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 한 달, 성과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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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20일로 취임 한 달을 맞았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 출항한 오바마호는 일단 70% 안팎의 높은 국민 지지를 받으며 순항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이 지난 9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바마는 67%의 지지를 얻었다.
이른바 `허니문 효과’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지지율이다. 조지 부시 전 정부에 피로감과 불신을 느껴온 미국인들이 오바마 정부에 대해 거는 기대치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기간과 마찬가지로 기성 미디어는 물론 인터넷 공간을 통해 대중과 호흡, 소통하면서 국민적 지지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는 점도 이런 고공 지지율에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례 라디오 연설의 영역을 유튜브까지 확장해 인터넷 문화에 친숙한 젊은층에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은 고식적인 워싱턴식 정치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데이빗 김 <취재부 기자>



이런 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오바마는 취임 한 달의 성패를 판가름하는데 중요한 잣대가 될 경기부양법안의 의회통과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당선인 시절부터 지상과제인 경기부양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상.하원의 입법절차를 모두 거쳐 17일 서명으로 발효됐다.
미국 언론은 총 7천8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것을 놓고 `오바마의 승리’라고 평가하고 있다. 엄청난 재정적자 속에서 경기부양에 대한 확실한 담보도 없이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쏟아부을 수 없다는 반론을 물리치고 따낸 정치적 성과라는 평가다.


높은 지지


그러나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오바마 대통령은 외견상 승리했을뿐 정치적으로 상당한 내상을 입었고, 일정부분 정치력의 한계를 노정했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역대 대통령으로는 드물게 의회를 직접 방문, 공화당 의회지도부에게 초당적 협력을 `읍소’했지만, 정작 하원의 경기부양법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상원에서도 공화당 의원은 고작 3명만 찬성하는데 그친 것은 그의 정치력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다소 성급한 분석마저 낳고 있다.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시절부터 당파적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모습을 보여온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으나, 워싱턴 현실정치의 높은 벽을 뛰어넘지는 못한 것이다.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마저도 “우리는 경기부양법이 통과되면 과거 잘못됐던 것이 어떻게 바로 잡히고,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점을 명쾌하게 보여 주기보다는 지나치게 초당적 명제에 매몰돼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실패했다”고 자성했다.
이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처럼 지방을 돌며 외곽에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뤄내기 위한 여론몰이를 시도했다.
이는 대중정치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의미로, 워싱턴식 정치논리로 해결되지 않는 일은 국민과의 직접 정치로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는 자칫 대의정치를 도외시하고 여론과 호흡하는 `포퓰리즘’으로 연결될 수 소지가 있는 만큼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대중정치가 약발을 받겠지만, 인기가 하락한 뒤에는 의회정치, 대중정치 모두를 잃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인사 난맥상 노출


이런 가운데 초당적 명분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집착은 인사난맥상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상무장관 후보에 공화당 출신인 저드 그레그(뉴햄프셔) 상원의원을 지명했으나 정작 그레그는 정책적 견해차를 이유로 내세워 각료지명을 스스로 반납하고 말았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나 레이 라후드 교통장관의 경우에는 정책적으로 충돌하는 부분이 적었지만, 그레그의 경우에는 경기부양법안 등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 공화당 당론을 거스르고 상무부 예산집행을 해나가는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의 거국내각 구성은 그 자체만으로는 이상적 형태의 정치행위지만, 공화당과의 이념적 간극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에는 정치적 무리수로 연결될 위험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당선인 시절 단행한 속전속결식 각료인선은 인사검증의 허점이라는 예기치 않은 후유증을 낳고 있기도 하다. 스타군단의 `드림팀’이라는 극찬을 받았던 오바마 내각은 탈세스캔들의 직격탄을 맞고 정권출범 초부터 삐걱대고 있다.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특정기업과의 유착문제로 1월초 낙마할 당시만해도 일과성 `사건’으로 여겨졌던 인사 난맥상은 이후 주요 각료급 인사들의 낙마가 연이어 터지면서 시스템적 문제로 비화되기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자신감에 넘쳐 `과속 인사’를 하다가 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인 톰 대슐 보건장관은 탈세의혹이 불거지자 상원 인준청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진사퇴했다. 대슐은 백악관의 `의료 차르’ 자리에서도 물러남으로써 오바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의료보험 개혁은 초장부터 암초를 만나게 됐다.
백악관에 신설된 `최고 성과관리 책임자(CPO:Chief Perfomance Officer)’ 내정자였던 낸시 킬리퍼도 대슐과 같은 날 사퇴, 대통령의 정권운영에 부담을 지워줬음은 물론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소득 미신고 문제로 홍역을 치렀지만, 경제위기 소방수로서 최적격이라는 명분 속에 가까스로 생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세청을 지휘해야 할 가이트너의 영이 서겠느냐는 비판론은 여전하다.
이런 정치적 시련이 있기는 했지만 오바마 정부의 첫 한 달은 `부시의 유산’ 지우기라는 상징적인 정치행위를 통해 분명한 차별화의 노선을 걷고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한 기간이었다.
부시 정권과는 달리 공직사회에 높은 도덕률을 호소하고 있는 점, 월가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해 보너스 규제 조치를 단행한 점 등은 부시 정부와는 확실하게 대별되는 오바마식 정치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경제위기 탈출 험난


천문학적 재정투입에도 경기부양은 미지수
국민들의 `마법’ 발휘 기대가 족쇄로 작용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에 톡톡히 기여한 일등공신 가운데 하나는 금융위기였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에게 경제위기의 극복이라는 과제는 그저 이행해야 하는 공약에 그치는게 아니라 족쇄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도 이제 이를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다.
모든 역량을 동원해 경제를 살려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오바마 대통령은 “3년 내에 경제를 회생시키지 못하면 재선 도전은 물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까지 거침없이 하고 있다. 말 그대로 배수진을 친 것이다.
경제회생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경기부양책이다. `단호하고 신속한 행동’만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에 조속한 통과를 당부한 경기부양법안은 7천870억달러 규모로 확정됐다.
집권 후 4주 이내에 경기부양책의 시행에 들어가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당초 일정은 지켜졌지만 과연 부양책이 수렁에 빠진 미국 경제를 건져낼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의사당을 찾아 공화당 지도부를 만나 협조를 당부하고 개별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식사를 함께 하며 법안 통과에 힘을 보태주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 처럼, 그의 앞길에는 험난한 장애물이 하나 둘이 아니다.
경기부양책 자체도 적잖은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상원에서 공화당 의원 3명의 지지를 확보하고 민주당의 중도파를 달래기 위해 재정지출 비중을 줄이고 감세를 확대함으로써 당장 일자리 창출에 투입할 재원이 축소됐다.
7천870억달러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의 5%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지만 심각하게 냉각된 내수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실업자 수가 500만명에 이르며 매주 신규로 실업자 대열에 합류하는 숫자가 60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점은 경기회복이 쉽게 이뤄지기 힘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정도의 부양책 규모로는 경기회복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추가 재원의 투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미 미국의 국가채무가 10조8천억달러에 달하고 올해 회계연도의 재정적자는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추가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이번 부양책과 함께 재무부.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공동으로 마련한 금융시장 안정방안을 통해 최대 2조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키로 해 미국의 빚은 13조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재정압박은 경제위기 탈출에 `올인’한 오바마 대통령의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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