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다가오는 친박계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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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공천전쟁이 막이 올랐다. 한나라당 공천 = 당선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당의 공천을 받기 위한 후보들의 물밑 경쟁이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다. 무엇보다도 관심을 끄는 것은 이른바 이명박계와 박근혜계로 불리는 계파간의 공천 전쟁이다. 지난 경선 때 워낙 두  사람간의 대결이 살벌했던 터라 두 계파는 여전히 앙금이 남아있다. 공천결과에 따라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본국 정치권에서는 ‘친박계 80석 분배설’, 공천 살생부‘ 등 확인되지 않은 각종 소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1차 심사 결과 친이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친박 인사들의 소외가 눈에 띤다. 1차 심사에서 탈락한 인사들은 공천에 문제가 있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한나라당 공천이 끝나면 정치권에 또 한 번의 이합집산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치권 자리 이동의 신호탄이 될 한나라당의 공천 중간 결과를 살펴봤다.
                                                                                <한국지사 = 박혁진 기자>


선거는 전쟁이다. 특히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선거는 사활(死活)이 걸려있다. 승자는 모든 것을 얻지만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다. 철저하게 힘의 논리로 좌우되는 세계가 정치판인 것이다. 지난 8월 이후 한국 사회는 각종 선거의 연속이었다. 8월과 11월에는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당내 경선전이 벌어졌다. 이 당내 경쟁에서 승리한 후보들끼리 12월 대선에서 맞붙었다.
당내 경선이든 본선이든 모든 과정의 선거에서 탈락한 대부분의 후보자들은 낙선의 아픔과 동시에 스포트라이트를 승자에게 빼앗겼다. 이해찬 전 총리가 그랬고, 손학규 전 경기 지사가 그랬고,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러한 살벌한 정치판 선거에서 결과와는 상관없이 자기만의 만리장성을 더욱 단단히 구축한 단 한 명의 예외가 있었다. 그는 패배했어도 모든 것을 빼앗기지 않았다. 오히려 승자 위에 군림하는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는 승자가 그에게 굽히고 들어오는 인상마저 느껴졌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였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후보 자리를 내줬지만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전혀 손실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커졌다는 것이 정치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는 이 대통령도 박 전 대표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자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자칫 박 전 대표와 갈라선다면 누구도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친이 vs 친박 전쟁


하지만 대선 이후 이러한 정치적 역학 관계는 급변하고 있다. 이미 대선 승리를 거머쥔 이상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자산이 예전만큼 큰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오히려 대통령 본인을 중심으로 한 지지세력의 결집이 더 중요하다고 주변 사람들은 조언한다. 이 때문일까.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공천 잡음이 어느 때보다도 시끄럽다. 공천 전부터 불거져 나온 잡음이 본격적인 공천심사에 들어가면서 더욱 커져가고 있는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는 본선보다 더욱 치열한 당내 경선을 거친터라 이미 경선 당시부터 지는 쪽은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후보를 지지하는 당내 세력들도 4월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점쳐왔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총선을 앞두고 친이계와 친박계의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천 신청자 접수가 마감되기 전만해도 두 계파간의 대립이 극에 달했다. 분당론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친이계는 ‘정치 개혁’ 및 ‘당청간의 원활한 의사소통’ 등의 명분을 내세워 공천 과정에서의 ‘물갈이’를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나오자 이 대통령보다 당내 지지 기반이 더욱 탄탄한 박근혜계 쪽에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공천 살생부’란 말이 심심치 않게 나돌았다. 특히 과거 벌금형 이상의 전력이 있는 후보에게는 공천할 수 없다는 공천심사위원회의 방침이 정해지자 친박계는 핏대를 세우며 반발했다. 특히 친박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이 기준에 걸쳐 후보 신청서마자도 접수 할 수 없게 되자 두 계파는 거의 갈라서는 것은 보였다. 하지만 친이계가 한 발 물러서면서 ‘분당’이란 최악의 사태는 모면했다.


한나라당 ‘화약고’


정치전문가들은 공천을 둘러싼 두 계파간의 갈등이 ‘한나라당의 화약고’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1차 공천 심사가 끝나면서 이 화약고가 다시금 폭발할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12일부터 23일까지 1천177명의 신청자 중 도덕성과 전문성, 당선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지역구마다 1∼4명의 후보자를 압축, 모두 546명을 추려냈다. 단수후보는 50명(단독신청자 34명)이었다.
일단 단수후보만 놓고 따진다면 친이계의 압도적인 우세라고 할 수 있다. 단수 후보 가운데는 ‘친이’계가 38명을 차지, 9명에 그친 ‘친박’계를 압도했다. 중립 성향은 3명으로 파악됐다. 친이계 단수 후보에는 이재오 의원, 이방호 의원, 정두언 의원, 주호영 의원 등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 모두 포함됐다. 애초 단독 신청자에 친이계 인사가 많았다는 점에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친박계가 치열한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친박계의 불만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 꺼풀 들춰 보면 단수후보로 압축된 곳에는 대부분 친이 핵심 인사들이 포진한 반면, 친박 인사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피 말리는 경쟁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아직까지 공천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친박측은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진 않고 있지만, 1차 심사에서 친박측 원외당협위원장 등이 탈락한 것에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례로 부산의 모 지역구에서 애초 유력 후보로 지목됐다가 탈락한 A후보는 당내 친이계 실력자의 출신 고등학교인 부산고 졸업 후보들이 대다수 1차 관문을 통과했다면서 결국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나 실력 이전에 얼마나 튼튼한 동아줄을 잡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계파 분배설도 솔솔


1차 공천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 친이파의 약진이라면 그 다음으로는 계파에 속해있지 않은 후보들이 대거 떨어진 것이다. 한나라당 당내에서 ‘계파 분배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실제로 1차 관문을 통과한 신청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경선에서 친이나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이었다. 수도권과 영남지역 격전지를 보면 친이계와 친박계 인사가 맞붙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역에서 열심히 일했던 사람은 안 되고 계파 줄 타고 오는 사람들이 1차 심사에서 통과되고 있는데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부산 사하구갑에서 유력후보로 거론되던 하형주 후보(동아대교수)의 경우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공천심사가 당내 계파(친이.친박)별 안배에 치중하는 바람에 희생양이 됐다고 분석하면서 무소속 출마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 후보는 사하구갑 지역내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높은 인지도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공심위가 2차 공천심사(여론조사 2차례)에서 계파별 안배에 따라 내정해둔 후보를 위해 미리 싹을 자르는 차원에서 1차 면접에서 자신을 떨어뜨린 것으로 추측했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인사는 “계파별 안배가 어쩔 수 없는 점이 있다 하더라도 공심위의 이번 1차 면접심사를 보면 공정한 잣대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럴 바에는 무엇하러 공천심사라는 거창한 절차를 밟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인사는 “이런 식으로 공천심사를 진행한다면 후보들의 반발은 물론 민심이반으로 인해 4.9 총선결과 의석이 감소하는 등 후유증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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