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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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행정부의 구제금융안이 실패로 돌아가자마자 증권시장은 요동을 치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던 부동산 시장도 다시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구제금융안이 부결되면서 미 증시를 비롯 전세계 증시는 폭락을 거듭했고, 상원에서 이를 다시 먼저 재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밝혔지만 여전히 금융시장은 냉담하게 반응하고 있다.
물론 다시 재상정된 법안이 가까스로 통과되기는 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불신으로 가득차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주요 20대 도시 집값이 지난 7월 역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고, 대도시 중심으로 주택은 거래를 찾아볼 수 없으며 상업용 건물의 빈사무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타운 내 모 부동산 관계자는 “윌셔 일대를 비롯 LA 외곽지역의 빈 사무실은 날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주택 거래는 이미 실종한지 오래다” 고 말했다. 실제 20대 도시의 7월 집값은 1년 전에 비해 16.3% 떨어졌다. 전달에 비해서도 0.9% 떨어져 6월의 하락률 0.6%보다 커지는 등 거품 파열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전달에 비해 주택가격이 하락한 도시는 13개에 달해 6월의 11개보다 많아졌고 1년전과 비교하면 20대 도시 집값이 모두 떨어졌다. 특히 라스베이거스는 30%, 피닉스는 29%나 폭락했다.
모 은행관계자는 “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고 신용시장이 9월에 최악의 상황에 이르기 전에 주택가격이 급락했다는 사실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면서 “집값 급락에 따른 금융부실이 더욱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암담한 반응을 보였다.
                                                                                          <취재부 황지환 기자>


월가에서는 “미국의 금융위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발 위기가 이미 소비와 부동산시장 위축등 미국의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미국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해 뱅크런(예금인출)의 공포가 시장을 뒤덮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은행이 대출을 회수하는 바람에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이며 이제부터 실물위기는 시작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구제금융 통과
금융시장은 여전히 냉담













구제금융이 가까스로 통과했으나 신용경색 상태가 해소되지 않고 주가도 오르지 않는 등 아직 구체적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미 하원은 지난달 29일 반대 228표 대 찬성 205표로 부결시켰던 구제금융법안을 3일 찬성 263표 대 반대 171표로 통과시켰다. 지난 번에 반대표를 던졌던 의원 중 민주당 33명, 공화당 24명이 찬성쪽으로 돌아섰다. 이번에 정계를 은퇴하는 하원의원을 뺀 나머지 의원들이 모두 11월4일 선거에 출마하기 때문에 이들이 선거운동에 쫓겨 서둘러 구제금융법을 처리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다 보니 미국의 은행들은 대출금 회수 불능 사태를 우려해 좀처럼 돈을 꿔주지 않고 있다. 신용시장의 척도인 하루짜리 은행 간 거래 금리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투자가들은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는 미 재무부 채권만 사들일 뿐 다른 금융상품에는 손을 대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병을 앓고 있는 미국 경제는 구제금융법으로 단기적인 통증을 해소할 수 있을지 모르나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도 구제금융법이 월가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거나 미국 경제의 침체를 막는 수단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구제금융법은 준비기간을 거쳐 11월 중순 이후에 시행될 예정이어서 그 이전에 파산하는 은행들이 속출할 수 있다고 재무부 관리들이 경고했다.
재무부는 구제금융법에 따라 금융기관 부실자산을 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금융기관의 자산부터 매입하는 역경매 방식이 그중의 하나다. 또 재무부가 금융기관에 직접 자금을 대출해 주는 대신 해당 기관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도 있다. 재무부는 이때 해당 기관 임원의 봉급 등을 통제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재무부가 미국 최대 보험회사 AIG의 파산을 막기 위해 850억달러를 대출해 주고, 이 회사 지분 80%를 인수했던 것과 비슷하다.



실물경제 위기 이제 시작
09년 최악의 시나리오설


금융위기로 인한 실물경제의 위기설이 눈에 띄게 충격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인들의 호주머니가 닫히면서 소비의 정점에 있는 자동차는 11개월 연속 판매량이 줄어 급기야 월간 판매대수가 10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이 같은 사정을 반영해 미국 제조업경기는 7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지난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전날 발표한 9월 제조업지수는 43.5로 전달(49.9)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하며 지난 1984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는 2001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월간 전망치(49.5)보다도 훨씬 낮다. ISM 제조업지수는 50보다 높으면 ‘경기확장’을, 50보다 낮으면 ‘경기위축’을 의미해 지수급락은 경기가 빠른 속도로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골드만삭스는 이에 대해 “제조업 경기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위축되는 것이 확인된 이상 경제가 침체국면에 들어갔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 내 자동차 판매도 전년 대비 11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17년 만에 최장 기간의 하락행진을 이어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9월 미국 내 자동차 판매는 8월보다 24% 감소한 96만4,873대를 기록, 1993년 2월 이후 15년7개월 만에 100만대를 밑돌았다.
한편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과 자웅을 겨루는 AMD가 연말까지 핵심사업의 하나인 프로세서 디자인 부문을 분사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지면서 실리콘 밸리의 투자자도 금융 위기로 몸을 사리기 시작했음을 보여줌을 시사했다.
자금 조달이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신생 벤처는 9월 초 미국의 국책 모기지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국유화 발표 이후 ‘돈 줄’이 막혔다. 프래디맥의 국유화 발표 직전인 8월 말 300만달러(약 31억원)의 자금을 유치한 모바일 솔루션 벤처 스카이덱의 제이슨 데빗 최고경영자(CEO)는 “당신은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당분간 직용 채용을 하지 않고 서비스 유료화를 앞당겨 현금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는 멀쩡한 기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2일 886억달러(약 90조원)로 지난주 대비 10.3%가 증발했다. 노동부는 지난 달 미국에서 일자리가 15만9,000천개 감소해 5년5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하면서 실물경제 위기설이 서서히 체감지수를 높여가며 09년 경제 위기설에 더욱 움츠리는 모습이다.






전형적 환란 초입?… 되살아나는 악몽












외환위기 초기 단계로 진입하는가. 환율급등과 주가폭락, 금리인상 등 현재 시장 상황만을 놓고 보면 1997년 외환위기 발발 직전 상황과 유사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실물경제로까지 전이됐고, 외화유동성 불안도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이하고 어설픈 대응을 할 경우 ‘환란의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대책으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과 해외자산 매각 등 민간의 자구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단계로 들어선 게 아니냐는 질문에 “아직은 외환위기라고 말할 정도로 외환사정이 악화된 것은 아니다”고 했고, 국제금융센터 윤인구 상황정보부장은 “심리적 패닉 상황으로 과도한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금융시장 상황을 평가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도 “시중에 달러난이 가중되면서 (외환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는 시장에 외화가 부족해서 환율이 빠르게 올라가는 것일 뿐 외환위기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환율만을 놓고 보면 외환위기 초입 단계”라면서 “하지만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환란(換亂)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스템은 물론 실물경제에도 전이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유럽에서도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구제금융을 받는 금융회사가 늘어나는 등 미국발 금융불안이 전 세계 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률이 오르는 등 실물경제 전반에 전염돼 경기침체 상태로 가고 있다. 세계경제가 악화되면 우리 수출이 둔화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로 이어져 경기 하강이 가속화될 우려가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연구위원은 “실물경제 침체와 금융위기가 맞물려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얼마나 더 경기가 악화될지 예측도 어렵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금리인하를 통해 가계와 중기의 부실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금융회사는 물론 기업들도 해외자산을 매각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외환시장에 투기적인 가수요가 발생, 달러 수요가 실제보다 부풀려지면서 환율이 급등하고 달러난이 심화된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과 은행이 외화 수요를 최대한 억제하고 해외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체 조달을 늘리면 금융위기를 헤쳐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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