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의 살길은 역시 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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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본지(656호)에 보도된 양호 전 나라은행장의 단독 인터뷰가 한인은행권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양 전 행장은 “한인은행들이 함께 살 길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공멸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면서 “현재 15개에 이르는 한인은행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3개로 헤쳐 모여야 살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이사회의 체질개선을 강력하게 주문해 모든 한인은행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본보가 접촉한 한인 은행 관계자들은 대부분 양 전 행장의 지적에 대해 긍정적으로 동의를 표했지만 일부는 다른 의견을 보였다. 관계자들은 “양 전행장의 지적은 대부분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분야이다”면서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누가 달아야 하나’가 큰 문제다”고 밝혔다.
한편 인디맥 뱅크의 파산 여파가 가시기전에 미국최대의 모기지 업체인 패니맥과 프레디맥에 연방정부가 전격개입 함으로서 한인은행권도 대처방법을 놓고 고심 중이다.
                                                                                            <성 진 취재부 기자>



양 전 행장이 근무한 나라은행의 관계자 A씨는 지난 5일 “우리도 합병이 살 길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이사회의 사고방식이다”고 말했다. 현재 나라은행 이사회는 이종문 최대주주이자 전이사장이 실권을 갖고, 외형적으로는 박기서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박 이사장은 사외이사 출신으로 자기자본 투자가 없어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더구나 다른 은행과 합병을 하게 될 경우 제일 먼저 이사장 자리가 날아갈 처지다.
“합병을 해야 은행을 살릴 수 있다”고 소리를 내지만 정작 합병을 위해 나서는 이사들은 많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이사장이 나서 합병을 주도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는 게 A씨의 지적이다.
나라은행 민 김 행장 역시 이사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김 행장은 지금 여건에서 개혁을 위한 새 방안을 강구하기 보다는 자신의 한계에서 영향력을 다지는 쪽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 최근 나라은행에서 장기 근속한 대출책임자를 교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라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양 전 행장과 벤자민 홍 전 행장과의 거취 문제에 대해 양 전 행장은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사실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당시 양 전행장이 이사회 결정 사항을 분명하게 알았다면 회계감사를 다시 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양 전 행장이 판단을 잘못하는 바람에 회계감사와 함께 은행 주식이 폭락했고 벤 전  행장으로부터 은행이 소송에 휘말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B씨는 “양 전 행장이 지적한 한인은행 발전책은 옳은 지적이지만 그는 자신이 주장한 것을 실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3개 통합은 무리”


중앙은행의 관계자 C씨는 “한인은행이 3개 정도로 합병이 되어야 한다는 양 전 행장의 주장은 한인은행들이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15개 은행을 3개로 통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한인은행은 과포화 상태인 게 맞다”고 말했다. C씨는 사견을 전제로 “현재 4개의 상장은행들이 2개로 통합되고, 나머지 은행들이 3개정도로 통합된다면 한인은행권이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C씨는 또 “우리 은행은 과거 나라은행을 포함해 모 은행과도 합병을 모색했다”면서 “그 동안 수출보험공사 건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어느 은행과도 합병을 추진할 자세가 되어 있어 이사진이 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사회와 연계를 맺고 있는 또 다른 관계자는 “한인은행권 중에서 합병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이사회는 아마 우리 이사회라고 볼 수 있다”면서 “단순히 중앙은행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 경제를 생각하는 이사회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린 과거 나라은행과 합병을 신중하게 고려해왔다”면서 “만약 나라와의 합병이 성사됐다면 한인은행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이 합병의 적기라고 생각하는데 나라 측에서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한인은행권 중에서 대표은행으로 꼽히는 한미은행이 먼저 자체 개혁에 나갈 필요가 있다. 한미은행이 정상화 되지 못하면 그 여파가 다른 한인은행권에도 미치게 된다”고 밝혔다. 한미은행은 새 행장이 인선되고 구조조정을 실시했음에도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아직까지 불안요소가 남아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중국계은행 본받아야













 
윌셔은행 관계자 D씨의 주장은 훨씬 구체적이다. D씨는 “현재 4대 은행 중 한미는 시가총액이 윌셔의 45억 달러 보다 훨씬 떨어지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한인 최대은행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에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D씨는 “한미가 먼저 인수합병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다른 은행들이 합병에 적극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4대 상장은행 중 윌셔가 합병에 가장 소극적이지 않느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그것은 아마도 이사회 때문일 것”이라고 답했다. D씨에 따르면 현재 중국계 은행인 East West Bank는 한인 4대 상장은행을 합한 것보다 자본력이 크다. 한인 커뮤니티 은행이 이 만한 자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합병이 가장 좋은 수단이지만 양 전 행장의 지적대로 이사회 마인드가 문제라는 얘기다.
한미은행은 초창기부터 이사회 내분이 심했다. 양 전 행장의 지적대로 이사회가 경영진들을 좌지우지하려는 경향이 심한 것도 한미였다. 한미는 수년 전 PUB를 인수·합병하면서 심한 후유증을 앓아 타 은행과의 합병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부실대출 건이 마무리됐다고 하지만 은행가에서는 아직도 불안한 요소가 있다는 소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한미는 적어도 6500만 달러 이상의 증자가 필요하며 증권가에서는 최대 1억 5천만 달러의 증자가 필요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현실적으로 1억 5천만 달러 증자는 불가능하고 6,500만 달러는 이사진이 나선다면 어떤 형태로든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미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 E씨는 “현재 실시 중인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증자에 들어가 주식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미는 위기타파에 강하다”고 설명했다.


단계적 합병이 대안


한편 중견은행인 태평양은행의 관계자 F씨는 “양 전 행장의 지적은 오늘의 한인은행 현주소를 그대로 나타냈다는 점에서 경청할 만 하다. 문제는 그 같은 경륜을 지닌 분이 한인은행을 떠나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F씨는 “현재 한인은행에는 행장 등의 고급인력이 부족한데 양 전 행장과 같은 능력 있는 은행원이 자리를 잡지 못하는 분위기가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권을 떠난 양 전 행장이 이 같은 일침을 가한 것은 자신을 받아 주지 않는 한인은행권에 대한 분풀이 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F씨는 “한인은행들이 성장에만 급급해 은행발전과 커뮤니티 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과정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인은행 개수를 3개 정도로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제안”이지만 현재의 환경에서는 ‘요원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만약 현재의 15개 은행을 3개로 만든다면 그 과정에서 분출되는 인원감원 등은 또 다른 사회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점진적인 합병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 지난 7월14일 패서디나 인디맥은행 한 지점 앞. 수백 명의 예금자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새벽 4시부터 줄을 서 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인 당 예금보장 한도액을 10만 달러로 규정하고 있어 거래 은행이 파산할 경우 그 이상은 보장받지 못한다. 한인은행에 거액의 예금을 예치한 예금주들은 이런 불안한 심리 요인 탓에 예금을 인출 분산 예치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어 은행 관계자들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던 미국최대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이와 프레디맥에 각각 1,000억 달러의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해 부실채권을 인수하는 등 본격적인 연방 정부 관리체제에 나섰다. 당초 알려진 계획은 약 250억 달러 정도의 공적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었지만 예상의 4배가 넘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 위기로 미국 경제가 파탄위기에 몰리자 정부가 직접 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양대 모기지 업체의 경영권을 넘겨받아 직접 통제한다는 계획인 것이다.
                                                                                  <제임스 최 취재부기자>


두 은행 주식 휴지조각


이번에 투입될 공적 자금 규모는 최대 2000억 달러로 역대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인은행들은 이 조치를 통해 직접 영향을 받기보다 심리적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긴급조치는 작금의 위기가 부동산 시장 파탄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이다.
일요일인 지난 7일 워싱턴에서 이례적인 기자회견을 가진 헨리 폴슨 장관은 “미국 경제와 자본시장이 주택시장 침체가 끝나기 전에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패니메와 프레디맥은 주택시장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금융시장 안정, 모기지 시장 정상화, 납세자 보호 등 세 가지 원칙 아래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폴슨 장관은 “두 회사의 규모가 워낙 크고 우리 금융 시스템과 얽혀있어 둘 중 한 업체라도 무너질 경우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금융시장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은 두 모기지 업체가 처한 현재 금융시장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으로부터 시장과 납세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상의 조치다. 두 공기업은 정부의 관리 감독 아래 들어갔기 때문에 이들은 더 이상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폴슨 장관이 납세자 보호 원칙을 강조했음에도 결국 연방정부의 공적 자금이 국민의 세금이란 점에서 모든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결국 국민이 부담


연방정부는 지난 인디맥 뱅크 사태에 대해서는 파산 조치로 은행을 폐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연방정부가 직접 개입해 관리하는 방법을 택했다. 발표된 조치에 따르면 연방주택금융지원국(FHFA)이 이들 업체의 이사회를 장악하고 경영을 직접 맡는다.
연방정부는 이들 업체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각각 최대 1000억 달러의 선순위 우선주(senior-preferred stock)를 매입하기로 했다. 일차적으로 10% 쿠폰금리의 선순위 우선주를 10억 달러씩 총 20억 달러 인수하고, 두 회사 지분 79.9%에 달하는 주식매입권(워런트)을 사들이기로 했다.
양대 모기지 회사의 사령탑도 바뀌게 된다. 교원보험연금협회-대학퇴직자연금(TIAA-Cref) 회장을 지낸 허브 앨리슨이 패니매이의 ‘관재인(consevator)’으로 사령탑을 잡고, US 뱅크 총재를 지낸 데이비드 모페트가 프레디맥을 맡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패니매 최고경영자(CEO)인 다니엘 머드와 프레디맥의 CEO 리처드 사이론은 경영 부실의 책임을 지고 정부 관리체제 편입 과정에서 사임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기존 주주 가치는 사실상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바니 프랭크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조치 발표 하루 전인 지난 6일 “모든 주주들이 이번 구제책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무부는 ‘빅2 모기지 업체’와 12개 연방 주택대출은행에 대해 단기 자금을 지원하고 유통시장에서 모기지유동화증권(MBS)도 직접 사들일 계획이다.
이번 구제방안은 폴슨 장관을 비롯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록하트 FHFA 국장 등 감독 당국 고위 인사와 ‘빅2 모기지 업체’ 관계자들이 회동한 뒤 조율을 거쳐 결정됐다. 미국 의회는 지난 7월말 재무부가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해 임시적으로 크레디트 라인(신용공여 한도)을 확대하고, 필요할 경우 주식을 매입할 수 있도록 승인한 바 있다
한편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성명을 통해 “패니메와 프레디맥의 경영권을 정부가 통제하기로 한 이번 조치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혀 연방정부의 금융위기의 구제작업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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