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한달… 재편되는 세계 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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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자본주의 시대 끝나나?”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경제력의 상징이었던 은행들이 극심한 시장의 혼란에 휩쓸려 빈사상태에 빠지면서 정부 당국의 구원 손길만을 기다리는 신세로 전락했다면서 최근 대공황 이후 최대 금융위기의 또 다른 희생자가 미국식 자본주의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던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보호신청을 하면서 이미 과거의 영광으로만 기억에 남게 됐다. 앞서 지난 3월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도 합병이라는 희생양이 되면서 퇴출당하는 신세를 맞이했다.
골드만 삭스와 더불어 월가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모건 스탠리도 이제 일본 금융그룹에 지분을 넘겨주는 처지로 전락했고 메릴린치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에 팔렸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월스트리트는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극약처방이나 다름없는 정부가 직접 은행 지분을 인수해 통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만병통치약처럼 떠받들던 미국식 시장 만능 주의는 어느새 그 힘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투자은행 퇴장..전통은행들 패권 장악


1년 전 월스트리트의 5대 투자은행에 이름을 올렸던 금융기관 가운데 현재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2곳 뿐이다. 베어스턴스는 상업은행인 모건 JP 체이스에 팔렸고, 리먼 브러더스는 인수자를 찾지 못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메릴린치는 BOA에 넘어갔다.
게다가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탠리도 지난 9월22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은행 지주회사로의 기업구조 변경 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이들은 중앙은행에서 예금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긴급유동성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지만 FRB의 감독을 받게 됨으로써 투자은행으로서 누려왔던 독립성을 잃게 됐다.
이들로서는 예금 수신기능이 있는 상업은행들 간에도 콜자금 거래가 거의 중단되는 최악의 신용경색 위기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는 투자자금이 과거처럼 몰려들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은행이라는 이름만 고집하다가는 유동성 고갈로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의 신세가 될 수가 있다는 절박한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전통 상업은행인 BOA와 웰스파고는 새로운 금융시장의 최강자로 등극했다.
BOA는 지난 9월15일 94년의 역사를 자랑해온 미국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를 500억달러에 인수했다. BOA는 올해초 서브프라임 사태로 도산 위기에 직면한 컨트리와이드를 인수하고 이번에 메릴린치까지 사들임에 따라 자산규모 2조7천800억달러의 최대 은행그룹으로 도약하게 됐다.
이와 함께 웰스파고는 지난 3일 씨티그룹과 치열한 경쟁 끝에 와코비아 은행을 손에 넣게 됐다. 자금동원 능력에 우위에 있던 웰스파고가 씨티그룹이라는 난적을 물리친 것이다.
와코비아 은행은 처음에는 씨티그룹에 은행부문을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변경해 회사 전체를 151억달러에 웰스파고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웰스파고의 인수조건이 씨티그룹보다 나았기 때문이다. 웰스파고는 씨티그룹과 달리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은행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 인수를 더 높은 가격에 제시했다. 이로써 웰스파고는 그동안 희망했던 미국 남동부 지역에서 영업망을 확충할 수 있게 됐다.
웰스파고는 자산규모가 1조4천200억달러로 늘어나고 예금은 7천870억달러, 지점은 39개주에 1만761개로 확대된다.



◇세계금융 권력중심 이동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 속에서 아시아의 힘이 주목받고 있다.
FRB는 지난 6일 일본의 메가뱅크인 미쓰비시UFG(MUFG) 금융그룹이 모건스탠리의 지분을 최대 24.9%까지 사들이는 것을 승인했다며 미쓰비시UFG는 모건스탠리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일본의 최대증권사인 노무라도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법인을 2억2천500만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한국산업은행은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타진해 성사 직전단계까지 갔다가 최종 가격협상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를 철회한 적이 있다.
미국 금융계에서는 리먼브러더스과 한국산업은행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면 금융위기 사태가 이 정도로까지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미국 재무부와 FRB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에 발목을 잡히지 않으려고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신청으로 가는 최후의 선택을 하도록 내버려뒀었지만 그로 말미암은 파장이 너무도 컸다는 뒤늦은 안타까움의 표현인 셈이다.
이런 모습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극복과정을 막후 조정했던 재무부와 FRB와는 너무도 차이 난다.
이런 달라진 아시아의 위상은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외환보유고가 1조8천억달러에 달한다면서 “금융위기 상황에서 현금이 `왕’이라면 아시아 정부와 금융기관들은 ‘황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시대가 당장 끝났다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칠 수가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금융위기 해결을 국제공조에 난색을 보이다가 나중에는 영국과 독일에서 앞다퉈 미국과 협력을 선언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EU 국가들은 유로화가 미국 달러화보다 강세를 유지하면서 미국과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하면서 원인 제공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세계 금융시장 전체적으로 혼란에 빠지면서 “결국 믿을 수 있는 안전자산은 미국 달러화와 국채”라는 시장의 선택 앞에 결국 무릎을 꿇게 됐다. FRB가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도 달러화가 유로화보다 강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유럽국가 지도자들은 이번 시장혼란을 겪으면서 미국 앞에서만 서면 작아지는 모습을 재확인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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