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자 미국여행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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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본국 한인들이 무비자로 미국에 입국하는 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미주 한인사회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수년 동안 끌어오던 무비자 협정이 체결되면서 오는 10월 중순경 한국을 포함한 비자면제대상국(VWP)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십 년 동안 주한 미국 대사관 앞은 미국행 비자를 취득하기 위한 긴 행렬이 이어졌지만 이 같은 풍경은 조만간 역사 속 한 장면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타운 내 여행사나 호텔업계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비자면제특수’를 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뜬 모습이다. 하지만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협정 타결이 오히려 미주 한인동포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무비자 협정이 침체된 한인 경제에 불러올 효과를 가늠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최근 원·달러 환율이 무려 1,200원대를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눈에 뛰는 특수를 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방문 무비자 시대를 맞은 미주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들여다봤다.
                                                                                            <황지환 취재부기자>

모 한인 여행사 담당자는 “무비자 특수로 인해 길게는 2~3년간 미국 방문객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 네트워크화 돼있는 호텔들과 추가 계약 검토까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도 “내년 초부터 특수를 기대하면서 새 단장에 나서는 등 분주한 하반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다수 한인들은 무비자 협정이 한인 타운에 미치게 될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무비자 협정으로 인해 불법체류자 급증과 한국 조직폭력배들 간의 마찰, 원정 매춘 등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불법체류자자들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급여수준도 낮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한 음식점 대표는 “타운 내 불법체류자 고용은 지금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잉 상태다. 당분간 무비자로 인한 불체자 초과 공급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무비자 협정을 앞두고 타운 내 체계적인 준비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타운경제 효과 미지수


이번연도 안에 체코·슬로바키아·에스토니아 등 7개국과 함께 우리나라도 비자면제협정을 체결하고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VWP 가입 이후 한국인의 무비자 미국여행이 가능해지면 현재 연간 100만 명 정도의 여행객이 미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타운 내 호텔업계나 여행사들은 무비자 협정에 따른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윌셔가에 위치한 대표적 호텔의 관계자는 “무비자 협정 가입으로 인해 상당한 한인들의 방문이 예상된다. 시설 확충이나 서비스 레벨 업 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경제 특수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서비스 업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행업계도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본국에 여행사를 두거나 연계해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다양한 여행 상품 제공과 일정의 다양화를 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모 여행사 관계자는 “지금보다 많은 여행상품과 일정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상품가격은 동결하더라도 다양하고 품격 높은 여행 상품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불체자 급증 VWP 박탈 우려


하지만 현재 약 21만 정도 추정하고 있는 한인 불법체류자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다. 무비자로 인한 불체자 급증은 VWP 가입을 수포로 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VWP가입국 중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가 급증해 혜택이 정지된 대표적인 예다.
웨스턴가에 위치한 모 주점 대표이사는 “불법 마사지 업소에 취직하려는 한인 여성들이 늘어나게 되면 관련 업계 서비스 업계에 불똥이 튈 수 있다”면서 “불법체류자가 늘어날 경우, 현재 조지 부시 대통령이 추진 중인 이민법 개혁안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불법 마사지 업소의 퇴폐영업으로 언론에 보도되는 것도 창피한데 앞으로 그런 일들이 빈번하게 공론화될까 우려된다”면서 “한인사회의 자체적 정화 움직임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타운 내 샐러드 바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 J씨도 “사연 없는 불법 체류자도 없지만 적지 않은 세금을 내고 일하는 우리에게 여러 면에서 불이익이 있는 것을 사실”이라며 “우리뿐 아니라 세금 내고 일하는 종업원들의 저임금 현상도 심각하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수년 째 심야 불법 택시와 식당 서비스를 전전하는 한인 김모씨는 “비자 받는 것도 어렵고 입국해 살길이 막막하다 보니 이렇게라도 살 수밖에 없다”면서 “나라고 같은 한인들에게 누가 되고 싶겠나. 돕고 살면 좋은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 화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생비자로 입국해 한인식당 서빙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또 다른 한인 A씨는 “예전엔 관광비자로 입국해 하우스 키퍼로 일하고 기간이 끝나면 출국했다 다시 왔지만 비자를 변경해 이렇게 살고 있다”면서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해서 살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차라리 한국으로 가고 싶은 심정이지만 돌아가도 딱히 뾰족한 수가 없는 탓에 눌러앉아 있다”고도 말했다.


불체자 고용 불허 자정 기능 강화론


무비자 협정으로 불법체류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한 가운데 이를 막기위한 방법으로 한인 타운 내 불체자 고용을 막자는 의견이 나왔다. 한인회장단과 요식업 관계자 모두 불체자 고용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면서 이들의 설자리를 막아 불체자 비율을 최소화 하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이외에도 주택임대나 자동차 구매 등의 과정에서도 철저히 사회보장번호 검증 및 제시 등을 일상화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불체자들은 대부분 저임금의 3D 업종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대다수 고용주들은 타운 내 불경기를 이유로 높은 임금의 종업원을 고용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특히 서비스 관련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불체자 양산을 막겠다는 것 자체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입장이다.








무비자 협정이 체결되다 해도 미국에 가려면 현행과 마찬가지로 최후 미국 방문 시점부터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한다. 또 90일 이상 체류하려면 반드시 비자를 받아야 한다. 무비자로 입국해 체류기간을 넘겼다 적발되면 이후 무비자 여행은 물론 다른 비자를 받기도 어려워진다.
또 단기어학 연수라 하더라도 주당 18시간 이상 수업을 받을 경우 학생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보안 및 감시체계가 약한 개인용 항공기나 선박으로 미국에 입국할 경우 VWP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한다. 관광이나 사업목적이라 할지라도 90일 이상 체류한다면 반드시 비자를 받아야 한다. 또 ▲이전에 미국비자 발급이 거부된 경우 ▲미국 입국이 거부된 경우 ▲전과자(살인, 강간 등 강력범)의 경우엔 무비자가 적용되지 않는다.
외교통상부는 속칭 ‘보따리장수’와 같이 VWP를 악용해 미국에 드나들 경우 전자여권을 이용한 출국통제시스템으로 무비자 미국 여행을 제한할 방침이다. 미 의회가 도입키로 한 전자여행허가제도는 테러방지를 위해 미국 방문 3일 전 방문자 개인이 신상정보를 미국 측에 통보하도록 함으로써 결격자를 가려낸다.
전자여행허가제도와 관련해 현재 기내에서 입국신고서를 작성하던 것은 인터넷 신고로 바뀐다. 무비자로 미국에 입국하면 관광이나 사업 목적 이외의 것을 할 수 없다. 무엇보다 미국에 입국한 뒤 관광 비자를 학생취업비자로 바꿀 수 있는 현행과 달리 무비자 입국의 경우 여행목적 변경이 불가능하다.
한편 무비자 방문이 허용되면 체류기간 90일을 넘기는 불법체류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원정출산이나 보따리장수 등 무비자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 수 있다. 이렇듯 무비자와 관련한 불법 및 악용 사례가 늘 경우 비자면제 대상국에서 제외될 수 있다. 수년 전 외환위기를 겪은 아르헨티나의 경우 VWP를 악용하는 사람이 급증했고 결국 비자면제국 지위를 박탈당했다.
비자면제협정에 따라 현재 연간 90만에 이르는 한국인 미국 방문객 수가 두 배 이상 늘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사와 여행사 등 관광업계와 미국 내 호텔, 식당 그리고 어학원 등 관련 업계가 한국인 유입 증가로 인한 혜택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의 경우 무비자와 관련한 미주항공편 증편이나 새로운 노선취항을 검토 중이다. 한국인의 미국 방문에 관문 역할을 하는 LA 한인사회 경제가 한·미 비자면제협정의 최대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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