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올림픽 이후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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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이 한창이던 8월 중순 여권의 한 관계자는 “더도말고 올림픽 때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우스개 소리를 기자에게 던졌다. 올림픽 초반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 행진을 이어가면서 청와대와 여당이 때아닌 ‘올림픽 특수’를 단단히 누리면서 나온 얘기다. 평상시 같으면 여권을 궁지에 몰아넣을 각종 ‘악재’들이 올림픽 열기에 묻혀 이슈화되지 못하고 있는 반면 MB의 국정 지지율은 특별한 호재가 없었음에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림픽이 개회(8일)된 이후 국민적 관심은 온통 베이징 발(發) 낭보에 쏠렸다. 초반 ‘금메달 러시’가 계속되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불황에다 잇단 악재가 겹치면서 어두웠던 나라 분위기는 오랜만에 활기에 차 있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이런 호재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올림픽이 끝난 후 선수단을 청와대에 초청해 마지막까지 올림픽 특수를 이용했다.
하지만 올림픽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솔솔 나오고 있다. 그 간 올림픽에 묻혔던 각종 악재가 터져 나올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올림픽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때 10%대로 추락했던 지지도가 최근 조사에선 30%대 초반까지 오른 경우도 있었다. 실제 지난 14일에 실시된 KBS-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서 MB의 국정 지지도는 31.0%를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 다른 조사에서도 △CBS-리얼미터 30.0%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29.0% △국민일보-동서리서치 26.5%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 25.4% 등을 기록했다. 편차는 있지만 촛불시위가 절정이던 시점에 10%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급격한 상승세다.
청와대는 고무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추석이 끝나면 (지지도가) 40%대로 올라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보면 원래 MB의 지지율 하한선이 28%였다. (최근 지지도 상승은) 그동안 실망했던 지지층이 이탈했다가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정부가 내세운 법치를 지지해 주는 걸로 본다. 즉 원래 지지층의 회복, 이른바 ‘집토끼’가 돌아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지율 상승 원인은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가들과 상당수 여권 관계자들조차 MB 지지도가 오른 것은 올림픽이란 외생(外生) 변수의 영향이 컸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나아가 MB가 최근 지지도 상승이 자신의 국정운용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아진 덕택이라는 ‘착시현상’에 빠져들 경우 올림픽 특수가 ‘달콤한 독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한 전문가는 “MB의 현재 지지도는 올림픽 특수 등 상황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일시적인 상승에 그칠 수 있다. 뚜렷한 호재가 없었는데 지지도가 올랐다는 것은 펀더멘털(토대)이 그만큼 불안하다는 얘기다. 올림픽 폐회 이후 잠깐은 지금의 추세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추석 전후, 나아가 연말까지 지지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근거 없는 낙관론일 뿐이다”고 말했다.
향후 국면을 우려스럽게 보는 이들이 가장 먼저 꼽는 위험요인은 MB가 가지는 ‘과도한’ 자신감을 꼽는다. 촛불정국 전후 한동안 ‘소통’을 전면에 내세우며 낮은 자세를 강조하던 MB가 8월 들어 정국 현안에 ‘일방통행’이라 할 만큼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실제 MB는 최근 여론의 동향에 아랑곳없이 정국 현안에 ‘MB 코드’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인사 분야다. 정부 출범 전후 조각(組閣)과 청와대 비서진 인선 과정에서 ‘강·부·자’(강남 땅부자)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S-라인’(서울시 출신)이란 혹독한 비판여론 때문에 코너로 몰렸던 MB가 다시금 ‘정실인사’ ‘제 사람 심기’로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MB는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7월 말 김중수 전 청와대 경제수석,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와 아시아 주요 국가 공관장에 내정하더니 최근엔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장관급인 미래기획위원장에 앉히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 ‘낙하산 인사’라는 거센 비판을 무릅쓰고 한국조폐공사 사장에 전용학 전 의원,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에 안택수 전 의원을 임명했고,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엔 대선 기간 외곽 지지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 공동상임의장을 지낸 권영건 한양대 석좌교수를 내정했다.
여권 내에선 지금 추세라면 한국마사회나 농촌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기관장도 대선후보 경선·본선 기간 MB를 지지했던 권오을 정형근 김광원 홍문표 전 의원 등의 몫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정설처럼 흘러나오고 있다.
이병순 KBS 신임 사장의 임명도 ‘불씨’다.



당·청 파열음


당·청 관계도 청와대의 ‘독주’가 계속되면서 파열음이 불거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MB가 박희태 대표·홍준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행보에 직접 브레이크를 건 데 이어 최근엔 청와대가 여당 측 협의 채널로 안경률 사무총장을 낙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청 분리’가 제도화된 상황에서 원내대표가 아닌 사무총장이 청와대 정무수석과 현안을 논의하는 체제가 전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당장 “MB가 이재오계 좌장이자 당내 친위세력의 구심점인 안 총장을 통해 친정체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MB에 대한 여당 내 비판 기류도 심상찮다. 홍준표 원내대표와 정몽준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최근의 인사논란에 대해 “당내에서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 많다”, “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한동안 현안에 침묵을 지키던 박근혜계도 이해봉·이경재 의원 등을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8월 들어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 계속 불참하고 있는 것도 최근 국면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시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은 “본질적으로 상황이 좋아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MB와 여권 핵심부가 최근 너무 자신감에 차 ‘오버’하는 것 같다.만약 KBS 새 사장도 ‘방송 장악’이란 비판여론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제 사람’을 심을 경우 커다란 논란을 낳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YTN 사장 ‘낙하산 임명’에 이어 KBS가 총파업 투표를 진행 중이고, MBC도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등 방송과의 관계가 전례 없이 악화된 상태”라며 “방송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청와대도 치밀하고 조심스럽게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 씨의 ‘공천 장사’ 의혹과 유한열 전 한나라당 상임고문의 ‘국방부 납품 로비’ 의혹 등 비리 사건도 올림픽이 끝난 후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본격적으로 이슈화되면 여권을 궁지에 몰아넣을 재료로 꼽힌다. 특히 민주당 등 야권에선 이미 두 사건에 대해 “청와대와 검찰이 공모해 은폐·축소하려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 도입과 국정조사 실시를 추진하겠다는 강공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치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여야 관계도 결국 MB에게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파행의 직접적인 원인이 청와대가 7월 31일 여야 원구성 합의를 거부한 것에 있는 만큼 정국이 계속 풀리지 않을 경우 여론이 MB와 173석을 가진 ‘공룡 여당’에 더 많은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종교 편향’ 논란도 향후 여권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불교계는 여권 핵심부의 거듭된 사과와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오는 8월 27일 서울시청 앞에서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를 열었다.
특단의 대책없이는 성난 불심이 가라앉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조계종은 이번 대회에 전국 25개 교구본사와 말사를 중심으로 불자들의 동참을 독려하는 등 ‘총력전’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또 태고종, 천태종 등 한국불교종단협의 소속 25개 다른 종단들도 적극 참여키로 해 여권 핵심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각종 악재


이렇듯 여권 주변을 돌아보면 갖가지 ‘악재’가 널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럼에도 ‘MB식 일방통행’엔 점점 가속도가 붙는 듯하다. 그래서 여권 인사들 중에는 “올림픽 이후가 두렵다”고 털어놓는 이도 적지 않다.
17일 동안 땀과 눈물과 감동의 스포츠 드라마에 젖어 있던 국민들의 눈에 과연 우리의 현실 정치는 어떻게 비칠까. ‘올림픽 특수’ 덕을 단단히 본 여권 핵심부의 앞에는 이제 얼마나 심각할지 누구도 모를 ‘올림픽 후유증’이 기다리고 있다. 올림픽 휴유증이 현실이 될지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키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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