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리스트 공개… ‘傾國之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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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리스트가 재계와 언론계를 뒤덮고 있다면 박연차 리스트는 정치권에 메가톤급 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이미 박정규 전 민정수석비서관, 추부길 홍보기획 비서관을 비롯해 이정규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송은복 전 김해시장 등 여야 정치인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제 검찰의 칼날은 본격으로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 특권’ 때문에 4월 임시국회가 시작되기 전 여의도를 향한 검찰의 수사망이 빠른 속도로 좁혀질 것으로 예상돼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또한 현역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의 경우 충분한 물증을 확보해 놓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소환 조사’ 자체가 이들 의원에 대한 사법처리를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검찰 수사를 놓고 `표적사정’, `전 정권 초토화’, `친박(친박근혜)계 죽이기’, `부산.경남권 물갈이’ 등의 각종 설이 난무하는 점도 정치권의 위기감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박연차 리스트’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전.현 정권간 대결 양상으로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4.29 재보선 결과에 메가톤급 변수가 되는 동시에 향후 정치권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정치권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번 수사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쪽은 민주당, 특히 친노(親盧) 인사들이다. 이미 박정규 전 민정수석비서관이 구속된 데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이광재 의원과 서갑원 의원도 검찰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의원과 서 의원은 박 회장으로부터 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명 한식당인 모 회관을 통해 2004년부터 수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식당 주인은 박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뉴욕의 회관에서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친노 의원 ‘쑥대밭’


앞서 “박 회장한테서는 정식 후원금 500만원 말고는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던 서 의원은, 이런 의혹과 함께 2006년 박 회장이 지방 검사장과 골프를 칠 때 동석한 사실도 드러났다. 서 의원은 “2006년 순청지청장으로 있던 민유태 검사장(현 전주지검장)이 주선해서 박 회장과 골프를 치고 식사와 술을 했다”며 “그렇지만 박 회장한테서 공식 후원금 말고는 돈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김혁규 전 경남지사가 만든 ‘의정연구센터'(이하 의정연) 소속이다. 김 전 지사와 친분이 두터운 박 회장은 2006년 의정연구센터 소속 의원들에게 자신과 회사 임직원 명의로 후원금을 건네기도 했다. 현재 검찰은 의정연 소속 의원들을 주목하고 있다. 의정연은 친노 직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모임으로 이들은 2005년 박 회장의 초청으로 중국 칭다오(靑道)를 방문, 공장을 견학하는 등 박 회장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김혁규 전 경남지사, 민주당 서갑원·이광재·이화영·김태년 의원 등 친노직계 의원을 포함한 의정연 소속 의원 20여명이 지난 2005년 태광실업의 중국 공장인 칭다오 ‘청도태광’ 공장 견학에 나섰다. 서 의원 등에 따르면 의정연 소속 의원들은 2005년 중국 청년지도자 그룹인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공식초청을 받고 베이징(北京)을 방문했으며, 귀국길에 칭다오에 들러 공장을 돌아보고 박 회장 주최 만찬에 참석했다. 서 의원 등은 이 자리에서 폭탄주를 돌리며 친교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의 후원자 역할을 했던 박 회장은 김 전 지사가 2003년 지사를 그만두고 대권 도전의 큰 그림을 그리자 그를 돕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의정연 소속 의원들과 접촉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 전 지사는 2003년 말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국무총리-대권도전’의 꿈을 꿨고 2004년 총선에 당선되자마자 당시 의정연 상임고문을 맡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박 회장과 친노의원들 간에 은밀한 거래가 활성화됐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여야 구분 없이 돈 받아


소환 대상으로 거론되는 다른 의원들도 박 회장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특히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도 적지 않게 거론되고 있어 여야 구분 없이 이번 사건을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경남 행정부지사를 지낸 권경석 한나라당 의원은 박 회장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됐지만, “2002년 김혁규 전 지사가 마련한 퇴직 위로연에서 박 회장과 동석했다. 하지만 박 회장한테서 어떤 명목으로도 돈을 받은 바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권 의원측은 “검찰에서 아무런 통보도 못 받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근거지인 김해시갑 선거구의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2003년 총선을 앞두고 박 회장한테서 정치자금 지원과 함께 열린우리당 입당을 제의받았지만 거절했다”며 “박 회장이 중학교 선배인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을 내세워 또다시 같은 제의를 했으나 역시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 전 원장은 박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박 회장이 지난 2004년 계열사인 정산개발을 통해 사들인 경남 진해의 동방유량 공장 부지의 고도제한이 완화되는 과정에 한나라당 소속의 김태호 경남지사가 개입한 일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재정위원을 맡았던 만큼, 현재 한나라당 3선 이상의 중진급 의원이 박 회장의 로비 선상에 놓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3선 이상급 의원들은 (용의) 선상에 있다고 보면 된다”며 “구속된 송은복 전 김해시장이 부산고 출신인데 박 회장이 부산고 출신들을 통해 의원들에게 접근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지역 김무성, 허태열 의원 등도 박연차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허 의원은 구체적인 소환 일정까지 잡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허태열 최고위원측은 “허 최고위원 본인이나 사무실 어느 곳도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는 물론 사실관계를 묻는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두 의원 모두 대표적인 친박인사로서 친이계과 친박계 간의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현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검찰 수사가 여권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어 보인다.




현 정권 실세들은?


가장 큰 관심은 이번 수사가 과연 현 정권 실세들을 겨냥할 수 있냐는 점이다.
‘대운하 전도사’로 잘 알려진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구속된데 이어 이종찬 전 민정수석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고검장 출신인 이 전 수석은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 이명박 정부의 첫번째 민정수석을 지냈다. 의혹의 핵심은 박 회장이 이 전 수석의 동생에게 돈을 빌려줬고 동생이 이 돈을 이 전 수석의 변호사 개업비용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전 수석뿐 아니라 지방의 모 검사장도 박 회장으로부터 억대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가장 관심인 박연차 회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연관성이다. 잘 알려진대로 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정권 교체 후 정치권에서는 ‘노무현에게 박연차가 있었다면 이명박에게는 천신일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박 회장과 천 회장도 절친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천 회장은 박 회장의 회사인 휴켐스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지난해 태광실업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천 회장을 통해 세무조사 무마 시도를 벌인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해 말 박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대책회의를 주도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세무조사와 관련해 최종 로비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도 어떤 식으로든 박 회장의 이런 로비 정황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세무조사 당시 조사팀이 진행 상황을 한 청장에게만 보고했고, 11월께 나온 최종 결과도 한 청장이 대통령에게 따로 보고했다는 사실은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검찰 안팎에서도 최근 한 전 청장의 갑작스런 출국을 두고 “당시 사정을 잘 알고 있어 피한 게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있다. 올해 초 한 전 청장이 그림 로비 의혹으로 낙마 위기에 몰린 뒤에도 한동안 저항을 했다는 사실과, 청장직에서 물러난 뒤 청와대가 별다른 설명 없이 한 청장에 대한 수사 의뢰를 하지 않은 점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 다아나가 박 회장이 천 회장에게 30억 가량을 빌려줬고 이 돈이 한나라당으로 들어갔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박연차 리스트는 수사 결과에 따라서 향후 정치 지형을 바꿔놓을 만큼의 폭발력을 지녔다. 그 첫 번째는 오는 4월 29일 치러질 재보선 선거다. 정치권에서는 박연차 리스트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박 회장은 정·관계 인사 70여명에게 현금 또는 미 달러를 뿌리며 전방위 로비를 펼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무실 금고에 늘 현금을 쌓아둔 박 회장은 여야를 넘나들며 정치권과 깊숙한 인연을 맺었다. 검찰 수사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는 정치권의 현실은 오늘날 한국정치의 슬픈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박연차 리스트, 엇갈리는 정치권 반응












 
한나라당은 이번 검찰 수사를 `부패스캔들 수사’로 규정,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으며, 민주당은 4.29 재보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야당 탄압’으로 몰아세우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세웠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대한민국에서 부패스캔들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소위 부패스캔들을 성역 없이 깔끔히 처리해줘야 이 정부의 도덕성이 살아나고 정권이 반석에 오른다”고 밝혔다.
윤상현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야당 탄압이 아니라 죄를 지은 사람이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표적사정이고 편파수사로, 여당이 4.29 재보선에 악용하고자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며 “검찰이 한나라당 선거전략의 하수인으로 전략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정치 보복 차원에서, 4월 재보선에 야당을 불리하게 몰아넣기 위한 의도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나아가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박연차씨가 노무현 정권의 실세 아니냐”며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의혹이 범죄가 된다면 전직 대통령이라도 처벌을 받는 게 법치주의 이념에 부합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구속을 거론하면서 “정권 실세와도 관련된 것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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