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앙 최고경영자 ‘무라사키 회동’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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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이 심한 불경기를 앓고 있는 요즘, 한인언론의 대표적 신문인 한국일보와 중앙일보의 최고 경영진이 지난달 22일 밤 한 일식당에서 술잔이 곁들여진 회동을 가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자리는 양사간의 경영상 문제점을 협의하는 자리로 알려졌다.
양대 신문사의 최고 경영진이 합동 회식을 가졌다는 것은 한인 언론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만큼 드문 일이기에 한인사회에서는 이날 밤 두 신문사간의 회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코리아타운에 몰아치고 있는 경기불황은 신문사 경영에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최근 신문용지 비용이 폭등한데다 고유가까지 겹친 가운데 신문사 운영에 심각한 불경기를 맞은 양대 신문사가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 양대 신문사가 비밀회동을 한 것은 독자들이나 광고주들에게 있어 항상 좋은 일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독자들이 읽을 지면을 줄인다든가, 광고비를 올린다든가 하는 문제들은 한쪽 신문만이 하기에는 문제가 있어 양대 신문사가 비밀로 협상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독자들은 신문의 질이 한층 높아지기를 바라고, 광고주들은 적정선의 광고비와 최대의 광고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지난달 22일 밤, 타운 내 윌셔가 아로마 센터 2층에 자리 잡은 ‘무라사키’ 일식당의 한 룸에서 한국일보사 장재민 회장·전성환 사장과 중앙일보 미주본사 박인택 사장·봉원표 LA지사대표 등 4명이 자리를 함께해 힘겨운 이야기들을 주고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의 회동은 한국일보측이 먼저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한국일보가 급한 사정이 있어 중앙일보측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논의한 내용은 양대 신문의 최고 기밀사항에 해당해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한인사회의 불경기와 신문사 운영에서 나타난 환경을 분석하면 이들 최고경영진들이 논의한 사항들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옛날이 그리













 ▲ 장재민 사장
한국일보 미주본사는 지난해 여름 하루 발행지면을 160면까지 간행하는 기록을 세웠다. 물론 경쟁지인 중앙일보도 예외가 아니었다. 신문을 받아보는 독자들 사이에서 ‘이 많은 광고 수입이 얼마나 될까’하는 호기심이 생길 정도였다. 한국어 신문이 하루 160면까지 간행된 것은 본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LA가 유일했다.
신문사 입장에서는 광고수입 이외에도 구독료, 가판대 수입, 그리고 업소록 발간과  각종 사업 수익 등을 합친다면 엄청난 수익이다. 문제는 언론사의 수익이 늘어난다고 해서 언론사 기자들이나 직원들의 처우가 개선되거나 신문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는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처럼 방대했던 신문 지면가운데 최근 30~40면 정도가 대폭 줄었다. 그만큼 광고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이는 타운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하루 평균 전면광고만 20여면 가까이 냈던 뉴스타 부동산 광고도 부쩍 줄어들었다.
부동산 경기 파탄으로 야기된 불황에다 신문용지 급등과 고유가로 신문사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좋은 시절이 가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좋은 시절 돈을 모아두었다가 지금처럼 어려울 때를 대비해 둔 것도 아니다.
한국일보 LA지사의 경우 올해 들어 고참직원들을 타지로 전환하든가 감원을 통해 비용절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집국의 경우 4,000 달러 봉급을 받던 고참기자를 내보내 타지사로 전환시키고 그 자리에 대신 2,000 달러 신참기자를 채용하는 식이다. 회사의 전보 발령에 불만을 품고 아예 사퇴한 직원도 있다.
이런 식으로 편집국 인원조정을 한 것만도 10여명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존 기자들은 지면을 채워야 하는 스트레스로 취재를 하기에 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국일보 계열사인 라디오 서울과 KTAN-TV 방송도 경영 부담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태로 알려졌다.
한국일보가 경영난에 부딪친 이유는 서울본사와 미주본사의 자구책을 위해 골드만 삭스 (Goldman Sachs)로부터 6,700만 달러를 빌린 것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일보와 골드만 삭스 관련사항은 추후보도)



중앙, 마케팅 효과


이에 비해 중앙일보 미주본사는 서울본사의 지속적인 후원으로 지난 수년간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여 경쟁사인 한국일보를 구독자 및 발행 부수 등 여러 면에서 따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중앙라디오’를 개국, 뉴스 경쟁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여기에 앞으로 TV방송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어서 한국일보로서는 상당히 버거운 경쟁상대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중앙일보는 중앙라디오 개국을 계기로 박인택 사장이 경쟁사인 한국일보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양측간 스카우트 경쟁 금지 등을 포함한 소위 ‘신사협정’을 맺었다. 한국일보측은 중앙일보의 라디오 개국을 인정하는 대신 한국일보 직원을 스카우트 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박인택 사장은 즉석에서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신사협정 때문에 피해를 본 한국일보 출신기자도 생겨났다. 한 직원은 중앙라디오로부터 뉴스프로 진행을 요청받고 준비 중에 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전해들은 박인택 사장이 ‘한국일보 직원이었다’는 사실만으로 거부권을 행사해 뉴스프로 시작 1주일 전에 ‘없던 일’이 됐다.
최근 한국일보는 현재의 경영위기에서 살아남기 전략으로 계속적인 구조조정을 벌이는 한편, 발행지면의 축소와 구독료 및 광고료 인상을 시도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경쟁사인 중앙일보와 협조가 필요했던 것. 중앙일보의 협조 없이 일방적으로 단행하기에는 너무나 위험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최근 1년 선불구독료를 내렸으나 기대한 만큼 새 정기 구독자가 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측은 이 같은 어려움을 타계하기 위해 중앙일보와 함께 구체적 합의를 제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가 지난 22일 양대 신문사의 최고 경영진이 “무라사키 회동”이다.
이날 만남에서 한국일보측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제안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신문사 여건상 신문 용지 비용절감을 위한 지면축소 발행이나 광고료 조정 등이 논의됐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독자들이나 광고주들에 대한 배려는 없었을 것이란 추측이 지배적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들 최고경영진들의 언론사명관이 매우 염려된다.  


연예사업으로 눈 돌려













 ▲ 박인택 사장
중앙일보 미주본사의 박인택 사장은 지난 수년 동안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상당한 실적을 올렸다.
서울 본사로부터도 상당한 평가를 받기도한 박 사장은 라디오 방송 등을 포함해 여러 사업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원을 대폭 증원했다. 그러나 서울 본사에서 분석한바에 따르면 미주본사의 체제도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본사에서 볼 때 박 사장의 인력증원과 기구 확대 등은 위기상항을 전혀 대비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 됐다. 그동안의 실적은 인정하지만 최근 경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본사의 한 관계자는 “조직의 탄력성을 위해 미주지역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고 밝혔다. 조만간 미주에 실사팀을 보내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한편 앞으로 미주에서 중앙일보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일 것으로 보여 한국일보 는 물론 타 언론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앙일보 미주본사는 서울본사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이 본격화됨에 따라 향후 미주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변화는 새로운 미디어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신문의 수익 다변화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 본사의 한 관계자는 “시대변화에 따른 대안사업의 일환인 연예 사업이 본사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시장조사를 통해 미주로도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주에서 언론사가 신문 본연의 운영 이외에 사업을 벌이는 것은 한국일보가 선두였다. 가장 좋은 예가 매년 할리우드 보울에서 개최하는 ‘할리우드 보울 축제’다. 하지만 이런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컨텐츠와 자본 그리고 기획연출이 조화되는 시스템이 요구되기 때문에 한국일보도 현재의 역량으로는 더 이상의 연예사업을 발전시키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최근 이 신문에서 엔터테인먼트를 담당했던 관계자가 회사를 떠나 독립을 선언한 것도 부담이다.
중앙일보 계열사인 일간스포츠는 유명 프로듀서를 영입한 드라마 제작 자회사 설립을 갖추고 일차적으로 뮤지컬 공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부 핵심 역량은 이미 확보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간스포츠의 한 관계자는 “자회사 설립을 위한 재무적 준비 등 제반 사항은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뮤지컬 공연사업도 JMnet 계열사인 ‘중앙일보문화사업’을 통해 진출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일간스포츠가 주도하는 ‘한국모태펀드’를 통한 펀딩 사업도 계획 중이다.
중앙일보 본사와 일간스포츠는 이미 드라마 ‘주몽’ ‘올인’의 최완규 작가가 대주주로 있는 드라마 제작사 (주)에이스토리에 16억2천여만원을 투자해 지분 16.6%를 확보, 제1주주가 됐다. 중앙일보와 일간스포츠는 투자자금을 반반씩 부담했다. 일간스포츠는 중앙일보 계열사들을 포괄하는 미디어그룹 JMnet에서 종합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담당하는 전략그룹(Strategic Business Group)의 역할을 맡게 된다.
이를 통해 전체 수익구조에서 신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문화 및 신규 사업으로 대체 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목표는 신문사업 부문 매출액이 3백28억원, 엔터테인먼트 및 스포츠 사업 부문 매출액을 1백13억원으로 잡았다. 이처럼 신문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은 불리해진 미디어환경을 돌파하기 위한 대안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경미디어연구소 최진순 기자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시장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낳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고 시장성도 다른 영역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중앙일보의 엔터테인먼트 진출은 앞으로 미주지역에도 파급될 것으로 보여 타 언론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과거 LA에서도 가수 비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 공연이 시도됐지만 국내와 LA현지의 기획시스템의 부조화와 자본의 열세로 매번 실패한 바 있다.



독자 생각하는 미국 언론


지금 한인신문 업계뿐 아니라 미국의 신문업계도 갖가지 요인으로 경영 악순환에 빠져 각 신문사마다 구조조정이나 운영쇄신에 고삐를 죄고 있다. 무엇보다 신문용지 가격의 폭등과 고유가로 신문사 운영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현재 미국 신문용지 소비의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관련업계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신문용지 소비는 15.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지난 15년간 최악의 불황이었던 2001년 12월 다음으로 큰 폭의 하락을 나타냈다.
올해 일간 신문용지 사용량은 13.7% 하락한 540만톤에 그쳤다. 불과 2년 전만해도 700만톤을 상회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하락세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신문용지 소비가 반등할 뚜렷한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시장 관계자들은 결국 2008년 연간 소비량이 2007년보다 10% 이상 하락할 것이며 내년에는 500만톤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내 제지업계 관계자는 “방송과 케이블,인터넷 등의 성장으로 인해 전 세계 신문시장이 정체 또는 하락하고 펄프, 유가, 물류비가 급등해 신문용지업계의 채산성 악화가 심해져 공장 폐쇄나 감산, 매각 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국내에서 AbitiboBowater의 설비폐쇄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어서 신문용지대 가격인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문용지 인상과 광고 불황으로 미국의 신문사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비용절감에 나섰다. 뉴욕타임스에 이어 세계 최대의 경제신문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비용절감과 독자편의 차원에서 지난해 초부터 가로 폭을 약 7.6㎝ 줄였다. 또 사진과 그래픽 등 비주얼 콘텐츠도 대폭 늘렸다. 이 신문은 사건 발생 뉴스 같은 속보는 온라인 뉴스 보도를 강화하고 오프라인 신문은 분석과 깊이보기 등 심층기획 중심으로 변신을 꾀했다.
이 신문이 개혁한 쇄신방안은 신문의 20% 정도만 전날 뉴스를 전달하고 80%는 차별화된 뉴스로 내보내는 것이다. 또 이 신문은 지난해 유럽판과 아시아판을 타블로이드로 축소했다.
워싱턴포스트와 USA 투데이 등 주요 신문들도 지면을 작게 하는 ‘판형 축소’를 선호한다. 이제 신문업계의 대세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미국뿐 아니라 이 같은 경영쇄신은 유럽도 발맞춰 진행 중이다. 세계신문협회(WAN)에 따르면 영국의 진보지 가디언을 비롯해 2005년에만 세계적으로 28개 신문이 판형을 줄였다. 2001년부터 지난 6월까지 따져도 85개의 신문이 지면 크기를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미국신문사들과 한인신문사들의 비용절감에 따른 경영쇄신이 다른 점은 우선적으로 독자들에게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대안으로 온라인을 강화해 뉴스 제공에 만전을 기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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