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진전 없는 양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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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이른바 ‘쌍끌이 특검’으로 불리는 ‘삼성 특검’과 ‘이명박 특검’이 한창 진행 중이다. 두 특검 모두 정치·경제 분야의 살아있는 권력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정·재계에서는 벌써부터 이 특검들을 두고 ‘물 건너갔다’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검 대상들이 이미 특검 시작 이전에 만반에 대비를 해놓은데다 핵심 당사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 특검팀은 이건희 회장 집무실, 삼성본관, 계열사 본관 등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몇몇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환대상자들이 입을 맟추기라도 한 듯 비슷한 답변만 쏟아놓고 있다. 압수수색을 한 곳은 ‘이미 압수수색 일정을 알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이 깨끗한 상태였다’는 것이 특검 관계자들의 말이다.
수사 기간이 최장 105일인 삼성 특검에 비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이전에 수사를 끝마쳐야 하는 이명박 특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명박 특검에서는 사건의 핵심인물 중 하나인 김경준 씨를 몇 차례 소환하면서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헌법 재판소에서 동행명령제가 위헌이라는 판결 때문에 핵심 당사자들을 소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이번 특검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오히려 삼성그룹과 이명박 당선인에게 면죄부만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지사 = 박혁진 기자>



지난 29일 삼성특검 관계자는 “원래 오늘 나오겠다고 약속한 삼성 그룹 임원들이 6명이었는데 3명은 동시에 복통이 났다고 하고 2명은 긴급하게 바이어 미팅이 잡혔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참고인이 소환에 불응할 때 현행법상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했다. 특검팀은 또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의 관재파트 담당자인 김 모 부장이 지난해 11월 출국한 이후 연락이 끊긴 상태인데다 같은 부서 소속 최 모 부장도 12월 초 병가를 낸 뒤 행방을 감춰 소재 파악에 나섰다. 이들은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실무자인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잠적한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결국 삼성비자금 수사의 핵심 키워드인 삼성 임직원들의 소환은 사실상 어려워진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 삼성 특검팀이 처해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수사 초기부터 삼성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한남동 승지원에 있는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과 삼성그룹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본관 전략기획실을 압수 수색하면서 특검 수사에 의욕을 보여왔다. 하지만 특검 팀은 압수수색에서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했다. 특히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곳이 대부분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증거인멸이 이뤄진 다음에 압수수색에 들어가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자금 조성과 관련 있는 참고인들을 소환했지만 여기서도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특히 상당수 참고인들이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출석한 임원들도 약속이나 한 듯이 입을 맞추고 있다.
이같은 소환대상자의 임원들의 불응에 대해서도 “그걸 왜 우리한테 물어보냐”며 “특검 관련 일은 특검 쪽에 문의하라”는 식의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팀은 헌법재판소가 `BBK 특검법’ 가운데 동행명령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참고인 소환을 위한 뚜렷한 강제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동행명령제는 참고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 특별검사가 해당 참고인을 지정한 장소까지 동행할 것을 명령할 수 있는 있는 조항이다.
동행명령제 위헌 결정은 비록 `BBK 특검법’에만 적용되는 조항이지만 삼성특검팀도 이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건희 회장 소환설


삼성 관계자들의 비협조 등으로 인해 수사가 어려움에 봉착하면서 특검팀은 조만간 이건희 회장이나 이학수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에 직접적인 칼날을 겨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소환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검팀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매각 사건의 피고발인인 이건희 회장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에버랜드 사건과 관련해 “피고발인 33명 가운데 2명만 재판을 받고 나머지는 분리, 결정돼 처리가 안되고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여러가지로 조사할 사항이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003년 말, 허태학, 박노빈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을 전환사채 헐값 발행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배임 혐의로 기소했지만 이건희 회장과 홍석현 회장 등 나머지 31명의 피고발인들은 기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소환이 실질적인 수사로 이어질지 혹은 상징적인 모양새를 갖추는 것에 불과한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사실 정재계 일각에서는 이미 특검 시작 후부터 ‘이건희 회장을 소환하는 선에서 특검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있어왔다. 이 회장을 소환하는 선에서 비판여론을 잠재우고 그동안 있어왔던 여러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것. 하지만 이 회장이 실제 소환될지는 미지수다. 소환에 따른 부담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벌써 반 지나간 이명박 특검


답답하기는 이명박 특검팀도 마찬가지다.
지난 15일 출범한 정호영 특별검사팀은 지난 29일로 수사 보름째를 맞았다. 한 차례에 한해 10일을 연장할 수 있지만 1차 수사 기간이 30일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반환점을 돈 셈이다. 특검은 이 당선인의 BBK 관련 의혹, 도곡동 땅 및 ㈜다스의 실소유 의혹, 상암동 DMC 특혜분양 의혹, 검찰의 회유ㆍ협박 의혹 등 특검이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지난 12월 검찰 수사 때와는 별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장 큰 이유는 검찰이 수사하지 않은 부분들을 수사해야 하지만 이 부분들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지난 20일 다스의 경북 경주 본사, 충남 아산 공장, 서울 지사와 자회사인 홍은프레닝 사무실까지 모두 네 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압수수색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특검팀은 21일 똑같은 곳을 압수수색하겠다며 영장 내용을 보완해 재청구했지만 역시 기각됐다.
법원은 압수수색 영장 기각의 이유로 ‘포괄성’을 들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특검팀이 청구한 영장은 사실상 ‘포괄영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모든 것을 다 보겠다는 식이었다”며 “특검이라는 이유만으로 예외적으로 영장을 발부해 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특검 수사에서는 검찰이 하지 않은 다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이 당선인의 다스 차명소유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검찰 수사에서 한 발짝 나아가려면 다스에 대한 압수수색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다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는 바람에 특검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 가능성은 그만큼 적어졌다. 특검팀은 이상은씨의 도곡동 땅 판매금 17억원이 다스로 흘러들어간 경위를 밝히는 게 다스와 도곡동 땅의 실소유 의혹을 밝히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압수수색 시도가 불발에 그치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BBK 명함’ 논란을 불러 일으킨 이장춘 전 대사와 ㈜심택 사장 전모씨 등 중요 참고인들이 줄줄이 해외로 나가거나 잠적해 사실상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점도 특검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이명박 당선인의 소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도 특검팀에게는 고민거리다. 지난 검찰 수사 때 당사자인 이명박 후보를 직접 조사하지 않은 것에 대한 외부의 비판이 많았지만 이번 특검 역시 취임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이 당선인을 소환한다는 것에 적지 않은 부담이 따른다.
한편, 특검팀은 김경준씨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의 회유·협박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로부터 김씨 수사 때 만든 녹음·녹화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김씨는 그동안 “검찰의 회유·협박은 영상녹화조사실이 아닌, 검사실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했고, 검찰 수사팀은 “검사실 조사 내용도 녹음해놓았다”고 반박했다.
결국 두 특검이 여러 방법을 동원해 핵심 의혹들을 수사해 나가고 있지만 뚜렷한 물증들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히려 두 특검이 이명박 당선인과 삼성에게 면죄부만 주는 모양새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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