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파산’, 메릴린치 매각 글로벌 금융위기 정점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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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과 메릴린치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매각이 글로벌 금융 위기가 정점을 나타내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세계 금융 시장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15일 일제히 개장한 아시아 금융시장은 충격적인 하락세로 돌아서며 서브프라임 위기의 최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또한 본국 금융사마저 리먼브러더스에 투자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 손실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규모가 무려 7억 달러에 이르러 본국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9월 위기설을 갓 넘긴 본국 금융시장도 제2의 위기설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황치환 취재부 기자>



반면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과 메릴린치 매각은 글로벌 신용불안이 완화될 조짐이라는 긍정적인 견해도 없지않다. 새로운 형태의 위기가 세상에 출현한 것이라기보다 이미 알려진 위기가 매듭을 짓는 단계라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 정책당국의 개입이 없었다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 3월 JP모건이 베어스턴스를 인수할 때 미국 정부가 보증인 역할을 담당했던 것과 확연히 다른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달러 강세 흐름에 제동이 걸리면서 엔화 강세로 돌변할 조짐까지 보여 ‘제2의 서브 프라임 쓰나미’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줄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 8월 주택차압은 늘었으나 증가세는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주택차압 건수는 전년동월대비 27% 급증했으며 이는 50%를 넘어섰던 지난 6월과 7월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다.
416가구당 1가구 꼴로 주택차압 통지를 받은 셈으로 부실채권으로 인한 금융권 실적도 하향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향후 6개월이 주택시장에 있어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택지원법의 효과,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국유화, 대통령 선거 등이 주택시장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주택가격이 안정되면 차압 사태가 개선될 수 있겠지만 경기둔화와 실업률의 고공행진, 불안정한 금융시장 여건 등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여 불안한 시장 상황은 여전하다.


리먼브러더스 파장의 끝은? 세계금융시장 요동치다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메릴린치 매각으로 미국 금융시장에 격랑이 일면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금융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시장에 300억 유로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도 단기 금융 시장에 50억파운드(63억유로)를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년 만기 대출금리를 0.27% 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또 오는 25일부터 지급준비율을 1% 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의 금융감독청은 리먼브러더스의 일본 내 자산을 동결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5일 아시아 증시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메릴린치 인수, AIG의 자산 매각 등 사상 초유의 미국발 금융시장의 대혼란의 직격탄으로 과거의 블랙 먼데이마저 연상케 했다.
이날 개장한 대만, 싱가포르, 인도 등 아시아 증시는 폭락세를 면치 못한 반면 홍콩, 상하이, 도쿄 증시는 각각 중추절과 노인의 날을 맞아 휴장해 하루라도 충격을 피할 수 있었다.
대만의 가권지수는 전 거래일에 비해 4.09%(258.23포인트) 급락한 6,052.45로 장을 마감, 지난 2005년 11월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증시는 전날보다 84.12포인트 빠진 2486.55를 기록했다.
인도의 센섹스 지수는 전일 대비 469.54포인트(3.35%) 하락한 1만3531.27로 거래를 마쳤다. 호주 S&P/ASX 200지수도 지난주 금요일에 비해 1.8%(86.1포인트) 떨어진 4,817.7을 기록했으며, 뉴질랜드 NZX-50 지수는 1.26%(41.78포인트) 밀린 3,319.90로 장을 마감했다.
싱가포르 소재 바클레이즈의 관계자는 “오늘 아시아는 매우 조용한 날이었다. 휴장이었던 것이 오히려 호재”라고 말했다.



강 달러시장도 급제동. 엔화시장 강세로 선회 예상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신청 등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미 달러화 강세행진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 15일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유로화에 대한 가치가 두 달 만에 최저치로 급락했다. 엔화는 불안해진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며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자산에 투자) 청산 움직임까지 나타나 강세를 나타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달러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달러화는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유로당 1.4424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주말 뉴욕 외환시장에선 유로당 1.4224달러에 매매됐다. 지난 11일 1년여 만에 최고치인 1.3882달러까지 치솟았던 달러 가치가 하락으로 급반전한 것이다.
그동안 달러화는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양호하고 상대적으로 유럽 경제는 악화되고 있다는 전망에 강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등 미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달러가치는 급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6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 2.0%인 기준금리를 내릴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달러가치를 끌어내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싱가포르 소재 UBS AG의 애쉴리 데이비스 통화전략가는 “최근 상황을 감안해 시장에서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투기적 거래가 있는 것 같다. 만약 미국의 전반적인 경제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에 FR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가 더해진다면 단기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엔화는 가치 상승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엔화는 현재 달러화를 비롯해 주요 16개 통화에 대해 모두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엔 캐리 트레이드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이를 청산하기 위해 엔화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호주와 뉴질랜드 달러 등 주요 캐리 트레이드 대상 통화들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온라인 환율거래소인 GFT포렉스의 보리스 슐로스버그 뉴욕소재 통화리서치센터 이사는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지면서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파장이 후 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타운 내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번 금융 시장이 정상적으로 안정화 되지 않은 경우 매우 큰 혼란에 빠질 것을 경고하고 나섰다.


본국 금융사 피해 없나. 모 증권사 7억 달러 투자













한국투자공사(KIC)와 하나은행 등 메릴린치에 투자한 국내 금융회사들은 BOA의 주당 인수가격보다 평균 매입단가가 낮아 당장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최대 소매은행인 BOA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직격탄을 맞은 메릴린치를 시세보다 70%나 비싼 주당 29달러, 500억 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했다.
메릴린치에 2조원을 투자한 한국의 국부펀드인 KIC는 7월 말 주당 27.5달러에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BOA가 KIC 지분도 같은 조건으로 인수할 경우 주당 1.5달러의 시세차익을 보게 된다.
KIC는 조만간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미국 현지에 파견해 메릴린치 등과 협상할 계획이다. 테마섹과 함께 메릴린치에 5천만 달러를 투자한 하나은행도 피해를 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파산신청을 앞둔 리먼브러더스에 투자한 금융회사들은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본국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들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리먼브러더스에 7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피해를 비껴나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리먼 충격에 유가 95.71弗 추락 ‘7개월 만에 최저’













월가 금융시장 불안이 원유 시장도 뒤흔들었다.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7개월 만의 최저치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원유 가격이 펀더멘털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었고, 금융시장 불안감이 형성되면서 거품이 제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0월물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5.47달러(-5.4%) 급락한 배럴당 95.7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월13일 이후 최저 가격이다. 지난 7월11일 기록했던 사상최고치 147.27달러보다 35% 떨어진 수준이다.
전날 대형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에 매각됐고,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을 신청했다. 월가 금융시장 불안으로 경기 둔화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원유 수요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너지 시큐리티의 사라 에머슨 이사는 “리먼 브라더스의 붕괴와 메릴린치의 전격 매각은 추가 경기 둔화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분석했다.
도이체 방크의 수석 에너지 이코노미스트인 아담 지민스키는 “금융주에 대한 심각한 불안감이 형성됐고, 이는 곧 실물 경제의 약화와 에너지 수요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리케인 아이크의 피해도 크게 없었다는 분석에 원유 공급 감소 불안도 줄었다. 지민스키는 “남부 정유시설이 대부분 상태가 양호하다”며 “많은 정유시설이 재가동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에너지부도 발빠르게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면서 공급 불안을 잠재웠다. 미 에너지부는 전날 전략 비축유 93만9000배럴을 방출했다고 밝혔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 가격도 전거래일 대비 5.20달러(-5.3%) 급락한 배럴당 92.3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월8일 이후 최저치다. 브렌트유 가격은 최근 13일 연속 하락했으며 이는 1988년 거래 시작 이후 최장 기간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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