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급상승 ‘기러기 엄마, 울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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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기념일이었던 지난 4일 달러대비 원화는  1달러에 1060원을 기록하며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원화 환율 상승 폭을 나타냈다. 그리고 3일 후인 월요일 한국정부는 환율시장에 적극 개입을 선언하고 보유 외환을 풀어 환율 방어에 나서 다소 진정국면을 보였지만 그 역시 3일도 가지 못하고 붕괴됨으로써 이제 원 달러 환율은 향후 1100원대로 진입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토록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원 달러 환율은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끝내 커머시얼(상업용) 시장으로 옮겨지는 사태가 전개되면서 미국 경제는 이제 걷잡을 수 없는 활화산처럼 타오르며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안정된 원화 한율 덕분에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생활을 해 왔던 기러기 엄마들은 외마디 비명을 지를 겨를도 없이 이번 달부터 현실로 닥친 생활비와 교육비 문제로 당장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막다른 상황에 처하게됐다.
남편이 한국에서 송금하던 돈으로 생활비와 교육비를 감당하던 한 주부는 월요일인 7일 거래은행에 확인해 보니 평상시보다 무려 500달러가 적은 4,500달러가 입금되었다. 그동안 한국에서 남편은 매달 500만원을 송금해 약 5,500달러가 입금되었으나 당장 500달러가 줄어들었다. 일류기업의 임원인 남편의 월급은 세금을 공제하고 700만원을 받는다. 남편은 200만원만 자신의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는 모두 미국으로 송금해주고 있지만 아파트비와 자동차 페이먼트, 그리고 생활비와 교육비를 내면 정말로 빠듯할 정도다. 특별한 엄마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러기 엄마들의 가계부가 이렇다. 당분간 지속될 전망을 보이고 있는 원 달러 환율 상승과 맞물린 기러기 엄마들의 생활현실을 그려본다.
                                                                                    리챠드 윤(취재부기자)



플러톤 한인 밀집지역에 살고 있는 에실리(15,가명) 엄마는 생활비 걱정에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세웠다. 남편은 이번 달 평상시처럼 은행에서 500만원을 송금했지만 환율상승으로 인해 지난달보다 무려 300달러 이상이 줄었고 수개월 전에 비해 500달러 이상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만일 이대로 계속 환율이 상승한다고 하면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한국으로 돌아가던지 아니면 부업전선에라도 뛰어들어야 할 절박한 상황인지라 제대로 잠이 오지 않았다. 남편은 남편대로 월급의 전부를 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고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에실리 엄마는 당장 현실로 다가 온 환율 상승에 눈앞이 깜깜하기만 했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했던 환율 


에실리 엄마는 남편이 매월 보내주는 원화 500만원으로 3년 동안 생활을 해 왔다. 미국 생활 3년 차인 에실리 엄마는 에실 리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조기유학을 결정하고 미국행을 택했다.
에실리 아빠는 대기업의 임원으로 연봉 1억원을 받는 유능한 샐러리맨이다. 미국에 처음 올 때만해도 원달러 환율이 800원대에 머물고 있어 남편이 보내주는 500만원은 6,000달러가 웃돌아 생활하기에 부족하지는 않았다. 다행히 한국에 있는 49평형 아파트를 처분해 남편 전셋집을 구하고 남은 돈 4억으로 플로턴 지역에 69만 달러짜리 작은 타운하우스를 장만했다. 30만 달러를 다운하고 40만 달러를 은행에서 융자받아 장만한 타운하우스의 매월 은행 페이먼트는 1,500달러에 불과해 큰 어려움이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별 어려움 없이 공립학교에 들어간 에실리의 학원비와 특별활동비 1,000달러 그리고 생활비 1,000달러 정도, 자동차 페이먼트 460달러와 Gas비 200달러, 보험비(자동차 · 건강) 300달러, Utility 300달러, 프러퍼티 Tex 등을 합치면 5,000달러로 한국에서 송금해주는 돈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생활하는데 어려움 없이 살았다. 그 와중에 학부모들과 어울려 간간히 1주일에 한번 정도 골프도 치는 여유도 있었다. 그리고도 매월 500~1,000달러 정도는 은행에 남아있었을 정도니 원 달러 환율 문제는 전혀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한 달 생활비 25% 증가


비단 에실리 엄마뿐 아니라 주변에 있는 기러기 엄마들 모두가 한결같이 겪는 공통된 상황이다. 다행히 에실리 엄마는 69만 달러짜리 타운하우스를 사서 별 문제없지만 에실리 친구인 알렉스 엄마는 무리하게 120만달러짜리 주택을 매입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50만 달러를 다운하고 은행에서 70만 달러를 대출해 구입했으나 모기지 론에 문제가 발생했다. 변동금리로 대출에 따른 이자 상환은 처음보다 무려 5%가 올라 매월 500달러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초 집을 내 놓았지만 매매가 전혀 없고 더욱이 주택 값 하락으로 살 때보다 오히려 값이 내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처음 주택 구입 당시 한국 대학병원에서 교수인 남편 월급을 허위 기재했다는 이유로 적지 않은 상환 압력에 시달리고 있어 밑지고라도 팔고 싶지만 전혀 매매가 없어 곤경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수개월째 계속되는 원화강세로 최근 미국 체감경기는 눈에 띄게 나빠졌다. 10%대를 육박하는 물가상승과 서브프라임 사태 파장의 여파로 한 달 생활비가 전체 수입의 무려 25%를 훨씬 넘고 있는 실정이다.
세리토스에 거주하는 박명선 (39)씨도 비슷한 고민을 늘어놓는다.
“처음 왔던 작년 1월만 해도 1달러당 860~900원 정도에 송금받았어요. 근데 지금은 1050~60원을 웃돌고 있으니 약 30%로 오른 것이겠죠. 남편의 수입은 고정적인데 환율이 오른 관계로 어느 한쪽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얘긴데 그것도 한계가 있지 않겠어요. 보통 500만원 들었던 생활비가 불과 2개월 사이 무려 600만원 가량으로 늘었으니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에는 남편에게 너무 큰 짐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한숨을 쉰다. 그러나 미국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아이들 때문에 한국으로 돌라갈 수도 없고 만약 한국으로 돌아가면 아이들이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아 고민이 많다는 것이 박 씨의 걱정이다.



조기유학, 다시 상류층으로 한정


최근 원화대비 환율 급등으로 기러기 엄마들의 경제적 고통은 이렇듯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런 체감 경기는 비단 기러기 엄마뿐 아니라 미국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상황이다. 지난 달 초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원화 대비 매매기준율이 1천원 이상  치솟더니 급기야 1060원을 넘어 1,100원 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3일과 4일 이틀 사이 달러가 무려 20원이 급락했다. 불과 6개월 전에 비하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고 8월이면 1,100원 대 진입도 시간문제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나오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한 불안한 지표와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한국에서의 송금에 의지하고 생활하고 있는 기러기 엄마들에게는 치명적인 문제다. 이번 가을 학기가 시작되는 9월전 보따리를 싸 한국으로 돌아가는 기러기 엄마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많은 기러기 가족들이 한국으로 돌라가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플러톤 지역에서 가장 큰 S교회의 한 관계자는 ‘교회에 출석하던 몇몇 기러기 엄마와 가족들이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말하며 ‘물론 개인적인 사정도 있겠지만 계속되는 미국과 한국 불경기 여파를 견디지 못해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환율 상승은 한인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 유학업체 관계자는 본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같은 추세를 인정하면서 ‘아직까지 수적으로는 그렇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애초 한국의 상류층에서 시작됐던 조기유학이 중산층까지 번지더니 작년 하반기부터 급등한 환율 영향으로 다시 상류층으로 한정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부업전선에 뛰어든 기러기 엄마













원달러 환율 급상승은 LA한인사회에 새로운 풍속도를 그리고 있다. 지난 주 본지에서 보도한대로 한인타운과 인근지역에서 성업 중인 노래방을 비롯한 식당에는 연일 기러기 엄마들의 일자리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 일간지와 생활정보지에 게재된 구인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어보지만 워킹퍼밋이 없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같은 교회 교인들이나 지인들에게 일자리를 부탁하는 것이 웬지 어줍잖은 자존심 탓에 입이 안 떨어진다. 그래서 신문 구인광고를 보고 일일이 업소에 전화를 걸어 보지만 식당주방 허드레 일밖에 구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라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워낙 불경기라 제대로 된 임금을 받을 수가 없고 미니멈 웨이지가 고작이다.
40 고개를 넘은 기러기 엄마들은 일간지에 게재된 식당일이나 남의 집 가정부 자리를 구하고 30대 젊은 기러기 엄마들은 생활정보지에 게재된 노래방 도우미 등 밤 유흥업소로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이 역시 만만치가 않다. 원 달러 환율 비상은 기러기 엄마뿐 아니라 유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 인지라 젊고 예쁜 20대 초반의 싱싱한 유학생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에 만만치가 않다. 심지어는 한인타운 인근 무대로 활동 중인 콜걸이나 데이트라인 조직에도 상당수의 유학생과 기러기 엄마들이 부업으로 뛰고 있다는 정보가 충격적이다.
심지어는 마사지 팔러에서도 일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잇는 실정이다. 노래방 도우미의 경우 집에 있다가 전화가 걸려오면 나가는 대기조에서 아이들 학교시간에 맞춰 아르바이트를 하는 엄마들이 있다. 또한 일주일에 한두 번씩 낮에 만나 골프도 치고 저녁도 먹고 술도 먹어주고 놀아주는 데이트라인 서비스 조까지 일하는 여성들의 수는 족히 수백여명에 이르고 있다는 추산이다.
심지어는 가디나 지역과 벨리 등 변두리지역에 성업 중인 비어 바에도 이들이 호스테스와 웨이트레스 일들을 하고 있을 정도로 곳곳이 환율 급등 비상전선이 형성되어 잇는 실정이다.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엄마들


이렇게라도 부업전선에 뛰어들어 부족한 생활비와 교육비를 마련하고 있는 기러기 엄마들은 또 다른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내의 행동에 의심을 느낀 남편들은 수시로 전화를 걸어 행동거지를 확인하고 있어 말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또 아르바이트 도중 같은 학부모나 친척, 동창 등 친인척들을 만날까 두려운 마음이 가장 큰 스트레스다. 노래방 도우미를 하고 있는 한 기러기 엄마들은 일단 룸에 들어가기 전에 창문을 통해 아는 사람이 있나 확인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집에 혼자두고 온 아이들 때문에 수시로 전화를 걸어 아이들을 체크한다. 아르바이트 도중 걸려오는 아이들의 전화에 둘러대는 거짓말도 한 두 번이지 정말로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짓까지 해가면서 미국에서 아이들 교육을 시켜야하나 하는 참담한 후회를 해 보지만 피해 나갈 수 없는 현실 탓에 뒤를 돌아 볼 겨를이 없는 상황이다. 한 노래방에서 만나 30대 후반의 젊은 기러기 엄마는 ‘한 두 달 지켜보고 보따리를 싸 한국으로 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하며 조기유학을 택해 미국에 온 것에 후회하고 있었다. 막상 돌아가려고 해도 수년 동안 미국에 있었던 생활을 정리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같은 교인 이름으로 매입한 자동차와 아파트 또는 주택 매입시 보증인으로 서준 친지들에게 민폐를 끼칠 것을 우려 쉽게 자신들만 빠져 나올 수가 없다. 한국에 나가서도 지금의 상황을 무엇으로 이해 시켜야 할지 난감하기만 한 기러기 엄마들의 공통된 푸념은 ‘뭔가 시작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돈이 있어야 투자 이민 신청이라도 하고 워킹퍼밋이라도 받아 일자리를 구해보겠지만 무려 50만 달러가 있어야 신청할 수 있어 꿈만 같은 일이다. 관광비자로 입국했다가 아예 눌러 않은 K모 엄마는 6년차의 미국 생활이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체류비자를 받지 못하고 불법체류자 생활을 하면서도 고등학교 다니는 큰 아니 뒷바라지에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이 막심하다.
남의 명의로 된 자동차와 보험,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안감, 한국에 혼자 남아 있는 남편에 대한 절망감, 아이들의 장래문제 고민 등에 사로잡혀 하루에도 몇 번씩 죽고 싶다는 마음뿐이라는 것이 세리토스 한 원 베드룸 아파트에 불법체류자로 살고 있는 기러기 엄마의 현실이다.
                                                                    


(다음 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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