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미국의 선택은

이 뉴스를 공유하기

















50일 남은 미국 대선판에 최근 돌풍을 몰고 온 공화당 부통령 후보 페일린이 메이저 언론사인 ABC의 간판 앵커 찰스 깁슨과 지난 11일(현지시각) 인터뷰를 했다.
이번 인터뷰는 미국 국민들이 페일린의 ‘진짜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사실 지난 8월 29일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목된 페일린은 후보 지목 후 2주일 동안 전당대회에서 인기를 끌었던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유세 내내 반복했었다.   매케인 선거 캠프에서는 ‘페일린 효과’ 극대화를 위해, 아니 보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 ‘거품’이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깁슨과의 인터뷰를 철저하게 준비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대선전 때 참여했던 베테랑 참모들을 알래스카로 귀향하는 페일린과 동반하게 했는데, 그 ‘연습’ 효과는 이번 인터뷰 내내 드러났다.   가령, 질문의 ‘키워드’에 따라 준비된 답변을 말하는 식이어서 답변의 ‘논조’는 유지됐지만 구체적인 예나 정책은 거의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깁슨은 말만 바꾼 채 같은 내용을 여러번 반복 질문해야 했다. 그러나 페일린은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시종 일관 미소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인터뷰서 동문서답


이번 인터뷰의 목적은 과연 그녀가 미국의 부통령이 될 만한 준비가 되어있는지, 특히 유사시 매케인을 대신해 대통령직까지도 맡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깁슨은 ▲ 이라크 전쟁, 러시아-그루지야 문제, 이란-이스라엘 문제 등의 외교문제 ▲ 낙태, 동성애, 종교와 같은 사회 문제 ▲ 감세, 실업, 지방 개발 보조금과 같은 경제 문제, 그리고 페일린이 시장과 주지사로 있었을 때의 업무 실적과 루머에 대한 것까지도 광범위하게 질문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여권이 없었다는 페일린에게 깁슨은 그녀가 러시아에 대해 어떤 ‘시각(Insight)’을 갖고 있는지 질문했고, 페일린은 알래스카가 러시아와 얼마나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지를 강조하며, 알래스카에서 러시아가 육안으로 보인다고 답변을 했다. 페일린의 외교 경력이 전무하다는 상대편의 비판이 있기에 던진 질문이었다.
깁슨은 다시, (지리적 근접성을 확인해보자는 게 아니었으므로) 그런 지리적 근접성이 러시아에 대해 어떠한 관점을 갖게 했는지를 재차 질문했고, 그제서야 페일린은 우방을 비롯 주변 국가들과도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대답했다.
페일린은 또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되기를 희망하며, 나토 조약의 내용에 따라 그루지야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경우 미국이 무력 개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이란의 핵무기에 대해 이스라엘이 자위권을 이유로 이란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 “두 번 고려할 겨를이 없다”라는 말을 3번이나 반복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 중 ‘부시 독트린'(미국을 공격할 것으로 짐작되는 상대를 먼저 공격한다는 미국의 새로운 자기방어 논리)을 이해 못하고 엉뚱한 대답을 해 외교 문제에 대한 무경험과 무지를 증명했던 페일린은 지난 11일 자신의 아들이 포함된, 이라크로 떠나는 군인들 앞에서 9·11 테러와 이라크와의 상관 관계를 재차 강조함으로써, 그녀의 부통령 후보 자격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개혁적이지 않은 페일린


지난 8월, 보수 매체인 <뉴스맥닷컴>(Newsmac.com)과의 인터뷰에서 지구 온난화가 인간의 행위에서 비롯된 결과물이 아니라고 했고, 알래스카 지역 신문과의 자리에서는 자신은 앨 고어 류의 환경 비관론자가 아니라고 했던 페일린은 이번 깁슨과의 인터뷰에서는 한 발짝 물러나 온난화 문제는 지구의 자연적 주기 문제와 인간의 행위에 그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정책 부문에 있어서 매케인과 차이를 보인 부분은 북극 야생 동물 보호지에 대한 석유 시추 부분과 낙태 문제, 그리고 스템 셀 리서치(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것이었다.
매케인과 달리 페일린은  ANWR(북극 야생 동물 보호 구역)에서의 석유 시추를 강력하게 찬성했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매케인과 더 많은 의견을 나눠볼 것이라고 했다. 메케인이 강간과 근친 상간에 의한 임신에 한해 중절을 찬성하는 것과 달리 페일린은 오로지 산모의 생명이 위태할 때에만 낙태를 찬성하고 있고, 스템 셀 리서치에 대해서도 반대를 하고 있다. 메케인과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의 입장을 끝까지 옹호했다.
페일린에 대한 미국 언론들의 ‘캐내기’가 본격화되면서 제일 먼저 밝혀진 사실 중 하나는 매케인이 선전했던 것 만큼 그녀가 개혁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는 물론, 그녀와 관련된 모든 연설에서 빠지지 않는 ‘불필요한 다리(Bridge to Nowhere)’ 프로젝트는 굳이 건설할 필요도 없는 다리를 위해 3억 9800만 달러의 연방 자금을 얻으려던 프로젝트다. 이 안에 대해서는 알래스카 주 밖의 많은 사람들이 혈세 낭비일 뿐 아니라 카트리나 참사 구제 비용으로 들어가야 할 돈이 빠져나간다며 맹비난을 했었다.
다리로 이어질 그라비나 섬에는 작은 공항이 있고, 이 섬의 주민은 총 50여 명에 불과하며, 평소에는 30분, 성수기에는 15분에 한 번씩 다니는 여객선을 운행하고 있다. 당시 주지사 선거 중이었던 페일린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 꾸준하고도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가, 이 프로젝트가 전국적인 비난에 직면하게 되자 주지사 당선 이후 곧 취소 시켜 버렸다. 그러나 주지사였던 페일린은 이 프로젝트 때문에 이미 연방 정부로부터 받은 연방 자금을 환원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그리고 매케인의 러닝 메이트가 된 지금 그녀는 이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우며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심지어 자신이 알래스카의 기성 정치권과의 갈등도 불사한 젊은 여성 개혁가였는지를 홍보하기에 바쁘다. 깁슨이 인터뷰를 통해서 왜 입장을 바꾸었는지에 대해 물고 늘어졌지만, 페일린은 중요한 것은 연방 자금을 다리를 건설하는 데는 쓰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정책 부문에 있어서는 매케인과 일치된 입장을 보이면서, 감세와 정부 지출 조절, 정부 산하 금융 기관에 대한 감시 강화를 골자로 한 경제 개혁을 단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6.1%의 실업률 문제, 모기지 문제, 의료 보험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힘쓸 것이나, 정부가 문제 해결을 주도하기보다는 국민 개개인이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정부는 보조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공화당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페일린은 “오바마가 힐러리를 부통령으로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 본다”고 솔직하게 말했고, ‘부통령이 될 준비가 되어 있냐’는 질문에 전혀 주저하는 기색없이, “I’m Ready(준비됐다)”고 대답했다.



미국 여성들 환호


작은 촌 마을 출신에 아이비리그 학교를 나오지도 않았고, 평범한 남편과 5명의 아이, 그 중에는 혼전 임신을 한 딸에 장애를 가진 아들까지 있지만, 항상 미소를 띠며 당차고 씩씩한 페일린의 모습에 지금 많은 미국 여성들은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14일 <뉴욕타임스>의 모린 다우드는 칼럼을 통해 “페일린의 인터뷰 중 제일 공포스러웠던 부분은 그녀가 얼마나 2000년의 부시 대통령과 닮아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면서 “지금 미국인들은 무지와 자만과 자기 한계에 대한 몰지각이 그들을 어디로 몰고 갔는지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물론 많은 공화당 지지자들도 이번 인터뷰를 접한 이후 동의하는 것이 있다. ‘페일린은 미국의 부통령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2004년, 같이 맥주 마시고 싶은 사람으로 존 케리 대신 부시를 선호했고, 그런 호감도로 부시를 재선까지 시켜준 미국인들. 페일린이 너무나 친숙하고 ‘나’ 같은 이미지이기 때문에 ‘좋아서’ 그녀를 선택하겠다는 사람들이 여전히 너무 많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