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건강 이상설 실체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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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일본 언론을 시작으로 제기된 이상설은 점점 확대되어 어느새 북한 내 차기 권력 구도까지 점치는 상황까지 이어졌었다.
이에 북한 당국은 북한 내부 언론을 통해 김 위원장의 사진을 공개하며 건강이상설을 반박하며 건강이상설을 잠재우는 듯 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공개한 사진에 대해 본국 언론을 비롯한 여러 언론들이 합성사진 의혹을 제기하며 재반박에 나서며 양상은 진실게임으로 흘러갔다.
현재 동북아 정세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차지하는 위치는 어떤 의미로든 쉽사리 부인하기 힘든 형국이다. 본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주변국가 뿐 아니라 미국까지도 예의 주시하는 것도 김 위원장의 거취 문제가 동북아 정세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선데이저널>은 최근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의 실체를 추적해봤다.
                                                                                <한국지사 = 서동현 기자>


축구경기 관람, 두 군데 군부대 시찰, 이어 공연 관람.
11월 초순부터 이어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왕성한’ 공개활동에도 불구하고 그의 `건강 미스터리’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도리어 몇 가지 새 가지를 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4일과 11일 대학축구 경기 관람과 여성포중대 시찰 보도를 제외하면 그의 최장기 은둔 기록에 육박하는 80일간 ‘얼굴 없는 통치’를 하다가 지난 2일 군부대 축구경기 관람보도를 계기로 쏟아낸 증명사진들을 통해 ‘정상적인’ 근황을 외부에 공개했다.
지난달 대학축구 경기 관람은 사진 없이 보도됐었고, 여성포중대 시찰 사진은 너무 확연히 과거의 것으로 보이는 것들이었다.
이에 비해 북한 언론 매체들이 지난 2일 보도한 김 위원장의 북한군 축구경기 관람 사진과 5일 제2200군부대와 제534군부대 시찰 사진, 6일 국가공훈합창단을 비롯한 중앙예술단체의 공연 관람 사진들은 일부 의문점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신빙성 있는 그의 근황 증명자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불쑥불쑥 사망설까지 낳았던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그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외부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고, 그의 권력 장악엔 이상이 없으며, 다만 뇌관련 질환의 특성상 그의 건강문제는 앞으로 늘 대북정책에서 상정해야 할 상수라는 것으로 일단 정리되고 있다.


정보 `과장’ 가능성


최근 공개된 사진들로만 판단하면,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는 당초 알려진 뇌 관련 수술설에 비해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뒷짐을 지고 훈련을 참관하거나 걸어가는 사진, 오른팔을 치켜들거나 오른팔을 어깨 약간 위로 쳐든 채 군간부들에게 얘기하는 모습, 남녀 군인과 얘기하는 장면, 특히 잔디밭 위에서 오른손 손바닥을 들어 아래에서 받치듯 든 왼손 손바닥을 치는 박수 모습 등 사망 가능성까지 제기되던 상황을 무색케 한다.
일부 정보소식통들 사이에선 우리 정부를 비롯해 자국 의사가 북한에 들어간 프랑스 등 관련국 정보기관들이 김 위원장의 와병설 초기에 증세를 너무 확대해석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사진을 본 전문의들 중 일부도 당뇨가 있을 경우 작은 혈관이 막히는 경미한 뇌경색이 오기도 하는데 특별한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회복될 수도 있다며, 김 위원장이 뇌혈관계 이상으로 치료를 받았더라도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뇌출혈이나 뇌졸중 등으로 수술을 받았다면 머리카락를 밀었을 것인데 사진상 평소와 별 차이 없는 헤어스타일은 수술 후 3개월의 모습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의학 전문가들은 “뇌출혈이 발생했더라도 출혈량에 따라선 굳이 수술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동영상이 공개되어야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겠지만 정사진으로만 본 김 위원장은 왼팔이 다소 부자연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의사표현 등은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뇌혈관계 이상이 생겼지만 수술을 받지는 않고 약물로 치료했으며, 처음엔 좌반신에 마비가 왔으나 신체회복이 매우 빨라 현재는 왼다리는 풀리고 왼팔과 왼손만 부자연스러운 상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합성조작 가능성


하지만 북한이 최근 내놓은 사진들 중 상당수는 `진짜’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많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의 최근 건강이 상당히 호전되기는 했지만 왼손과 왼팔의 마비는 여전하고, 보행 등의 동작을 할 때는 부축없이 혼자 움직이려면 장애를 감출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축구경기 관람 사진 중 관람대 실내에 앉아있는 사진은 실제 사진일 수 있지만, 야외에서 걸어가거나 선채로 오른 손을 들어 간부들에게 뭔가 얘기하는 사진 등은 과거의 것이거나 합성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걷지 않고 선 채로 있거나 왼팔과 왼손의 움직임을 노출시키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그의 마비상태를 쉽게 알아채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군인들 앞에서 활보할 수 있는 건강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군부대 시찰 때의 단체 사진은 계단에 도열한 군인들과 김 위원장의 사진도 군인들과 김 위원장을 별도로 찍어 합성했을 수 있으며, 실제 북한은 과거 김 위원장의 건강이 정상적일 때도 이런 방식으로 시찰 대상 기관 등의 소속원들과 단체 사진을 찍어 나눠주는 일이 흔했다고 고위층 탈북자들은 말했다.
축구경기나 공연 관람은 군중에게 등장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이뤄질 수 있어, 중앙예술단체의 공연을 관람하거나 군인들의 훈련 모습과 축구경기 등을 관람대 실내에서 보는 사진들은 ‘진짜’일 수 있으나 많은 군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움직임을 담은 사진은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5일 BBC를 통해 공개된 사진도 합성 의혹이 제기되기는 마찬가지.
영국의 타임스가 김정일의 사진을 보도하자 인터넷에서는 “김정일의 다리 부분의 그림자는 똑바로 서 있는 반면 부대원들의 그림자는 비스듬하게 드리워져 있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BBC 방송도 김정일과 부대원들 뒤쪽에 있는 연단의 검정 선이 유독 김정일의 좌우로만 끊어져 있다는 점과 김정일의 왼발 부분을 확대해 본 결과 배경과 발 부분의 사진 픽셀이 다르다고 지적하며 합성 의혹을 조심스레 제기했다.
한 북한 관련 시민단체는 9일 “어쩌면 북한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외부보다는 내부 주민들 사이에 퍼지는 것을 막고 정상통치를 하고 있음을 확신시키는 것이 더 다급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외부 세계에서 믿든 말든 내부 주민들에게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공개행보 연출과 사진 공개 등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당뇨 등 지병과 나이를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이 정상적인 건강상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중요한 것은 김 위원장이 정신적으로는 문제없이 정책 결정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라며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에 눈을 떼지 않으면서도 대북정책은 정상적인 북한체제를 상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일 사후도 북한은 정상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뒤 어느 누가 권력을 차지하든 간에 북한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FP)가 7일 전망했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 유고에 대해 공포에 빠지거나 북한의 변화를 기대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FP는 이날 인터넷판에서 김 위원장의 유고시 권력을 장악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그의 매제인 장성택을 꼽으면서도 누가 권력을 승계하든, 또한 새로운 정권이 어떤 체제로 운영되든 간에 핵보유국의 지위를 지키고 미국을 적대시하면서 대외 원조를 바라는 북한 정권의 전략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FP는 역사적 교훈을 봐도 김정일 사후 북한이 변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1875년 이후 200여명의 국가 지도자가 사망한 후 그 체제나 대외관계가 바뀐 경우는 많지 않고, 이는 절대 권력자나 독재자가 사망한 국가 역시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김일성 사후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1971년 아이티의 프랑수아 듀발리에 대통령이 죽자 당시 19세의 어린 나이로 아버지의 권력을 승계한 장 끌로드가 무자비한 철권통치 체제를 유지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쿠바도 피델 카스트로가 물러나 그의 동생인 라울이 권력을 승계했어도 일부의 기대와는 달리 바뀐 게 없다.
FP는 일부에선 김정일 사후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가 잔인한 장기 독재체제에 마침표를 찍어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권력 공백 및 대량 탈북사태 등 일대 혼란이 올 수 있다는 매우 비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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