은 없으며 모두 회복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차원장은 “석방자들이 구타를 당한 상황에 대해 피랍 초기 ‘기도문’을 외우라는 탈레반 요구를 거부했거나, 여성 피랍자들만 토굴에 남겨두려 하자 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일찍 꺼낸 협상카드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지난달 29일 ‘한국인질 석방비용’이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정부가 협상과정에서 실수한 것 중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피랍 사태 발생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국군의 아프간 철수 카드를 너무 일찍 꺼내들었다는 것”을 지적했다. 또한 한국 정부에게는 인질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탈레반과 협상한 것도 기존 원칙을 번복한 것이라고 타임은 덧붙였다.
타임은 이번 인질 석방 대가로 한국정부는 아프간 주둔의 210명의 비정규군의 조기철군을 확정해주었고, 한국기독교단체들의 아프간 선교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약속했다면서, 이에 대해 탈레반측은 아프간 카라지 대통령 휘하에 수감된 탈레반 수감자와의 교환석방 조건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타임은 “겉보기에는 한국 정부가 꽤 좋은 조건의 흥정을 한 것 같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그렇게 자신있어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지난달 31일자에서 “한국인들의 선교활동은 19세기 수법”이라면서 “오늘날의 선교는 소규모로 현지 문화와 조화를 이루어 행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 비난 쏟아져


이번 사태에서 한국정부는 추가 희생을 막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가 테러집단과의 직접 협상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불문율을 어겼다는 비난을 당하고 있다.
맥심 버니어 캐나다 외무장관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테러범과의 협상불가 원칙’을 강조하며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페르 스티그 묄러 덴마크 외무장관은 현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위험 지역에 있는 민간인들이 테러범들에 의해 납치 목표가 될 위험성이 더 커졌다”며 “테러집단이 한 나라의 외교정책을 좌우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묄러 외무장관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나 덴마크의 입장은 테러집단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톰 케이시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인질 석방과 관련한 기자회견장에서 이번 일이 위험한 선례를 만드는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미국의 전통적인 정책은 테러범들에게 양보하지 않는 것”이라는 원칙론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피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한국인 인질 석방이 탈레반에 인질로 잡혀 있는 독일인 기술자 문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테러 단체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WP)지는 지난달 30일 탈레반의 한국인 인질사건을 총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물라 압둘라 탈레반 사령관이 이번 인질사건을 통해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동맹국의 국민을 돌보지 않는다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줬다면서 이번 납치사건은 자신들의 ‘전략적 승리’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날 압둘라 사령관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납치는 적들을 압박하는 데 있어 돈도 안드는 좋은 전략”이라면서 “우리는 미국과 교착상태에 빠진 아프간 정부를 고립시키기 위해 그런 전략(납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일 한국정부가 한국인 인질 석방의 대가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게 몸값을 2000만달러(약 188억원) 이상 제공했다고 탈레반 고위인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 ABC-TV가 인터넷으로 한국 인질들의 석방 소식을 보도한 화면


엄청난 몸값


ABC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고위 인사는 “우리는 한국정부로부터 2000만달러 이상을 받았다”며 “이 돈으로 우리는 무기를 더 구입하고, 통신망을 재정비하고, 더 많은 자살테러공격을 수행하기 위한 차량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ABC는 또 인질 19명을 모두 풀어주는 대가로 한국정부가 2000만달러(약 188억원) 이상의 몸값을 지불했다고도 했다. ABC는 익명을 요구한 아프간 협상 담당자가 “몸값 지불이 인질 석방의 핵심이었다”고 말했다며 의혹을 풀지 않았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 “한국 정부와 탈레반 측은 모두 몸값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지만, 몸값이 합의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이 잡지는 한국과 일본의 언론들은 탈레반측이 인질 몸값으로 1000만 달러를 요구했다면서, 한국정부는 인질 당 50만 달러 선까지를 제시한 것 같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달 29일 “카불 내에선 한국 정부가 몸값을 건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영국 BBC방송과 미 시사 주간지 타임도 “(석방조건에) 돈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몸값이 거래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아랍어 위성방송 알자지라 방송도 이날 한국 정부가 인질 석방을 위해 탈레반에 2000만파운드(약 3,500만달러)를 건넸다는 소문이 아프간 현지에서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카불의 알자지라 특파원 앨런 피셔는 이날 아프간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정확한 액수는 밝힐 수 없지만, 한국 정부가 탈레반에 현금을 건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서울의 알자지라 특파원 토니 버틀리도 이날 “한국인 대부분은 정부가 탈레반에 몸값을 건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인질들이 무사히 귀국할 때까지 논쟁을 접어두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협상단은 총 7000만달러(약 660억원)를 갖고 아프가니스탄으로 출발했다. 여기에는 물론 장기 체류에 따른 통상적인 경비가 포함됐지만, 상당 부분이 몸값일 가능성이 있다.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지난 29일 “카불에선 한국 협상단이 탈레반에 2000만파운드를 건넸다는 소문이 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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