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앓는 한미은행 ‘고육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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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한인은행들이 LA카운티 지역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LA 비즈니스 저널’이 발표한 2008년 말 현재 LA 카운티에 본점을 둔 한인은행 중 자산 규모로 볼 때 한미은행(행장 유재승)이 39억 달러로 6위, 나라은행(행장 민 김)이 27억달러로 8위를 각각 톱 10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톱 20에는 자산 24억 달러의 12위 윌셔은행(행장 조앤 김)과 14위는 21억 달러의 자산을 가진 중앙은행(행장 유재환), 20위에는 8억 달러의 새한은행(행장 육증훈)이 올라와 한인은행의 파워를 증명해 주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주식가격으로 평가된다. 아직도 한인 상장은행들의 주식가격은 바닥을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급박한 상항에서 한인금융권 제1위 한미은행이 고위 간부 및 이사 10여명에게 스톡옵션 과 함께 스톡그랜트 (주식 무상지급)를 지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스톡옵션 지급에 대해 한미은행의 소액주주들은 “지난번 구제금융을 받은 미국 AIG보험그룹의 간부들이 거액의 보너스를 받아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면서 “이번 조치에 한미의 주주들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임기가 아직 2년 정도 남아있던 한미은행 이사회의 핵심실세였던 리차드 리 전 이사장이 지난6일 전격 사임하면서 그 배경과 이사회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 된 자료에 따르면 리차드 리 전 이사장은 서신을 통해 지난 3일 오후 7시를 기준 사임하며 계속 이사로 남아 활동하길 원했지만 다른 이사들과의 이견이 커 더 이상 주주를 대변하는 이사로 활동할 수 없어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날 한미은행 주가 는 전주보다 떨어진 1.33달러에 장을 마쳤다고 한다. 리차드 리 전 이사장은 그동안 합병 등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에 있었기에 이번 사퇴로 다시 한인은행들의 합병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현철 취재부 기자>



한미은행의 리차드 리 전 이사장은 원래 지난해 원로급 이사 4명이 사퇴할 당시 그 자신도 물러날 입장이었다. 지난해 11월 5일 한미은행의 4명의 윤원로 전 이사장과 박창규, 홍기태, 스튜어트 안 이사 등이 전격적으로 물러났다.
당시 한미은행은 공시를 통해 감독국의 감사에서 받은 제재조치(MOU)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감독국은 한미의 부실운영의 책임에서 이사진들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던 것이다.
이 같은 감독국의 MOU를 이행하기 위해 당시 이사회는 물러나는 이사들에게 이사에 준하는 대우와 각종 성과급 지급 등을 제의했다. 4명의 이사가 사퇴한 뒤 사임한 사람은 지난해 12월 초 마크 메이슨 전 이사, 지난 1월말 애이블스 전 이사가 사임하고 새로 중앙은행 행장과 유니티 은행 행장을 역임했던 김선홍씨와 연방통화감독청(OCC)출신의 존 홀 이사 등이 새로 영입됐다.
다시 지난 6일 리차드 리 전 이사장이 물러나고 역시 OCC출신인 윌리엄 J. 스톨트씨를 새 이사로 영입해 감독국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에 한미은행에서 이사진의 절반 이상인 7명의 이사들이 물러난 셈이다. 어느 정도 이사회 물갈이가 이뤄진 셈이다. 물러난 이사들에 대해 은행 측은 “다른 이사진들과의 의견 차이 때문”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번에 물러난 리차드 리 전 이사장도 같은 퇴진 사유를 밝힌 바 있다. 리차드 리 전 이사장은 한미은행의 창립멤버인 故이창 이사의 장남으로 한미은행의 주식 98만6920주를 보유한 3대 주주로 한미 지분 2.1%를 가지고 있다.
한미 이사회에서 그 동안 노광길 이사장, A모 전 이사 등과 함께 실세 중의 핵심실세로 알려져 왔기에 이번 전격사퇴 배경은 손성원 전임 행장과의 관계에 있어 문책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 ‘3인방’은 실제로 한미은행 경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실세들이었다. 한 예로 유재환 전 행장을 30분전에 퇴출시키고 손성원 전 행장을 전격 영입했으며, 또다시 손 전 행장을 밀어내고 현재의 유재승 행장을 영입하는 과정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했었다. 또 리차드 이 전 이사장은 손 전 행장이 당시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나라은행과의 합병을 모색할 때 이를 알고 합병을 무산시킨 장본인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물러난 원로급 4명 이사들과 리차드 리 전 이사장 사이는 항상 의견이 달랐다. 그러다 결국 4명의 원로 이사들이 물러났다. 그러나 물러난 4명의 원로 이사들은 지난 6개월 동안 한미를 지켜보았다.
바닥으로 추락한 한미 주식가와 함께 한미의 위상도 추락해 주주들의 불만도 커졌다. 전직 원로 이사들은 직접 간접으로 이사회에 영향을 줬다. 이 같은 분위기에 한미 이사진도 더 이상 리차드 리 전 이사장을 감쌀 수가 없었다.
자칫하면 은행이 파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며 그 책임은 고스란히 이사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부득이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만약 은행이 파산할 경우 소액주주들은 은행 경영의 책임을 물어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실세 이사 물러나


한미은행은 이번 리차드 전 이사장의 퇴진으로 합병의 길을 모색 또는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사실상 합병의 걸림돌인 리차드 전 이사장이 물러나면서 어떤 형태로던 자구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미은행은 지난 해 11월 신청한 구제금융 승인여부도 불확실한 상태다.
부실처리도 완결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번 1분기 경영실적 악화로 현재로서는 난국을 빠져나갈 방법으로 합병이 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합병도 평등한 합병과 상대 은행을 인수하거나, 또는 상대 은행에게 팔려 나가는 길이 있다. 본국 은행에게 합병 당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재의 상황으로서 이 점도 낙관할 수 없다. 아직은 국내 은행들이 해외 한인은행의 인수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한미가 바라는 평등한 합병 상대로는 제2위인 나라은행, 3위인 중앙은행 등이 꼽힌다. 이들 3개 은행 주가가 모두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에 서로가 주장할 것이 많이 없다.
그리고 서로 합병을 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 서로 상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사들의 사고방식이다.
대부분 이사들은 겉으로 ‘합병을 해야한다’ 또는  ‘합병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대부분 이사들은 합병 후 자신의 위치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있다. 은행이나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보다 자신들의 위상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오늘 5월 주주총회를 앞둔 한미은행으로서는 어떤 방법으로라도 생존해야 하는 길을 주주들에게 보여 주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문제는 합병주체가 어디로 정할 것인지다.
나라와 할 것인지, 중앙과 할 것인지, 아니면 3개 은행 모두가 한번에 합병을 할 것이지. 가능하다면 3개 상장은행이 동시에 합병을 한다면 지금까지 볼 수 없던 한인은행권의 대변혁임에 틀림없다. 물론 이해관계가 상충되어 있어 실현가능성은 없지만 이사들의 대승적 차원에서 한발씩 양보를 하면 전혀 어려운 일도 아니다.
현재 13개의 한인은행들은 개수만 많았지 실속은 없는 편이고 대부분 감독국으로부터 개선시정명령인 MOU와 C&D를 받은 상태로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1-2-3위의 한인 상장은행3개 은행이 합병을 한다면 우선 LA카운티 내에서 1위인 시티뱅크, 2위인 이스트 웨스트 뱅크와 대등하게 맞설수 있는 은행이 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과연 3개은행이 합병을 할 경우, 누가 이를 주도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한미가 나라나 중앙 등과 평등 합병을 할 경우도 실제로 이 합병을 주도할 인물이 있어야 한다. 양측의 이해관계를 풀어 나갈 수 있는 인물이 있어야 우선 대화가 가능해질 수가 있지만 오랜 대립관계에서 골이 깊어 내부에서 조차 상반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의 많은 관계자들은 ‘지금이 합병의 최적기’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합병 대상 은행들의 이사진들에 대한 조치가 선결되지 않고서 한인은행 간의 합병은 ‘요원한 과제’다.
이번 합병 시기를 놓친다면 다시는 합병의 기회는 쉽사리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은행권들은 알고 있다. 문제는 합병을 하더라도 합병된 대형은행을 이끌고 나갈 한인 은행장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한인은행권은 은행을 설립하는 만큼 인재를 키우지 못했다.




스톡옵션이 약될까


한편 한미은행이 최근 최고 간부급에 각각 1만5000주의 스톡 그랜트와 옵션을, 이사들은 1만5000주의 스톡 그랜트와 2만주의 옵션을 지급하고 행장에게는 2만주의 스톡 그랜트와 5만주의 상당한 옵션을 제공해 타운과 은행권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함께 주가 폭락, 실적 부진 등으로 한인 금융권이 그 여파에 시달리면서 이사들에 대한 책임론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구제 금융마저 아직 받지 못한 한미은행이 유독 이사들과 고위 간부에게 일률적으로 스톡옵션을 지급한 것은 지난번 미국민들의 분노를 일으켰던 AIG 고위급 간부 보너스 지급 사태를 연상케 한다.
스톡옵션이란 기업이 임직원에게 일정수량의 자사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로, 주로 근로의욕을 진작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스톡옵션을 받은 임직원은 일정 기간이 지나 주가가 상승하면 임의대로 처분해 차익을 취할 수 있다.
한미 측은 새로 이사들을 영입한 데 따른 보상 차원의 성격이며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괄 지급했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간부급들에게는 안정적인 경영체제 유지와 보다 책임감 있는 경영을 위해 지급했다지만 현 상황을 감안하면 개운치 않은 설명이다.
타운의 일부 경제관련 단체장들은 이에 대해 “지금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는 중에 한미은행이 스톡옵션을 제공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면서 “한인사회 제1위라고 자처하는 한미가 유아독존 격으로 행동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도 은행권 관계자들의 반응을 전했다. 은행권 대부분도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과 함께 도덕적 헤이를 한 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모 행장은 “이 시점에서 무상으로 지급되는 스톡 그랜트까지 제공한 점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경영상태가 악화된 상황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경영진과 이사회가 앞으로 더 열심히 할 것을 전제로 스톡옵션뿐 아니라 스톡 그랜트까지 받았다는 사실은 한인은행권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흥분했다.
또 다른 모 행장은 “실적도 안 좋고 주가도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스톡옵션까지 지급한 것에 대해 5월 주총에서 많은 지적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간부급 은행원은 “같은 은행원으로 창피하다. 말이 안나올 정도”라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다른 은행의 이사들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한 이사는 “내부의 정책에 따른 결정일 것”이라며 “규모 자체도 크지 않아 이를 통한 치부는 더더욱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부정적 시각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노 코멘트’라며 직답을 피했다.
한편 한미은행의 한 이사는 “이사 영입과 경영진 안정화를 위한 조치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기존 이사들의 경우 이미 받은 스톡옵션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상태에서 형평성 이야기가 나왔고 지급 결정에도 상당히 고심했었다”며 외부의 부정적 시각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한인 은행권의 주된 시각은 한미의 이번 결정이 여러 면에서 형평성에 맞지 않는 선택으로 결국 한미에 부담만 될 뿐이라는 게 전반적인 여론이다.
이번 한미의 결정이 나쁘게 생각하면 힘든 상황에서 챙길 건 다 챙긴다는 인상도 주지만, 스톡옵션의 가치가 은행이 더 나빠지면 의미가 없게 돼 오히려 이사나 간부진들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반면 합병이나 구제금융을 받을 경우 여러 제약이 따를 수 있어 서둘러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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