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작업 들어간 삼성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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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대 그룹이자 세계 굴지의 기업이기도 한 삼성그룹에겐 ‘주홍글씨’와도 같은 일종의 낙인이 찍혀있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경영권의 불법 승계 논란, 계열사 비자금조성을 통한 정관계에 대한 전방위 로비 의혹, 무노조 경영 등으로 인해 생겨난 ‘삼성공화국’이란 비아냥이 그것이었다.
일부 시민단체와 언론의 비판 속에서만 등장했던 이러한 의혹들이 지난해 10월 삼성그룹의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구체화됐다. 김용철 변호사를 위시한 시민단체들은 “검찰도 삼성의 로비 대상이었던만큼 특별검사팀을 구성해서 삼성에 대한 모든 의혹을 밝혀내야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서는 11월 23일 이른바 삼성특검을 통과시켰고 지난 1월 삼성특검은 야심차게 출발했다. 그리고 100일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특검은 수사를 통해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12명이 보유 중인 삼성생명 주식 16.2%가 차명주식이라는 점 △차명(주식)계좌로 관리해온 자금 중 일부가 미술품 구입 등에 사용된 점 △삼성증권에 개설돼 있는 1300여 개의 삼성전자 차명주식 계좌 등이 확인됐다. 하지만 가장 핵심사안이던  정관계 로비의혹이나 경영권 편법 승계과정에서의 오너 일가의 개입 여부 등에 대해서는 의혹을 밝혀내지 못했다. 오히려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대로 수사가 마무리된다면 삼성 입장에서는 그동안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해 온 여러 가지 의혹 등에 대해서 면죄부를 얻는 셈이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에 대한 여러 의혹들을 밝혀내기 위해 국민의 혈세로 구성된 특검팀이 오히려 삼성그룹의 앓던 이를 빼줬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마무리 단계에 대한 삼성 특검의 현재 상황을 취재해봤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삼성 특검에 대한 최대 관심사는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전무 등 이 회장 부자와 전·현직 임원들에게 부과될 증여세·양도소득세 등 세금 규모와 증여세 회피 등에 따른 형법상 조세포탈죄 적용 여부, 횡령·배임죄 등을 적용한 형사처벌과 기소 여부였다. 특검은 이회장과 이전무까지 소환조사하며 이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를 벌여왔다. 또한 현 정부 고위인사들이 포함된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 의혹도 주요 관심사였다.


삼성생명 주식 진짜 주인은


먼저 조세포탈죄나 횡령죄 등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삼성생명 주식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 명의 계좌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과세와 형사처벌 여부를 둘러싸고 법적인 여러 난점들이 얽히고설켜 있는데, 이를 풀려면 차명 주식의 원래 소유자와 임원들의 차명계좌 취득 자금 출처를 밝혀내야 한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조사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이 돈의 주인이다. 이병철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라거나 “차명 관리는 이학수 부회장의 지휘 아래 이뤄졌다”고 주장해왔다.  수사 결과 차명주식 취득 자금이 계열사의 회삿돈이 아니라 ‘이 회장 개인돈’으로 결론내려지면, 이 회장은 횡령·배임죄 적용 등에 대한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뒤집을 수 있을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상속세의 경우도 공소시효가 지났고 주식 차명거래가 밝혀지더라도 법 제정 이전에 이루어진 행위에 대해 소급적용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또한 더욱이 삼성생명 주식 배당금의 일부가 미술품 구매에 사용됐다는 점을 특검이 확인했지만 이 대금의 경우도 이 회장의 개인 돈이라는 주장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 없다면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게 법조계의 견해다.













청와대, 검찰, 정치권 등 권력의 실세들에게 비자금으로 불법로비를 펼쳤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뿐이다.
로비의 경우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김 변호사가 직접 줬다는 일부 주장만 있고, 받은 사람이나 줬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최근 김 변호사가 특검에 출석하면서 ‘뇌물의 증거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증거다’, ‘더 무슨 증거가 필요하냐’고 했던 점을 미뤄볼 때 추가로 증거가 제출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특검이 공소 유지를 위한 증거로 내세울 수 있는 게 ‘김 변호사의 주장’만이어서 그 자체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경영권 불법 승계 여부도 ‘구조본에서 관여했지만 이 회장이나 이 전무는 몰랐다’고 주장하는 상황이어서 칼끝이 이 회장 부자를 겨누기도 쉽지 않다. 결국 삼성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에 대해 특검은 이를 뒤짚을 만한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셈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특검이 삼성에게 면죄부만 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나 김용철 변호사 측은 “비자금 조성과 관련하여, 차명계좌는 다수 발견하였으나, 차명계좌에 모두 현금이 입금된 관계로 그 자금 출처의 수사가 곤란하다는 이유를 들어, 계열사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경위를 밝혀내기는커녕 최소한 필요한 수사조차 하지 않았는바 이는 오히려 삼성을 도와주는 결과가 되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삼성의 대응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삼성 쪽도 이 회장 일가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이 아닌 적당한 선에서 책임을 지며 이번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일단 임원 명의의 차명계좌 수백 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공식 인정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학수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당시 유석렬 구조본 재무팀장(현 삼성카드 사장)이 ‘개인적으로’ 전환사채 발행 기획안을 만들었고, 자신이 이를 승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이 이 회장의 지시나 구조본의 조직적 개입 없이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삼성 측의 주장을 특검이 받아들인다면 이학수·유석렬 두 사람이 이번 사태의 ‘십자가’를 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경영권 승계 과정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김인주 사장의 처벌 여부다. 삼성의 주장대로라면 김 사장은 처벌을 피해갈 수 있다. 김 사장은 이재용 전무에게는 ‘이건희의 이학수’와 같은 존재로 알려져 있다. 즉 김 사장이 특검의 칼날을 빗겨감으로써 이재용씨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끝까지 마무리하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편, 구조본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 개입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에 대한 배경에 대한 의구심도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곧 삼성이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마지노선을 특검에서 제시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삼성 수사의 칼끝이 막바지에는 노무현 정권이나 이회창 씨로 쏠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재 삼성임원들의 차명계좌에서 거액이 지난 대선의 정치자금으로 사용됐는지에 대한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인데, 대선 자금에 대한 수사범위가 커질수록 노무현 정권 인사들이 중심에 있는 통합민주당이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측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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