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 ‘아줌마’ 행원 대량 해고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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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날(14일) 밤하늘에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떴다. 그러나 올해 추석은 유독 불경기가 심해 좋은 사연보다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특히 직장을 잃은 사람들의 아픔은 무엇으로도 달랠 길이 없다. 일터에서 쫓겨난 이들이 바라보는 둥근달은 처량하기만 한 것이다.
최근 플로리다와 텍사스에 몰아친 태풍만큼이나 강력한 감원역풍이 한인은행권에 불어 닥치고 있다. LA한인사회엔 현재 15개 한인은행이 영업 중이다. 전체 행원의 수도 280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 4개월 동안 무려 130~150명의 행원이 은행을 떠나야 했다. 전체 은행 직원의 약 5%가 직업을 잃은 셈이다.
이른바 ‘구조조정’이란 명분이었다. 한인은행이 생겨난 이후 지난 30년 만에 가장 규모가 큰 감원이었다. 한미·새한은행은 전체 행원의 10%를 퇴출시켰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감원의 칼을 빼든 김에 끝장을 보겠다는 은행 측의 결단이 작용할 것으로 보여 연말까지 추가로 100여명 정도가 은행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합병이 성사된다면 감원사태는 더 큰 태풍으로 변할 수 있다.
구조조정은 은행의 경영을 쇄신하고,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꾀하기 위함이다. 은향 측은 은행을 살리기 위한 최후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감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은행원의 몸값은 천정부지였다. 각 은행들마다 스카우트 열풍이 불었지만 지금은 애물단지에 지나지 않아 격세지감이 느껴질 만 하다.
추석을 앞두고 실시된 감원태풍이 과연 은행을 살리기 위한 최후 수단일까. 해고된 행원들은 정말로 은행을 떠나야 할 사람들이었으며 남은 사람들은 은행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는지 그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대량해고 사태 직후 수백명의 행원들이 또 정리될 조짐이 드러나 남은 행원들의 심기도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붙잡아야하는 상황에 떠나간 동료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난투극으로 치열하다. 무려 150명이 집단 해고된 한인은행원들의 잔혹사(殘酷史)를 들여다봤다.
                                                                                             <성 진 취재부 기자>


지난 4개월 동안 가장 많이 감원을 단행한 한인은행은 한미은행(행장 유재승)으로 전체 행원의 10%인 65명의 인원을 감축했다 이를 이어 중앙은행(행장 유재환)은 20명, 새한은행(행장 벤자민 홍)은 18명, 윌셔은행(행장 조앤 김)과 미래은행 (행장 박광순)도 10여명의 직원을 퇴직시켰으며, 유니티 뱅크(행장  김선홍)와 퍼스트 스탠더드 뱅크(행장 임봉기) 등도 각각 8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했다.
이 같은 감원태풍에서 ‘감원은 없다’고 외쳐 온 나라은행(행장 민 김)까지 이사회의 요청으로 30여명 정도의 감원을 실시할 것이라 흉흉한 소문이 나돌아 분위기는 더욱 흉흉하다. 추석을 지내고 돌아 왔지만 은행 분위기가 심상치 않고 행원들은 삼삼오오 앉아 향후 불어올지 모를 감원태풍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4개월 동안 잘려나간 행원들 중에는 지점장급을 포함해 간부급 여성 임원도 30여명에 이른다. 무엇보다 지점장 급 이하 중간계층 ‘아줌마’ 행원들이 대거 해고되었기 때문에 더욱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상당수 ‘아줌마’ 행원은 남편보다 봉급이 많은 경우가 많아 이번 감원이 가계 형편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원 스카우트 열풍에 다른 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은행의 중요 업무를 담당하는 중간계층 여성 행원들까지도 대거 칼바람을 맞았다.
최근 감원통보를 받아 쉬고 있는 한 여성 행원은 “남편과 함께 가계를 이끌어 왔는데 ‘쉬라’고 하는 바람에 막막하다”며 “은행일 만 하다가 다른 직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 한미은행 조직개편과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는 임원들.오른쪽부터 유재승 행장, 그렉 김CAO,이상규 CMO.


성대결 관심 집중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벌인 고위급 행원들 중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한미은행 고위 지점장 급 성대결에서 여성이 살아남은 케이스다. 감원대상에 들어간 지점장급 자리는 주로 다운타운 은행가로 한때 ‘코리아타운의 젖줄’로 불리던 노른자위 지역이다.
여성 본부장인 K씨와 지점장인 남성 K씨는 구조조정 상 한쪽이 물러나야 하는 경우다. 5명의 본부장 자리를 3명으로 축소하는 과정에서 여성 K씨는 본부장에서 지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지점장 자리에 있던 K씨가 잘려 나갔다.
위에서 내려 온 돌이 밑에 있던 돌을 팽개친 셈이다. 살아남은 K씨는 한인은행권에서는 ‘여성 3인방’ 가운데 한사람으로 잘 알려져, ‘여왕벌’에 해당하는 K씨를 잘랐다가 후폭풍을 우려한 은행측이 고민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경쟁에서 밀려난 남자 지점장K씨는 은행에 사정 했으나, 허사로 돌아가 주위에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며 경우에 따라 법정소송도 불사할 태세다.
새한은행 지점장급 여성C씨 경우도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C씨는 처음 PUB에서 구조조정 으로 감원됐다, 윌셔에 영입돼 활동해왔다. 그곳에서도 감원으로 밀려나 다시 새한으로 돌아왔는데 이번에도 감원 대상에 들어 3번째 정리해고를 맞이한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C씨 역시 “가만있지 않겠다”며 벼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은행원 중 중간 간부급 중에는 행장이나 고위 간부들이 다른 은행으로 이직할 때 함께 따라 나서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자연히 전에 있던 은행으로부터 ‘배신자’소리를 듣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철새처럼 떠돌던 중견 간부들은 자신을 돌봐주던 행장급이 떠나고, 새 행장이나, 고위직 간부가 전에 있던 은행 출신인 경우 그야말로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옛말을 몸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해까지는 다른 은행으로 전직할 기회가 많았지만, 최근 은행권에 위기가 닥쳐 도망칠 길도 막힌 셈이다.










이사 끈이 생명선


은행 구조조정이 발표되자, 행원들 간에는 ‘살생부’가 돌기도 했다. 어느 은행이라도  업무능력이 없어도 윗사람의 끈을 쥐고 있는 사람이거나, 손바닥을 비비는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게 된다. 이들이 ‘정작 은행을 떠나야 할 사람’으로 지목됐다. 평소 실력이 없다거나, 통솔력이 부족한 사람도 행원들의 살생부에 오른다. 이른바 은행가의 ‘민심’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구조조정의 뚜껑이 열리자 이 같은 민심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한마디로 은행을 떠나야 할 사람들은 남아있고, 은행을 위해 죽도록 일한 사람이 내쳐지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것이다.
한미은행의 경우 우선 60명을 잘라야 한다는 기본방침에서 특정부서를 통폐합한다는 명분으로 상징적으로 일부를 자른 뒤 중간계층을 가지 치듯 감축해 목표 인원수를 채웠다는 주장이 나돌고 있다.
평소 상사에게 직설적으로 ‘직언’을 한 행원이나, 은행에서 바른말을 했거나, 또는 상사에게 ‘괘씸죄’로 찍힌 행원들이 주요 인물에 포함됐다는 얘기다. 이들에 대한 살생부가 공공연히 거론되었다는 소문도 있다. 한미은행 이사들의 ‘자기사람 봐주기’는 유명하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행원들은 다른 은행도 대동소이 하다는 생각이다.
이사들과 관계를 공고히 한 행원들은 대체로 살아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이사들이 자신들에게 은행내부 정보를 알려주거나, 자신의 부탁을 몰래 처리하는 행원들의 보호막이 되고 있다는 것은 한인은행가에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미은행의 한 행원은 지난 12일 “우리는 구조조정을 한다는 발표에 적어도 객관적인 기준과 행원들의 ‘바람’이 반영될 줄 알았다”면서 “숫자만 채워 행원들을 감원시키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행원은 “평소 바른 말을 하던 행원들이 잘려 나가는 것을 보고 ‘정말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며 “지금이라도 남은 은행원들이 노조를 결성해 이들의 횡포를 막아야 진정한 은행 발전이 이뤄 질 것”이라고 분개하기도 했다.









이번에 해고된 고위직 간부들은 차이는 있으나 6개월 또는 1년 정도의 봉급을 주고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감원된 일반 행원들에게는 수개월 치 봉급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1년 근무한 행원은 2주치 봉급을 지불하고 장기근속 행원은 보통 6개월 치를 받는 것이 정석이다.
사람들의 인심은 무섭다. 잘려나간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닌 행원들도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동료도 있다. 최근 일부 은행에서는 잘려나간 동료 행원들이 남기고 나간 자리를 차지하려는 추태로 은행이 시끄럽다고 한다. 이른바 ‘좋은 자리’ ‘좋은 공간’을 차지하려는 일부 간부들의 치졸한 경쟁으로 은행 내부에서 또 다른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현철 취재부기자>



한 은행 간부는 “감원된 행원이 쓰던 공간을 차지하겠다고 남은 자들이 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코미디’를 방불케 한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전직동료들의 남겨진 ‘자리 쟁탈전’은 도를 넘을 정도의 추태로 이를 교통정리 하려는 은행측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남아있는 책상을 차지하려는 심보는 많으나, 공간까지 차지하려는 쟁탈전은 추악한 인간의 또 다른 면모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한인은행 역사상 처음 불어 닥친 감원 바람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스카우트 제의를 즐기던 행원들이 감원태풍을 맞아 자리보전에 급급한 실정이다. 추석 전 감원에서는 살아남았으나, 다시 언제 ‘저승사자’가 닥칠지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부실대출 문제로 야기된 유동성 리스크로 위기에 처한 은행권에 구조조정이 은행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라 침체된 분위기를 더욱 악화시키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불거졌다. 한때 잘나가는 윌셔도 지난 해 12월 개점했던 랜초 한남체인지점을 8개월 만에 폐쇄키로 했다.
한인은행 역사상 처음인 이번 조치는 은행 신뢰도 회복 차원이라는 월셔의 주장에도 폐쇄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몰린 위기의 표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오랫동안 골칫거리로 남겨졌던 수출보험공사와의 소송이 마무리된 중앙은행은 수년전 전직간부 C씨의 20만 달러 횡령 사건 형사재판이 열릴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은행 이미지에 손상이 갈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미도 신설 지점에서 2회에 걸친 내부 도난 7만 달러 건으로 해당 지점 전 직원이 해고됐으며 한미·윌셔·미래은행의 한 대출부 고위 직원들이 연루된 적절치 못한 돈 거래 내용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어 은행 감독국이 내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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