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내외 파격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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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두 달. 백악관의 새로운 주인이 된 오바마 대통령이 이전 대통령과는 판이하게 다른 행보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서로 질세라 워싱턴 DC 곳곳을 거침없이 누비고 있다. 덕분에 DC의 시민들 사이에는 “길거리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마주친 적이 있냐”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돌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워싱턴 DC를 활보하고 다니는 모습을 집중 조명해 관심을 끌었다. 이 같은 풍경은 부시 대통령 시절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친한 사람들을 백악관에 초대해서 즐겼지 밖에 나가는 일은 없었다. 무엇보다 경호 문제를 위해서도 그렇다.
오바마는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아직도 미국에는 흑인에 대한 차별 의식이 뿌리 깊은 곳이 많기 때문에 그에 대한 위해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오바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고 싶은 곳을 어디든지 가고 있다.
                                                                                     <데이빗 김 객원기자>


얼마 전 시카고 불스와 워싱턴 위저즈의 NBA(미프로농구) 경기가 열린 버라이즌센터의 관중들은 친정팀(?) 시카고를 열렬히 응원하는 오바마 대통령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부인과 아이들 동반 공연 관람하기도


예술 공연장에도 잦은 나들이를 한다. 오바마는 부인과 아이들을 동반하고 케네디센터를 벌써 두 번이나 들렀다. 한 번은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에 헌정된 앨빈 에일리 댄스시어터를 가족들과 찾기도 했다.
식당은 또 어떤가. 에퀴녹스에서 만찬을 즐기는가 하면 바비밴즈 스테이크하우스, B. 스미스, 조지아 브라운스, 심지어 길거리 모퉁이에 있는 벤스칠리보울과 화이브가이스에서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를 사먹기도 한다.
오바마 부부는 학부모 회의와 학교 스포츠 행사에도 적극 참석하고 과거 대통령들이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던 노동층과 빈민가까지 방문하고 있다. 히스패닉계가 대부분인 차터스쿨에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시민운동가들이 있는 흑인 교회도 즐겨 찾는다.
정치 분석가들은 오바마의 이 같은 행보가 개인적인 성향이냐 정치적인 계산에 따른 것이냐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역사가인 도리스 컨스 굿윈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근대의 어느 대통령도 이렇게 거리 곳곳을 누비는 사람은 없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실 오바마의 친구들에게 이 같은 행보는 전혀 놀라운 게 아니다. 오바마 부부는 도시생활에 익숙한 커뮤니티 운동가 출신이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리처드 닉슨 이후 처음으로 도시 생활자들을 이웃으로 둔 대통령이다.
인종적 경제적으로 다양화된 시카고의 하이드팍에서 살던 오바마는 백악관의 담을 넘어 DC를 탐험하고 싶어 하는 기질이 다분하다. 오바마의 친구이자 대통령 수석보좌관인 발레리 재럿은 “오바마 가족은 백악관에 갇혀 살기보다는 활기 넘치는 워싱턴 DC 시민들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이 같은 ‘사회화작업(Socializing)’은 4년 후 재선에 도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재클린 케네디의 사회 담당 비서로 활동했던 래티셔 밸드리지는 “오바마 대통령이 매일 재선의 보증금을 예치하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평가를 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오바마가 농구경기를 보면서 소리치고 야유하고 벤스 칠리보울에서 핫도그를 먹고 아내와 두 딸과 함께 발레 공연을 하는 모습이 미 전역에 퍼지면서 거리감이 느껴지는 정치인이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언론 담당 비서였던 디디 마이어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경기침체기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인간적으로 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큰 자산이 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되레 이런 행동이 정치적 위험성을 안겨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통령의 신비감을 해치고 야심찬 정책을 추진하는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전 보좌관 브래들리 블레이크맨은 “가끔씩은 괜찮지만 지나치게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사람들은 대통령이 이런 경제위기 속에서 너무 나대는 것 아니냐 라며 고개를 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찬반 논란


대통령 역사가인 마이클 베실로스에 따르면 19세기만 해도 DC는 끈적끈적하고 별로 내키지 않는 도시로 대통령이 벗어나고 싶은 도시였지만 지금은 조지타운의 파티를 즐기고 국회의사당에서 친구를 만나는 등 영원히 정치적 기반을 닦을 수 있는 곳이 됐다.
하지만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허름한 식당을 찾고 노동자들과 만나는 것은 아주 다른 경우”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백인의 체취가 강하게 배어 있는 워싱턴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셸 여사가 히스패닉이 대부분인 메어리스 센터 클리닉을 방문한 것도 “DC는 이제 우리의 커뮤니티이자 우리의 집”임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평소 자신이 가진 자와 못가진 자로 나눠진 타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해 왔다. 그는 최근 ABC 프로그램에 출연해 “두 개의 워싱턴이 하나로 뭉쳐지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통사람들로서 대통령 부부와 우연한 만남을 갖는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변호사인 조 클라크는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농구경기를 관전할 때 팔을 뻗으면 악수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바로 옆에 있다는 사실이 마치 내가 초현실 세계에 와 있는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아리 플레이셔 전 부시 대통령 언론 담당 비서는 “대통령이 대중 앞에 나선다는 것은 참 부담스러운 일이다. 식당에 들어간다고 해보자.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친다. 대통령은 그들 모두와 악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들르는 식당은 아주 다채롭다. 펜티 시장과 식사를 한 곳은 유명한 흑인식당 벤스 칠리 보울이었고 국회의사당 근처에는 또 다른 흑인식당 B. 스미스가 있다.
미셸 오바마 여사는 최근 직원들과 함께 미리암스 키친 식당을 방문했다. 홈리스를 위한 식사도 제공하는 이곳에서 영부인과 마주친 빌 리차드슨(46)은 미셸 여사를 본 것도 경악할 일이었지만 머시룸 리소토를 자신의 접시에 덜어주는 모습에 꿈을 꾸는 듯했다.
그는 “밥이나 한 끼 해결하려고 갔는데 영부인을 바로 옆에서 만나다니 믿을 수 없었다. 당장 전화가 있었다면 ‘엄마, 내가 지금 누구를 만난 줄 알아요?’하고 말했을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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