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그늘 속 불면증 환자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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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경기불황으로 소비감소와 고용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위기감을 이기지 못한 불면증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한인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와 부동산 업체 등에서 일하다 직장을 잃은 사람은 줄잡아 2000여명 정도에 달한다. 여기에 오는 4월 인컴텍스 시즌이 끝나면 대규모 추가 실업대란이 우려되고 있어 한인 경제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스닥 상장은행들을 중심으로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M&A)이 추진되면서 현재 약 3000명 규모인 은행원 수가 절반이하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실직한 직장인들은 임대료를 절감하기 위해 변두리로 몰려들고 있으며 아직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도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한인들이 수면클리닉에 몰려들어 관련 업계는 ‘씁쓸한 호황’을 누리는 실정이다.
                                                                                  <리챠드 윤 취재부기자>



지난 해 8월 10년간 근무했던 은행에서 해고된 김아영(가명·42)씨는 약 30여 곳이 넘는 회사에 이력서를 보냈지만 단 한곳에서도 채용통지를 받지 못했다. 여기에 남편이 운영하는 샌드위치 가게마저 매출이 뚝 떨어져 임대료를 걱정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렸다.
잘나가는 은행원이었던 김씨는 한때 남편과 한 달에 약 1만 달러 이상을 벌어 딸을 유명 사립학교에 입학시켰지만 당장 아파트 임대료와 자동차 할부금을 걱정해야할 처지로 내몰린 것이다.
김씨 부부는 궁여지책으로 집값이 싼 변두리로 이사를 하고 딸을 공립학교로 전학시켰지만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밤새 남편과 머리를 맞대 봐도 별다른 수가 없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경우가 허다해졌다.
그러기를 1달, 김씨는 이젠 수면제 없이는 아예 잠을 이룰 수 없는 중증 불면증 환자가 돼버렸다. 김씨의 남편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아껴도 한달 생활비로 6000~7000달러가 필요하지만 남편이 운영하는 샌드위치 가게 수입은 고작 2000~3000달러 정도. 2대였던 자동차도 1대로 줄였지만 생활비 압박은 점점 무거워지기만 한다.


죽음보다 더한 불면증의 고통


최근 김씨 부부와 같은 상황에 놓인 절박한 사정은 주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실직당하는 것은 이제 흉이 아닐 정도다.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 한인들은 그때그때 빚을 내 생활해 보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지난 달 발생한 한인 일가족의 동반자살 사건도 결국 생활고가 이유였다. 직장에서 내 몰린 가장이 부인과의 불화를 참다못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경제 불황이 부른 비극은 미국인 가정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전체 실업율이 10%에 달하고 침체된 사회 분위기 탓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경기불황이 본격화된 지난해 9월보다 불면증 환자가 무려 6배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수면중 호흡장애를 겪는 환자들도 15.3%나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경기침체에 고통을 겪는 우울증·불면증 환자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인타운의 C정신과 A원장은 “최근 부동산 주식 등 가격하락과 매출 감소에 따른 불안감을 토로하는 불면증환자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상담환자 가운데 남성이 절반, 여성은 1/3가량이 경제적 문제로 불면증을 얻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A원장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고통은 형벌과도 같은 고통이다”라고 말하며 “수면장애 증상에 시달리기 시작하면 빠른 시간 안에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비단 없는 사람만 아니라 부자들도 피해갈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줬다. 한인은행에 투자한 모 의사는 5달러 때 주식을 매입했으나 매입 직후 주식 가격이 급락, 결국 1달러대로 급락해 약 20만 달러가 넘는 손해를 보자 결국 우울증 환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 은행이사는 약 150만주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해 한때 수천만 달러의 재산가로 불리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주식가격이 3달러대로 추락해 불과 주식가치가 200만 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여기에 보유 은행주식을 담보로 제3의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돈이 주가하락으로 마징콜에 걸려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을 정도다.
이런 현상은 은행 주주들이나 이사들의 공통된 상황이다. C은행 L이사는 마징콜에 걸려 은행주식 전량이 임의로 매도당하는 수모를 겪어 결국에 은행이사까지 자의로 물러나야 하는 국면에 몰리기도 했다.
또 다른 은행이사는 아침이면 걸려오는 마징콜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급기야 정신병원 치료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은행이사들의 상황이 생활고에 찌든 보통 한인들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한인타운의 초대형 음식점 업주와 마켓주인들도 다를 바 없다. 대형마켓의 경우 죽기 살기 식 가격경쟁에 피 마르는 전쟁을 치루면서도 내색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형 음식점도 평균 30~50% 매출 감소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LA다운타운 자바시장이 ‘몰락’에 가까운 불황 직격탄을 맞으면서 ‘야반도주’하는 업주들도 심심찮게 늘고 있다. 지난 달 자동차 할부금을 내지 못해 은행에 압류된 한인 소유 차량은 자그마치 1만대가 넘는다.
또 한인 소유 주택 역시 지불금을 내지 못해 숏 세일이나 차압을 당하는 경우도 수만 채에 이르고 있어 한인들의 불면증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수면제 시장 매출 23.5% 성장


계속되는 경기침체에 모두가 울상이지만 유독 수면제 시장 만큼은 상상을 초월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 3년간 수면제 관련 약품 시장은 23.5%가량 규모가 증가했으며 주요상장 제약회사의 매출도 15% 이상 급성장했다.
수면제 등 의약제품 뿐 아니라 수면을 유도하는 관련 상품업계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자귀나 무 꽃잎 말린 것 등을 넣은 숙면유도 베개와 수면안대, 편안한 잠자리를 돕는 기능성 베개, 이불, 매트리스 등 수면유도 제품들이 30%이상의 매출 급증을 맛본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수면제 시장이나 숙면유도제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모두 계속되는 불경기로 인한 걱정과 불안, 매출감소로 인한 사업부진으로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할 수 없는 한인들의 고통이 최대의 이유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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