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초반 정국 뒤흔들 핵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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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통령 자리에 올랐던 수장들은 취임 후 전 정부와의 선긋기 작업을 통해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을 높여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후 군사정권의 상징이었던 하나회를 해체하고 전두환, 노태우씨를 내란죄로 구속하면서 군사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안기부 자금이 정치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이른바 안풍(安風) 사건 등을 통해 YS정권과의 선긋기를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취임 이후 정치권에서 제기된 대북송금특검 등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의반 타의반으로 국민의 정부와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이처럼 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킴으로써 새 정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높이는 것은 일종의 통과의례였다.
현재 한국 정치권은 과연 이명박 정부가 어떤 칼을 빼들어 지난 10년 정권과의 선긋기를 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노대통령 당선 이후 일부 386 측근들이 받았다는 당선축하금에 대한 수사가 이러한 선긋기에 사용될 칼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조만간 시작될 삼성 특검의 결과에 따라 내년 초 한국 정치권에는 또 한 번의 A급 태풍이 휘몰아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지사 = 박혁진 기자>



새해 정치권을 강타할 가장 큰 이슈는 이른바 ‘이명박 특검’이라 불리는 BBK 관련 특검과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원인이 되어 도입된 ‘삼성 특검’이 있다. ‘쌍끌이 특검’이라 불리는 이 두 특검은 향후 총선정국을 좌우할 가장 큰 화두라 할 수 있다. 정치적인 의미가 많이 상실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명박 당선자에게 그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이명박 특검’은 그 결과에 따라 이 당선자의 정권 초반 향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특검법에 쏠린 정치권의 눈


하지만 무엇보다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삼성 특검’이다. 삼성 특검은 도입될 당시만 해도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실태와 법조계에 대한 전방위적인 로비 행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한나라당의 요구로 인해 지난 2002년 대선 이후 노무현 대통령 측근들에게 전해졌다는 삼성그룹의 당선축하금도 그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김 변호사의 문제제기가 결론적으로 특검법까지 가게 된 것은 현 검찰이 수사대상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이 특검법을 저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결과적으로 이 당선자가 대통령에 선출된 이상 특검법은 삼성그룹의 불법행위보다도 전 정권에 대한 새 정권의 차별성 부각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치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정치전문가들은 새로운 정권이 출발할 시점에는 항상 전 정권의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새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것이 하나의 통과의례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는 군부정권과의 차별화를 부각시켰고, 김대중 정부는 민주화 세력이란 자부심으로 독재세력과의 선긋기를 시도했다는 것. 노무현 정부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 아들의 비리로 정권말기에 신뢰가 떨어진 국민의 정부와의 거리두기를 했다는 것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소위 당선축하금에 대한 수사를 통해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함과 동시에 새 정권에 필요한 원동력을 얻으려 할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사용하고 남은 대선 잔금 수사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총선에 맞춰 등장할 보수 신당의 영향력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삼성 특검을 통해 노무현 정부와의 선긋기를 함과 동시에 이회창씨에 대한 정치적인 보복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당선축하금 수사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에게 제기되고 있는 대선축하금 의혹이나 이회창 후보에게 제기된 대선 잔금과 관련된 수사는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 것인가?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 11월 2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때 삼성 계열사 사장들이 개인 명의로 정치권에 제공한 후원금은 모두 회사 비자금에서 나왔다”며 “법인 명의의 후원금이 한도를 초과하자 계열사 사장 명의로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나머지 선거자금도 대부분 비자금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도 선거자금의 출처를 비자금으로 의심하고 있었지만 ‘이 회장 개인 돈’이라는 삼성의 진술을 그대로 인정하고 수사를 종결했다”고 말했다.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된 2002년 대선자금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축하금 의혹은 2003~2004년 검찰에서 수사했던 사안이다. 당시 수사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측근들이 대선 이후 대기업들로부터 ‘당선축하금’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 안희정씨 등이 대선 이후 수수한 돈은 20억4300만원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2004년 5월 대선자금 수사를 종결하면서 삼성이 정치권에 건넨 자금이 “이 회장의 부동산 매각











대금과 주식 배당금 등을 모아 재테크를 통해 불린 돈”이라는 삼성 측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선자금 수사의 마지막 숙제였던 ‘삼성 채권’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었다. 당시 검찰 수사에 따르면, 삼성은 2000~2001년 명동 사채시장에서 837억원의 무기명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해 이 중 361억1000만원을 지난 대선 당시 정치권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권 제공 채권을 제외한 475억9000만원 중 32억6000만원은 퇴직임원 격려금 및 이건희 회장 일가의 개인 거래에 사용했고 나머지 443억3000만원은 보관해 왔다는 게 검찰의 최종 발표였다.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 등을 통해 검찰이 확보한 채권번호와 삼성이 제출한 실제 채권을 일일이 대조한 결과 삼성 측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점을 발견치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남은 채권을 보관해 왔다”는 삼성의 진술이 과연 신빙성이 있느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노무현 후보 측이 받은 것으로 밝혀진 불법자금이 한나라당에 비해 턱없이 적고, 노 대통령 측근들이 대선 직후 실제 ‘당선축하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삼성 채권이 당선축하금으로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문제제기를 끊임없이 해왔다. 다음은 홍 의원이 했던 인터뷰의 일부분이다.
“당시 검찰이 금융기관을 은밀히 압수수색해 확보한 CD는 모두 18장이다. 2004년 9월 24일 대검의 H 검사가 압수수색해 자금 추적을 시작했는데 당시 영장을 보면 CD 18장의 일련번호가 기재돼 있다. 내가 알기로 이 중 8장에 대해서는 자금 추적 결과 ‘당선축하금과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나머지 10장에 대해서는 추적 결과가 알려진 바가 없다. 나는 이 가운데 5장, 총 500억원에 이르는 CD를 특히 유의해서 보고 있다. 이 CD의 사본을 지금도 갖고 있다. 검찰에서 기초 수사가 돼 있다면 특검에서 자금 추적해 확인하면 밝혀질 사안이다.”
이처럼 한나라당 측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축하금을 받았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이와 관련한 부분들을 끊임없이 제기할 전망이다. 검찰에서도 이를 입증할만한 자료를 갖고 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축하금 같은 것은 받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삼성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검이 삼성그룹의 불법 대선자금 등을 수사한 결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 축하금 제공 혐의 등이 드러날 경우 대통합민주신당과 참여정부의 진영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하지만 기업이 정치자금을 제공할 때는 일종의 ‘보험’ 차원에서 여러 정당에 두루 돌린다는 관행을 고려하면 특검이 불법 정치자금의 흐름을 추적, 수사 결과를 공개할 경우 여야를 막론하고 광범위한 정치인들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 특검법에 모든 정치인들의 눈과 귀가 쏠려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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