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와 신진 대리전 LA 한인상의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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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한인회와 더불어 한인사회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단체인 LA한인상공회의소가 회장 선거에 여념이 없다. 특히 LA 한인회장 선거가 싱겁게 끝나는 바람에 이번 상공회의소장 선거에 집중되는 타운의 관심이 어느때보다도 높다. 이 두 단체는 커뮤니티 변화를 위한 활동이 미흡해 최근들어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상태이다.
코리아타운의 쌍두마차격인 한인회와 상공회의소는 지난동안 상호간에 미묘한 기류가 흘러왔다. 한인회가 강세를 보일 때는 상대적으로 상공회의소가 약해지고, 상공회의소가 강해지면 상대적으로 한인회가 위축되어 왔다. 현재 한인회의 남문기 회장이 강성적인 면이 강해, 상대적으로 상공회의소의 이창엽 회장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16년전 4.29폭동이 발생했을 당시 한인회가 제구실을 못해 상공회의소 회장이 그 역할을 맡기도 했다. 2000년부터는 상공회의소 출신들이 한인회 회장에 당선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한인회 선거 결과로 앞으로는 상공회의소가 강해질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왜냐하면 한인회는 스칼렛 엄이 회장 당선자이지만 이상야릇한 무투표 당선 의혹으로 동포들의 지지를 받을 수가 없다는 점 때문에 이번에는 타운의 양대 산맥 중에서 상공회의소가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한인회 선거는 싱겁고 맥이 빠졌으나, 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는 비록 59명의 이사회가 결정하는 것이지만 선거전은 그야말로 최근에 몰아닥친 열기처럼 매우 뜨거웠다.
                                                                                        <성진 취재부 기자>


지난 몆 주 동안 한인상공회의소의 이사들은 자기들 돈으로 점심이나 저녁을 먹은 적이 별로 없었다. 코리아타운은 불경기로 한창 곤경을 겪고 있으나, 상공회의소 이사들은 단체 창립 이래 가장 바쁘고 융숭한 대우를 받아, 멋모르는 이사들은 돈 봉투까지 바랄 정도였다고 한다.
26년 만에 회장선거 경선이 벌어지면서 투표권을 가진 59명의 이사들에게 경선에 나서는 후보들이 하나 같이 이사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기 때문이다. 과거에 어떤 상공회의소 회장은 이사들의 이름을 모를 정도로 서로 간에 교류도 없을 때도 있었으나 갑자기 회장직을 경선으로 선출하게 되면서 회장 후보 측들과 이사들 간에 빈번한 접촉이 생겼다.
스테판 하 회장 후보는 “이사들과 직접 만나면서 그들로부터 상공회의소의 현실적 문제점과 장단점 등을 포함해 정책 사항을 직접 들을 수가 있어 매우 유익했다”면서 “앞으로도 이같은 교류는 우리 상공회의소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세대 발언권


이번 경선이 생긴 것은 변화를 싫어하는 기득권 세력에 대한 신진세력들의 반감 때문이다. 2000년 들어 미국사회도 변하고 한인사회도 변하는 과정인데 상공회의소는 일부 기득권 세력들이 계속 자신들의 의도대로 상공회의소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들에 눈밖에 나면 상공회의소 회장이 될 수도 없었다. 상공회의소의 기득권 세력들은 자체 단체에 영향력을 주는 것 이외에 한인회까지 넘보게 됐다.
그것이 2000년 한인회장 선거에 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하기환씨의 출마였다. 이 당시 하기환씨가 한인회장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 중의 하나는 소위 상공회의소의 신진 1.5세대 그룹의 열성적인 성원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한 결과는 LA한인회 최초의 1.5세대 회장인 이용태씨의 출현도 가져왔다. 이를두고 상공회의소 내부에서는 ‘우리가 한인회를 접수했다’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그래서 일부 기득권 세력들은 자신들 말이면 모두가 따라 올 줄을 믿었다. 그러나 그들은 시대가 변하고 사회환경이 변화하는 것을 크게 감지하지 못했다. 새로운 젊은 세대들 즉 1.5세대들의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이들 일부 기득권 세력들은 1세의 권위로만 유지하려고 했다.
1.5세대의 선두 그룹들도 이제는 40대 중반이고 50세를 전후 한 가까운 나이들이다. 타운의 경제 환경에도 이들 1.5세대와 2세들 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같은 환경에서 원로 세력들이 계속 자신들의 입김을 불어 넣는 것에 신진 세력들이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신진세력들도 이제는 1세들의 자리를 이어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당당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운에서는 상공회의소 내 수십년째 이사로 군림하는 일부 기득권 세대들이 후진들을 위해 그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한다는 소리도 높았다.
타운의 한 단체장인 P회장은 “1세들의 고답적인 권위의식으로 단체를 운영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단체의 경험이나 전문성 때문에 장기적인 임기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정당성을 지니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상공회의소의 경우 수십년째 이사를 하는 사람들이 초창기에는 개척자 노릇을 했지만, 그들은 벌써 후진들에게 물려주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팽팽한 선거전


LA한인상공회의소 전통대로라면 지금까지 이사장이 차기 회장으로 추대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나 애초에 최라나 이사장이 차기 회장직을 수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스테판 하 부이사장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하 부이사장은 회장직에 포부를 걸었다. 그래서 지난달 4월까지만 해도 “차기회장은 스테판 하”란 말이 돌았다.
그런데 주인공인 스테판 하 부이사장이 이사회 내 일부 기득권 세력에게 ‘괘씸죄’로 눈 밖에 나면서 추대제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스테판 하 부이사장이 회장이 되면 기득권 세력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괘씸죄’에 해당되어 일부 기득권 세력들은 ‘전통’대로 자신들의 말을 듣는 최라나 이사장을 회장으로 밀었다.
최 이사장을 지지하는 이사들은 이창엽 현회장과 에드워드 구, 그레이스 강 부회장 등을 비롯한 현 집행부에다 원로 그룹인 한군석, 하기환씨, 이청광씨, 신구현씨, 한문식씨 등이다. 이들 일부 기득권 층은 원래 상공회의소 내에서 올림픽 라이온스 회원 멤버로 이들은 타운에서 자신들만의 영향력을 키워왔던 세력으로 알려져 왔다.
여기에 스테판 하 부이사장이 도전했다. 기득권 세력의 일방통행 요구에 무조건 따르는 시대는 더 이상 상공회의소에서는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스테판 하 부이사장의 도전에 일부 중진들이 환영하며 나섰다. 이들 중진들은 타운에서도 건실한 비즈니스를 이끌어 가는 기업인 로버트 리씨, 강상윤씨, 배무한씨, 서니 김씨, 박종태씨 등 이다. 여기에1.5세대인 정주현 전 회장을 비롯해 이용태씨, 김성주씨, 최명진씨, 이수형씨, 길희석씨, 크리스틴 정씨, 명원식씨, 정지나씨, 제나 추씨 등이 적극 하 부이사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렇게 판도 변화가 다양해지자 일부 기득권 세력들이 바짝 긴장하게 됐다. 자칫하면 자신들의 위세가 하루 아침에 ‘낙동강 오리알’이 될지 몰라 수차례 표단속에 나서고 이에 상대방측도 지지세력 규합에 나서면서 59명을 상대로 한 선거전은 자연 치열해졌다. 서로가 상대편 카드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긴장감은 더해갔다.
선거전에서 최라나 후보는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해 구설수에 올랐다. 후보 등록 마감후 선관위가 주관한 토론회에도 참석치 않고, 라디오코리아가 마련한 회장 후보 시사토론에도 불참했다. 또 그녀는 본보에서 질의한 서면 인터뷰조차 “타주 출장”이란 이유로 마감시간까지 답변치 않았다.


부재자 투표


이번 상공회의소 선거에서 이상한 행태가 흘렀다. 59명 이사들을 두고 벌어지는 선거에서 한때 거수 표결론도 등장했다고 한다. 길옥빈 선거관리위원장은 “선거는 반드시 무기명 비밀투표로 한다”고 밝혔다. 거수 표결론은 이사회의 기득권세력들이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수 표결을 하게 될 경우 기득권 세력들 눈앞에서 소신있게 투표를 할 수가 없는 이사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편으로 끌어 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또 많은 이사들이 기우뚱 한 제안이 있었다. 다름 아닌 ‘부재자 투표’의 등장이었다. 상공회의소 회장 역대 선거에서도 ‘부재자 투표’라는 것은 아예 없었다. 정관에도 ‘부재자 투표’ 규정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를 앞두고 이사회에서 느닷없이 ‘부재자 투표’ 건이 제안됐다. 하기환 이사 등을 중심한 일부 이사들이 주장했다. 이들은 “26년만에 치루어지는 경선에 보다 많은 이사들에게 투표할 기회를 주자”면서 “타 단체에서도 ‘부재자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상공회의소 정관에는 ‘본 정관에 규정되지 않는 사항은 일반관례에 준한다’로 규정되어 있다. 실제로 본 취재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인사회에 대부분 단체 선거에서 ‘부재자 투표’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만 LA한인회가 금년 선거에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역사상 처음으로 ‘부재자 투표’를 계획했었다. 아주 특별한 예외인 것이다.
말하자면 ‘부재자 투표’는 한인단체 선거에서 일반관례에도 들어 갈 수 없는 사항이다. 고작 59명의 한인상공회의소 이사회에서 선거에서 느닷없이 ‘부재자 투표’ 방식을 고집을 해서 이사회에서 통과를 시킨 세력도 일부 기득권 세력이었다. 특히 이 ‘부재자 투표’를 가장 강하게 주장한 하기환 이사는 ‘부재자 투표’를 하고 지난 주 해외여행을 떠났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자신의 해외여행 을 사전에 염두에 두고 ‘부재자 투표’를 제안한 속셈이었다’는 소리가 나왔다.
누가 보아도 자신이 지지하는 최라나 이사장에게 ‘한 표’를 선사하겠다는 심보로 보여진다. 하 이사는 해외여행 전 본보 취재진에게 “내가 선거에 영향력을 주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같은 ‘부재자 투표’를 두고 말썽도 보였다. ‘부재자 투표’도 비밀투표로 보장이 되어야 하는데 하 이사가 지지하는 측 사람이 ‘부재자 투표’를 관여했다는 설이 나왔다.


정관 개정은 금기사항


한인상공회의소에는 하나의 미스테리가 존재한다. 이 상공회의소에는 민주적 단체의 기본 단위인 ‘회원’은 없고 이사들이 회원 역할까지 하면서 이사회가 단체를 유지해왔다. 정관에는 ‘회원’에 대한 규정은 있으나 애매모호하다. 정관 제10조에는  ‘회원’이라는 규정에 “회원은 로스엔젤레스 지역 내에 영업 및 사업소를 두고 상공업에 종사하는 법인 및 자연인으로서 본회의 목적과 사업에 적극 참여하여 협조할 명백한 의사가 있는 자로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상공회의소는 회원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수십년을 지내 오면서 이사들만으로 단체를 꾸려가 자신들의 단체가 한인 상공인의 대표단체라고 주장해왔고, 그에 대한 이익을 취해왔다. 불과 59명의 이사회가 정회원의 권리를 가지면서, 회비 내는 기초 단위인 회원은 한 명도 포용치 못하고 이사회 자체로 자신들이 LA한인사회의 상공인 대표단체라고 주장해왔다.
미국 주류사회의 LA상공회의소(LA Chamber of Commerce)를 보면 상공회의소가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상공회의소의 1차 목적은 회원들에게 이익을 주고 커뮤니티 발전을 도모하고 타 경제단체들과의 유기적 관계로 국가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미LA상공회의소의 정관에는 회원들이 정기적 모임을 통해 이사회에 건의할 수 있는 통로를 확실하게 구축해 놓았다. 회원들이 이사를 선출하고 있다.
중국 커뮤니티와 일본커뮤니티에도 상공회의소가 있다. 이들 정관에 보면 분명히 ‘회원’이 기본 단체 구성원으로 되어 있다. 회원이 이사들을 선출하고, 회원들이 모인 총회에서 결정하는 사항이 최고결의 사항이 된다.
그런데 LA한인상공회의소는 이같은 ‘회원’이 없고, 이들 ‘회원’의 권리를 이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이사들이 이사들을 선출해왔다. 이렇게 ‘회원’들이 없는 한인상공회의소이기에 타운의 많은 한인업소들은 상공회의소와 자신들 업소와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본보 취재진이 ‘회원’ 규정에 대해 한인 상공회의소의 몇몇 이사들 에게 문의했으나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동문서답’식 답변을 하는 바람에 더 이상 묻기가 이상했다.
로이 최 사무국장은 “현재 회비를 낸 회원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최 국장은 “정관상의 회원은 이사를 중심으로 두고 한 규정이다”라고 했다. 그는 “회원 규정 때문에 수년째 이 문제를 검토하여 왔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에 입회했다는 이사는 “이사회에서 정관개정은 금기사항이나 마찬가지 다”라고 했다. 왜 정관개정이 금기사항인가. 그 것은 상공회의소안에 자리잡은 소위 일부 원로 기득권 세력들의 입김 때문이었다.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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