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변화없이 돌파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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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정치인은 흑인계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다. 그는 첫 번째 코커스가 열린 아이오와주에서 예상을 깨고 선두를 차지해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왜 오바마의 ‘돌풍’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그가 들고나온 화두가 ‘변화(Change)’이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이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내가 그 앞장을 설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변화의 움직임은 미주한인사회도 불고 있다. 한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디딘 지도 130년이 되어간다. 이제 미대륙에 200만이 넘는 한인들이 50개주 곳곳에 살고 있다. 그 중 LA코리아타운은 해외 700만 동포인구 중 가장 많은 동포들이 살고 있는 ‘해외한인사회 1번지’라 할 수 있다. LA는 지난 1970년대 ‘제2의 물결’로 대규모 이민이 시작되면서 해외에서 ‘코리아타운’이 최초로 형성된 곳이다. 그 후 30여년을 지나오면서 코리아타운은 사회, 경제적으로 비약적인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1992년 4.29 LA폭동으로 이민역사상 최대 수난을 당했으나, 한인들의 끈질긴 집념으로 이를 극복해 나갔다.
그러나 한인 커뮤니티는 외향적인 성장에 비해 여러면에서 의식구조가 아직도 70년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커뮤니티의 활동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도 변하고 한국도 변하고 있는데, 코리아타운은 변화에 대한 욕구가 없다. 21세기에 들어선지 8년째가 되는 2008년 새해에는 ‘변화’의 물결이 코리아타운에 흘러야 한다.


                                                                                       성진 <취재부기자>



오는 5월 실시되는 LA한인회장 선거를 앞두고 타운에는 7-8명의 출마예상자가 거론되고 있다. 본보가 지난호에서 한인회장 출마예상자와 관련한 보도를 내보내자 커뮤니티에서는 “한인회장도 변화의 모습이 담긴 후보자가 나왔으면 한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새로운 감각이 없다”는 반응이다. 한마디로 ‘식상 하다’는  것이다.
물론 출마예상자 중에는 이미 지난번 선거에 나왔던 사람들이 포함됐기에 “구태의연 하다” 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한인회장 선거에 처음으로 거명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감흥을 느낄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같은 반응은 커뮤니티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의 한인사회보다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말이다. 이런 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커뮤니티가 변화를 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물이 흐르지 않으면 썩듯이, 커뮤니티도 여러 면에서 변화해야 한다.
과거 한인단체장을 역임한 C모 전회장은 “70-80년대 한인회와 오늘의 한인회를 비교하면, 커뮤니티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나타난다”면서 “70년대 당시 한인회 이사회는 커뮤니티가 당면한 이슈들에 대해 논의하는 열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 C모 전회장은 “봉사면이나 전문성에서도 오늘의 한인회가 70년대보다 뒤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학계에서 활동하고 과거 한인회에도 임원으로 참여했던 K모 박사도 “오늘날 한인회는 70년대 한인회 패턴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한인회장 선거가 직선제이면서도 30여년 전과 다르지 않았고, 참여도는 오히려 70년대보다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72년에 이민온 L(73)모씨는 “70년대 당시의 한인회장 투표장이나 지금의 투표장이나 기능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면서 “그 동안 인구변화에 비해 오늘날 한인회장 선거 참여율은 너무나 저조한 실적이다”라고 말했다.
한인회장 선거가 외형적으로 분쟁이나 말썽만 높아왔고, 참여도가 저조한 것은 한인회나 한인회장들이 커뮤니티로부터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한인회장을 왜 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말은, 많은 돈을 써가며 한인회장 감투를 쓰려는 목적이 애매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LA시장과 담판하는 회장을
    
이번의 LA한인회장선거도 지난번처럼 직선제로 치러질 공산이다. 일부 이사들이 간선제를 위한 정관개정을 시도했으나 두번이나 실패했다. 그 동안 정관개정 작업이 이루어져 왔으나, 그 내용은 시대변화에 따르지 못하고, 계파 별 이해관계에 얽힌 사연 때문에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했다.
일부 이사들이 추진하는 간선제 정관개정의 숨겨진 속셈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인물이 직선제 선거에서는 불리하기 때문에, 간선제를 통해서 회장직을 따내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간선제면 앞으로 한인회장은 특정한 집단에 의해서 선출되는 위험성도 지니게 될 수가 있다. 이렇게 정관개정이 시대변화에 적응하는 개정작업이 아니라, 교묘한 대의명분을 내걸고, 속셈은 자신들의 이익을 채우기 위해서 추진하는 것이기에 대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해외최대의 60만 한인사회의 대표단체라고 불리는 LA한인회장이 고작 3000표도 얻지 못하고도 당선되는 현실이 한인 커뮤니티의 문제이다. 이런 문제를 계속 반복하고도 답습해 나가는 한인 커뮤니티 의식은 변화에 대해 무감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한인회장도 우물안 커뮤니티의 대표가 아니라, 다양화된 미국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인 커뮤니티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인물이 나와야 한다. 후보자가 돈을 뿌려 가면서 유권자를 포섭하는 선거운동은 더 이상 연출해서는 안된다. 한인사회도 미국정치처럼 능력있는 후보자들
에게 유권자들이 정치헌금을 하듯, 한인동포들이 후원금을 거두어 능력있는 봉사자들을 한인회장 후보로 추천해 돈 없이도 후보자가 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미국 최대한인사회의 대표단체의 회장이라고 하면, 한인사회 권익을 위해 적어도 LA시장과도 담판을 벌일 수 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잘못된 양반”은 퇴출해야


지금 미국사회는 대선 예선전을 치르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 군들이 50개주를 상대로 맹렬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미 주류사회는 물론 소수민족 커뮤니티도 미대선전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한인 커뮤니티는 극소수 단체만이 유권자등록 캠페인을 벌이는 등 대부분의 단체들은 선거에 무관심이다.
공화당을 지지하건 민주당을 지지하건 미국 정치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우리 커뮤니티의 힘을 보여 주는 것이다. 우리가 힘을 적게 나타내면 그만큼 권익이 줄어든다. 4.29 폭동 당시 우리가 수난을 당한 것도 우리의 힘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아이비 리그 대학을 나온 한인 인재들이 수두룩하지만, 4.29폭동에서 아무런 잘못이 없는 한인사회가 유독 표적인 된 점에 대해 그 수많은 박사 한인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아메리카 드림’을 위해 땀과 희생으로 이민생활을 영위하는 수많은 한인 1세들은 우선 언어장벽으로 한인들의 의사를 제대로 미국사회에 전하지 못했다. 이럴 때, 하바드나 예일대를 나온 한인 엘리트들이 한인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데 한몫을 거들어야 하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성공에 대해서는 악착같이 목소리를 내지만, 커뮤니티 공동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나, 주위의 어렵게 살아가는 한인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방관하여 왔다.
원로 언론인 이경원씨는 이 같은 한인 엘리트들을 “잘못된 양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해 명성을 날리며 부를 축적해 개인적으로는 명예가 될른지는 모르나, 커뮤니티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이런 부류들을 “잘못된 양반”이라는 것이다. 공자나 유교사상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세대 단체도 문제


미 주류사회와 한인사회간에 가교를 만들어 나간다는 취지로 발족된 대표적인 1.5세 단체인 ‘한미연합회’(KAC)가 지금 내분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한인사회의 똑똑한 1.5세와 2세들이 1세들의 부족한 점을 메우고, 커뮤니티에서 정체성을 지키자는 정신에서 출발한 KAC는 그 동안 괄목한 활동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이 단체도 변화를 하지 못해 기득권 세력과 신진세력들이 KAC안에서 힘겨루기를 하면서 1세 단체들에서 볼 수 있는 분란을 자신들이 벌이고 있다.
기득권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처음에는 미약했던 신진세력들이 연합해 끝내 기득권 세력을 KAC 남가주지부에서 퇴출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제는 서로가 중심세력을 잡기 위해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이사장 팀과 사무국장 팀이 이사회 내부에서 힘겨루기를 벌려 오다가 급기야는 이사장 팀 일부가 사퇴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때는 미국 정치인들이 KAC의 초청장을 받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KAC가 모 시의원에게 협조공문을 보냈는데 이에 대해 답신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KAC의 위상이 추락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똑똑한 1.5세 단체라고 불리는 KAC이외에도 한인 커뮤니티에는 몇개의 1.5세 및 2세 단체들이 있으나 이들 단체들이 서로 연합해서 커뮤니티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일은 드물다. 서로 자신들의 단체를 생각하는 일에는 열심이다. 
 미국교육에서 받은 훌륭한 지식을 커뮤니티에 봉사하는 엘리트가 많이 나오면 한인 커뮤니티는 자연히 변화할 수 있다. 2세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데만 힘을 쓸 것이 아니라, 그 2세들에게 어릴 때부터 커뮤니티 의식을 심어주는 것도 부모가 해야 할 직분이다.


언론이 소명대로


한인 커뮤니티가 변화해야 하는 데는 언론도 예외일 수가 없다. 소수민족 이민사회의 언론은 무엇보다도 이민사회가 주류사회에 적응하는데 앞장 서야 한다. 또한 이민사회의 권익을 대변하는데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소수민족의 정체성 보존과 커뮤니티의 의식을 고취시키는데 소수민족 언론의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지금 코리아타운의 한인신문과 방송들은 사회의 흐름에 대해 무감각하다. 신문들은 지면을 채우기에 급급하고, 방송들을 시간을 메우기에 여념이 없다. 커뮤니티가 나가야 할 방향이나, 당면한 과제들에 대해 시시비비가 없다. 일선기자들이 커뮤니티의 문제들을 취재하려 해도 위에서 이를 수렴치 않고 일방적인 지시만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 기자들의 사기만 저하시킬 뿐이다. 편집국과 보도국에서 기사를 놓고 토론하는 분위기를 볼 수 없다고 한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일간지에서 뚜렸하다. 그러기 때문에 사명감을 갖고 언론사를 찾는 젊은 세대가 없다고 한다. 어느 일간 신문사는 20대 초반의 젊은 기자들이 한명도 없다고 한다. 이는 신문사의 위기이다. 미래가 없다는 것이며, 변화가 있을 수가 없다. 신문사 자체가 위기인데 어떻게 커뮤니티를 바라볼 수가 있겠는가? 
최근 한 일간지에는 샌디에고 한인회 관련 기사와 광고가 실렸는데, 지난해 말 실시된 한인회장 선거에 출마한 2명의 후보가 “내가 회장이다”라고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기사화 하는 바람에 독자들은 어느 쪽이 진짜 회장인지를 헷갈리게 만들었다. 두 동강난 한인회가 각기 시무식을 한다는 광고도 한 지면에 실어주어 이를 보는 커뮤니티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돈만 가져오면 어떤 광고도 실어 줄 수 있다는 것 이외는 아무것 도 아니다.
또 다른 일간지는 최근 서울의 한 잡지에 실린 컬럼을 거의 통째로 표절하는 바람에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으로 미주한인언론의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켰다. 표절을 당한 서울의 잡지사 편집장은 자신의 칼럼을 통해 “이 사람은(기자라고 부를 수 없다)….” 라면서 아예 기자로 쳐주지 않을 정도로 매섭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 사실은 서울의 한겨레신문과 인터넷 사이트에 보도되어 미주한인사회 언론이 크게 망신을 당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미국대선에는 관심이 없고 한국대선에 과열을 보인다고 지적하는 한인 신문들이 오히려 한국 대선 열기를 북돋우고 있는 기사들을 양산하여 왔다. MB지지단체들을 포함해 한국 대선 후보자들을 지지하는 일부 한인 인사들이 신문이나 방송에 자신들의 지지활동을 부각시키기 위해 각종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을 언론이 받아 주는 것도 문제였다.
미국대선에 관련해 한인 커뮤니티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제시하는 방향으로 커뮤니티를 인도해야 하며, 이것이 한국 선거 참정권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지적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한인 언론이 나가야 할 방향이다. 그러나 대표적 일간지라고 하는 코리아타운의 언론이 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지경인데 어떻게 커뮤니티의 문제를 바로 볼 수 있고, 변화를 외칠 수가 있는가?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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