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끼치는 한국언론 ‘살인행위와 진배없는 무책임한 선정성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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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부터 한국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이른바 동국대 신정아 교수의 예일대 허위학력 논란과 더불어 변양균 정책실장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보도되더니 급기야 <문화일보>는 지난 17일자 신문에서는 ‘신정아 누드’ 사진까지 버젓이 게재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정아 교수가 모 전직 대통령의 사생아 설, 노무현 대통령부부와 이해찬 전 총리, 그리고 국무총리실의 신 모 고위관리(전 신 모 국무총리의 아들)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되어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밖에도 무수히 많은 정·관계 심지어는 재계인사들의 리스트까지 나돌면서 한국사회를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한국의 일간지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사건의 본질과는 전혀 무관한 개인의 사생활 문제와 더불어 개인의 초상권 침해 문제 등 아무런 죄 의식 없이 무책임하게 앞다퉈 선정적 보도를 일삼고 있다.
검찰의 발표라며 컴퓨터 이-메일을 복구해 두 사람간에 주고받은 내용들이 까발려지고 독자들에게 ‘알권리’ 전달을 이유로 무차별 집중 융단폭격으로 언론마다 매일같이 수면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한국 언론의 기본 조차 상실된 선정성 부각보도에 독자들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한겨레> 신문 온라인 팀의 김미영기자는 <문화일보>의 ‘신정아 교수의 누드사진 게재’와 공익성 보도를 빙자한 이율배반적인 보도 태도를 꼬집으며 오늘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자화상처럼 묘사하는 글을 발표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한겨레신문> 김미영기자의 기사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문화일보는 지난 13일자 신문에 학력 위조 사건으로 미국으로 도피했던 신정아씨의 누드 사진이 발견됐다며 그 기사와 사진을 게재했다.
<문화일보>는 13일 “문화계 유력 인사의 집에서 신정아씨의 누드 사진이 여러 장 발견됐다”며 1면에 기사를 싣고 3면에 2장의 컬러사진을 실었다. 이 사진은 몸의 중앙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돼 있긴 하지만, 신씨가 맨몸으로 책들이 꽂혀있는 거실에서 정면과 뒷모습을 그대로 내보이며 쑥스러운 듯한 표정을 담고 있다. 이날 오후 <문화일보> 홈페이지는 다운됐고, 각종 포털사이트에 ‘문화일보’는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문화일보>는 1면 “신정아 누드사진 발견-원로·고위층에 ‘성로비’ 가능성 관심” 제목의 기사를 실어 “합성사진이 아니다, 사적인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찰영한 사진”이라며 “가까운 사이의 징표 같은 느낌이 난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1면에 실은 기사에서 “몸에 내의 자국이 전혀 없는 것으로 미루어 내의를 벗은 지 한참 후에 찍은 사진”이라며, 다분히 선정적인 방법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이 신문은 3면에 신정아씨의 앞 뒤 전신 누드 사진을 2장 싣고 ‘성 로비도 처벌 가능한가’ ‘신정아게이트 급속히 확산’ 제목의 2개 기사를 실었다.
신정아씨의 누드 사진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1면의 주요 기사로 처리되고, 또 신문사가 구한 유명인의 누드 사진을 신문에 실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신정아씨의 가짜 학위를 이용한 교수직 획득과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등 업무 방해 혐의가 초미의 관심사이긴 하지만, 한 여성의 누드 사진이 언론사에 의해 본인의 동의 없이 적나라하게 실릴 수 있는지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신정아씨의 누드 사진이 신정아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사적인 관계’에 필수불가결한 공익적 보도인가에 대해 강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도에 있어 공익성을 추구해야 할 언론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불필요한 선정적 보도와 함께 인권 침해적 지면 제작을 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비판이다.


조선 중앙 동아, 인터넷사이트 비판없이 선정적 중계
문화일보 편집국장은 “논란 충분히 예상했다. 로비 증거로 본다”
한편 문화일보의 보도를 인용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의 인터넷 사이트는 ‘신정아씨의 올 누드 사진이 발견됐다’는 기사와 사진을 비판없이 톱기사로 처리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사이트는 문화일보에 실린 신씨의 누드 사진을 실었던 기사를 대폭 수정해, 기사에 실린 누드 사진을 삭제했다. 신정아씨의 누드 사진이 발견됐다고 톱기사로 보도하며 ‘선정성‘ 대열에 동참했던 이 신문 사이트는 이후에 머릿기사로 이를 비판하는 기사를 싣는 등 ‘모순적 편집’ 태도를 보였다.
<미디어오늘>은 13일 이용식 문화일보 편집국장이 “누드사진을 싣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고 논란도 충분히 예상했다”며 “이 누드사진이 신씨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로비를 한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고 봤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여성계 “신문 역할 완전 무시한, 용서할 수 없는 경악스런 일”
긴급회의 뒤 성명 “문화일보 편집진 총사퇴하고 폐간하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소장은 “경악스럽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스포츠 신문에서도 존재하기 어려운 일로, 인터넷에서나 신문의 사회적 역할을 완전히 무시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서울여성의전화, 언니네트워크 등 6개 여성단체는 이날 오후 긴급 논의를 거쳐 문화일보 폐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문화일보의 보도는 인권의식의 실종, 여성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 여성 인권에 대한 매우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생각한다”며 “문화일보는 해당 기사를 즉각 삭제하고 공식 사과하라. 관련기자와 편집진은 총사퇴하고 문화일보사는 폐간하라”고 촉구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교육상담팀장 양재규 변호사는 누드사진을 실은 문화일보 보도에 대해 “사생활 침해, 초상권 침해 모두 해당하는 보도”라며 “사생활 내밀한 부분까지 밝힐 필요 있느냐. 누드 사진을 찍고 서로 주고 받았다 해도 사진까지 보도해야 할 필요가 뭐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보도”라고 말했다.













 
민언련 “신정아씨가 고소를 해야 할 사안”
박진형 민언련 활동가는 “<문화일보>에 실린 사진은 신정아씨가 고소를 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각한 사생활 침해”라며 “사건의 본질은 신정아씨가 유력한 정부 관계자와 관계를 맺고 그것을 이용해 교수직이나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등이 됐다는 점에서 외압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이 본질인데, 본질과 전혀 상관 없는 신정아씨의 개인의 사생활이 언론에 의해 낱낱이 까발려지는 것은 강하게 규탄되어야 할 문제”라고 우려했다.
민언련은 13일 안으로 <문화일보>의 신정아씨 누드 사진 게재와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민언련은 이날 오전 낸 성명서에서 언론의 보도가 변양균씨와 신정아씨의 사적인 관계를 들춰내는 데만 초점을 맞춘 선정주의적인 보도가 사생활 침해”라는 논평을 낸 바 있다. 민언련은 이어 “사건의 맥락을 넘어서 개인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들춰내는 것은 심각한 인격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공인이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사건과 관계 없는 사생활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이번 일이 언론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최대한 방지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과 실질적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꼬집었다.


문화일보, 연재 소설 `강안남자’로 잇단 경고 받아…지난달에도 또
문화일보는 선정적 표현으로 거듭 논란이 되고 징계를 받은 연재소설 ‘강안남자’에 대해서도 선정적 표현을 고치지 않고 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지난 8월30일 월례회의를 열어 문화일보 연재소설 ‘강안남자’의 내용 중 지난 7월19일자 24면 1680회 등 4회분에 대해 선정성이 지나치다는 이유로 ‘경고’를 결정했다. 윤리위는 결정문에서 “반복적인 지적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조철봉과 무모증인 여자 사기꾼의 성행위 장면 등을 선정적으로 묘사해 경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문화일보는 지난해 11월에도 소설 강안남자의 선정적 표현으로 인해, 일부 관공서에서 절독 선언을 하고 이를 문화일보는 “언론 탄압”으로 공격하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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