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달러 투입 이후 미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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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시장의 위기가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미국 정부는 공적자금으로 금융기관 부실채권 매입방안을 제시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사태가 터진 이후 모기지 대출회사의 파산, 모기지 관련 채권에 투자한 펀드 청산 등의 충격들은 쉽사리 극복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금융시장은 짧은 시간 내에 안정을 찾고 주가는 다시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시장 안정 기대와 달리 2008년 들어 3월에 대형 투자은행 중 하나인 베어스턴스가 부실을 이기지 못하고 FRB(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긴급자금지원과 함께 JP모건체이스에 매각됐다. 9월에는 정부가 양대 국책 모기지 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최대 2000억달러를 투입해 국유화 조치를 단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형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매각에 실패하면서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매각됐다.
더욱이 최대 보험회사인 AIG마저 정부의 850억달러 구제금융에 힘입어 목숨을 부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자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다음에 파산할 대형 금융기관이 어디인가 하는 불안감이 금융시장을 짓누르면서 미국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은 거의 패닉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이에 미국 정부는 모기지 자산 부실화로 인해 파산 위기에 처하게 되는 금융기관들을 그때그때 구제하는 것으로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마침내 부실채권 매입기구 설립방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미국 재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법안에 따르면 7000억달러까지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2008년 9월 17일 이전에 실행되거나 발행된 자산으로서 주택 및 상업용 모기지 관련 자산을 포함해 재무부장관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자산을 매입할 수 있다.
또한 한도 내에서 자산의 매입 시기와 규모는 재무부 재량에 맡기되, 매입 가격은 가능할 경우 역경매방식 등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결정한다. 부실채권 정리기구의 존속기간은 실행 뒤 2년 동안이다. 매입자산은 재무부의 지도 아래 민간 자산운용회사가 관리하되, 재무부는 자산매입으로 획득한 권리의 행사는 물론 자산운용에 대한 완전한 재량권을 보유하며 재무부 재량으로 자산을 매각하거나 만기까지 보유할 수 있다.


구제금융 규모 더 늘어날 가능성


부실채권 매입을 위해 투입할 구제금융 규모는 일단 7000억달러로 한정돼 있다. 이미 부실 금융기관을 위해 투입한 금액을 합하면 약 1조달러를 넘는 액수가 금융기관 구제를 위해 쓰이게 된다. 1조달러는 2007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7.2% 규모로, 80년대 말 저축대부조합 부실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정리신탁공사를 통해 투입된 공적자금 4000억달러가 89년 GDP의 약 7.3%였던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만일 공적자금 투입 규모가 현재의 예상금액 내로 한정된다면 미국 경제에 매우 심각한 부담이 되지는 않을 수 있다.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투입한 공적자금이 97년 GDP의 28.7%에 달했다는 점을 되새기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더 많은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의 유명한 경제분석가인 오마에 겐이치는 미국의 이번 금융위기를 수습하려면 5조달러 이상의 공적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주택모기지론뿐 아니라 소비자 신용 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주택모기지론 규모가 11조달러 수준임을 고려하면 5조달러의 구제금융은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
어쨌든 구제금융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규모의 구제금융이 현재의 금융위기를 해결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될 막대한 양의 국채와 금융기관에 공급될 유동성이 경제에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크다. 우선 대량의 국채 발행은 미국의 시장금리를 상승시킬 것이다.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수요가 풍부하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약해진 상황에서는 외국투자자의 미국 국채 매입 수요도 위축될 우려가 크고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 내의 채권수요처인 투자회사 등 금융기관으로의 자금 유입세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달러화 약세 수출에는 도움


또 국채 발행 증가는 그렇지 않아도 경상수지 적자와 함께 미국 경제에 부담이 돼온 재정수지 적자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미국 의회 예산국의 추계에 따르면 2008 회계연도의 재정수지 적자는 4000억달러를 초과하는데 이는 지난해의 2배를 훨씬 넘는 것이다. 최근의 구제금융 조치와 앞으로의 부실채권 매입을 고려하면 올해 재정수지 적자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이다. 또 2009 회계연도에는 적자규모가 올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국 의회예산국은 2012년에는 재정수지가 흑자로 반전될 것이라는 기존의 추정을 크게 수정해 2018년까지도 재정수지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미국의 재정적자가 확대될 경우 미국의 경기 둔화와 겹쳐 미국 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달러화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달러화의 약세는 미국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해 경상수지 적자는 감소할 수 있다. 이는 세계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여겨졌던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아시아 등 일부 국가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국이 대규모 수입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왔던 것과는 달리 앞으로는 이러한 효과가 약화될 것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 전체가 성장률 하락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제 회복 장기전 우려


한편 최근의 달러화 가치와 원자재 가격의 상관관계가 유지되면서 달러화 약세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원가 요인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부실채권 매입기구 설립방안이 의회의 승인을 얻어 미국 정부안대로 성사될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는 크게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부실채권 매입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금 미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이번 금융위기의 근원인 주택시장의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급증했던 미국 가계부채의 구조조정도 상당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물경제의 회복이 더딘 가운데 구제금융을 위한 재정지출 증가는 미국 정부와 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세계 투자자들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 결과 미국 금융시장은 금리 상승, 달러화 약세 등 악재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다만, 금융불안이 조기에 진정되면 금리나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수 있다.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는 보는 시각에 따라 80년대 규제완화 이후 30년간 누적된 문제점이 터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짧게 잡아도 최소한 2000년대 이후의 과잉유동성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처럼 문제가 누적돼온 기간이 긴 만큼 문제가 해결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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