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 한국 찍고 더 거세져 한인사회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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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달러 환율이 롤러코스터 행진을 계속하면서 환율에 따른 한인사회의 희비가 매일 엇갈리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천5백원에 육박했던 지난주에는 ‘이러다가 한인사회 경제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세계 각국의 금융공조와 본국정부의 달러매입으로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한 경제위기는 이미 한인사회에 큰 타격을 가져왔다. 특히 미국에 살면서도 한국경제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 LA한인사회는 부동산에서는 최근 금융위기로 인해 큰 압박을 받기 시작했고 ‘동산’ 쪽에서는 정권 교체 이후 급격히 나빠진 본국경제의 영향을 받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조만간 실행될 한국인들의 무비자 입국이라는 호재에 들떠있는 한인사회의 자영업자들은 이를 위해 투자한 돈만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빠지는 등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국을 거쳐 한인사회로 불어닥치면서 2~3배의 타격을 한인들이 입고 있는 실정이다. 
                                                                          <리차드 윤 데이빗 김 취재부 기자>


지난 2006년 시카고로 유학온 한국인 방 모 씨. 그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본국에 있는 가족들이 학비를 제외한 생활비 조로 매달 백 만원씩을 송금해왔는데 지난해 한 때는 환율이 달러당 1천원이 되지 않아 넉넉한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오른 환율로 돈을 받아보니 750불을 조금 넘는 정도였다. 250불이면 대학교에서 제공한 한 달 아파트 렌트비 수준. 렌트비를 안 낼 수 없으니 다른 부분에서 비용을 절감했지만 생활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게다가 조만간 한국에서 생활하는 처와 돌이 갓 지난 아이가 이 곳으로 온다고 하니 걱정은 더욱 커진다.
현재 미국에 유학 온 한국학생들의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국에서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유학생들은 이미 유학갈 꿈을 접은지 오래다.
한국에서 오는 돈이 줄어들자 기러기엄마들은 직격탄을 맞은지 오래다. 지난 1997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으로 넘어온 기러기 엄마들은 요즘처럼 힘들었던 때가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인사회 직격탄


유학생들이 줄자 당장 유학센터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조만간 문 닫을 유학센터가 한 둘이 아니다. 여행사는 말할 것도 없다. 본국에서 현재 미국여행을 간다고 하면 ‘돈 쓸데가 없어서 저짓 한다’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여행사들은 불과 한 두달 전만해도 무비자제도 시행으로 인한 호황을 누릴 부푼 꿈에 빠져 있었다. 타운의 모 여행사는 큰 돈을 들여 내부 인테리어도 다시 하는 등 준비가 한창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오른 환율로 인해 지금은 폐업 일보 직전에 몰렸다.
국내에서 돈이 유입되지 않으니 한인타운의 경기가 제대로 순환될 리가 만무하다. 오히려 환차익을 노리는 한인들은 한인은행에 예치되어 있는 돈을 빼내 한국으로 보내는 등 한인은행도 자금유출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가뜩이나 어려웠던 은행들은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격’인 셈.
한국계 은행 창구에는 국내 투자를 문의하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IMF 때 한국에 달러를 송금해 원화로 환전한 후 예금해 재미를 본 분들이 많았다”면서 “최근에도 한국에 예금 형태로 투자하는 문제에 대한 전화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가뜩이나 어려운데다 최근 본국정부의 해외부동산 취득관리 강화대책은 그야말로 ‘카운터 펀치’인 셈이다. 최근 본국 국세청은 앞으로 30만달러 이하 해외 부동산을 취득할 때도 관련 자료가 국세청에 통보되게 하는 등 해외 부동산 매매에 대한 세무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본국 국세청은 최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30만달러 이하 해외부동산 취득자료도 통보받을 수 있도록 이달 중 기획재정부에 외국환 거래규정 개정을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말 국세청에 통보되는 30만 달러 초과 신고 수리금액의 기준을 ‘해외 송금액’에서 ‘부동산 취득금액’으로 바꿔 대상을 늘렸다.



환율 1700원 간다







美모기지 부실대출 실상 심각수준
‘모기지 빚이 집값보다 많다’


미 금융위기의 뿌리인 미국 모기지(주택담보 대출) 부실의 실상(實狀)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미국의 자가(自家) 보유자 6명 중 1명은 모기지 빚이 현재의 집 값보다 많다고 보도했다. 미국 자가 보유자 7550만 명 중에서 1200만 가구가 집을 처분해봐야 은행 대출도 못 갚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무려 16%에 달하는 이 비율은 2006년의 4%, 2007년의 6%보다 3~4배나 높은 수치다. 특히 지난 5년간 집을 산 사람 중에는 무려 29%가 집 값이 모기지 빚보다 낮은 실정이다.
이렇게 빚에 잠긴 집이 늘어난 것은 집값이 대폭 떨어졌기 때문. 2000년부터 시작된 집 값 상승은 2006년 중반까지 86%나 상승하면서 꼭지를 찍었으나, 이후 집값이 빠지기 시작해 고점 대비 평균 13%가 떨어졌다. 하지만 지역별로 편차가 커서 보스턴 지역은 15%가 빠진 반면, 마이애미는 27%, 라스베이거스는 무려 32%나 집값이 떨어졌다. 빚에 잠긴 집은 압류를 당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다시 시장의 매물로 나와 집값을 다시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밟는다. 또 집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도 과거와 달리 높은 집 값 덕분에 ‘부자가 됐다’는 느낌이 줄어, 상대적으로 소비를 줄여 경제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미 주택 가격은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미 주택경기가 회복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도이체방크는 바닥을 치고 올라오기까지 앞으로 12~16개월이 걸리고 그 사이에 집 값이 추가로 16% 정도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JP모건체이스는 일단 ▲캘리포니아주 10% ▲플로리다주 16% 등 추가 집 값 하락이 예상되지만 미국이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지면 이 하락 폭이 각각 24%, 36%까지 확대될 것으로 본다.


문제는 지금의 경기악화를 불러온 고환율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본국에서는 한때 1,50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이 3거래일째 급락하면서 1,230원대(13일 현재)로 내려앉았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의 각종 대책과 각 국가들의 금융공조 덕택에 한동안 단기급등에 대한 조정 장세가 연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효과도 단기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미국과 유럽발 신용경색 현상이 해소되고 국제수지가 개선되기 전에는 장기적인 하락세로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율은 지난달 12일 1,009.10원이었지만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신청 이후 급등세를 보이면서 9일 장중 1,485.00원까지 치솟으며 1,500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그러나 9일 수출업체의 대규모 매물 유입으로 1,379.50원으로 떨어진 채 마감한 환율은 이후 폭락세를 지속하면서 1,230원대로 내려섰다.
가장 큰 원인은 본국 정부의 달러 공급과 본국 대기업의 달러매도가 이어지면서부터다. 현재 본국에서는 지난 9일 환율 폭락을 가져온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수출 대기업들이 잇따라 달러화 매도에 나서고 있다.
수출기업의 달러화 매도를 유도한 정부는 은행과 기업 간 일별 외환 거래를 보고받아 환투기를 조사하고 변칙증여송금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최근 환율 급등을 초래한 투신권의 달러환매가 환율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금융위기 해소를 위한 글로벌 공조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시가 반등하면서 정부 조치의 효력이 배가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장기적인 하락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수출 대기업들이 달러화를 풀면서 수급 불안이 일부 해소됐지만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설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지난달 말 이후 9거래 일간 1조8천억 원 가량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자본수지가 적자(유출초)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점도 수급 개선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외화팀의 홍승모 차장은 “환율이 단기 하락 국면이기는 하지만 추세적인 하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직접적으로 대형은행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효과가 얼마나 빨리 나타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수급이 악화될 경우 1,500원을 향한 상승세를 재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의 파산 등 돌발악재가 나타나면서 주가 급락, 환율 급등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와 글로벌 공조에 대한 기대, 증시 급등 등으로 외환시장이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 같지만 아직은 하락세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당분간 환율은 1,150~1,450원 범위에서 급등락하는 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환율이 1700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본국의 금융감독원 관계자들 중에서도 이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결국 최근의 위기 상황에서 가장 가슴 졸이고 있는 것은 바로 한인사회의 교포들이다. 특히 미국에 살지만 본국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특성상 미국과 한국경제의 동시 침체는 한인사회에 절망감을 안겨다 주고 있다. 
 








‘기러기 아빠’ 인 국책 연구기관 C모 연구원은 요즘 표정관리 중이다. 그는 지난달 미국 정부가 양대 모기지 업체인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에 구제금융을 투입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환율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해 서둘러 은행으로 달려가 1달러에 1100원 밑에서 미국 달러를 1만 달러 넘게 사들였다. “주변에 있는 기러기 아빠들이 한숨을 푹푹 쉬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난 행복한 편”이라고 말했다. C 연구원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처에 있는 현지 학교에 두 딸이 다니고 있고, C 연구원 부인은 아이들 뒷바라지를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다.C연구원은 탁월한 환(換)테크 감각을 발휘한 개인 재테크의 성공 케이스. 하지만 C연구원 같은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우물쭈물하다 환(換)테크는 커녕 환율 폭풍을 고스란히 얻어맞은 경우가 대다수다.











개인 사업자 K사장은 작년 말 이미 자신의 전 재산을 현금화시켰을 뿐 아니라 외화자산도 꽤 많이 확보했다.“미국의 경제 불안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자산 디플레(이션)를 예상했고, 자산 디플레가 오면 현금 확보가 가장 중요해 질 것으로 봤다”고 털어놨다. 그의 개인재산은 100억원 대가 넘는 것으로 주변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그는“심지어 집까지 팔아 현금화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그에게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자문 구하기에 열심이다.하지만 전혀 다른 경우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예전엔 수시로 환율 시세를 확인했는데, 요즘은 시세표를 볼 때마다 속이 상해서 아예 안 보고 있습니다.”올해 초 5년 동안의 중국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A사의 L모 차장은 요즘 환율이 겁나게 치솟으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부인과 현지 국제학교에 다니는 아들(9)을 중국 베이징에 남겨놓고 홀로 귀국한 L 차장은 현재 ‘기러기 아빠’ 신세다.L모 차장이 귀국할 때만 해도 중국 위안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위안에 130원 안팎. 하지만 지금은 위안화 환율이 50% 이상 올라 1위안에 200원을 넘어섰다. 귀국 이후 매분기 학비와 생활비로 5만위안 정도를 중국에 송금하고 있는데, 예전엔 700만원이면 5만위안으로 바꾸고도 남았지만 이젠 1000만원도 부족한 형편이다.”심란하죠. 월급쟁이야 지갑 사정이 뻔한데, 환율이 오른다고 월급을 더 받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와이프에게 내색도 못하겠고, 다음 번 송금할 땐 환율이 떨어져 있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네요.”서울 여의도에 사는 주부 K모(45)씨는 “환율 때문에 아침에 눈 뜨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아들을 미국 동부에 있는 대학으로 유학을 보낸 K씨는 “환율은 미친 듯이 오르고 가입한 주식 펀드는 연일 수익률을 까먹고 있어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다”면서 “요즘은 매일매일이 공황 상태”라고 했다.지난 8월 말까지 1달러에 1000원을 약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이후 30% 이상 급등했기 때문이다. 아들 밑으로 들어가는 학비와 생활비는 연간 6만달러 안팎. 지금과 같은 환율 급등 상황이 지속된다면 연간 2000만원 이상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K씨로선 특히 지난 여름에 아들의 1년치 학비를 한꺼번에 내지 않고 두 번에 나눠서 내기로 결정한 것이 못내 아쉽다. 당시만 해도 원·달러 환율이 다시 1000원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해 분납을 결정했는데, 만일 그 때 1년치를 완납했더라면 1000만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었던 셈이다. K씨는 “얼마 전 통화한 아들이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기숙사에서 볶음밥을 만들어 먹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면서 “자기도 유학을 보내달라고 하던 막내딸마저 요즘엔 오히려 ‘오빠 한국에 불러 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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