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총선 그 이후, 정치권은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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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총선이 결국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당분간 여대야소의 구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당초 예상의석인 과반을 훌쩍 뛰어넘은 의석수를 획득하면서 안정적 국정운영의 기반을 마련한 반면, 통합민주당은 기대치였던 100석을 훨씬 미치지 못한 의석수를 확보함으로써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의 최대 수혜자는 역시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을 당내 공천을 통해 당내 장악력을 급격히 높였고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둠으로써 향후 정국 운영에 확실한 주도권을 쥐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총선을 통해 정치 거물들의 희비도 극명히 엇갈렸다. 이재오, 정동영 등 각 당의 실력자들은 낙선의 고배를 마심으로써 정치생명의 위기를 맞은 반면 정몽준, 문국현 등은 정적을 물리침으로써 상당한 정치적인 상징성을 띄게 됐다.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치러진 4·9 총선의 의미와 향후 정치권의 동향을 취재해봤다.
                                                                                                     <특별취재팀>













견제론은 없었다













이번 총선 구도는 국정운영을 위한 안정적 의석을 맡겨달라는 한나라당의 ‘안정론’과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달라는 통합 민주당의 ‘견제론’으로 전개됐다. 선거 초반 금권, 관권 선거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 동안 견제론이 힘이 실리는 듯 했으나 결국 유권자들은 안정론을 택했다. 특히 투표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면서 4~50대 지지율이 높은 한나라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이로써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을 도와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 일체의 정치개입은 없다고 천명하고 나선 이명박 대통령도 향후 국정 운영에 상당한 탄력을 받게됐다.
한나라당에서는 이재오 의원이 탈락함에 따라 이상득 의원의 ‘상왕정치’가 더욱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으로 이어지는 ‘이 브라더스’의 당내 입김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선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당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는 일에 성공한 셈이다.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선거대책 위원장을 맡았던 강재섭 대표의 향후 거취도 주목할 만하다. 강 대표는 이번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인해 향후 정몽준 의원과 벌일 당권경쟁에서 한 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당내에서 공천을 받은 친박계 의원들이나 친박 혹은 친박 무소속 연대의 후보들이 선전함으로써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세를 과시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도움없이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 이상을 확보함으로써 그의 입김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통합민주당은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내심 100석 정도는 기대했으나 90석도 못 미치는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현 손학규 대표 체제를 내려놓고 새로운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당 혁신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한나라당 공천갈등과 친박연대 결성의 호재, 민주당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개혁 공천’ 이미지 등을 살리지 못하고 선거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것은 손 대표와 정 전 장관의 지역구 욕심 때문이라고 비난도 나오고 있다. 결국 당내 제 1세력이었던 정동영계가 공천과 선거 과정에서 거의 몰락함으로써 맹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2인자들의 다툼이 거세질 전망이다.
군소정당은 거의 핵폭탄을 맞은 듯한 분위기다. 지난 총선에서 13%의 정당득표율로 10석의 의석을 차지했던 민주노동당이나 이번 선거에서 충청권을 바탕으로 한 돌풍을 기대했던 자유선진당은 초상집 분위기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의 분열로 인해 턱없이 낮은 정당득표율을 기록함으로써 창당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이는 곧 진보진영 전체의 위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원내교섭 단체를 목표로 했던 자유선진당도 애초 목표달성에 실패함으로써 향후 정계 개편을 통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 제 1의 목표가 됐다.













희비 엇갈린 정치 거물들














 ▲ 18대 총선서 패배한 이방호 의원과 이재오 의원

이번 총선에서는 각 당의 정치 거물들의 희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엇갈렸다. 총선을 통해서 화려하게 여의도로 복귀한 인물들이 있는가 하면 한 동안 하늘에 나는 새들도 떨어뜨릴 것 같은 정치거물들이 졸지에 의원회관의 방을 빼야할 처지에 놓였다.
여의도로 돌아온 인물들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한나라당의 이사철 후보와 통합민주당의 추미애 후보다. 이사철 후보는 경기도 부천 원미 을에서 2번의 쓴 맛을 안겨준 민주당 원내대표 출신인 배기선 의원을 제치고 여의도에 입성했다. 추미애 전 의원은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열풍의 주역으로 17대 총선에서 쓴 물을 들이켰다 이번에 다시 금뺏지를 달게됐다. 추 전 의원은 향후 민주당의 당권 경쟁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에 복귀했다고 할 수 없지만 지역구를 옮겨 금뺏지를 단 정몽준 의원도 향후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도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을 물리치고 첫 금뺏지를 달았다.
반면 이재오, 정동영 등 각 당의 정치거물들은 향후 원외에서 정치행보를 다시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 막판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개입 논란까지 불러왔던 은평 을의 이재오 의원은 결국 문국현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재오 의원의 탈락은 그가 대운하 전도사였다는 점에서 향후 대운하 추진 논란에 다시 한 번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의 탈락은 한나라당의 당권 경쟁에서 이상득 국회 부의장과 양분했던 그의 입김이 급격히 쇠퇴함을 의미한다. 민주당 정동영 후보는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명색이 여당의 대권후보였던 그가 총선에서 마자 쓴 잔을 들이킴으로써 당내 영향력 축소는 물론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 정치 전문가들의 평가다.






유권자 2명 중 1명도 투표 안 했다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과반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투표율은 한국 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증이 얼마나 큰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이번 투표가 역대 최저치를 달성할 것이라는 예상은 해왔지만 실제로 과반수도 미치지 못한 투표율을 기록하자 망연자실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정치인 불신이 전반적으로 확산되면서 투표를 포기한 것이 최대 원인으로 꼽힌다. 또 이번 총선이 대선 뒤 4개월만에 치러지고 정치적 쟁점과 이념 대결이 없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총선은 각당의 공천과정에서 내부계파 싸움만 두드러졌고 공천작업까지 늦어지면서 정책이 부각될 여건이 마련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일산에 사는 홍 모(45.남) 씨는 “경제적인 상황이 나아지지 않음에도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는 모습들이 국민들에게 혐오감을 줬다”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율 하락이 전반적 추세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낙폭이 너무 크고 특히 젊은층에서 투표율이 떨어지는 게 큰 문제”라며 “예전에는 농어촌 중심으로 투표율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이들 지역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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