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회 ‘총영사 비방 탄원서’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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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노인단체장이 김재수 총영사에 대한 비방성 탄원서를 한국정부 각계에 보내 파문이 일었다. 또 평통 회장에 거론된 인사들에 대한 투서가 남발하기도 했다. 이에 한인사회 일부 단체장들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동포사회의 투서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정부 각 부처는 물론 일반 기업 등은 LA한인사회를 포함한 미주 각 지역으로부터 날아온 각종 투서와 비방에 시달려왔다. 이 같은 투서·비방 행위는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고 계속되는 고질적인 병폐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 외교통상부에 가장 많은 투서가 몰리고 다음은 청와대·검찰·국세청 순으로 개인간의 원한관계나 단체 임원들 중 견해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중상모략으로 이뤄지는 게 대부분으로 알려졌다.
더 심각한 것은 동포사회에서 이 같은 투서나 비방문서를 돌리는 사람들 중 유력 단체장이나 단체 임원들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지난 8일 투서 규탄 모임에 참석한 인사들 중에도 과거 투서를 했던 사람들이 상당수라는 현장의 지적이 나왔다.
이번 김 총영사를 언급한 비방문서와 관련해 LA총영사관의 P영사의 주장은 의미 있는 지적이었다. P영사는 “김 총영사가 최초의 현지 교민 출신 공관장이다. 동포 출신을 임명시켰더니 ‘잘 하는구나’라는 소리를 듣게 해야 하는 것이 교민사회의 역할이라고 본다”며 “교민 출신 공관장이 잘 할 수 있도록 교민 사회가 협력하면 제2, 제3의 교민 출신 공관장이 탄생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기회는 잘 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나는 일개 영사로서 임기를 마치면 본국으로 귀임하는 공무원이지만, 모처럼의 기회가 주어지면 이를 잘 활용해야 하는 것이 교민사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동포사회가 거시적으로 생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자는 인터뷰 과정에서 P영사의 말을 듣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의 지적은 정말 동포사회가 깊이 생각해 봐야할 대목이다.
                                                                                         <성진 취재부기자>



지난 8일 JJ 그랜드호텔에서 개최된 한우회(회장 조인하) 주최 한인단체장 모임은 최근 노인복지 회관 문제와 관련해 재미한국노인회 구자온 회장의 ‘김재수 LA총영사에 대한 탄원서’에 이어 14기 평통 위원 및 회장 선임에 대한 투서 파문이 일자 이 같은 병폐를 근절시키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였다.
김 총영사에 대한 탄원서 사건이 한국일보 지난 2일자에 ‘노인복지회관 간섭… 총영사 교체를’ ‘한국정부에 탄원서 파문’ 이라는 제목으로 실리면서 일부 한인 단체장들은 대책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인사회의 ‘제살 깎이식’ 투서 문화를 질타하면서 현지 동포출신 총영사를 현지 한인들이 깎아 내리는 것은 미주 한인사회의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뿐이라는 데 동의했다. 또 이들은 차후 현지 동포 출신 공관장 임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단체장들은 탄원서 장본인인 구 회장의 투서 경위와 배후, 복지회관과 관련한 비리 여부 등을 규명하는 진상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위원회 회장은 한우회 조인하 회장이 맡아 진상 규명작업에 작수했다.
하지만 작업은 애초 논의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지난 8일 기자회견장에 ‘한인노인복지회관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현수막을 부착하려 했으나 조 회장이 이를 극구 반대하면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탄원서 문건을 보낸 구 회장도 참석시켜 해명의 기회를 준 것에 대해 일부 단체장들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이 구자온 노인회장이 ‘소송을 하겠다’는 것에 겁을 먹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40여명의 참석자들에 대한 호텔 식사비를 조 회장이 지불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이처럼 주최 그룹 간에도 처음 취지가 변색됐다는 점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문제의 한국일보 보도가 노인복지회관 관계자의 주장에만 치중하고 총영사관측의 확인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일보가 5월 할리웃볼 축제와 관련해 총영사에게 대통령 영상 메시지를 부탁했는데, 청와대가 이를 거절한 것을 총영사의 책임으로 본 것 같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한 소식통은 지난 12일(한국시간 13일) 본지 취재진에게 “특정 언론사의 사업에 대통령이 메시지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문제로 한국일보와 총영사관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총영사관의 어정쩡한 태도


지난 8일 탄원서 문건의 장본인인 구자온 회장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노인복지회관의 지원금 문제를 두고 총영사가 재정지원 7인 심사위원회에 LA한인회만 초청하고 노인복지회관은 배제시켰다”면서 “당시 스칼렛 엄 한인회장은 당선된 지 오래되지 않아 노인복지회관의 구체적 사항을 모르고 복지회관의 운영권을 욕심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 정부에 탄원하기 전 3회에 걸쳐 총영사관에 요청했으나 묵살 당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서울에 보낸 문건 사본을 본지 취재진에게 전했다.
이어 구 회장은 “오는 9월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되는 세계노인대회에 참석해 발언권을 얻어 공식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 총영사를 바꾸라’고 요구하겠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단체장 모임에 대해서도 총영사관이 사주한 것이라며 “총영사관이 김봉건, 조남태, 김명균, 조인하 등을 앞세워 뭐하는 짓이냐”면서 “이들은 모임에 앞서 나부터 불렀어야 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외교부 감사관실의 손정은 감사관은 지난 12일(서울시간 13일)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현재 재미한국노인회가 보낸 탄원서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일반적 민원사항은 일주일 이내 처리한다는 손 감사관은 “현재 진행 중인 조사가 언제 끝날지 아직 모른다”면서 “이 조사는 나 혼자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더 이상의 답변을 하지 않았다.
본지 취재진은 구 회장이 외교통상부에 보낸 탄원서 문건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사실 근거가 희박하며, 일부 내용의 경우 김 총영사를 ‘음해’하는 듯한 문맥을 발견했다. 본지는 한국정부 최고 감사기구인 감사원으로부터 탄원서나 건의서 또는 진정서에는 다음과 같은 지침을 유의해야 한다는 사항을 전달받았다.
?공식 문서에 거짓 내용이 기록되어서는 안된다. ?가능한 교민사회 전체 여론이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잘못된 일을 언급할 때는 그 사항에 대한 분명한 근거와 구체적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한국정부 최고 기관인 청와대를 포함해 행정 장관 등에 ‘청원’을 할 경우, 공정하고도 정확한 문서로 작성해야 한다. 불투명한 사항을 수록하거나, 건의하는 것은 목적 자체를 기만하는 행위이며, ‘사문서 위조’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왼쪽부터 탄원서를 낸 구자온 회장, 이를 반대한 김봉건 회장(가운데)과 조남태 회장


수준미달 ‘음해’투서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구 회장이 지난달 13일 외무부 감사관실로 보낸 이메일 제목은 ‘총영사 대상 탄핵 관련’이다. 김 총영사의 행위는 전혀 ‘탄핵’ 사유로 볼 수 없는 사항이었다.
구 회장은 총영사가 관저만찬을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김 총영사가 개인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공관 기금을 지출했다는 분명하고도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특히 문제의 탄원서 제6항을 보면 <김재수 총영사는 외무공무원답게 처신해야 할 사람이 최근 참정권이 국회 통과되기도 전에 관저에서 동포 대표들을 참석시켜 축하파티를 하였으니 지나가는 소가 웃을 지경입니다. 미주동포사회에 참정권 실현연대 및 한인회가 있는데 왜 총영사가 그리도 광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총영사 부임 후 많은 파티를 관저에서 진행하였다고 합니다. 귀 감사관실에서 조사하시기 바라며, 이곳에서도 조사의뢰하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이처럼 “지나가는 소가 웃을 지경” “총영사가 그리도 광분하는지” 등의 문구나 “귀 감사실에서 조사하기 바라며”라고 요구하는 문구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또 제7항에서는 “(중략)김 총영사는 변호사 출신으로 법을 잘 알고 있는 자가 현 한인회를 옹립함으로써 노인회관 공사가 중단되고, 노인회는 경제적 막대한 손실을 준 정치 총영사를 정식 외교 총영사로 교체하여 줄 것을 탄원합니다”라면서 회장과 이사 일동의 이름으로 작성했다.
여기에서 “법을 잘 알고 있는 자가”라는 문구는 마치 김 총영사의 인격과 명예를 손상시키고 있으며, “경제적 막대한 손실”부분도 김 총영사가 의도적으로 손실을 끼쳤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 같은 사항으로 ‘교체’ 운운하는 것은 잘못된 지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여론이다. 그리고 노인회 이사회 등에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탄원서 안건을 논의했다는 기록도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이들 문장의 어휘나 내용 들이 한마디로 치졸한 수준이라 재미한국노인회라는 단체의 수준을 의심케 하며 동포단체의 이미지마저 손상시키고 있다. 더구나 많은 교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도 아니고, 자신의 뜻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대통령 임명권을 무시하고 외교부 감사관에게 총영사 교체를 요구한다는 것도 문제였다.
‘탄핵’이라는 말을 함부로 이러한 문건들에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공갈 협박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상대방을 음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LA동포사회의 수준이나 이미지, 위상을 크게 추락시키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단죄?’


이번 ‘투서 근절을 위한 모임’에는 LA와 오렌지카운티, 샌디에이고 등지에서 약 40여명의 단체장 및 임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이번 투서사건의 장본인 격인 재미한국노인회 구자온 회장도 참석했다.
한우회의 조인하 회장은 김명균 크리스천헤럴드회장이 진행하는 이날 모임에서 인사말을 통해 “우리 동포사회가 한국정부나 미국정부에 대해 단합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면서 “커뮤니티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경제 사회에 악영향을 주게 되면 2세나 3세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탄원서나 투서는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참석자들 중에서 사회자의 요청이나 자청한 단체장들이 각자의 입장을 표명했다. 김정화 LA한인회 부회장과 정병애 샌디에이고 상공회의소회장 등은 “우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우리 자신이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봉건 애국운동본부대표회장은 “진정서, 건의서 또는 투서 등 보다는 우리끼리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남태 영관장교연합회장은 “우리 동포 사회가 염원해서 된 총영사 자리인데 우리 얼굴에 침을 뱉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봉수 LA평통수석 부회장은 “14기 평통 심사과정에서도 투서 물의가 있어 유감이다”면서 “투서하는 사람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문기 전LA한인회장은 투서로 인해 자신이 당한 경험담을 토로하면서 “투서는 비겁한 행동”이라 면서 “이런 사람들을 타운에서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전 회장은 수년전 한국을 방문 했는데 투서 때문에 ‘출국정지’를 당한 황당한일을 당하기도 했다.
검찰에 출두했더니 검사가 투서 뭉치를 보여줘 깜짝 놀란 그는 “지금까지 자신에 대한 투서가 500통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계기에 투서근절이라는 캠페인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종구 한인복지회장은 과거 한국노인회 발전에 공헌이 많았던 정의식 전 노인회장에 대한 감사패를 들고 나와 “이제라도 정의식 회장의 공적을 우리 커뮤니티가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우리사회에 투서가 너무 많다. 모두가 각성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태의 근본은 노인복지 회관이 문제였다”면서 “한국노인회관을 증축해야지 ‘노인복지회관’을 건축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광일 경북대구향우회사무총장도 “이번 투서 파동은 노인복지회관이 원인제공이다”면서 “노인복지회관의 조직이 개편되어야 하며 임원들은 전원 물러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서의 장본인들을 LA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이 박수로 답했다.
한편 이 자리에 초청받은 김진형 노인복지국 커미셔너는 문제의 노인복지회관의 건립 태동의 역사를 밝히는 전말을 소개했다. 현재 LA한인회와 운영권 갈등을 벌이고 있는 노인복지회관은 원래 한국 노인회관의 판매 대금이 종자돈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노인회의 정의식 전회장의 노력으로 한국노인회 건물이 생긴 이후로 재산세 미납과정으로 공매 처분됐다가 다시 환원된 이후 노인회 파동이 생긴 이후 건물이 80여만 달러에 매각됐으며, 이후 보도를 통해 매각 대금 중 56만 달러가 노인복지회관 건축 기금 종자돈으로 쓰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에 일부 참석자들 간 “80만 달러에서 56만 달러가 회관 건축기금으로 쓰였다면 나머지 20여만 달러의 행방은 어디 갔는가”라며 의문을 표시했다. 구자온 회장은 이날 신상발언을 통해 자신이 외교부 등에 탄원서를 보낸 경위등을 설명하면서 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해 줄 것도 요구했다. 이날 주최 측은 투서 근절을 위한 9인 위원회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타운에서 8일 기자회견 내용이 신문과 TV 방송 등으로 보도되자 지난 9일 라디오 코리아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어제 4월 8일 공식석상 TV에서 투서에 대한 말을 들었습니다. 정말 기가 찹니다. XX님이 어떻게 투서에 대하여 누구를 욕하십니까? 한국정부 청와대 각 수사기관에 투서질하여 피 눈물 나는 한을 당하게 만들고도 그것도 모자라 이민국에 본인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XXX와 야합하여 투서질을 하고도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습니까? 일말의 양심이 있는 인간이라면 자중하십시오. 정말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남의 돈 띠어먹고 미 이민국, 한국정부, 총영사관 투서질을 하시고 누구를 욕하십니까. 한인사회에 얼굴 내밀고 다니지 마시고 사십시오.>
이 글을 보면 당시 기자회견에 나왔던 단체장들 중에서도 과거 ‘투서’를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정말 누가 누구를 탓해야 할지 헷갈리는 경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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