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언론과 은행, 추잡한 야합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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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경기 침체에 한인 사회가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한인 언론사들이 공익 보도보다 ‘자사 몸사리기’에 치중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최근 한국일보와 중앙일보 편집국은 때 아닌 ‘피자 파티’를 벌였다. 문제는 수십판에 달하는 ‘피자 박스’가 특정 한인은행이 보낸 언론플레이성 ‘뇌물’이라는 사실이다. 불경기로 생사기로에 놓여있는 한인 사회 내에서는 이번 뇌물 피자 사건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언론 관계자에 따르면 은행 입장에서는 자사에 대한 기사를 잘 다뤄 달라는 뜻으로 보냈지만 이를 받아 든 신문사 편집국 기자들은 난감했다고 한다. 모 신문사는 문제의 ‘피자 박스’를 두고 서로 먼저 먹겠다고 아우성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신문사에 ‘피자 박스’가 전해진 때는 한인 상장 은행들의 주가가 3달러 이하로 폭락하던 바로 그때였다. 주가하락을 ‘피자’로 입막음 하려던 속내가 빤히 보인다. 선심성 선물공세로 불리한 기사를 막아보려는 은행이 과연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우량은행이라고 할 수 있는 지 저의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성 진 취재부 기자>














 
한국일보에 배달된 피자는 큰 사이즈로 10판으로 보낸 이는 나라은행(행장 민 김)이었다. 피자박스를 본 한 직원은 “이왕 보낼 거라면 피자가 아니라 떡을 보내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며 꼬집었다고 한다. 한인 경제가 어려운데 우리 업소를 이용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지적이었다.
나라은행이 보낸 피자 한 조각씩을 먹은 기자들은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았다고 한다. 경제부나 사회부 기자들을 제외하고는 나라은행이 왜 피자를 수십 판씩 편집국에 배달했는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최근 발표된 ‘나라은행 주가 폭락’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적지 않은 기자들이 속내 뻔한 피자를 외면했다.
웃지 못할 촌극은 그 다음부터다. 당초 문제의 피자는 한국일보 편집국 경제부로 배달돼야 하는 물건이었다. 그러나 배달사고로 한국일보 계열사인 라디오 서울 보도국으로 보내졌고 이 사실을 안 경제부에서는 발끈했다는 것.
‘문제의 화물은 그곳이 아니라 신문사로 와야 할 물건’이라며 통보하자 발끈한 라디오국은 ‘너희들끼리 잘 먹고 잘 살아라’며 돌려보냈다고 한다. 뒤늦게 신문사 편집국과 라디오 측의 신경전을 전해들은 나라은행은 곧바로 다음날 라디오와 신문사 데스크에 따로 선물을 보냈다.
중앙일보에도 나라은행의 ‘피자 박스’가 전해졌다. 일부 기자들은 ‘지금이 피자를 씹고 있을 때인가’라며 은행권의 행태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또 다른 기자들은 ‘도대체 우리 신문을 어떻게 보고 피자 따위로 입막음을 하려는 건가’하며 개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타 한인은행권에서도 나라은행의 피자뇌물 사건에 속이 타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열심히 노력해 실적을 쌓을 생각을 하지 않고 언론에 아첨할 생각만 하다니 전체 한인은행권 이미지가 바닥에 떨어졌다”며 한탄했다.
한인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한 언론인 역시 “은행장의 처신도 문제지만 피자를 받아먹는 언론도 의식이 하찮은 코미디 수준”이라며 “김 행장이 언론사에 수십 판씩 피자를 보낸 저의가 무엇인지 기자들이 잘 알고 있을 텐데 과연 그걸 먹은 기자들이 나라은행의 주가하락 사실과 관련해 무슨 기사를 썼는지 궁금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피자에 물 타기 된 주가 대폭락


중앙일보와 한국일보에 피자 박스가 배달된 때는 한인 상장은행들의 주가가 수직 하락했을 뿐 아니라 시원찮은 분기별 실적보고로 치명타를 입었을 때였다. 한인 상장 은행 가운데 윌셔은행(행장 조앤 김)을 제외하고 한미은행(행장 유승재), 나라은행(행장 민김), 중앙은행(행장 유재환) 등의 주가는 12일 이전까지 폭락을 면치 못했다.    
특히 나라은행 주가가 12일 3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한인은행 주가가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렸다. 마진콜(선물계약 기간 중 선물가격 변화에 따른 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로 지난 해 한미은행 주식 가격이 2달러 밑으로 떨어진 대다 전일 중앙은행도 2달러대로 내려앉은 뒤 나라은행마저 폭락하자 투자자들과 한인 은행권은 마진콜 가능성에 촉각들 곤두세운 상태였다.
문제의 피자 파티가 벌어지던 즈음 나라은행 주가는 전날보다 76센트(22.49%)나 폭락하며 2.62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나라은행 창설 이래 최악의 실적이다. 나라은행 주가는 장중 한때 2.19달러까지 하락하며 2달러 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이는 하루 최저치 기준으로 무려 35%이상 폭락한 수치이고 5일 만에 주가가 반 토막이 났으며 거래량도 150만주를 상회 3개월 일일 평균거래량 14만주의 10배에 달했다.
이 같은 위기상황에 대해 나라은행 민 김 행장은 “마진콜이 아닌 나라은행의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이 사전 청산을 위해 준비한 ‘블럭 세일’로 파악하고 있다”며 “분명한 것은 나라은행이 자본위기 상황을 맞은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행장의 발언에 힘입어 다음날 주가는 약간 반등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어려움은 계속 남아 있어 앞으로가 문제다. 한인 은행권에서는 마진콜이라기 보다 4분기 실적이 부진한데 따른 주가하락 가능성이 크지만 거래량은 의심되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최근 폭락장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거래량이 심상치 않은 점을 들어 마진콜 가능성을 제기되고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나라은행 이사들이 대부분 사외이사인 점을 들어 외부 대주주의 마진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과 한인 은행권은 한미와 중앙에 이어 나라까지 주가가 3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지자 한인 은행 추락의 바닥을 점치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커뮤니티 은행주의 경우 주가가 5달러 밑으로 하락하면 주가로써 의미가 없어진다.
또 최근 폭락장세는 금융위기에 따른 금융주 전반의 폭락세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수준에서 특별한 재료가 없는 한 추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은행주가가 바로 투자자들이 한인은행을 보는 시각을 대변한 것이라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변동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의 주가 폭락 사례는 나라은행이 처음이 아니다. 한미은행과 중앙은행도 이사 등 일부 대주주들이 강매에 걸리면서 지분을 처분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 특히 중앙은행은 이정현 이사가 최근 3일 동안 45만 주를 한꺼번에 매각하면서 한때 3달러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한미은행도 지난 해 말 브라질 투자회사인 GWI(대표이사 유무학)와 일부 대주주가 갖고 있던 주식의 마진콜 프로그램이 촉발되면서 처음으로 주가가 2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미은행과 중앙은행은 일부 이사들의 주식보유가 개인투자자 보다 적어져 이사직을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나라은행은 아예 이사들 대부분이 투자를 하지 않고 이사직만 지키고 있어 더 문제가 크다.
특히 나라은행은 최대주주 가운데 한 명인 토마스 정 전임 이사장 불신임 관련 소송으로 이사진 재편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한인은행가에 상장은행을 중심으로 한 이사진 새판 짜기가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은행끼리 악 소문


한편 일간지를 중심으로 한 한인 언론들은 한인 은행권과 관련된 기사에서 독자들의 알권리 보다는 자사의 생존 전략을 우선시 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한인은행권 역시 자사에 대해 불리한 기사를 막기 위해 언론사에 대한 로비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한인언론과 은행들이 야합해 독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명분은 “커뮤니티의 이익을 위해서”다. 그러나 커뮤니티가 어떤 이익을 누리는 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설명하지 않는다.
한인 언론사는 은행권의 로비활동을 적당한 수준에서 받아들인다. 자연히 로비를 받은 은행의 뒤를 봐주기 위해 경쟁은행의 약점을 표적 취재하는 문제도 생긴다. 그 좋은 예가 한미은행의 ‘MOU사건’이다.
지난해 10월 한미은행이 금융감독국 감사에 걸려 MOU(양해각서)를 받았다. 당시 한인 일간지들은 이를 알고도 기사화하지 않았다. 한미은행측이 “기사가 나가면 가뜩이나 위축된 경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한인 최대은행이 MOU 보도로 실추될 경우 한인은행 전체가 피해를 입는다”는 명분으로 상당수 언론사들을 상대로 맹렬한 로비를 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과는 달리 한미은행의 MOU 기사가 보도되지 않는 데 대해 업계 2위인 나라은행측은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은행이 많다보니 소위 ‘너 죽고 나 살자’식의 경쟁이 판치는 가운데 은행들이 상품이나 서비스 경쟁을 통한 양질의 성장 보다는 상대은행 흠집 내기에 집중하고 있는 까닭이다.
한인 언론사들이 한미은행의 MOU 사건을 보도하지 않자, 나라은행의 홍보담당 간부는 한미은행의 MOU 사실을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를 복사해 이를 한인 언론사에 이메일로 배포했다.
미 주류언론도 보도했으니 한인 신문도 보도해야 한다며 ‘친절한 서비스’를 자청한 것이다. 한인 언론사들이 자체적으로 취재한 한미은행 관련 기사를 보도하기 주저하는 상황에서 유력언론을 인용해 보도하면 어느 정도 책임을 면할 수 있을 것이란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이를 눈치 챈 한미은행은 물론 발끈했지만 나라은행은 적당히 얼버무렸다. 심지어 나라은행의 한 직원은 고객에게 “한미은행이 망할지 모르니 예금을 옮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했다.
한미은행의 한 관계자는 “경쟁은행들이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우리은행이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내고 다녔다”면서 “지금처럼 극심한 경제 침체 상황에 상대 은행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내는 것은 결과적으로 서로 공멸하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일부 한인은행의 도덕 불감증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은행들의 비도덕적 행태를 눈감아 주는 언론 역시 공범이나 다름없다.
한국일보는 오는 5월 ‘할리우드 볼 페스티벌’을 예정하고 있다. 큰 행사지만 티켓 판매는 예전에 비해 크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사가 눈을 돌린 것은 은행권을 이용하는 것이다. 은행의 약점을 가장 많이 잡고 있는 언론사기에 적당한 선에서 보도 수위를 조절하면 어떻게든 은행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또 특정 은행에 대해 불리한 보도를 쏟아내면 다른 은행들도 ‘알아서 하라’는 식의 암시를 줄 수도 있다.
지난해 태평양은행의 자산증식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한국일보는 태평양은행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연일 쏟아내 당시 300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계획했던 한 투자가의 결심을 무산시키기가지 했다.
당시 태평양은행 일부 이사들은 한국일보에 대해 법적 소송까지 주장했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한국일보가 내건 조건에 대해 태평양은행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한 명백한 보복 행위였기 때문이다. 신문 기사는 공정성과 진실을 공유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기사는 위험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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