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기획특집 ?이것이 오늘 LA한인 언론의 현주소(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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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한인언론의 문제는 한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없다.
지난 19일자 LA코리아타운의 양대 신문인 한국일보와 중앙일보를 보면 이러한 문제점이 금방 드러난다. 한국일보는 1면에 ‘한국의 날 축제’ 사진과 함께 축제 기사들을 실었다. 1면 전체가 축제 기사로 채워졌다. 이어 2면도, 3면도, 4면 그리고 5면까지 모두 축제 기사이고 6면에 가서야 비로소 다른 사회성 기사가 보도됐다.
반면 중앙일보는  미주판 3면 우측에 고작 2단 기사로 ‘한국의 날 축제 성황리 종료’라는 제목으로 조그만 사진과 함께 간단히 처리됐다.
한쪽 신문은 1면-5면까지 전면을 축제 기사로 뒤덮은 반면, 또 다른 신문은 2단 기사로 간단히 처리했던 것이다.
한국일보만 본 사람들은 지난 주말 코리아타운이 온통 축제로 다른 행사는 아예 없었던 것처럼 느꼈을 것이고, 중앙일보를 본 사람들은 ‘코리아타운에서 축제란 것도 있었구나’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것이 오늘의 한인 언론의 단면이다.
또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지난해 5월 제28대 LA한인회장 선거전을 보도한 한인 신문과 방송 보도 행태를 보자. 선거를 앞두고 한인언론들은 “1만표 정도가 되야 당선권”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투표결과 투표첨석인원 자체가 1만명도 되지 않았던데다 고작 ‘2천표’를 조금 넘은 남문기 후보가 당선됐다. 언론들이 한인사회를 너무나 몰랐던 것이다. 심층 취재보다는 후보들이나 ‘개판’ 선관위의 말만 너무 믿고 쉽게 기사를 쓰고, 보도했다는 지적이다.
당시 선거전은 예상대로 과열됐고, 온갖 인신공격이 난무했다. 공정하게 선거를 감독하지 못한 선관위는 교민들로부터 ‘부도 선관위’라는 별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의 보도도 각양각색이었다. ‘무법천지’(중앙일보), ‘총체적 실패’(한국일보), ‘역대 최악의 선거’(라디오 코리아), ‘가장 무능했던 선거’(헤럴드경제)라고 제목을 달았다.
그러나 언론의 한계는 거기까지 였다. 만약 ‘역대 최악의 선거’라고 한국에서 언론들이 보도했다면 선거 후에 책임자들이 줄줄이 검찰을 드나들고, 감옥에 까지 갔어야 했다. 그러나 한바탕 선거를 치룬 한인회는 아직도 멀쩡하다. 어느 누구도 선거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았다. 특히 커뮤니티의 여론을 주도한다는 한인 언론도 끝까지 책임을 묻지 않고, 시비도 제대로 가리지 않았다.
한마디로 커뮤니티가 언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언론이 정도를 가지 않기 때문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원로언론인 이경원씨는 “선거를 공정치 못하게 집행하면서 책임을 논하지 않는 한인 커뮤니티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책임을 논하지 않는 한인 커뮤니티’는 바로 한인 언론을 두고 한 말이다.
한인회장 선거전을 두고 3만 명 정도 등록에 1만표 이상되야 당선 가능이라는 보도는 언론이 대부분 한인들의 무관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론이 한인들의 밑바닥 생활까지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를 보여 준 것이다. 선거 기간에 타운에서는 “광고를 많이 내고 있는 특정 후보에 대한 불리한 기사는 보도되기 힘들다”라는 소리가 많았다. 이런 소리는 비단 선거철에만 들리는 소리가 아니다. 지금도 큰 광고주에 대해서는 나쁜 사항들이 언론사에 제보가 되어도 신문이나 방송은 웬만하면 취급하려 들지 않는다. 이같은 사실들은 타운의 웬만한 사람들은 거의가 다 알고 있다.
광고주에 대해 ‘과대보호’를 하고 있는 한인언론들이 가장 기피하는 대상이 ‘교회 관련 비리’ 사건이다. 지금 LA카운티와 OC카운티 민사법원에 계류된 한인교회 분쟁 사건 소송건만도 50여건이 넘고 있어, 한인언론에 제보를 해도 묵묵부답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성경에서는 소송을 하지 말라는 구절이 있다. 그럼에도 누구보다도 소송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기독교와 관련된 사람들이나 단체들이다.
지금 타운의 대표적 대형교회로 알려진 동양선교교회(담임 강준민 목사)와 윌셔한인연합감리 교회(담임 곽철환 목사) 등은 일반 기업들의 불법사례보다 더 심한 재정비리와 도덕적 문제가 야기되고 있으나, 양대 언론들은 문제점을 파악하고도 이를 보도하기를 심히 꺼려 하고 있다. 일선 기자들은 쓰려고 하고 보도하려 하지만 활자나 방송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왜 그럴가. 윗선에서 ‘물증을 가지고 오라’고 한다. 기자는 수사관이 아니다.


커뮤니티 주도권 경쟁


LA코리아타운의 연중 최대 행사인 ‘한국의 날 축제’ 기사를 고작 2단 기사로 처리하는 언론도 문제이고, 이를 미주판 1면에서부터 5면까지 전면을 아예 축제 기사로 채우는 것 자체도 문제로 볼 수 있다. 신문편집에 오랜동안 경험이 많은 한 전직 언론인은 “차라리 축제 특집 섹션을 별도로 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일보가 축제 기사에 과대포장을 하는 것은 경쟁사인 중앙일보가 올해 축제 행사에 참여를 안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중앙일보는 자신들이 참여를 하지 않아 행사 의미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해마다 개최되는 ‘한국의 날 축제’를 두고 양대 신문사가 주도권을 두고 기싸움을 벌여 온 것이 30년이 넘는데, 아직도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은 언론이 커뮤니티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사세확장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월드컵 대회 당시 거리 응원을 두고, 한인언론사들이 벌인 추태는 가히 해외 토픽감이라고 볼 수 있다. 월드컵을 두고 상술을 벌인 언론사들간의 경쟁은 커뮤니티를 양분시키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으나, 언론사들은 커뮤니티는 안중에 없고 죽기살기로 싸웠다. 이 당시 평소 경쟁 관계였던 중앙일보와 한국일보는 한통속이 되어 KBS-LA와 함께 라디오코리아 죽이기에 나섰다.
이 바람에 피해를 입는 쪽은 커뮤니티일 뿐이다.













업소록으로 이익챙겨


타운의 업주들은 해마다  겪는 괴로움이 있다. 바로 업소록 광고이다. 한인사회에 하나 정도로 충분한 업소록이 언론사 마다 만들어 내고 있다. 업주들이 이중 삼중으로 광고를 내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 이를 불평하고 싶어도 이를 들어 줄 언론사가 없다. 대부분 언론사가 업소록을 만들기 때문이다. 업소록을 만들지 않는 언론사도 타언론사 비위를 건들이기가 싫어 애써 불평을 외면하고 있다.
이는 커뮤니티의 공익성을 무시한 언론의 횡포라고 할 수 있다. 업소록 발간은 순전히 언론사 자신의 이익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코리아타운에서 발간되는 업소록으로 언론사들이 취하는 이익이 무려 1000만 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한 언론사 마다 1년에 한번 찍어내는 업소록으로 평균 150만 -300만 달러 이익을 챙긴다는 계산이라고 한다.
원래 30여년전 한인회에서 한인록이라는 업소록을 처음 간행할 때는 커뮤니티 이익을 위해서 시작된 것인데, 한인회가 이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바람에, 언론사들이 쉽게 단번에 큰 돈을 챙길 수 있는 수익성 사업으로 키웠다. 처음에 언론사들이 끼어 들면서 커뮤니티에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어느틈엔가 사라저 버렸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은


이같은 언론들의 자본주의화로부터 언론의 횡포에 대해 미국의 타임지의 발행인 핸리 루스가 출연하고 지식인을 대표하는 시카고대 총장 로버트 허친스를 의장으로 하는 언론자유위원회(The Commission on Freedom of the Press)가 구성해 장장 4년여에 걸친 연구조사의 결과로 발표한 ‘자유롭고 책임있는 언론’(A Free and Responsible Press)이라는 보고서는 언론의 자유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 동반을 강조한 역사적 문건으로서 잘 알려져 있다.
오늘날 우리의 한인언론 상황에서도 타산지석으로 배울 만하다. 이 보고서는 자유로운 사회가 자유로운 언론을 요구한다고 전제하나, 신문의 기능에 필수적인 5가지 요구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첫째, 언론의 사명은 매일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 정확하고 진실되며 종합적인 보도를 해야 한다. 이는 허위보도가 아닌 정확한 보도를 강조할 뿐만 아니라 사실(fact)과 의견(opinion)을 분명히 구분, 혼동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으로서 이 보고서는 사실을 그저 객관적으로 충실하게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건의 의미를 알 수 있는 문맥적 진실보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사실보도나 객관적 보도는 절반의 진실 혹은 미완성의 보도가 되기 쉬우므로 보다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진실보도를 강조한다. 한인언론은 아직까지 일반기사와 분석기사, 해설기사 등을 구분 않고, 혼동하여 취급하는 기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언론은 다양한 의견과 비판이 제안되고 교류되는 광장 즉 공론의 장이어야 한다. 신문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토론과 논쟁을 다각도로 공평하게 게재할 책임을 지니며 자신들의 입장에 반하거나 대립되는 것까지도 보도함으로써 이른바 아이디어의 자유롭고 공개적인 시장임을 보장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스스로 주장하는 언론의 자유는 결국 자기모순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한인언론들이 특별히 귀담아 들어야 하는 사항이다.


편가르기 말아야


셋째, 언론은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집단의 대표적인 의견과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 언론이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입장을 왜곡하거나 편파적으로 보도함으로써 계층과 집단들간의 긴장과 대립을 조장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점은 지금 우리 커뮤니티에서 전개되는바 언론이 편가르기를 주도하고 있는 현상이기에 언론의 책임에 위반되는 일이라 할 만하다.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행사가 아무리 커뮤니티에 반응이 크다고 했드라도, 한국일보는 그 행사를 취급치 않았다. 물론 반대로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행사에 대해 중앙일보 역시 이를 취급치 않았다.
넷째, 언론매체는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나 목적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는 논설란이 갖는 하나의 기능으로서 바로 언론의 교육적, 문화적인 기능을 지시하며 언론이 학교교육 이상으로 교육적이고 문화 전수적인 기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들어 한인신문들의 오피니언란이 활발해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으나, 논설란은 아직도 수준 이하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본국의 신문들에서 논설란이 갖는 영향력을 이곳 언론들도 발휘하기 위해서는 논설진들의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다섯째, 언론매체는 매일매일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른바 정보의 자유(freedom of information) 혹은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 오늘날 시민들은 과거 어느 시대보다도 더 현실성 있는 정보를 요구하기 때문에 뉴스와 의견은 광범위한 영역을 커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한인언론들은 정보의 제공이라는 언론의 바른 의미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 “광고도 기사이다”라는 명분으로 광고주들의 상품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지면을 활용하는 지금의 한인언론은 정보의 제공 이전에 수익성에 치우치는 경영의 제물이 되어 가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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