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얻은 것과 잃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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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0.4 공동선언을 함께 발표하는 것으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막을 내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북했던 1차 정상회담 때만큼 국내외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못했다는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실질적인 결과도 적지 않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적으로 본국 각 분야에서 느끼는 이번 회담의 득과 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청와대나 범여권 등에서는 가장 우선적 성과로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꼽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1차 때보다도 보다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방안이 마련됐다고 자평했다. 
백두산 항공로 개설이 서해평화수역 건설도 손꼽히는 결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보수층이나 한나라당은 ‘얻은 것은 없고 퍼주기만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남북이 합의한 경협안은 ‘경제협력을 위장한 일방적 퍼주기 방안’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정상회담 효과를 놓고 주판알 튕기기에 분주하다. 현재까지는 정상회담이 대선구도에 큰 변화를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여권은 정상회담이란 반전 카드를 경선파탄으로 인해 날려버린 셈이 됐으며 한나라당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분위기다.
<선데이저널>은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남북의 득과 실을 비롯해 본국 정치권의 이해관계 등을 살펴봤다.


 


회담이 시작되기 전만해도 노무현 대통령은 평화체제 구축과 경제협력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면 김정일 위원장은 최근 해외언론에서 제기했던 건강이상설을 일축하며 자신의 건재를 알리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노대통령은 시종 일관 튀는 언행을 자제하며 김 위원장을 치켜세우려고 노력했고, 김 위원장은 두 번이나 건강이상설에 적극 반박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렇게 만난 두 정상은 처음에는 서먹한 분위기로 회담을 시작했으나 예상보다 많은 합의를 이끌어냈다. 경제협력 방안이나 백두산 직항로 개설은 전문가들도 예상치 못했던 깜짝 사안이었다. 때문에 분위기는 1차 때만 못했으나 실질적 진전은 2차 때가 더 많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구체적 경협 로드맵 성과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는 구체적 경협 로드맵을 세운 것을 꼽고 있다.
실제로 이번 회담에서 경제 분야의 얘기가 많이 오고 간 것은 그만큼 북한 쪽에서도 여기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두 나라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북한에 대한 남북 물류망 연결을 포함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기회를 확대해 경제공동체 형성과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 건설의 기반을 조성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봉조 통일연구원 원장은 “앞으로 남북관계를 지켜나가기 위한 기본 방향을 잡았고 구체화시킬 과제들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김연철 고려대 교수는 “이번 회담 결과를 놓고 일방의 양보라고 보긴 어렵다”며 “우리가 준 것도 있고 얻은 것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평화 정착과 경제협력을 강조했는데  특히 경제 분야에서 해주 직항로는 우리가 준 것이고 해주공장은 우리가 얻은 것이다”이라며 “군사적으로도 그간 우리 측의 주장이 반영됐으므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방적 퍼주기 비판도
이에 못지않게 일방적인 퍼주기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특히 대한민국이 얻은 것은 추상적 선언 몇 개에 불과한데, 북한에는 경협을 위장해 엄청나게 많은 퍼주기를 했다는 것이 이러한 비판의 골자다. 한나라당은 이번 경협을 위해 북한에 30조원을 갖다주는 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핵 폐기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지 않은 것과 정부가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북한 강제수용소 폐쇄 등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은 점은 또다른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공동어로수역 설정으로 서해 북방한계선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것은 헌법의 영토부분을 포기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상회담의 합의가 추상적이라는 일각의 주장처럼 실제로 이번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적극 추진해 나가도록 했다. 강구해 나가도록 했다. 노력하기로 했다’는 추상적인 문구가 많이 들어가 있다. 이런 합의는 과거에도 많이 있었지만 실천이 안 된 것이 많았기 때문에 이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들이 남은 것이다.


대선 구도에 영향 거의 없어
남북정상회담이 대선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정치권에는 예상보다 그 효과가 미미했다. 정상회담 직후 몇몇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가 회담 전과 비교했을 때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
실례로 지난 8일 한 일간지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는 53.9%의 지지율로 1위를 질주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이라는 국민적 평가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급상승으로 그동안의 대세론에 어느 정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지지율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반면 정상회담 효과를 노렸던 범여권의 주자들을 이렇다 할 재미를 보지 못했다. 개성공단 건설의 주역임을 주장했던 정동영 예비후보과 친노진영 주자인 이해찬 예비 후보의 지지율 변화는 거의 없었다. 정동영 예비후보는 (8.8%)은 이 후보에 이어 2위였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5.2%)는 3위였으나 모두 한 자리수의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해찬 예비후보는 (4%)는 오히려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4.3%)에게 4위 자리를 내주었다.
범여권은 남북정상회담이 대선구도를 이른바 ‘평화대통령 vs 경제대통령’의 전선으로 몰고 가 주길 바랬으나 이마저도 ‘정상회담 기간 내내 지속된 경선파행으로 절호의 찬스를 이미 날렸다’는 냉소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은 ‘북풍()’의 파괴력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 남북정상 시장원리 몰라 말만 오가
청, 이후보 제대로 보고 받지 못했나


남북정상회담의 성과 중 하나인 경제협력 방안을 두고 이명박 후보와 청와대간의 설전이 이어졌다.
이후보는 지난 8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 월례 세미나에 참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통 큰 투자를 하라는데 어떻게 만드는 지 시장원리를 모른다”며 “이쪽 정상(노무현 대통령)도 잘 모르니 말만 왔다 갔다 한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지금은 기업이 북한에 들어가고 싶어도 인터넷이나 금융도 못 하는데 누가 들어가겠느냐”며 “몇 십 만명씩 들어가는 공단투자 방식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수지가 맞는 곳에 들어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후보는 “우선 기업에 대북 투자를 시켜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북한은 거기서 얻은 이익을 갖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서 “우리 기업이 들어갈 수 있는 여건을 북한이 만들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이 후보가 정상회담 선언문이나 그 과정에서 대통령이 전했던 이야기, 귀환 뒤 정리했던 발언들을 제대로 보고를 받지 못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 설득하고 설명하려 했던 핵심은 바로 북측에서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남측의 투자기업을 데리고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에 기업인들이 많이 갔는데 이는 `북측이 투자할 만큼 준비가 됐으나 투자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앞으로 투자를 위해 어떤 것을 요구할 것인지 살펴보자’는 차원”이라며 “개성공단 성과에도 부정적인 단정을 하는 것 같은데 입주 기업들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천 대변인은 이어 “이런 전면적인 측면에서 볼 때 `기업이나 시장원리를 모르고 했다’는 평가야말로 정말 너무 내용을 모르고 한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노대통령 지지도 급상승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그간 20%대에 머물던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를 급상승시켰다. 또한 최근 변양균-신정아 사건과 정윤재 비서관 뇌물 수수 의혹 등 측근 비리로 인해 궁지에 몰렸던 처지를 단숨에 엎어버렸다.
실제로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지난 6일 KBS-미디어 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53.7%로 나타났다.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 여론조사는 50.6%였다.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70% 안팎 지지율이 나오고 있다.
이런 수치는 참여정부 출범초 77%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지난 2004년 3월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탄핵 역풍을 타고 56% 지지율을 보였던 것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임기말에 임기초와 엇비슷한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다만 이러한 지지율이 12월 대선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지율 급상승이 지속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정상회담에 따른 일시적 반짝 효과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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