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고개 드는 한인은행의 합병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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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죽은 시체다. 초월적 존재에 이끌려 이리저리 출몰하면서 걸어 다니고 있지만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 살아있는 시체를 ‘좀비’라고 부른다.
미 금융가에서는 연방정부의 구제금융에 의지해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은행을 ‘좀비’라고 말한다. 정부의 자금지원이 없으면 죽은 은행이라는 사실을 빗대어 부른다.
지난 9월 세계적인 금융위기 직후 한인은행들은 ‘좀비’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던 은행 주가가 ‘페니주식’으로 전락하는 가하면 날이 갈수록 부실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여기에 거액의 예금 탈출 러쉬가 진행되면서 예금 확보를 위해 고금리의 예금정책을 피고 있어 한인은행들은 ‘예금탈출-부실대출-경영부재’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속히 은행들에 대한 혁신적인 자구책이 나오지 않으면 많은 한인은행들이 ‘좀비’은행으로 전락할 수 있다. 절대절명의 위기 임에도 불구하고 이사들은 인수 합병 문제에 있어 지나치게 이해 타산적이고 소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지금은 살신성인의 심정으로 거론 은행 관계자들은 ‘소탐대실’(적은 것에 치우쳐 큰 것을 잃게 됨)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합병을 추진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지금 실기하면 한인은행들은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라는 것이 합병을 추진하는 인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인은행들의 합병 무엇이 문제이고 방해요소는 무엇이지 짚어 보았다.
                                                                                          성 진(취재부기자)



최근 ‘거대한 착각’-글로벌 금융 위기를 넘어-라는 책을 펴내 국내외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최운화 행장(커먼웰스 뱅크)은 “금융 위기는 곧 사회가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 역경은 창조의 어머니이듯 지금의 시련은 시장경제가 잠깐 유동성 장세로 부자가 된듯한 착각의 소산이다. 이 착각으로 상당 기간 전 세계는 뒤풀이의 값을 치를 것이다. 그러나 그와 함께 다시 배운 금융과 시장경제의 건강한 관계는 다가오는 글로벌 경제의 성장에 큰 힘이 될 것이다”라고 끝마무리를 적었다.
많은 사람들은 한인은행들이 하나 둘…여섯, 일곱…열개를 넘어섰을 때도 “한인 커뮤니티의 성장력”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은행 주식을 안 가진 사람들은 마치 경제를 모르는 사람으로 매도되면서 상대적으로 은행의 대주주들은 한인사회에 재력가로 급부상해 모든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이제 와서 많은 사람들은 “한인은행이 인구 수와 한인사회 규모에 비해 너무 많다”고 말한다. 이러는 와중에 우리들이 전혀 겪어보지 않았던 금융 대위기가 몰아 닥쳤다.
세계 금융의 본산, 월 스트릿에서 한인은행들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덩치만 너무 키웠다는 것이다. 우선 은행의 성장 위주로만 추진하다 보니 은행의 자산 퀄리티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운하 행장이 책에서 지적하듯 착각에서 깨어나 은행의 건강성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인은행권의 발전을 위해 시각을 한인은행끼리만이 아닌 주류은행과 경쟁하는 방향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인은행 중에서도 ‘커뮤니티 뱅크’를 벗어난 ‘리저널 뱅크’가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방만한 경영이 ‘화’불러


현재 한인은행들간의 경쟁이 너무 심하다 보니 인력난과 인건비와 디파짓 비용 상승, 론 마진 감소 등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한 예로 디파짓 코스트만 해도 주류 은행에 비해 훨씬 높다. 한인 은행들이 살아 날려면 지금보다 다양한 프로덕트와 월등한 서비스로 고객층을 창출하고 넓혀야 한다.
따라서 한인은행들끼리 또는 주류사회 은행들과 아니면 한국의 은행들과의 인수·합병(M&A)이 최근의 한인 금융권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인은행들의 합병 문제는 오래 전부터 거론되어 왔으나 지금까지 설왕설래하기만 했을 뿐 실제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주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은행 이사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관심을 모았던 한국내 시중은행들과의 합병이 국내 경제여건상 물 건너간 관계로 이제는 한인은행들끼리나 주류사회와의 합병이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합병의 가장 큰 장애물은 “한인은행 이사진들의 착각”이라는 지적이 다. 월 스트리트에서도 한인은행들은 이제 실속을 찾아야 할 때라고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이 같은 경고에 가장 귀를 기울려야 할 대상은 이사진들이다.
한인 커뮤니티의 4대 상장은행인 <한미•나라•월셔•중앙>은행이 미 경제 악화와 함께 실적부진과 주가폭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 일부 은행들이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에 인수 제안을 했으나 국내 경제도 악화일로에 있어 거의 대부분 무산됐다.
미국 내에서 연일 이어지는 주가폭락과 경기악화 전망으로 한인사회 내부에서 한인은행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일부 은행은 최근까지 ‘싼값’을 내걸어 국내은행들에 인수 제안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은행들의 반응은 차가웠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초만 해도 해외은행 인수•합병에 열을 올렸던 국내은행들은 자금조달 여건악화와 부실 가능성을 이유로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합병악재 곳곳에서 돌출


최근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한인은행들의 주가는 2-3달러대를 간신히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불과 2007년초 20달러를 넘어섰던 이 은행들 중 한미은행의 주가는 최근 한때 88센트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한국의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시중은행인 A은행 모 임원은 지난 해 말 4대 한인은행 중 한 은행으로부터 인수제안을 받았다. A은행은 지난 해초 M&A 열풍이 불었을 때 미국 내 한인은행 인수를 추진했을 만큼 관심이 많았다. A은행 임원은 “예전 같으면 저가에 유혹을 느낄 법도 했겠지만, 지금은 외화조달 자체도 어렵고 부실 가능성도 커 딱 잘라 거절했다”고 말했다.
B은행 임원도 “1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부실이 1억달러 이상 나타나면 어떡하냐”며 “싼값에 샀다가 책임을 뒤집어쓰기보다 현재 운영중인 현지법인이나 철저히 관리하는 게 낫다”고 고개를 저었다.
은행들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해외 한인은행 인수도 금융위기 발생 직후 잇따라 중단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러시아의 ‘파이낸셜스탠다드커머셜뱅크(FSCB)’ 인수를 위해 양해각서(M0U)까지 맺었다가 중도에 포기했다.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을 인수한 국민은행의 경우 동유럽발 금융위기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해외사업 담당 관계자는 “가격이 싸더라도 경기가 어느 정도까지 악화할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은행들이 미주의 한인은행과의 인수합병에 고개를 흔들면서 최근 자연히 한인은행간 합병이 또다시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합병이 모색되고 있으나, 일부 한인은행들이 지니는 이사진들의 사고방식 등을 포함한 내부환경들이 큰 장애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4대 상장은행 중 합병에 가장 관심을 쏟고 있는 은행은 나라은행(행장 민 김)과 중앙은행(행장 유재환)이고, 한편으로는 한미은행(행장 유재승)과 윌셔은행(행장 조엔 김) 등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윌셔은행의 경우 합병논의에서 열외로 간주된다. 윌셔 관계자들은 합병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만도 불쾌한 반응이다.
나라와 중앙은 과거에도 합병 논의를 추진한 적이 있어 양측의 단안만 내리면 성사될 수 있는 것으로 보여졌으나 이사진들의 지난친 이해타산적인 사고방식이 장애물이다.
현재 나라와 중앙의 일부 이사들에 의해 합병이 물밑 모색되고 있으나 이 역시 난항에 봉착해 있다.
중앙은행은 이번 회계분기에 20만 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한 반면 나라은행은 상당한 규모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어 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앙-나라 합병 급물살


나라은행은 지난 1998년 미주 한인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나스닥 상장을 성공 시켰으며, 같은 해 한국외환은행의 뉴욕 지점을 인수하며 남가주에 기반을 둔 한인은행으로는 처음으로 뉴욕에 진출, 전국구 시대를 열었다. 이 같은 나라은행이 합병문제에서는 진취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도 한마디로 자신감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중앙은행은 일부 이사와 대주주 들이 적극 합병을 염두에 두며 이종문 신임 이사장과 물밑교섭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나라와 중앙간의 합병 추진이 만약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인수합병이 아닌 한인은행 사상 최초의 대등한 합병이 되는 것이다.
나라와 중앙은 과거 양측이 합병을 추진하면서 새 은행의 명칭, 새 은행의 행장 등을 포함해 은행가격까지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마지막 단계인 이사 배합에서 실패했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 합병 논의 당시 나라 이사진들은 새로 합병되는 은행 이사회는 ‘전적으로 미국식으로 하자’고 주장 했으나 중앙 이사진은 처음 이 말의 의미를 몰랐다. 나중 ‘이사회는 영어로만 진행하자’는 것으로 알아듣고는 중앙 이사진은 실소를 머금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새로 합병된 은행 이사진의 과반수를 나라 이사진이 갖겠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당연히 두 은행간의 합병은 ‘없던 일’이 됐다. 최근 한인은행 관계자들도 합병에 대해 종전보다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라은행 이사장으로 복귀한 이종문 이사장도 자신의 복귀가 ‘합병모색’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중앙-나라 두 은행의 합병이 급 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은행도 일부 금융인사들에 의해 새로운 변화가 있을 것으로 감지되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실기하면 ‘좀비’은행 가능성


중앙은행 행장이며 가주한인은행장협회장인 유재환 행장은 현재의 금융위기 속에서도 한인은행가의 과당경쟁은 계속되고 있다며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은행간의 합병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은행은 물론 모든 비즈니스는 생산성, 효율성, 창의성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제는 한인은행들도 “골목대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 행장은 올해 하반기부터는 한인은행들끼리 또는 미국은행을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자산규모가 적어도 50억달러 이상의 규모는 되야 한인 커뮤니티에서 제대로 된 리저널뱅크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미은행과 나라은행 행장을 지내고 최근까지도 새한은행장을 활동했던 벤자민 홍 전 행장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한인은행들의 합병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홍 전 행장은 지난 28일 라디오코리아 주말 토크쇼 ‘시사좌담’에 출연해 최근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닌 합병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한인은행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홍 전 행장은 경기침체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한인은행들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은행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자본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따라서 합병을 통해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인은행들이 많은 현시점에서 더군다나 경기악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구조조정으로 난국을 타개할 수 없다며 합병이 가장 적절한 탈출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구조조정 만으로 어려움을 타개하기에는 한인은행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는 합병의 대상으로서는 상장은행들이 나서야 파급효과도 크다고 강조했다. 4대 상장 은행들이 이상적으로 볼 때 2개 은행으로 되던가 아니면 3개 은행들이 하나로 합치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와 중국계은행과도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전행장은 합병은행이 탄생하게 되면 새로운 경영전략과 이사진, 경영진 등을 내세워 자본 확보 에도 용이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은행 가격과 이사들의 참여 정도다. 그 동안은 은행 주식 평가와 교환가치가 합병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지만 지금은 은행 주가가 거의 바닥권이고 수익전망도 좋지 않은 상태여서 오히려 촉매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현재로서 합병의 가장 걸림돌은 이사들의 위치라고 밝혔다. 명예직이면서 보수도 높은 은행 이사직에 대한 한인 재력가들의 미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것이다.
현재 한인은행들간에 합병 추진에는 이사들 비율 정하기가 가장 큰 변수라며 홍 전 행장은 이사들의 결단이 합병의 지름길임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합병을 하기위해 자산비율로 이사들 수를 조정해야 하는 데 그 조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사 배합 문제가 제일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본보는 최근 한인은행들 합병 시나리오로 4가지를 소개한바 있는데 최근 새한은행 행장에서 물러난 벤자민 홍 전 행장은 최근 라디오코리아 시사좌담 프로에서 “한미은행-나라은행-중앙은행간의 합병이 가장 기대할만하다”고 합병에 대한 의견을 밝히며 “이사들이 사심을 버리라”고 촉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중소은행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아이비 은행의 조성상 이사장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인은행들간의 인수합병에 대해 “긍정적이며 전향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지금 같은 시기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해야 하며 은행들간의 합병은 좋은 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한인은행 이사들끼리 서로 만나고 협조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북가주 3개 지점과 LA다운타운 지점이 있는 아이비는 다른 한인은행들과의 영업망이 크게 겹치지 않아 합병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경제위기에서 은행들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합병만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최선의 방법을 찾을 수 없다면 당연히 차선책을 써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기다려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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