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권력형 비리 ‘대략난감’ 한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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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잇따라 터져나오는 비리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의회 의장의 돈봉투 사건이 불거진데 이어 이번에는 김윤옥 여사의 큰 언니 김옥희 씨의 30억수수 사건과 유한열 한나라당 상임고문의 뇌물비리 등이 연달아 터져나오고 있다.
여권은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며 불끄기에 고심하고 있지만 야권에서는 ‘차떼기당의 부활’이라며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그러나 야권의 입장에서는 여권의 잇따른 비리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으로 인해 이 모든 것들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는데 고민이 있다.


유한열 고문 청탁사건은 이명박 정부 들어 세 번째 대형비리 다. 유 고문은 지난 1월말 ㄷ전자통신 이 모 사장으로부터 국방부 납품업체 선정과 관련, 수억 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유 고문과 이 사장을 연결시켜준 것은 이명박 선대위에서 일했던 인사들이었다. 유 고문은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 등 여권실세들에게 시도했다. 권력형 비리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김광준 부장검사)는 10일 전남 ㄷ통신업체로부터 국방부 통합망 구축사업 장비 납품 청탁과 함께 2억여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유 상임고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로비 전반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고 유진산 신민당 총재의 아들로 16대까지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유 고문은 지난 1월 26일 ㄷ 통신업체의 이 모대표와 만나 통신장비를 납품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명목으로 5억5000만원을 받아 동료 정당인 한 모씨 등 3명과 나눠 가졌다.
이 대표는 유 고문을 만나기에 앞서 한덕영 이명박 후보 중앙선대위 직능정책본부 수석부단장을 접촉, 김재현 이명박 후보 정책특보와 이승준 아시아태평양 환경NGO 한국본부 상임부총재를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고문과 김 특보는 고향 선후배 사이로, 이 부총재와는 미국 유학 시절부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 고문은 이 대표를 만난지 이틀 만에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였던 청와대 맹형규 정무수석을 만났다. 대학 후배인 맹 수석을 접촉, 국방부에 ㄷ통신업체 통신장비를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기 위해서다.
맹 수석측은 “유 전 의원이 통신장비를 변경해서 계약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으나 옳지 않은 일이라 거절했다. 돈은 전혀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맹 전 수석측은 이후에도 유 전 의원으로부터 연락이 왔으나 일절 만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유 고문은 2월에는 당시 국회 국방위원이었던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을 지구당 사무실에서 만나 납품청탁을 했다. 공 의원은 유 고문의 부탁을 받은 직후 국방부에 전화 문의와 함께 비서관을 보내 국방부 차관을 만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 의원측은 “신기술을 더 싼 값에 공급하려 하는데 국방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 통상적인 민원처리 절차에 따라 처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공 의원 보좌관이 국방부에 찾아갈 정도로 열의를 보인 것은 통상적인 민원처리로 생각하기에는 다소 무리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유 고문이 여권 인사들을 상대로 군납청탁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실제로 국방부에 대한 로비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유 고문이 맹 수석과 공 의원 외에 다른 여권 인사와 접촉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4월 11일 이승준 상임부총재가 전남 여수까지 내려가 청와대 인사를 통한 해결을 이 대표에게 약속했다는 부분이다.
이 상임부총재가 몸담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환경NGO 한국본부 총재에 지난 7월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큰 언니인 김 춘씨의 아들 김봉조씨가 취임했다.
김 씨는 대선 당시 대구지역에서 보름달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결성, 이명박 후보 지지 활동을 벌였고 3년 간 환경NGO 한국본부 대구협의회 회장을 맡아왔다.
한편 지난 8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에 이어 공 최고위원의 지시로 국방부 측과 접촉했던 보좌관이 9일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언니게이트’


김옥희씨 사건도 30억 원이란 거액이 수표로 건네지고 여권실세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폭발력을 짐작키 어렵다. 서울시의회 의장 돈봉투 사건은 무려 30명의 서울시의원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했다.
당 주변에선 추가적인 공천 비리 소문이 파다하다. 당시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여권실세들에게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십억 원이 건네졌다는 전언이 잇따른다.
김옥희씨(74)가 다수의 정치권 인사들에게 공천 알선 등을 미끼로 접근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의 수사가 정권 핵심부를 겨냥하게 될 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우병우)는 12일 김씨가 김종원 서울시 버스운송조합 이사장으로부터 공천 알선 대가로 30억여 원을 받은 뒤 실제로 공천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의 집을 압수수색해 공천이나 인사청탁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이력서를 다량 발견, 이력서의 주인들을 소환해 김씨의 로비 여부를 확인 중이다.
또 검찰은 김씨가 김 이사장과 지난 총선에서 친박연대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박모씨, 서울시의원 이모씨, 13·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오모씨 등 4명 이외에도 추가로 공천을 빌미로 접촉한 대상이 있다고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전날 김 이사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함에 따라 김씨에 대한 사기 혐의 수사도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로 초점이 맞춰지게 된 상황이다.
김씨가 정치권 인사들을 접촉하고 청와대에도 전화를 건 정황이 포착되는 등 로비를 시도했던 단서가 속속 포착됨에 따라 한나라당과 정권 핵심부도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청와대가 지난 6월 첩보를 입수하고 한달 여가 지난 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경위와 과정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검찰은 수사 착수 당시 김씨가 공천을 성사시킬 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김 이사장을 속였다고 판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만을 적용해 구속했다.


이와 관련, 검찰이 대통령의 친인척이 연루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를 ‘개인 비리’ 사건으로 축소 무마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야권에서는 특별검사 추진을 주장하기도 했었다.
실제로 검찰은 대통령의 친인척이 연루된 사건은 통상적으로 특수부, 공천과 관련된 사건은 공안부에 배당해왔으나 이번 사건은 금융조세조사부에 맡겨 수사 초기부터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 입장에서는 김씨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 달갑지는 않지만 정치권과 여론의 비난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정권 핵심부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패하면 능력 뛰어나도 소용없어


한나라당은 지난 2004년 3월 천막당사를 지었다. 620억 원짜리 천안연수원도 국가에 헌납했다. 재벌로부터 현금을 잔뜩 실은 차량을 넘겨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차떼기 정당’이란 비판을 받았던 한나라당으로선 살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마지막 발버둥은 얼어붙었던 민심을 돌이키는데 성공했고 바닥권에 머물던 지지율은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 여세를 몰아 10년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정권은 집권한지 6개월도 안돼 대형비리를 쏟아내고 있다. 당사자들은 “억울하다”지만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천막당사 정신마저 의심받고 있다. 당장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한 쇼였을 뿐 한나라당 피엔 원래 ‘비리’ 바이러스가 녹아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나라당 당직자는 “당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차떼기 망령에 다시 휩싸이는 것”이라며 “부패집단이란 낙인이 찍히는 순간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도 인정받기 힘든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올림픽 고마워’












 ▲ 사진설명
 ⓒ2005 Sundayjournalusa
“고장난 레코드도 아니고 이렇게 시간 낭비를 하느니 이보다 10배, 20배 감동을 주는 올림픽이나 국민들이 보시게 정회하자.”
11일 국회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에서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이 한 말이다. 홍 의원은 한승수 국무총리의 출석 여부를 두고 특위가 또 다시 파행을 빚자 “악몽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무의미한 정치 공방으로 연일 민생고를 가중시키는 여의도 정치권. 등골 휘는 서민들의 시름을 잠시나마 덜어주는 올림픽 대표선수들의 눈부신 선전. 극과 극의 두 가지 풍경을 극명히 대비시키는 지적이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 특수’를 누리는 최대 수혜주는 국회다. 베이징발 희소식에 눈살 찌푸리게 하는 여의도 뉴스가 묻히고 있기 때문.
가장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쪽은 한나라당이다. 이른바 ‘언니 게이트’로 불리는 김옥희씨 공천비리 의혹이 제기된지 얼마 안돼 또 다시 유한열 한나라당 상임고문의 국방부 납품 청탁 의혹이 터져버렸기 때문.
잇딴 비리 의혹으로 ‘부패의 추억’에 시달리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그나마 올림픽으로 국민들의 관심이 분산된 것이 다행인 셈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요즘 베이징에서 국민을 기쁘게 하는 좋은 소식들이 많이 들려오고 있다”며 “더 많은 성과를 내서 나라와 민족에게 영광을 안겨 달라”고 했다.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유 고문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 발언을 내놓기 직전에 한 말이었다.
민주당도 수혜를 보긴 마찬가지다. 70여일 째 공전되고 있는 국회 파행의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으나 올림픽 덕분에 잠시나마 국민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정세균 대표는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은 웃어도 되는 날인 것 같다. 금메달이 쏟아져 모처럼 국민들의 환한 웃음이 피었다”고 했다.
여야 정치권이 대한민국 선수들의 눈부신 선전으로 인해 국민들의 비판에서 슬쩍 비켜나며 ‘올림픽 효과’ 덕을 톡톡이 누리고 있는 셈.
“수영에서 최초로 금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에게 정치인들이 ‘감사패’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여권의 한 중진의원)”는 말이 나올 정도다.
또 다른 한 의원도 “올림픽 국가대표팀의 눈부신 활약 때문에 정치인들이 가장 많은 덕을 보고 있다”고 자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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