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울린 ‘조풍언-김우중’ 수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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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검찰이 대우그룹 퇴출저지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4개월간 이어진 이번 수사에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퇴출 위기에 놓인 그룹 구명을 위해 김대중(DJ) 정부 시절 DJ 측근으로 알려진 재미교포 사업가 조풍언(68·구속 기소)씨를 통해 로비를 시도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1천억원에 가까운 김우중 씨의 은닉재산과 조씨의 재산 1천억원 등 2천억원에 이르는 숨겨논 재산을 찾아내 환수조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수사 과정에서 구본호 씨등 재벌가 2~3세들이 조직적으로 주가조작을 한 사실을 밝혀낸 것이 ‘덤’이라면 ‘덤’이었다.
하지만 ‘김우중-조풍언-DJ가(家) 커넥션’이 사건 수사의 핵심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수사는 여전히 변죽만 울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측 인사들이 수사 과정에서 여러차례 오르내리고 관련자들의 증언까지 확보했지만 이들을 수사하기 위한 검찰의 노력은 시늉에 그친데 불과한 성과였다. 물론 이미 10년 전의 일이고 해외에 있는 계좌를 추적하기가 불가능한 것은 사실이나 대한민국 특수통 중의 특수통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내세우고 있는 이유는 변명에 불과하다. 또한 조풍언씨의 재산 상당부분이 김우중 씨의 재산이라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조 씨에 대한 미국재산의 추징절차는 여전히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고 김우중씨 소유로 알려진 베트남 사업체와 골프장 등 해외재산도 거론조차 하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검찰은 본국의 계좌추적만으로는 김우중 씨와 조풍언 씨의 재산을 모두 찾아내기는 어렵다는 판단하에 홍콩, 스위스 당국에 수사 요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변죽만 울린 수사라는 비판에 대한 탈출구를 열어놓은 것인지 실제 수사 의지가 지났는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이다. 만약 후자라면 국가를 뒤흔든 중대한 범죄에 국가는 합법적인 면죄부를 준 셈이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의혹 1 : 재산환수 의지 있나


김 전 회장은 1999년 7월 대우그룹 자구대책을 발표할 당시 모든 재산을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했다. 그렇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김 전 회장의 재산은 국내에 없다. 김 전 회장이 내야 할 추징금이 17조9253억원에 달하지만 그 동안 집행액은 2억40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수사결과 검찰은 또 김 전 회장이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인 베스트리드리미티드(구 대우개발) 명의로 소유하고 있던 은닉주식 776만주(시가 1149억원)와 횡령 자금으로 구입한 미술품 134점(구입가격 기준 7억8000만원)을 찾아냈다.
조 씨에 대해서는 김 전 회장에게 받은 4430만달러(당시 환율기준 526억원), 모 재벌 기업 3세의 주가조작 범죄에 가담해 챙긴 시세차익 172억원을 추징하기로 하고, 조 씨의 국내 재산을 압류했다. 조 씨가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구입했던 일산집 등 부동산과 예금·주식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검찰이 찾아낸 이번 김 전 회장과 조 씨의 재산이 이것이 전부라고 보기는 힘들다. 김 전 회장은 베트남에도 적지 않은 재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고 조 씨 역시 미국에 1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여기까지 수사를 확대하지 않았다. 일종의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 는 의혹제기가 가능한 부분이다.
채권자인 자산관리공사의 환수의지도 불분명하다. 자산관리공사 M&A팀 관계자는 “지난 3월 법원으로부터 김우중씨의 은닉재산 4430만불에 대한 채권자로 인정받았지만 이후 수사가 진행되면서 관련주식 등이 검찰에 압류되어 현재는 국가소유”라며 “채권자인 만큼 향후 이 부분을 돌려받을지는 논의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수십조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그룹 전체를 보면 이번 두 사람의 재산 압류조치는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불과한 것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번 검찰의 압류조치와는 별개로 이들에 대한 해외재산을 찾아내 압류조치 등 후속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의혹 2 : 왜 DJ는 빠졌을까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김우중 전 회장이 조 씨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 측에 로비시도를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 전 회장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로비 용도로 조씨가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258만주(71.5%)를 살 수 있도록 도와줬고 조씨는 이 중 30%를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에게 전달하기로 약속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실제 수사를 통해 DJ의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이 2000년 11월, 조 씨의 부인 이덕희씨의 계좌에 돈세탁을 거친 100만원권 자기앞수표로 30억원을 입금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 가운데 10억원은 조씨가 삼일빌딩을 매입하는 데 계약금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의 지병 악화로 조사가 불가능해 이 자금의 출처와 송금 경위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또한 홍걸씨에게 주기로 했다는 해당 주식은 조씨가 주권 형태로 숨겨놓고 있던 것을 검찰이 찾아냈다. 이런 상황에서 조 씨마저 이를 부인하고 있어 검찰 수사가 벽에 부딪힌 것이다.
검찰은 이밖에도 금융부처 등 정부 고위 관료 수명이 로비대상자라는 혐의를 포착하고 광범위한 국내 계좌를 추적했지만 로비흔적으로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DJ와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에도 역시 미진한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특히 조풍언씨의 부인 이덕희씨의 계좌로 세탁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씨에 대한 언급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 씨의 계좌를 통해서 돈이 오고갔다면 이 씨의 재산이나 계좌도 이번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었음에도 이 씨는 논외였다. 또한 김홍일 전 의원이 지병이 악화됐다는 이유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역시 김 전 의원에 대한 수사의지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로비 의혹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들이 빠진 것.
검찰은 조씨가 거론한 여러 명의 권력핵심 인사 가운데 당시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을 조사하려 했으나,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이 전 수석이 조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씨도 수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철저하게 함구로 일관했다.


의혹 3 : 조풍언 귀국 이유는


이번 수사의 시발점이 된 조풍언씨의 귀국 이유에 대해서도 여전히 드러난 것이 없다. 조 씨가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본인이 국내에 들어올 경우 금번과 같은 파장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은 못하지 않았을 것이다. 들어오자마자 출국정지될 것이 뻔했던 조씨는 3월초 갑작스레 귀국했고 결국 검찰에 구속됐다.
본지가 계속해서 보도했던대로 조풍언씨의 귀국은 여러모로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조씨는 귀국에 앞서 한국에서 온 인사들과 수차례 회동하면서 귀국을 저울질했다. 특히 조씨와 경기고등하교 동창이자 장관을 지낸 이태섭씨가 귀국 한달전 LA에와서 조씨가 소유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컨트리클럽에서 골프회동을 하며 약 1주일간 조 씨 집에서 머물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관계가 두터운 LA인사들과 귀국과 관련한 사전 조율이 있었던 흔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조 씨는 출국 2개월 전에도 본지 기자와 만나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분관계를 여러차례 과시한 바 있다.
당시 조 씨 주변의 정황으로 보아 조 씨는 분명 귀국해도 문제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조 씨는 당시 미국 국세청의 조사도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여러 모로 탈출구가 필요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조 씨는 귀국하자마자 출국정지를 당했고 결국 구속기소됐다.
그렇다면 조 씨는 누군가의 유혹에 속아서 귀국했던 것일까. 조 씨는 여전히 이 부분에 있어서 입을 닫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유명인은 조 씨의 거짓말(?)


조 씨는 지난 2003년5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얘기했던 해외유명인과 관련된 부분도 석연치 않다. 조 씨는 본보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매입자금과 관련,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을(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소개해 주었고, 김 회장은 그 사람으로부터 7,500만 달러를 빌렸다. 김 회장은 IMF직 후 이 자금으로 국내 금융기관의 전환사채를 매입했고, 이 전환사채를 담보로 다시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빌렸다. 그러나 김 회장은 대우그룹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차입금을 상환할 수 없어, 결국 전환사채가 <백지사채화>할 지경에 처하자 대우정보시스템을 비롯한 대우그룹 계열사의 김회장 소유 주식(4500만 달러 상당)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에게)넘겨주었다.
당시 김우중 회장은 <한 달뒤에 주식 가격이 배로 뛸 것이니 그때 주식을 팔아 본전을 챙겨 가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주식이 폭락하면서 2,500만 달러만 찾아갔으며, 이 2,500만 달러는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이번 검찰의 수사 결과는 조 씨의 이러한 주장과는 다르게 드러났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계적 유명인이 김우중-조풍언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대해 전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도 의혹 가운데 하나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국내 계좌추적에서도 별 단서를 잡지 못한 검찰은 스위스와 홍콩 당국에 조씨의 금융계좌 내역을 제공해 달라는 국제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해 놓고 있다. 조씨 명의로 된 국내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금이 해외로 빠져 나가 실제 주인에게 제공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최재경 수사기획관은 “삼일빌딩 임대료 수입 등이 홍콩, 스위스의 조씨 계좌로 송금돼 그 돈이 로비에 사용됐는지는 계좌내역을 확보해야 알 수 있어 계속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이런 움직임이 실제 조 씨의 재산을 추적하기 위한 것인지 수사가 미진한 부분에 대한 비판의 탈출구로 남겨놓은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삼일빌딩 매입 의혹이나 대우그룹 퇴출저지를 위한 로비 의혹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너무 많이 남은 채 수사가 종결됐다는 것이다. 조씨의 깜짝 귀국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조차 ‘왜 조풍언씨가 이 시점에서 자진 입국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조씨의 귀국은 여러모로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과연 소문대로 조율을 끝내고 입국한 것으로 보기에는 어딘지 이상한 구석이 많다. 조씨는 지금 심한 당뇨병과 고혈압에 시달리고 있다.  귀국 후 조사과정에서 조씨는 엄청난 압박에 시달린 흔적들이 역력하다. 조씨는 한국으로 귀국하기 1달 전 조씨 소유의 캘리포니나 컨트리클럽 클럽 하우스에서 만나 기자에게 자신의 건강을 자랑하며 ‘나하고 팔씨름을 한번 해보자’고 할 정도로 넘치는 건강미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수척해 질 때로 수척해지고 초췌한 조씨의 모습에서 과거 DJ정권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등에 업고 영원히 가지고 갈 것 같았던 오만과 자만이 얼마나 비참한 현실로 다가오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번 수사에서 검찰이 밝혀내지 못한 부분들은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은 채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누군가는 웃고 있을지 모를 일이지만 역사의 진실은 수레바퀴 속에 잇는 것인 만큼 지금은 밝힐 수가 없어도 언젠가는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조풍언씨 당뇨병 등 지병 악화 법원에 보석신청


5년 이상 중형 불가피한 죄질 ‘법원 고심’ 중













DJ정권 당시 ‘얼굴없는 핵심실세’로 불릴 정도로 권세와 영욕을 누렸던 천하의 조풍언씨도 검찰의 수사 앞에서는 초라한 죄인에 불과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입장하는 사진은 영락없이 중환자로 보였고 구치소로 향하는 그의 모습은 거의 송장과도 같을 정도로 사색이 되었다. 그토록 위세 등등하던 조씨는 얼굴엔 병색이 역력해 보였다. 조씨는 약 2개월 가까이 혹독하리만큼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며칠 전 조씨는 한 대학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당뇨와 혈압이 악화되었다. 조씨의 변호인들은 조씨가 지병을 앓고 있다고 변론하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법원은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사유를 밝혔다. 구속된 이후 조씨는 거의 매일 검찰에 출두하여 대우구명로비 의혹 수사를 받아왔고 심지어는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LG가 3세 구본호씨와 대질신문을 받는 등 심한 정신적 압박에 시달렸다. 평소 누구보다도 건강한 모습으로 남부러울 것이 없었던 ‘천하의 조풍언’도 이제 1평 남짓한 독방에서 지병과 싸우며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다.
조풍언씨의 골프실력은 핸디가 10정도다. 70 고령에도 불구하고 젊은이 못지않은 드라이브 거리는 평균 220~240까지 날릴 정도고 작은 키에 다부진 체격을 소유하고 있었다. 조씨는 귀국 전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건강을 자랑하며 기자에게 ‘팔씨름 한번 해 볼래’ 하면서 팔뚝을 걷어 부치는 등 건강에 대해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조씨는 평소 집주변을 맨발로 걸어서 산책을 할 정도였으며 매일 수백 번씩의 팔 구펴펴기를 할 정도였다. 이런 말은 모두 조씨 스스로가 기자에게 자랑삼아 한 말 이였으나 전혀 거짓은 아닌 듯 했다.
그랬던 조씨가 불과 6개월 만에 정말로 초라할 정도로 무너져 내렸다. 조씨는 지금 심한 당뇨병과 고혈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씨의 변호사는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와 구속 수감 후 지병을 이유로 병보석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조씨가 미국 시민권자이고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보석을 불허했다. 조씨는 지금 1평도 못 되는 독방에서 벌써 2개월 가까이 수용생활을 하며 ‘무죄’ 주장을 펴고 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조씨의 당뇨수치가 식전 200이 넘는다고 하니 심각할 정도가 아닐 수 없다.
조씨의 기소죄목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 무려 7가지에 이르고 사안의 중대성에 비쳐 법원도 병보석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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