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경제 살리기 본격 시동 – 긴급진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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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유통점인 서킷시티가 최근 파산신청을 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아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러한 최악의 경제 상황으로 빠져갈수록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기대감이 높다.
오바마 당선인도 자신에게 쏠린 국민들의 기대를 알고 있다는 듯 당선 이후 경제 살리기에 골몰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의 첫 회동 때도 경기부양책을 하루 빨리 써 줄 것을 주문했다. 오바마 당선인 측은 무엇보다도 급속하게 나빠져 가고 있는 실물경제를 되살리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첫 번 째 내건 카드는 자동차 산업 살리기다. 하지만 이는 본국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부분이다. 본국의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 등은 오바마 당선인의 말 한 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한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를 내세우고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대책을 내거는 등 미국 경제 살리기를 위한 오바마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 허덕이고 있는 이 곳 한인사회도 기대에 가득찬 눈으로 오바마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데이빗 김 취재부 기자>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상황을 풀어나가야 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승리 후 7일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미국 자동차산업의 구제에 목소리를 높였다.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거창한 청사진을 제시하기보다 실물경제 부문에서 급격히 무너져가고 있는 핵심 축을 확실히 살려놓겠다는 의지를 선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자동차업계를 살리는 방법은 정부의 지원이다. 이미 조지 부시 행정부가 250억달러를 자동차업계에 지원키로 했으나 업계는 추가로 500억달러를 더 요구하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이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내정한 램 이매뉴얼 하원의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동차업계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자동차업계에 대한 자금지원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갖다대 보면 명백한 보조금이며 통상마찰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인은 이런 보조금 규정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바마의 이런 입장은 판매부진에 따른 자금난에 허덕이는 미국 자동차업계를 그대로 놔두면 미국의 제조업과 실물 경제 전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 오바마 정부가 펼쳐갈 경제정책, 즉 `오바마 노믹스’의 방향을 집약적으로 시사한다.


오바마 노믹스


오바마노믹스는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과 보호무역으로 요약된다.
이는 80년대 이후 수십년간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 풍미했던 신자유주의와의 결별을 의미하며 글로벌 경제질서에 일대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오바마의 당선 이전에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의 수습과정에서 이미 시작됐지만 진보와 혁신을 표방한 40대의 흑인 민주당 상원의원인 오바마의 당선으로 이런 변화는 거대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
레이건 시대를 특징짓는 규제완화와 국가권력의 시장개입 최소화 원칙은 오바마 시대를 맞아 완전히 방향을 틀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오바마 스스로의 의지라기보다는 시장의 여건이 이렇게 방향전환을 이루게 한 측면이 강하다.
규제완화로 고삐 풀린 금융산업은 각양의 파생상품을 출현시키고 이 가운데 일부 상품들은 감독당국의 그물을 절묘하게 빠져나갔으며, 결국 손실 규모는 물론 정확한 주체마저 파악하기 어려운 난맥상을 연출, 금융산업 전반의 붕괴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강화는 오바마의 당선 이전부터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오바마로서는 시장 안팎의 강력한 지원 속에 규제 강화의 박차를 가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납세자들과 정치권의 규제 강화 요구에 오바마 정부가 수동적으로 끌려갈 것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오산일 수 있다.



금융권력 워싱턴으로


오바마는 이미 후보시절 금융감독 기능의 효율적인 재편을 강조해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증권거래위원회(SEC), 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등으로 복잡하게 흩어져 있는 금융감독기능을 일원화해 효과적인 감시.감독을 펴겠다는 것이다.
이런 개혁의 주체는 다름 아닌 재무부다. 금융감독 기능이 어디로 일원화되든 상관없이 재무부의 권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대선 승리 직후 정권인수위를 구성하고 비서실장을 내정한 오바마는 금방이라도 재무장관 인선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계속 뜸을 들이고 있다.
이 곳 언론은 새 정부의 재무장관이 누가 될 것인지를 놓고 하마평 기사를 써 대기 바쁘다. CNN은 역대 정권의 각료 가운데 중추역할을 한 국무장관보다 재무장관이 훨씬 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논평했다.
오바마 내각의 재무장관은 미국 금융산업의 총본산인 월스트리트의 저승사자 역할을 해야 한다. 7천억 달러의 구제금융안으로 금융회사들의 지분인수와 인수·합병을 주도하고 있는 헨리 폴슨 현 재무장관의 바통을 이어받아 신임 재무장관은 강력한 규제와 함께 월가의 지형도를 새롭게 그려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곧 뉴욕의 금융권력이 워싱턴으로 옮겨가는 변화를 의미한다.
레이건 시절 모두가 “문제는 바로 정부”라고 꼬집으며 정부 개입의 최소화를 부르짖었으며 금융산업은 “안되는 것 빼고는 모두 가능하다”는 식의 이른바 `네거티브’ 규제로 공룡처럼 커갔다.
오바마 정부 아래서는 납세자의 혈세로 연명하고 있는 금융회사들의 경영자 보수를 정부가 규제하고 파생상품의 안정성과 적격성까지 정부가 사전에 따져보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부문에서도 오바마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풍미하던 시절 국제분업을 토대로 한 세계화를 기치로 글로벌 교역의 활성화가 경제성장의 견인차로 여겨져 왔으나 오바마는 당장 자유무역협정을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오바마는 후보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했으며 한미 FTA도 내용이 보완되지 않는 한 비준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그러면서 환경과 노동기준의 강화, 인위적 환율조작의 근절을 공정무역의 전제조건으로 삼아 교역상대국을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보호무역의 기조는 근본적으로 미국내 일자리 창출과 직결돼 있다.


일자리 창출


오바마 스스로는 보호무역주의자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미국의 이익과 자국 산업의 고용능력 제고를 앞세운 무역정책은 결국 교역 상대국의 입장에서는 보호주의 장벽으로 인식될 뿐이다.
내년 미국의 재정적자가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경상수지 적자는 8천억 달러를 상회하는 있는 현실은 교역상대국의 수출관행에 제동을 걸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환율조작이나 환경기준이 미비한 수출관행에 대해서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시대의 경제정책의 변화는 불가항력적인 면이 강하다는 평가도 있다.
불이난 목조건물의 골격과 외양이 크게 훼손되는 한이 있더라도 확실하게 불을 끄기 위해서는 기둥과 서까래까지 부수면서 물을 퍼부어야 하는 게 현재 미국 경제의 현주소다.
부도 직전의 자동차산업을 건져내고 고강도 경기부양책으로 경제를 살려야 하는 것은 한가로운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오바마 정부로서는 WTO의 정부보조금 규정 위반에 따른 제소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은 사치스런 고민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경제노선에서 대대적인 방향전환은 대공황 이후 뉴딜정책이 거둔 성과처럼 오바마 정권이 미국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뉴딜정책의 폐단에 대한 반발로 보수주의자들이 결집하는 계기를 만들었던 것처럼 상당한 후유증을 예고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시장개입은 재정지출의 확대를 수반하며, 문제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클린턴 정부가 출범 2년만에 중간선거에서 대패, `깅리치 혁명’을 이룬 공화당에 의회 권력을 내준 것처럼 오바마 정권에 족쇄가 될 수 있다.
부시 정권의 일방주의 외교노선에 반발했던 지구촌 주민들은 오바마 정부의 보호주의 무역정책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 역사상 초유의 흑인 대통령 탄생으로 지구촌 주민들이 기대했던 `친절한 미국’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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